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면 8, 9시는 되고, 밥 먹고 운동하고 씻고 나면 다음날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기 위해 일찍 잠들고...하다보니 포스팅할 기력이 부족한 편입니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
(어쩌다보니 2대 죠죠...의외로 3부 이외의 이미지 찾기 힘듬...)
K모 언니에게 낚여 1, 2, 3부를 해적판 메가톤맨(...) 버전 스캔본으로 읽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웬만해서는 스캔본 안 읽는 주의지만 정식판이 아직도 안나왔으니 별 수 없지요...)
1, 2부는 완독하고 3부 초반을 읽는 중이지요.......
아무튼 뭐랄까......
정말.............
기묘한.....만화입니다.......;;
물론 재미는 있지요. 하긴 재미없는 만화를 3부까지 읽을리가 없겠지만....
게다가 매우.....의외였던 만화입니다.
그러니까 초반 스토리도 그렇지만 3부작 전부가 가족드라마이고....
(주인공들이 전부 통칭 "죠죠"라는 이름으로 직계선조와 직계 후손의 관계임. 한마디로 브로크백을 오로지 가족 중심으로만 봐서 쥔공들 즐이셈!---이라고 감상한 분들이 보시면 흐뭇해 할, 孝와 禮로 충만한....팔자 더럽게 세고 남자 명 짧기로 소문난 집안이 죠죠 집안.....;;)
1, 2부는 무려 대하 스펙타클 초 스타일리쉬 액션 흡혈귀물이며.......
(그렇다! 흡혈귀물이었따! 솔직히 왜 [죠죠]를 홀라당 빼두고, 앤라이스의 뱀파이어 시리즈나 [헬싱]같은 것만 흡혈귀물의 대표로 쳐주는지 모르겠다! 엄연한 흡혈귀물이라니깐!!! 진정한 흡혈귀물 매니아라면 레이스 귀족놀이 흡혈귀나 흡혈귀랑 총질하는 것 뿐만 아니라 떡대 흡혈귀들의 대혈투전설도 봐야 한다!!!)
뜨거운 남자들의 대서사시(어찌나 뜨거운지 데일 것 같은...)이기도 합니다........
(정말 이렇게 순수한 소년만화의 열혈, 우정에 대한 가치가 제대로 살아있는 만화도 간만인듯.......
...........물론...뜨겁다는 말은....여러가지 의미로도 적용됨........;;
솔직히 말해 원작을 구해읽기 힘들다는 이유 외에는 왜 우리나라 동인계에서 안 다루는지 모르겠음....폼만 잡고 멋만 부리는 요즘 소년만화들과는 확실히 강도(强度)가 다름....;)
물론 저 모든 수식어들 앞에 당연히 초아스트랄 이라는 형용사도 빼놓을 수 없겠죠....
처음엔 그림체 때문에 가볍게 북두의 권~생각했다가.........
1부에서부터 막..........나가고 막.....끝나니.........;;
(너무 충격적인 엔딩이었다...끝낼 시점에서 안 끝냈다는 반전(?)도 충격....)
게다가 1부는 빅토리아조 영국에, 2부는 2차 대전시의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이니...
유럽시대극이 좋아서 [엠마] 등의 만화를 즐겨보시는 분들도 흥미롭게 볼 수 있겠군요...
(물론 [이런 영국에는 가고싶지 않아!]라던가 [이런 유럽에는 가기 싫어!]...라고 외치며 유럽 배낭여행을 취소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책임 못짐...)
무엇보다 작가의....센스.
뭐라 감히 범접할 수 없는............저 센스.
글로는 설명하기 힘들고....아무튼 직접 봐야만 알 수 있는 기막힌 패션감각의 복장이나, 기기묘묘하게 꼬이면서도 감히 태클 걸 수 없는 인체나, 잔혹하기도 하지만 코스모스럽기도 한 액션이나, 너무나 예술적인 나머지 은연중에 흉내내고 싶(다가 한달은 근육통에 시달릴 것 같)은 포즈나, 이미 초반부터 아스트랄계로 넘어간 스케일이나.......
게다가 작가 그림도 점점 발전하는 것도 눈에 띄어서 좋구요.......
그러고보니 사실 만화책 보기 이전에 최근의 애니판을 조금 봤었는데.....(3부 애니화된 것)
직접 3부를 보고 나서 깨달은 것이.......
뭐얏! 애니판은 사기다! 왜 저리 죠죠가 삭았어!!!
[원래 삭은 그림이잖아!]....라고 하신다면.......
아닙니다..........
3부의 3대 죠죠인 쿠죠 죠타로는....미형입니다........
(정확히는 앞으로 그림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제가 읽고 있는 시점에선 미형...)
다른 죠죠들이 못났다는 게 아니라 (당연히 다들 멋지다!!!), 단지 쿠죠 죠타로의 경우 물론 그림체의 변화도 있겠지만, 작가가 유난히 미형을 의식하고 그린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속눈썹도 일일히 그려주고...얼굴도 의외로 갸름하고...눈도 예쁘고...)
실제로 작품 내에서도 교내 오빠부대(...)가 쫓아다니질 않나....
지나가는 여자들이 하나같이 [헉! 잘생겼다!]....이래도 납득이 가고....
1대 죠죠는 범생, 2대 죠죠는 브레인이라면, 3대 죠죠의 모티브는 미형 날라리인가 봅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것은 잔머리 굴리기의 챔피언이었던 2대 죠죠인 죠셉 죠스타. 게다가 성격도 유쾌하기까지. 다음에 무슨 대사에 무슨 행동을 터뜨릴지 기대하며 늘 유쾌하게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천재형인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번뜩이는 잔머리 덕분에 어떤 의미로 최강이라, 죠죠가의 저주(...)를 끊어버리기도 하고....시저와의 우정(.....)도 너무나 보기 좋으면서 애틋했고...남자인데도 아주 내밀한(....) 부위에 (죽음의) 결혼반지를 (남자에게) 강제로 끼이질 않나....게다가 뻔뻔스러운 데가 있어서 여장을 하고도 적들이 속아넘어갈 줄 알고(....대체 저 (대체로는) 명석한 머리로 어떻게 진지하게 여장이 통할거라 생각했는지 불명...;;) 또한 (하긴 죠죠 집안이 다들 착하긴 하지만) 할머니 잘 모시고 사는 효자고....정말 괜찮은 남자가 아닙니까.
물론 묘하게 정감이 가는 것은 아무래도 1대 죠죠인 죠나단 죠스타지요. 1부의 초반부는 완전 가족 드라마입니다. (그러고보니 한국 드라마같기도...디오가 좀 너무 난폭한 것만 줄이면....) 순진무구찌질했던 부자집 외동아들 죠나단의 집에 아버지 은인의 아들이라는 야심찬 소년 디오가 들어오면서 죠나단은 여러모로 마음의 상처를 받지요. 디오가 야심찬 것 치고는 의외로 죠나단에 대해서만은 쪼잔한 데가 있어서 죠나단을 음으로 양으로 못살게 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구박은 원래 집안에 있던 사람이 하는 게 아니냐구...;) 그래도 죠나단은 자신의 찌질함을 극복하고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은 선한 범생이 고고학과 대학생으로 성장했지만 디오는 사악한 내공이 점점 쌓여서 야심과 이야기 스케일과 죠나단에 대한 이상한 집착(...) 때문에 파괴/민폐 범주가 점점 광범위해집니다. 그 집착이 어느 정도냐면 나중에 죠죠가 유부남이 되었어도 끈질기게 쫓아가 낚아채고야 마는 무시무시함에는 손을 들었습니다...;; 그래도 과연 1대 죠죠라 그런지 가장 노멀하군요. 히로인만 해도 죠나단 편이 가장 설득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비록 마지막엔 디오가 낚아챌지언정....) 솔직히 말해 죠셉 쪽은 다소 생뚱맞았음...; (게다가 시저는 어쩌고!--라고 외치게 된다;;←뭘 바라는겨...)
쿠죠 죠타로는 아직 3부를 다 못봤으니 판단은 보류하겠고....
하지만 남자 자석(....)이라는 점은 변함없군요..........;;;
어쨌든 소문으로만 들어본 전설의 작품이 왜 전설인지 확인하게 되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사실 그 밖에 보고 있는 만화는 타카구치 사토스미의 [꽃의 아스카조]인데 죠죠 얘기를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나중에 다루겠습니다.
[돈이 없으면...몸으로 갚아야지!]라는 욘사마도련님(이름이 아직 제대로 안 나왔다...)의 말에..........
카이지는 지하갱도 시절을 떠올립니다!!!
즉 [몸으로 갚는다]는 단어를 [지하갱도에서의 강제노동]으로 해석한 것이죠!
이것이 뭐가 그리 대단하냐고 할 수 있냐면.......
카이지라는 인물의 변화를 알 수 있습니다.
우선 1권의 풋풋(...)한 카이지.......
도박선 에스포와르에서 후나이의 [(매춘은) 남자가 더 잘 팔려. 그놈들의 SEX는 정상이 아니야...] (책이 없어서 직접 확인은 못하지만 대략 이런 대사라고 기억) 하는 겁 주는(??) 말에 엄청나게 민감하게 반응하지요. 그래서 그때부터 눈이 뒤집혀서 어떻게든 매춘하는 것만큼은 피하려고 발버둥치며 열심히 도박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에스포와르에서 살아남은 뒤, 그리고 또 게임쇼(...)같은 다단계 도박 스테이지를 통과한 뒤, 야쿠자 엔도에게 3K를 당해 붙잡혀 끌려가며 차속에서 말합니다.
카이지: [설마......매춘?!]
엔도: [후후...그걸 원하나?]
(이 대사는 대략 정확하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카이지는 이미 스무살을 넘은고로, 상품가치(?)가 떨어져서 매춘 대신 강제노동을 하게 되죠.
아무튼 이때까지만 해도 '매춘'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던 카이지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지하갱도를 나와 30권이 되어서는 [몸으로 갚는다]는 상당히 노골적인 말에 전혀 [매춘]을 연관시키지 않게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럼 대체 이 변화는 무엇일까요?
일단 앞서서 엔도가 말한대로, 20세가 넘은 시점에서는 무사하다...고 생각하게 되어서인 듯 싶기도 합니다.
또 다른 이유라면, 지하갱도에서의 생활이 너무나 괴로워서, 그 이상의 괴로움/최악의 상황은 없다고 생각하게 되어서일수도 있습니다. 뭐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어느 쪽의 이유든간에, [몸으로 갚는다]에 곧바로 [매춘]으로 반응하지 못하는 것은, 카이지의 감각이 둔해진 것을 뜻하긴 합니다. 그리고 일단 20세가 넘으면 매춘 안 시킨다는 건 제애에서나 그랬지, 혹시 욘사마도련님이나 그 외의 팔아넘길 대상이 20세 이상도 좋다는 사람이 있을지 누가 압니까. 이 점에서 볼 수 있듯이 카이지는 상당히 느슨해져 있습니다. 30권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카이지가 하루 빨리 [매춘]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깨달아서, 정신 차리고 정조/목숨 걸고 승부하는 날이 올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그게 아니면 아카기가 신내림하거나....)
물론 서○문화사에서 나오는 국내판이 하도 인체 단면이나 내장탕같은 교육적인 부분에 과도한 화이트질을 가해서 은연중에 짜증이 난 것도 있습니다만...사실은 다음 내용이 너무너무 궁금해서 번역판이 나올 때까지는 못 기다려서...가 주 이유입니다.
.......웬일로 화이트질 가할만할 장면은 목 단면밖에 없어서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하고 약간은 좌절했습니다. 하지만 내용이 재미있었으니 뭐 됐지요. 게다가 이 작가의 특성상 문장이 무척이나 담백 간결하여, 쉽게 읽힌다는 점이 좋더군요. (모○니 모○루 만화 정도의 난감한 문장을 원판으로 읽으면서까지 자학하는 취미는 저에겐 없습니다. 언제까지나 한때의 실수였지요...덧붙이자면 그 작가의 모 시리즈가 한양문고의 [추리만화] 장르에 올라가 있던데 정녕 그래도 되는지, 김전일이나 코난 찾을 독자들에게 그래도 되는건지 은연중에 걱정이...;;)
국내에도 정식판이 나와서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알렉산더 대왕의 서기관 (나중에는 장군)인 에우메네스의 어린 시절과 성장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플루타크에 의하면 에우메네스는 알렉산더가 건설한 마케도니아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그리스인으로, 총명한 문장가이자 변설가였을 뿐만 아니라 군사로써의 능력도 출중했지만, 출신이 다른 그리스인이라는 이유로 마케도니아 내에서는 내내 왕따를 당하고 특히 알렉산더의 친구(...) 헤파이스톤과 사이가 나빠서 그 때문에 왕과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으며 (그러나 그 역시 알렉산더와 친구라 극단적인 조취는 없었다고 함. 참고로 그런 쪽(...)의 친구는 딱히 아니었던 것 같음.), 왕의 사후에 그 뒤를 잇는 빼어난 실력자 중의 하나로 거듭나지만, 결국은 출신 때문에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되는 인물입니다.
아무튼 이 흥미로우면서도 그렇게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편은 아닌 에우메네스, 그의 불투명한 배경과 어린 시절을 [기생수]로 유명한 작가 이와아키 히토시가 상상력과 고대 지중해 국가들의 문화, 지리, 역사에 대한 자세한 고증, 그리고 당시 역사와 정치적 상황을 바탕으로 그려낸 것이 바로 [히스토리에]입니다. ([유레카] 때 혹시나 했지만 작가는 고대 그리스에 모에하나 봅니다. 뭐 좋습니다. 저도 그리스 좋으니까요.)
미리 말해 두지만, 그림체는 (물론 선은 많이 깔끔해졌지만) [기생수] 때와 거의 변함이 없습니다. 주인공도 그 주인공이 그 주인공이구요. (하지만 이 작가의 맹한 듯하면서도 날카로운 주인공 타입을 좋아하니까 개인적으론 불만 없음) 조연들도 그 아저씨가 그 아저씨 같고 그 아가씨가 그 아가씨 같지요. 하지만 만화는 내용이지요 아무렴...그림이 내용에 잘 맞고 스토리를 잘 살려주니까 된 겁니다. 게다가 섬뜩한 박력이 있는 액션도 뛰어납니다. 틈틈이 (긴장감이 최고조인 장면에서도) 개그도 툭툭 던져주어서 귀엽구요.
내용은....혹시나 아직 못 읽으신 분들을 위해 자제하지만, 아무튼 서기관이 된다는 점을 살려서인지, 만화 주인공으로써는 꽤나 드물게 완력이나 타고난 (초)능력보다는 지혜과 순발력, 지식와 재치를 무기로 삼는 주인공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 두뇌회전이 중시되는 내용임에도 너무 드라이해지거나 살풍경해지지 않고,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살아있다는 점도 훌륭한 조화입니다. 고대 그리스라는 배경과, 그 사회의 다양한 이면을 보여주는 점도 좋구요. 아무튼 1권은 청년 에우메네스의 등장과, 소년 시절의 회상이 시작되는 부분입니다.
초반부 클라이막스에 해당되는 2권은....신데렐라였습니다. (쿨럭;;) 사악한 계모(...아저씨잖아;)에게 구박을 받고 수난을 당하는 에우메네스! 그래도 꿋꿋이 재기와 의지로 버티는 소년! 너무 바람직해서 보기 좋더군요! 어린이라는 나약한 입장인데다가 처지도 거의 최악이지만, 그래도 궁상에 빠지지 않고 약하고 힘이 없는대로, 그나마 있는 것을 잘 살려서 버틸 수 있을만큼 버티며 열심히 살아가는 주인공이 좋아요. (좀 전형적일수도 있지만 요즘은 보기 힘든 타입...)
3권에서는....왜 주인공만 안 당했는지 의문이 생기더군요. 보니까 그 아저씨 취향 참 광범위(...)하던데? 혹시 용도(...)가 달라서? (←리얼하게 생각하면 역시 이것일 듯; ) 내지는 좀더 성장한(...) 소년이 취향이라서 더 클 때까지 기다린 것??; 아무튼 답은 바닷바람에 날려가 버렸다...;....우여곡절 끝에 청소년으로 성장하는 에우메네스와, 그의 인생의 새로운 전환기를 예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늘 생각하는 거지만 왜 이 작가의 주인공들은 여복이 있는 듯 하면서 결국은 잘 안되는거냐! 내지는 히로인은 엄마로 해결!--이냐!;; 아무튼 주인공의 어린 시절의 기억/꿈에 대한 한가지 의문점도 풀렸고, 결국은 여자친구보단 동성친구가 낫다...라던가(...뭐 그것도 나름대로의 아픔의 표현이겠지만...), 은연중에 주인공 최대의 위기(?)가 잘 지나가서 다행이라던가, 등등의 강한 인상이 남아서 돈이 아깝지 않았지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뛰어난 점 중 하나는 캐릭터의 깊이를 알게 해주는 감정, 심리묘사라고 다시한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정작 [누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에 너무나 슬퍼서 밥도 못 먹고 잠도 못자고 밥상에서도 울고 빨래를 하면서도 울고 몸에 열이 나고 어쩌고...]하는 식의 직설적인 독백은 (요즘 저런 식의 독백이 난무하는 모 아동소설 원작 만화의 작업을 돕느라 좀 지쳐있었음-_-;) 없고, 단편적으로 나오는 생각이나 무심결에 실언처럼 튀어나오는, 혹은 말해야 하는데 미처 말하지 못하는 대사들은 오히려 리얼하고 그래서 더욱더 와닿습니다. 사실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그 순간은 감정이 너무나 격앙되서, 혹은 어색해서, 혹은 어쩔 줄 몰라서, 혹은 너무나 괴로워서 100%의 본심이 아닌 그 중의 10%나 30%밖에 내뱉지 못하는 게 말이고, 겉으로 나오는 행동입니다. 대사가 없는 연출에서도 이런 식의 절제미와, 오히려 그 때문에 더 강하게 느껴지는 감정의 깊이와 다면성, 그리고 그런 복잡함을 겹겹으로 간직한 캐릭터들과 그들이 살아 숨쉬는 스토리,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는 [히스토리에]에 끌리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