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2008. 8. 11. 12:25


[도박패왕전 제로]의 인기 덕분인지 요즘 2쇄가 나오고 있는 [무뢰전 가이] 편의점판.
(가능하면 이번 기회에 책 쪽도 재판이 되거나 문고판이라도 나왔으면 하지만...)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첫 소년지 도전작...이었으나 결국 청년지로 옮기게 되었으니
소년지 연재물로써는 실패작이라고 할 수 있고, 작가의 장편 치고는 상당히 짧은 5권 완결이지만
그럼에도 상당한 완성도와 탄탄하면서도 긴박감 넘치는 진행과 안정된 결말을 지닌 수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그 짧음 덕분에 후쿠모토 만화 중에서도 각별한 애착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영화화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몇년 전 영화화할만한 만화의 소개, 시놉시스 공모전이 있어서
열심히 [무뢰전 가이] 추천문을 써서 보냈으나 처절히 씹힌 경험도 있....
...지만 새삼 다시 읽어보니 영화나 애니로 하기 부적절할만한 이유가 충분하군요(...)

일단 내용부터가 소년범죄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일본이 아니라도 민감하고,
소년범 수용시설 [인간학교]를 통해 애새끼들 다 때려잡아야해식의 보수적 성향의 폭력적 핵심을 찌르고 있고,
주인공 가이가 고아이며 중학생이라는 점에서 이중적인 사회적 약자이고,
그런 약자에게 가해지는 부조리와 폭력이 섬뜩할 정도로 잔인하게 그려지고 있고,
또한 남자누드가 몇회에 걸쳐 과다하게 많이 나오는 데다가 내용적 중요성상 뺄 수도 없는 부분이고(...)
이러다보니 영화나 애니로 하기에는 상당히 걸리는 부분이 많은 원작인 것입니다. 특히 다량 누드 부분...

물론 아마도 소년지에서 누락된 이유는 사회비판이나 히로인 부재같은 것보다는
3회 동안 경찰과 대치중인 등 후쿠모토 특유의 끈질긴 진행이 소년지 페이스에 안맞았을지도...
...라고 여겨집니다만. 아직 [아카기] 애니화 한참 전이라 그림에 친숙함/매력 느끼는 독자도 적었을지도OTL

어찌되었든 몇년만에 다시 보며 소록소록 와닿는 것은 역시 주인공, 쿠도 가이의 귀여움(!)
13세의 소년 가이는 태어날 때부터 버림받아 시설에서 자라고, 얼굴 한쪽에는 큰 화상자국이 있습니다.
성장환경적, 외모적 요인으로(바탕은 이쁘것만...) 또래들과 어울리지 않고 고립되는 존재입니다.
거기에 더해 천재적이랄지 조숙하달지 아무튼 범상치 않은 의식체계(...)는 더욱더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이 고립은 가이를 성장시켜주면서 동시에 각종 위험에 노출시키는 다면성을 띄고 있습니다.
아마도 책과 신문을 많이 읽고 영민하지만, 공부 머리쪽은 아니라 성적은 안 좋은 학생이었을 것 같고요.

그러니까 가이가 어떤 소년이냐 하면은...

부모가 용돈을 안주거나 잔소리를 한다고 욕하거나, 때린 것을 자랑하는 동급생들의 수다를 듣고
참다 참다 못해 너네는 부모에게 얹혀사는 주제에 웃기지 마!--라고 한마디 했다가
너도 시설에 얹혀살잖아!--라는 반격에 할 말을 잃고 내가 저런 벌레들과 같다니...라고 좌절하여
그 날로 자취할 방도를 진지하게 모색하는...그런 소년인 것입니다.
물론 주변에 다정하고 상냥한 누나나 형이 있었다면, 너는 미성년자니까 어른에게 보호받는 게 당연하다던가
그래도 너는 시설을 욕하거나 시설 선생님들을 패거나 하지 않잖니...라고 지적해 주었겠지만...
생각해보니 더 이상 소년이기 싫었다고 할 정도로 조숙하니 어차피 흘려들었을지도(...)
그러나 이런 천재성에도 불구하고...아니 어쩌면 그 때문에 가이의 [무른] 점이랄지
묘하게 미성숙하고 아이같은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라고 느껴집니다.  
평소에는 별로 중학생답지 않고 자의식적으로도 그렇게 인식하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결정적인 데서는 미성숙함과 천성 탓에 미묘하게 무른 곳이 있고, 그것이 매력적인 가이입니다.
초반에 방심해서 탈출 기회를 놓졌다고 엄청나게 자책하는 장면에서는 가이 본인보다 독자의 마음이 더 아픈
무의식 중에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사랑스러우면서도 안타까운 소년인 것이지요...

뭐 만화 내내 누명 쓰고 감금당하고 두들겨 맞고 심각하게 인권이 유린되는 등 험한 팔자라서도 있겠지만(...)

모난 성격 탓에 앞으로도 평탄치만은 않은 삶을 살게 될 것 같지만,
특유의 확고하고 올바른 마음가짐과 일관성으로 앞으로 더욱 성장해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 진실성을 알아줄 동료나, 친구도 생겨날 것 같구요.

요는 가이는 너무나...너무나....
안타깝게 귀엽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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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