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2008. 2. 23. 00:25
요즘 학교 일, 이런저런 개인사정, 업무 일로 바빠 피곤한고로 포스팅이 게으릅니다.
이럴 땐 적당히 BL 작가 얘기나 날려줘야죠(...)

후카이 유우키 (深井結己)

국내출시 작품 (아래로 갈수록 최신작):
행복한 꿈은 그대로
나는 당신의 개니까
The Prayer (1), (2)
모래밑의 수맥
너의 입술에 맺힌 밤이슬



제목: 너의 입술에 맺힌 밤이슬
등장인물: 안경회사원 X 버스운전사
주제: 중딩 때 저지른 과오 15년 뒤에 150배로 되돌아온다.
교훈: 인과응보. 제복과 사복이 있을 경우 제복이 깔릴 확률이 높음.


후카이 유우키는 사실 꽤 옛날부터 좋아했던 작가입니다. 다소 취향 타는 작가라 추천하기 애매하긴 하지만요.

이 작가를 접한 계기는 랜덤하게 구입한 [레이진]의 연재작으로, 정작 처음에는 그림이 영 허술해보여서 안 보고 넘어갔다가 나중에 소설까지 다 읽고 볼 게 떨어졌을 때야 비로서 읽었는데 ([기도하는 사람] 마지막회였습니다) 곧바로 작가의 단행본을 찾아 인터넷을 배회하기 시작했습니다.

첫인상은 나름 미형을 시도한 것 같기는 하지만 평균적 BL 기준에서는 좀 미달인 듯한 부실해 보이는 그림체와 끊어지듯 이어지는 선이기는 한데 좀더 근본적으로는 그 안에 농축된 불안과 우울함이 신경에 거슬리기에 정 붙이기 어려운 것도 같습니다. 물론 그게 취향이 맞는 사람은 미치고 환장하게 하구요. 그리고 씬이 유난히 하드...정확히는 과격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동선을 많이 넣거나 뭘 적나라하게 그려서라기보다는 서로 갈기고 몸싸움하는 게 실감나서입니다. (그리고 왠지 모르지만 일찍부터 꼭 다리털을 그림. 수라고 예외 없음.) 그래서 이 작가의 삐리리 필력은 강제 시츄에이션이나 강간씬 종류에서 최대 파워를 발산합니다. (...) 이런 데서도 역시 독자에 따라 명백히 취향이 갈리지요.

내용적으로도 그림대로 음울한 쓸쓸함과 무거움이 지배하는 시리어스가 장기로 비교적 초기작에 속하는 단편모음집 [나는 당신의 개니까]같은 경우 비극으로 끝나는 단편들이 가장 강렬하기도 했습니다. 양적으로 따지면 훈훈하고 행복한 내용의 단편도 많지만 그래도 역시 이 작가의 진국은 해피엔딩이든 비극이든 음울적적한 지지리 궁상과 오해와 폭력으로 점철된 가시밭길에서 뒹구는 고통스러운, 그리고 그런만큼 애절하고 처절한 애증극의 과정을 투박한만큼 꾸밈없이 그려내는 장편에서 발휘되는 게 아닐까 합니다. 그렇게 살기 힘들다보니 스트레스가 쌓인 캐릭터들이 살짝쿵(때로는 좀 심하게) 미치는 것도 공통된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인들에게 이 작가를 추천하고서 좋은 소리 들은 적은 없어서 (정확히는 한두번 시도하다가 안 통한 이후 그냥 혼자서 즐기기로 함...) 망설였지만 최신작 [너의 입술에 맺힌 밤이슬]은 적당히 자극적이고 대중적인 표지 덕분인지, 지금까지 출시된 작가의 작품 중에선 가장 안정된 작화를 보여주어서인지 상당히 호평이고 현대지능개발사 주간 판매율에서도 1위라 조심스럽게 추천해봅니다. 이 책이 좋았다면 [나는 당신의 개니까] [모래밑의 수맥] [The Prayer]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사실 하필 이 작가를 쓴 건 별 이유는 없고 그냥 이게 마침 최근 구입한 만화책일 뿐....

그리고 18금 만화니까 원래부터 BL만화를 잘 안본다던가 18금 자체를 안좋아하는 분이라면 절대 입문작으로는 내세울 수 없는 작가이므로, 괜히 봤다가 데여가지고서 [나쁜놈! 날 속였어!]하고 원한의 칼을 갈지 말고 감당 못할 것 같으면 아예 보지를 않는 게 현명한 선택입니다. 진정한 용자는 자신의 한계를 아는 자...라는 말 비슷한 명언이 어딘가 있을 겁니다.
Posted by 시바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