만화2008. 6. 8. 02:48

뭔가 온라인 생활이 바빠 오프라인 활동이 느려지는...좋은 의미로 바쁘면서도 (드뎌 일시적이나 용돈벌이가 가능T_T) 뉴스 땜에 마음도 싱숭생숭한데다 안 좋은 그런 상태 지속중입니다.

대신이라기엔 뭐 하지만 최근에 읽은 책 감상이나 짤막하게....

동생 위부인이 제가 동네에 북오프가 있다고 하니 [고독한 구르메]라는 만화가 복간되었는데 웬 아저씨가 일본 전국을 돌며 맛있는 걸 먹는 그런 내용이라고 일본에서 요즘 히트라고 (대체 일본 만화 블로그를 얼마나 돌아다니면...일본에 있는 나보다 더 잘 아는거냐...) 했습니다. 정작 북오프에서는 좀처럼 보이지 않아서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몇일 전 학교 앞 서점에서 잡지를 구입하다가 카운터 바로 앞에 문고판과 그보다 더 두껍고 판형도 큰 신장판 발견...하고 바로 사지는 않았지만 금요일 밤 수업 끝내고 오면서 빈궁한 유학생이라 비싼 신장판은 어렵고 문고판을 사 전철에서 읽었습니다.

보면서 깨달은 것은 동생의 설명이 맞기도 하지만 틀리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일단 주인공 아저씨가 일본 전역(이라해도 주로 도쿄지만...)에서 밥을 사먹는 것이긴 하지만 들리는 이미지처럼 한가하게 전국 식도락여행을 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정확히는 자영업 세일즈맨 이노카시라가 업무 중 어쩌다가 들른 지역에서 마침 배가 고프길래 먹는, 각 화 10페이지로 끝나는 형식의 만화입니다. (10페이지라고 해도 작화가인 다니구치 지로 특유의 꼼꼼하고 세밀하고 사실적인 작화 덕분에 상당한 무게감이 있지만...) 식당이 있기에 그곳에 간다라기보다는 그곳에 마침 식당이 있어서 먹었다는 느낌이 강하지요. 물론 예전 맛집을 기억해서 찾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도 '마침 그 장소에 있어서' 찾아가는 것이지 궁극적인 목적지가 아닙니다. 이 만화에서 식당은 이노카시라의 '여행길'에 잠시 들른, 배를 채우고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한 휴식처라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식당의 이름이나 약도가 구체적으로 소개되지도 않고 꼭 그 정도로 눈돌아가게 맛있는 집만 나오는 것도 아니고 맛집탐방 정보를 기대하고 산 분들에겐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래 생활 속의 먹거리라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닐까요?

물론 그렇다고 이노카시라가 먹는 행위나 맛 자체를 소홀히 하고 소화만 되면 다 똑같다는 식으로 넘기는 아저씨...였다면 제목에 [구르메]가 붙었을 리가 없구요^^; 실제 맛있고 양도 좀 되는(!) 음식을 선호하고 여건이 허락하는 한에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하는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모르는 가게에 들어가기 쭈뼛해하고 과자가게에 남자 혼자서 들어가면 좀...이러며 소심하게 눈치 보는, 적잖이 공감이 가는 평범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의 특징이자 매력이 바로 이런 이노카시라의 성격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리얼리티'라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오갈 법한, 내용하고는 하등 상관없는(하지만 '분위기'를 묘사하는 기능적 도구로써는 매우 중요한!) 다른 손님들의 시시콜콜한 대화, 먹고 싶어하는 메뉴를 제대로 먹지 못하거나 재료가 겹치는 요리를 골라 실패...라고 중얼거리는 세세한 '어긋남'이, 평범한 동네 밥집을 포함해 편의점 야식까지 구르메의 식사로 만드는 리얼리티의 힘입니다. [그곳에 있기에 그것이 맛있었다]는 감각이라고 할까요. 음식의 맛과 양도 중요하지만 리얼리티의 영향으로 그만큼 중시되는 것은 바로 먹는 '공간'입니다. 일본의 유수한 음식만화가 지금까지 크게 간과하고 있던 치명적인 부분이기도 하구요. 물론 가게 분위기가 어쩌니 인테리어가 어쩌니 하는 단편적인 거론은 있지만 그것을 [고독한 구르메] 수준으로 세심하고 구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살려낸 것은 아마도 없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렇다고 [맛의 달인]같은 순수하게 음식 그 자체를 추구하는 만화가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고독한 구르메]는 먹는 행위에 있어 '공간'의 중요성을 최대한으로 증폭해내고 완성해낸 만화라는 점입니다. 그만큼 다양한 공간(식당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이 주는 생생함, 공기, 그에 영향받는 주인공의 미묘한 감정이 마치 독자가 그곳에 있는 듯한 현장감마저 느끼게 하고, 그만큼 각 공간을 독특하고 일종의 의미있는 것으로 자리매김합니다.

또한 주인공의 입장상 독자로써도 이입하기 쉬운 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오로지 맛집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먼 동네나 지방까지 여행하고, 항시 인터넷과 잡지 등을 통해 철저히 맛집 체크를 할 정도의 '독한' 매니아급 구르메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렇다고 그 정도의 식도락가가 아닌 사람이라고, 맛있는 것이 싫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 사실 아마도 숫적으로는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맛있는 것이 좋기는 하나 매니아 정도로 맛집을 찾아다니는 여유 또는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고, 주변에, 그리고 마침 들른 모르는 동네에 맛있고 포만감을 채워주는 식당을 어쩌다가 만나면, 그것만으로도 충만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요. 맛난 밥 한 그릇이 인생이라는 여행길에 지친 기력을 되살려주고 다시 길을 나설 수 있는 소중한 '인연'임을 각인시키는 만화, [고독한 구르메]입니다.

덧1. 다니구치 지로의 작품이 점점 국내에 소개되는 중이니 이것도 곧 번역될 듯도 합니다.

덧2. 이노카시라는 [맛있는 건 좋아하지만 술은 못하는] 점이 공감이 느껴지더군요~ 좀 귀여운 아저씨고 가게 분위기 살피고 눈치 보고 엉겹결에 따라서 주문해버리는 소심함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덧3. 오오사카편을 보면 왜 관동 사람들이 관서 사람을 어려워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물론 그래도 오오사카 사람들...참 재미있습니다^^ 카와사키편은 보면서 당혹감과 동시에 부러움(?!)에 몇번이나 [푸핫...이 아저씨 대낮부터 뭐 하는거야!]를 연발했는데 일본웹의 반응을 보면 저만 그런 게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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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만화2008. 5. 17. 23:39


연재개시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2화 연속 쉬고 있는 동인녀 비망록OTL

개인적인 중요한 일+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는 중이라

예고없이 쉰 것 양해해 주입시요(굽신굽신)

그 대신 은근히 팬층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동생 히무자의 그림으로 땜빵하겠습니다.

사실 히무자가 그림을 그리면 무조건 18금이 되기에,

블로그를 위해 수위를 조금 조절해달라고 했더니

히무자는 자기는 돈을 위해 그리는 치들과는 달리 삘이 올 때만 그린다며 딴소리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몇일 뒤 (자칭) 18금이 아닌 몇장의 그림을 던져주더군요.

그래도 좀 18금급 노출이 많아서 그 중 좀 양호한 것만 골라 올려봅니다.




남동생이 드물게 여자를 그려서 먼저 올려봅니다.

캐릭터들은 대략 보시면 누군지 아시겠지요.

그래도 [동인녀 비망록] 땜빵용이라고 남동생도 나름 신경을 써서 남자를 그려주었습니다.

랄지 평상시에도 90% 남자만 그리지만....



바이오하자드라고 주장하는 그림.

캐릭터들이 누가 누군지 너무 뻔함으로 설명은 생략하겠다고 합니다.

히무자가 손 가는대로 그리면 97% 이런 그림이 나옵니다.




동인녀 비망록이라 그런지 여성향 최고히트 중 하나인 그렌라간도 서비스.

이거는 저도 좀 고민했지만 그냥 15금 정도로 판단해 올렸습니다.

모자이크 처리하면 히무자가 화낼 것이고 말이지요...

아무튼 다음주까지 히무자 그림을 보셔서라도 양해를...(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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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만화2008. 5. 13. 23:13

울트라점프 부록

스틸 볼 런 마우스패드 획득!!!

하하하하하아하하하하하핫~



근데 정작 울트라점프 자체는 볼 게 없었으니 부록때문에 산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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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만화2008. 4. 23. 22:23

지난 일요일 아침...모 JR선...이 겹치는 역으로 들어가던 저는

입구에서 자살방지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에게서 팜플렛을 받았습니다.

보통이라면 안 받거나 버리겠지만 포스팅꺼리 자살방지라니 좋은 일을...하고 받고선 펼쳐봤지요.

그런데 그 그림이...



....김전일 작화가 그림이잖아?

아니 그런 유명 작가인데 왜 이런 팜플렛을??

소위 말하는 짝퉁인가! 깨끗한 척 하는 일본에도 짝퉁이..(술렁)



...라고 하기에는 펜선이나, 그림체나, 구도나, 톤 쓰는 거나 너무나 사토 후미야라서
(물론...김전일도 본지 몇년이나 되지만 저도 그림쟁이라 이 정도는 판단 가능)

이건 아무래도 본인이다...그런데 대체 왜 이런 역앞에서 나눠주는 조악한 팜플렛에 만화를 그렸지?

...그 대답은 만화 안에 있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 팜플랫은 자살방지 캠페인 목적...

시작부터 웬 샐러리맨 아저씨가 삶의 의욕을 잃고 철로에 뛰어내리려 하고 있습니다.

샐러리맨은 당연히 괴로우니 자세한 이유따위 필요없습니다T_T



그런데 느닷없이 웬 소년과 벙어리라 팻말로 대사를 하며 귀여운 척 하는 괴생물이 나타나

[자살해도 편해지는 건 아니에요!]라며 아저씨를 말립니다.

여기까지는 뭐 평범한 계몽만화...하지만 문제는 다음 컷이었으니...



자살하면 귀신이 되서도 자기가 죽은 줄 모르고 계속 같은 장소에서 자살시도를 하고
타고난 수명이 다할 때까지 성불하지 못하고 지상에서 떠돌며
지나가던 애꿎은 사람에게 씌여서 자살시킨다는군요...


...뭐야 이 사이비적으로 구체적인 해석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센스는!!!

너무 수상해! 랄까 설득력도 없잖아!

어떻게 이딴 걸 보고 자살하지 말라는 소리야??!



아무튼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가족을 생각해요]라며 아저씨를 설득한 소년...

그런데 꽁지머리나 이목구비나 전체적으로 너무 김전일스러워서

범인을 자살로 몰아넣는 악독한 취미의 김전일 상판데기로 자살방지를 외치다니 왠지 꺼림찍하군요...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김전일이야말로 사실은 黑 김전일이고

이 만화의 천사 김전일은 그 악한 김전일로부터 분리된 자아인 것입니다...

지금은 악마탐정 김전일의 힘이 너무 강하여 범인들의 자살을 잘 막지 못하는 천사소년 김전일이지만,

이렇게 자살예정자들을 말리며 무한의 미래를 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지만 아무튼 문제는 이 만화의 정체.

자살자의 영혼에 대한 너무 사이비적으로 구체적인 설명은 대체...?



...그렇습니다. 이 만화는 종교법인 [행복의 과학]에서 출시한 팸플랫...

조사해보니 사토 후미야는 수년 전부터 [행복의 과학]의 열성신도였다는군요(...)
(왠지 과학이라니 싸이언톨로지가 생각나지만 일본에서 생겨난 신흥종교라 함.)

저 과도하게 구체적인 사후설정은 사토 후미야의 신념이 아닌 교리...라고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교리를 믿고 있는 셈이니 결국 같은 것 같지만...)

아무튼 유리가면 작가 사례도 있어서 만화가와 신흥종교의 관계맺기는 좀 이미지가 안좋은 편이지만,

뭐 [행복의 과학] 때문에 작가 연재가 늦어졌다던가 무기한 쉬고 있다는 소리는 없으니 아직은 괜찮은 듯.

아무튼 일본이라 볼 수 있었던 유명작가의 기묘한 만화였습니다. 핫핫핫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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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만화2008. 4. 17. 01:08

전 요 몇일간 기숙사 근처를 탐방...아니 거의 탐색하고 있습니다.

원래 목적은 관리인들이 참고하라고 준 가게 리스트에서 저렴하다는 곳을 찾으러 가려다가,

방향지시가 어딘가 이상해서 이상한 데서 헤매다가 헤매는 재미에 눈을 떳다고 할까요.

그것도 있고 적당히 운동하기 좋은 산책로 탐색...도 있고 아무튼 문제의 가게는 어제 직감적으로 갔다가 발견.

아무튼 그렇게 헤매다가 홍대앞 모 줄서는 라멘집보다 맛있고 줄 안서도 되는 돈코츠 라멘도 발견하고,

식빵이 참말로 맛있는 구석진 빵집도 발견하고 돈까쓰 세트가 뭔 1800엔이나 하는 가게도 지나치고
(대체 무슨 돼지고기로 만든 돈까쓰길래...금돼지냐??-_-)

작지만 다양한 잡지를 갖춘 동네 서점도 발견했습니다.

잡지 신간이 나오는 기간은 아니라 소녀만화잡지 가까이 꽂혀 있던 BL류는 뭐 비보이 정도밖에 없었는데
(이쪽은 워낙 퀄리티나 트렌드가 너무 대중적이랄지 들쑥날쑥해서 단행본 아니면 잘 안보게 되지만...)

아무튼 고개를 돌려보니 노멀 SM류의 포장된 앤솔, 잡지들이 보이고 그 위에 게이잡지와(...왜?)

타가메 겐고로 작 [외도의 집] 하권이....



으윽! 이건 사야해! (게다가 이해할 순 없지만 전혀 포장되있지 않고 속을 볼 수 있다...)

했으나 상권이 보이지 않는다....(덧붙여 하권은 두권이나 있었다....)

주인아저씨 말로는 다 팔려서 주문해야 들어온다고.....

서점에서의 주문이란 건 물론

책 제목을 넣고

요청자의 연락처를 넣어

책이 들어오면 연락해주는 것이지요...

참고로 전...

신분증 문제로 아직 핸드폰을 못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화번호를 적어야 할 땐 기숙사 관리실로 적어놓고 있는 상태입니다.

만약 책이 들어왔을 때

관리실에 [김모씨가 주문한 외도의 집 상권 들어왔습니다]하고

관리실에 전화가 들어와야...하겠습니까?

저는 거기까지는 떨어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실 정기권 사고, 방값 내고 해야하는 빈궁한 유학생 신세로써

학술서와 교재 사기도 빠듯한데 저렇게 두껍고 인쇄상태도 하앍하앍한 책은

지금의 제 방에 두기에는 지나친 사치품목입니다...

저는 그런 책이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좀더 자신을 갈고닦지 않으면 안됩니다.

라고 쓰니까 왠지 이상한 의미가 되지만....아무튼 그런 겁니다.

그리하여 당장의 지름의 위기는 넘어섰다는 결론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동네가 초 하드 SM 게이만화의 앞권이 다 팔리고 없는 거지?

라는 미스테리는 차후의 과제로 남겨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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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만화2008. 4. 11. 22:49



소년애(少年愛) 장르의 원조, 즉 야오이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다케미야 케이코의 [바람과 나무의 시].
시기적으로는 하기오 모토의 [토마의 심장]이 먼저 나왔지만 정신적인 사랑에 가까웠고
하기오 본인도 인정하듯 그녀를 남남물에 끌어들이고 육체적인 소년애를 부각시킨 것은 바로 다케미야.
뭐 그런 것만이 아니라 심리묘사 등의 연출에서도 일본만화 연출사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작품인데...
사실 이미지 상으로는 남자 기숙사 배경의 응응응 하는 삐리리 내용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정작 안을 들여다보니 그 정체는 사실.........



무협물이었다.

그 증거로 화려한 무술연무를 자연스럽게 일상동작으로 화한 질베르를 봐라!

때는 19세기 말, 불란서국 남부의 낙혼부라도 (落魂不羅道) 학원.
불란서국은 십수년전 보불전쟁에서 큰 타격을 입고 젊은이들의 무술수행에 힘을 쏟고 있었다.
그러한 낙혼부라도는 대체 어디서 배웠는지 사파(邪派)의 요술과 암기를 사용하는 질베르에 의해
혼란에 휩싸여 학생들의 기강에 애로사항의 꽃밭을 이루게 했다.



보다못한 B클래스의 지도생인 칼이 질베르를 저지하려고 했으나,
되려 질베르의 다크사이드 빠와~ 언리미티드 빠와에 호되게 당해 간신히 목숨만 건지고 도망쳤다.
이대로 과거의 명문, 낙혼부라도는 똥통학교로 전락하는 것인가?



모두가 희망을 버리려던 찰나, 폭풍우와 함께 한명의 전학생이 찾아온다.
그의 이름은 세르쥬...과거 낙혼부라도를 비롯해 전 구라파 무림 최고의 고수였으나,
밀교의 여인과 사랑에 빠져 사랑의 도피를 한 후 행방이 묘연했던 아스란의 외아들이었던 것이다.
낙혼부라도의 사람들은 세르쥬 소년에게 새 시대의 희망을 본다.
그야말로 질베르를 쓰러뜨리고, 학교에 평화와 영예를 되찾아줄 것이라고...



물론 질베르도 호락호락 당하고 있지많은 않았다.
비열하면서도 무시무시한 암기를 사용해 세르쥬를 위기에 빠뜨린다.
이 장면에서 보다시피 독을 바른 암기가 심장 주위에 맞아 세르쥬는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세르쥬는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가 물려주신 육중한 건반의 피아노로 수행한 몸으로
타고난 재능도 더해 다져진 악력과 내공이 비범하였으며 사실 심장이 오른쪽에 있는 선택받은 몸이라
질베르의 치명적인 공격을 이겨낼 수 있었고 바로 다음 순간 막강한 반격을 행한다.
바로 전설의 변호사가 가르쳐준 비술 [찌르기]와 [증거 제시] 양 기술을 합친, [이거나 처먹어라!]....
질베르는 패배감에 전신을 부들부들 떨고, 이들의 대결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데...

......라는 건

물론

당연히



제가 아무래도 뭘 건전하게 만드는 재주는 있는 것 같습니다.

어디 사전검열이 철저한 나라에나 취직할까...

농담이고 사실은 매우 진지하고 위험한 내용이고

사실 너무 길어서 다 사지도 못했고 아직 문고판 2권까지밖에 안 읽었지만

그리고 대작, 명작인 것은 알지만 그래도 보다보면......

막 웃음이 멈추지 않아서 미치겠어요 ㅎㅎㅎ

아니, 대체 같은 시대에 비슷한 배경에 소재라도 [토마의 심장]은 진지하게 봤는데

[바람과 나무의 시]는 왜이리 뿜는지...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뿜습니다.

어쩌면 [거인의 별]과 [내일의 죠]의 차이같은 거 일지도 모르겠군요...

아니 그러니까 왜 웃기냐하면...



마 이런 장면이 줄기차게 나오는데 안 웃고 배기겠어요 ㅎㅎㅋㅋㅋㅋㅋㅋㅋㅋ

나름 생각해 봤는데 [토마의 심장]은 아예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문제를 다루는 반면,
(물론 육체적 폭력에 대한 소재도 중요하지만 결국 육체적인 점 자체보다는 폭력이 정신에 끼친 영향이 더 메인)

[바람과 나무의 시]는 사실 까놓고 보면 적나라한 육체관계를...70년대식에다가 시적인 연출로 그리니까

아무래도 성적 연출에 대한 시대적 간격상 뿜을 수밖에 없는 게 아닐지...

그래서 진도는 안나가고 뿜느라 패러디만 생각나고....아 미치겠다는...ㅎㅎㅎㅎ

.....죄송합니다 다케미야 선생님.

그나저나 피아노 천재들은 꼭 비정상적으로 무거운 건반으로 연습해야 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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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만화2008. 4. 8. 21:21

그 동안 통 포스팅을 못하다 보니 썰렁한 블로그....뭐 간혹 피땀을 주입한 포스팅을 해도 찬바람 불 때가 더러 있으니 그다지 새로운 현상은 아닙니다만 그만큼 방문객들이 하이클래스하고 쿨하고 쉬크하시다는 의미지요☆
그래도 포스팅하지 않는 돼지는 그냥 돼지일 뿐이라는 옛 말이 있듯이 근황이 아닌 포스팅을 해보겠습니다.

....사실 얼마 전에 구입했으니 어떻게 보면 근황이지만...
아무튼 요전에 동네 북오프에서 산 하기오 모토의 [마지널], 문고판으로 전 3권입니다.

이 만화는 해적판을 본 친구가 귀뜸해준 기억은 있는데 [남자밖에 안 태어나는 나라에서 남자 두명이 수수께끼의 미소년을 만나 사막을 여행하는 이야기]라고 했습니다만 아주 틀린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맞다고는 하기 좀(...)

어쨌든 남자밖에 태어나지 않는 세계관이 배경이기는 합니다. (단 동물은 암수가 있습니다.) 이 세계에는 단 한명의 '마더'라는 존재가 출산을 전담하여 숭배의 대상이고 나이가 찬 남자는 '도시'를 찾아가 '마더'에게 아이를 받아 키우며 사회가 유지됩니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아이의 수가 급감하고 세계에는 망조가 보이며 사회는 혼란에 휩싸입니다. 이러던 와중 멸망해가는 부족의 남자 그린쟈는 사막에서 기억을 잃은 금발의 소년을 발견합니다.

사실 줄거리를 여기까지만 설명하고 싶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만화입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그린쟈의 시점에서 진행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린쟈가 주운 소년인 키라, 키라를 구입한 성질머리 급한 청년 아시진, '도시' 시장의 어린 아들, 하늘에서 떨어진 여행자, '마더'를 관리하는 메디컬 센터의 장관 등 다양한 입장에 처한 인물들의 눈을 통해 이 세계와 키라의 '진실'에 근접해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방대한 스케일과 적절한 균형감각은 데즈카 오사무 계통의 초기 스토리만화가 연상되는 형태로 다양한 사건과 모험이 벌어져 박진감이 넘치지만 동시에 적절한 페이스로 쉬어가면서 캐릭터들의 내면을 비춰내고, 또 그것이 내용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녀만화적 감성과 섬세함도 갖추고 있기에 누구에게나 적절하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하선생 작품이라도 [잔혹한 신이 지배한다]는....18금이고...어른이 봐도 대미지를 입을 수 있음.)

특이한 점은 여성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데도 근본적으로는 여성, 여성성에 대한 탐구라는 점. 다음이 궁금한 SF모험물이라는 장르를 취하면서도 동시에 젠더에 대한 상당히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이거랑 우테나면 완전 젠더학, 여성향 개론 참고교본으로 써도 되겠다 정도. (오오...근데 그런 강좌 만들면 아무리 우리나라에서 인기 없는 젠더학이라도 나름 히트칠지도. [만화, 애니로 배우는 젠더학 개론]. 문제는 제가 그 쪽을 잘 모른다는...) 그리고 전체적으로도 작가의 균형감각이 상당히(!) 뛰어나서, 비단 앞서 말한 다중 시점의 밸런스 뿐만 아니라 세계관에 대한 감각 면에서도...예를 들면 이 세계의 인간들은 과학이 뒤쳐져있고 미신을 믿는 등 메디컬 센터의 (사실은 다른 우수한 과학력의 문명에서 온) 직원 및 그들 세계의 인간들이 보기에는 한없이 한심하고 미개하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직관과 행동력이 때로는 이성과 계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센터 인간들보다 더 적절한 판단을 내리게도 하며 멸망해가는 상태를 어떻게든 극복하려고 합니다. 센터의 인간들도 사실 이런 식의 이분법적 인류가 존재하는 내용의 경우 과학맹신,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대체로 인정사정 없고 비인간적인 존재로 묘사될 가능성이 많은데 [마지널]에서는 과학력이 뛰어난만큼 당연히(!) 문명적으로도 발전한 사회라서 매우 합리적이고 조금 미묘한 듯 하지만 인권의식도 상당히 발달해 있습니다. 그 편이 사실적이기도 하구요.

아무튼 순식간에 읽어내리면서 읽은 후에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만화였습니다. 마무리도 정말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어서 좋더군요. 원서 읽으실 수 있는 분이면 서울역 북오프에 들어오는 걸 구하는 것도 괜찮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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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만화2008. 3. 21. 01:40

[잔혹한 신이 지배한다] 이미지 출저는 아마존 저팬

The Comics Journal 269호에 기재된 하기오 모토(萩尾 望都) 인터뷰입니다. 요즘 [잔혹한 신이 지배한다]가 정식으로 출시되면서 하선생(^^;)님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는 대세를 타는 것...도 있지만 컴퓨터 앞에 내내 붙어있다 보니 괴로워서 조금은 현실도피로 올리게 되었습니다. 출저는 일본 교토 세이카 대학교 만화학과에서 강의하는 미국인 인류학자 매트 손(Matt Thorn)의 홈페이지로 인터뷰도 매트 손이 담당했습니다. 사실 이분과도 지인 사이라 웬만하면 허가를 받고 올리고 싶었지만 작년부터 연락이 통 안되고 있어서(...) 문제가 생기면 삭제합니다.

원래 지면에는 인터뷰에 앞서 하기오 모토에 대한 굉장히 상세한 소개가 곁들여져 있는데 너무 길어서 우리나라에는 지식즐이라는 것이 있고 또한 미국과는 달리 하선생님 작품이 최소한 하나 정도는 정판으로 소개되고 있으니 생략합니다. 또한 주석도 일본 만화 및 문화에 익숙하지 않을 미국 독자를 위해 엄청나게 많이 붙어있고 상세히 설명되어 있지만 국내 실정을 고려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만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주석의 경우는 대상 독자가 다르니 번역보다는 제가 직접 쓰는 게 효율적일 듯해 그렇게 씁니다. 이미지도 제가 독자가 지겨워서 돌아가시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멋대로 도중도중 끼워 넣은 것으로 원문에는 없습니다.

인터뷰에 앞서 하기오 모토에 대해서 소개를 하자면 1949년 5월 12일생으로 황소자리 O형입니다. 모토라는 독특한 이름은 의외로 본명(!)으로 클래식을 좋아하던 부친이 모차르트의 ‘모’와 ‘트(일본어로는 ‘토’)’를 따서 지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소녀만화에 SF, 판타지, 코메디, 호러, 스릴러, 소년애 등 다양한 장르 및 소재를 접목시켜 치밀한 심리묘사와 탁월한 연출로 일본 소녀만화 역사에 있어 중요한 인물입니다. 대표작은 [토마의 심장], [포의 일족], [11인이 있다!], [이구아나 소녀], [잔혹한 신이 지배한다] 외 다수 있습니다. 쇼가쿠칸 (소학관) 만화상,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일본 SF 대상 등의 수상경력이 있습니다.

인터뷰는 2004년 12월 6일, 도쿄 외곽 한노시(市)의 하기오의 (상당히 넓은) 자택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동거인이자 매니져인 죠 아키코도 당시 같이 있어 가끔 발언하기도 합니다. 인터뷰어인 매트 손과 하기오가 같은 세이카 대학에서 강의해 서로 친분이 있는 만큼 상당히 스스름없는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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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만화2008. 3. 18. 00:02


[주식회사 천재 패밀리] [노다메 칸타빌레] 등의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만화가 니노미야 토모코.

국내에 최근 출시된 단행본 [음주가무연구소]는 작가의 진솔한(...) 술주정뱅이 라이프 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일본과 맞먹거나 혹은 더 막나가는 음주문화의 우리나라에도 통하는 게 많을듯...)

이 중에 작가가 당시 푹 빠져있던 책이라는 [시마 과장]에 대한 소개가....

과장 시마 코사쿠. 돈이나 출세에는 관심없는 능력 있고 상쾌한 아저씨.
나쁜 상사에게는 대들고 사장의 여자에게 손을 대는 대담무쌍한 과장!
전국 각지의 술집에서 행운의 여신을 만나고
아무리 좌천을 당해도 반드시 본사로 돌아오는 불사조!
세계로 진출하는 슈퍼 재패니즈-그가 바로 과장 시마 코사쿠야!


...제법 정확?!

전 정작 [시마 과장] 중학교 때 보고 그다지 재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 보면 재밌으려나...리맨물 보는 느낌으로...
적당한 남캐러 붙여놓고 과장 총수~하며 망상하거나...분명 어딘가 시마과장 여성/게이향 동인 있을걸

아무튼 니노미야는 [시마 과장]을 저딴식으로(...) 해석해놓고는

마지막에는 "히로카네 선생님, 거슬리는 데가 있다면 사과할테니 술 사주세요"

라고 끝맺음하고 있습니다(...)

당신 좀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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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만화2008. 3. 9. 22:09


부천 웹진에 의료만화 칼럼 올랐습니다.

작년에 거탑 종영 즈음을 맞아 쓰고 싶다고 했는데 거의 1년 지나서야 통과가 됐군요;

사실 이 기사를 쓰고 싶었던 이유의 8할은

블랙잭에 대해 쓰고 싶어서

블랙잭에 대해 쓰고 싶어서

블랙잭에 대해 쓰고 싶어서

...가 아니냐고 문책해도 변명할 말이 없습니다.

원래는 보통 하듯이 한 네 작품 정도만 뽑아 쓰려고 했는데 도무지 그렇게 안되겠더군요.

그래서 아예 그냥 테마별로 몇개씩 묶어 올렸습니다.

결론은 사실상 한국 의료만화라고 할 수 있는 게 [왕십리 종합병원]밖에 안된다는 현실에 대한 신세한탄....

그것도 개그만화지 전문 의료물은 아니지만, 그나마 한국만화 중엔 의료물에 제일 근접하다구요...

드라마에 의사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만화에서는 제외되었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Posted by 시바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