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문 내용에 대해 진심은 개뿔...지들이 무슨 진심이 있어?--하고 비웃는 부인에게 [It's not what's being said-the fact that she's doing it is great.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저걸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거야]라는 반문 겸 여왕 빠돌이 기질(...)을 보이는 부분.
자막은 대략 [자존심을 버리는 게 얼마나 힘들었겠어?]
................뭔가 아니잖아. 포인트는 그게 아닌데...블레어의 반응은 동정이 아닌, 감탄과 기쁨인데...
이어서, [That's the way to survive. 저게 바로 생존법이란 거야]라며 탄복하는 블레어.
자막: [처절하군.]
................대체 어떻게 하면 저렇게 해석이 되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두, 두통이...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사건 후 2달만에 재회한 여왕과 블레어.
왕정 지지율이 팍 떨어졌을 때에 대한 대화인데 자막에선 여왕이 [나도 언젠가 이 여왕자리에서 사라질 거니까요] 어쩌구 이러는데 이런 니기미....일국의 국왕이 신하 앞에서 그딴 약한 소리 할 리가 없잖아!
원래 대사는 되려 블레어에게 [당신도 두려웠던 것 아닌가요? 언젠가 자신도 그런 입장에 처할까봐? 언젠가 당신에게도 그 날은 (민심이 돌아서는) 올 겁니다.]라고 날카롭게 지적하는 겸, 현재의 바닥을 기는 블레어 지지율에 대한 직격타이자(...) 대중/시대의 변화는 어떤 지도자에게나 가차없이 찾아온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요.
결국 마지막 부분의 중요한 대사 번역이 개차반이라, 영화의 의의가 시대의 변화에 힘들게 하지만 그래도 품위있게 적응하며 살아남는 왕실이 포인트가 아닌, 단순히 여왕의 굴욕으로만 잘못 이해될 여지를 제공한 번역자는 (피터 모건 각본의 수많은 명대사들을 날려먹은 죄도 깊은...) 그냥 맞아야 함(...) 아니...정말 유로영화제 때 자막이 훨씬 나았어요. [어전]같은 왕실전용 용어도 왕실 측 고용인들과 영국 내각 사람들 사이의 이질감을 두기 위해 고대로 사용하기도 했고...차라리 재활용을 하지...-_-
덧. 블레어 측의 앨레스테어 공보관이 경어를 사용하는 것도 좀 이상했음. 피차 굉장히 스스럼없는 관계인데...
덧2. 여왕 부군 필립공의 부인에 대한 애칭인 [양배추]...는 역시 번역이 어려우려나(...)
천년여우 여우비 영상 그리고 색감이 꽤 아름다웠습니다. 음악이야 양방언씨니 더 말할 것도 없고...
별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내용전개이니 산만한 어린이층도 잘 보겠고.
움직이는 걸 보니 주인공 여우비란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그림자 탐정의 연출은 꽤 마음에 들었음~
교훈은 못같은 거 처먹지 마!--라던가 여우가 토끼에게 지면 안돼지!---라던가...쿨럭...
그나저나 남주인공...에 해당되는 남자애는 하루빨리 개그센스를 개조하라고 충고해주고 싶더군요.
그 센스 그대로 유지하다간 좌절하는 개그맨이 되고 말 겁니다(...)
감독이 아무리 이박사 팬이라 할지언들 한 어린이의 장래를 위해선 아니되옵니다.
연예인 성우는 바다와 같은 관용심으로 본 탓인지 그런대로 들어줄만 했습니다.
단지, 내용, 연출적으로 좀더 매듭을 잘 짓거나, 좀더 감정적인 고조를 넣어주었으면 하는 점이 아쉽더군요.
뭐 앞으로 차차 발전하겠지요...
개인적으로 게드 전기같은 것보다 훨씬 나았습니다...라는 건 지브리를 초월했다는 뜻인가...(쿨럭;)
음향 믹싱 문제로 대사가 잘 안 들린다던가 하는 기술적인 점은 좀 보강이 필요하긴 합니다만.
내용을 좀더 정리해주었으면 더 깔끔했을텐데...라는 아쉬움은 남지만 봐서 아깝지는 않은 애니였습니다.
미스 포터 피터 래빗 등의 동화책으로 유명하지만 사실은 훌륭한 식물학자이기도 했던 비트릭스 포터에 대한 영화입니다.
으흣~ 콧수염 영국신사 이완 멕그레거가 나온다네~ 노래도 부른다네~ 에밀리 왓슨도 나와준다네>_<
각설하고 초반부는 아무리 생각해도 동인작가의 로망편.
자기 작품으로 책 찍어내는 것! 그리고 멋진 남자가 진지하게 나의 책에 관심을 가져 주는 것! 동인녀의 로망!!!
그리고 저도 이제부터는 자캐러에게 말을 걸도록 노력해보겠....(퍽퍽...)
작가의 캐릭터들이 자신에게는 애니메이션으로, 움직이고 살아있는 것으로 보이는 연출이 참 좋았습니다.
말그대로 작가에게 있어 자신의 창작물이, 캐릭터가 얼마나 소중한 자식이자 친구인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사실 소설 출판 순서도 엉망이고, 작가의 식물학자로써의 일면(곰팡이에 대한 신발견을 하기도 했는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당시의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함...수십년 지나서 학회가 사과했다고 하지만...)은 전혀 나오지 않아서 환경친화적 활동도 좀 생뚱맞어 보이기는 하고, 성공하고 사랑을 하는 부분이 너무 달콤하다고 투덜거릴 수도 있겠습니다만....그냥 딱딱한 전기 영화가 아니라, 빅토리아조 말기에 변해가는 시대 속에서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사랑하고 열심히 살던 비트릭스 포터라는 여성의 삶을 빛내주는 영화로써 보면 즐겁게 볼 수 있을 겁니다.
여담이지만 요즘 영화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달콤하면서 조심스러운 로맨스를 보여주는 것도 장점.
르네와 이완이 의외로 잘 어울려서 매우 훈훈하게 봤습니다.
내지는 단순히 내가 감기 걸려서 무의식중에 따스함을 갈구하다가 그런 건지도(...)
묵공을 봤습니다.
사실 값싸게 조조로 보고 싶었는데 다음주까지 조조를 안 해서(...)
원래 요즘 중국영화 및 합작영화 퀄리티가 좀...거시기하니 그렇게까지 볼 생각은 없었는데
안성기씨에, 유덕화에, 황후화와의 비교(...)시 필요하리라 생각해 관람했습니다.
어쨌든 평이 엇갈리는 영화인데다가 원작 만화를 좋아했으니, 거의 기대를 안하고 봤는데...
의외로 괜찮은데??
아니...솔직히 요즘 유난히 새날라가는 중국 영화들 중에서 드물게 멀쩡해서 놀랐습니다. (정확힌 한중일 합작이지만 한중일 합작 영화들도 대체로 새날라감...)
의상이나 갑옷도 화려함을 배제하고, 적당히 투박한 것이 정말 기원전 전국시대같다는 느낌을 주고...
영상 및 주제를 다루는 데에 있어서의 소박함은 현실성을 돋보이게 하여, 작품의 진솔함을 증폭시킵니다.
최근의 중국, 내지는 한중일 합작 영화 중에서 스펙타클에 치중하지 않고 이렇게나 진지하고 솔직하게 주제에 임하고 있는, 게다가 그것을 표현함에 있어서 상당한 일관성을 지닌 영화는 보기 드물지 않습니까?
사상적으로도 원작의 반전주의와 권력에 대한 회의주의, 민초들의 입장을 충실히 계승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냐면...중국 정부의 검열에 걸리지 않을까??--라고 우려될 만큼이나......(중국 검열 무섭습니다;)
워낙 우리나라나, 중국 영화들이 전쟁이나 역사를 다루면 유치한 국수주의나 무서운 전체주의로 흘러서 적어도 이런 사상적인 점의 (적어도 이전에 비하면 꽤나) 성숙한 발전은, 긍정적으로 봐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붕뜬 평화주의도 아니고 이상을 실현하기 힘든 현실의 잔혹함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는 점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백성들도 전쟁의 피해자면서 동시에 적의 첩자나 노예 등 자기보다 약한 존재에게는 잔인한 가해자이기도 하고, 그런 전쟁으로 인한 살의를 주인공의 힘으로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조나라 군대 역시 비록 적이지만 엄청나게 불쌍합니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연출된 것이죠.
어쨌든 여러가지 테마가 꽤 투박하게 다루어졌지만 하지만 대륙 중국영화에 섬세함을 바라면 곤란(<<편견이닷!) 결론적으로는 주제인 생명과 이상의 소중함, 그리고 전쟁과 권력의 가혹함과 무상함이 마지막까지 강력하게 관철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원작 만화와의 비교 말인데.....
역시 가장 위화감이 느껴지는 것은 영화에서 유덕화가 맡은 주인공 혁리겠죠;; 혁리라기엔 지나치게 잘생긴 그 사람....... 수염이 추가되니 더 잘생겼어 유덕화씨>▽<! 잠깐 혹시 무간도에서 양조위가 더 좋았던 건 단지 수염 때문...?! 사실 너무 잘생겨서 이 영화에 대해 거부감이 들 정도였으니, 말 다 했지요.
영화 도입부부터 엄청나게 다른 이미지에 심한 위화감이 들어서, 이 영화 대체 어떻게 보려나 걱정하다가...
너무나...
너무나 괴리감이 심한 나머지..... 무의식 중에 이것은 만화와 별개의 작품이라는 자기최면에 성공해서 무난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설마...이것은 감독의 의도?! 쿨럭;)
작전이나 부비트랩이 팍팍 갑자기 나와도 그냥 그려러니 하고...
원작 본 것이 워낙 까마득한 옛날이니 일일히 기억하기도 힘들었으니 그냥...영화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지요.
그리고 곁다리(??)지만 이 영화의 또다른 감상 포인트는 바로 주인공이 유덕화이기에 가능한 것인데...
사실 이 영화의 정체는 전국시대 마성의 묵가 전설이었던 겁니다...
그렇습니다...이 영화에 대해 급전개라던가, 설명 부족이라던가 하는 모든 부분은 사실...
영화를 직접 보시면 저 의미에 고개가 끄덕여질 겁니다(...왕자가 결정적인 증거였....)
그러니까 보십시요!
게다가 게다가 게다가....
안성기X유덕화의 하아하아 투샷♥을 볼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그러니 어서 극장으로 GOGOGO!!!!! (쿨러억;)
포토샵 효과가 생각나는 모 연출들이나 짜가 CG티 팍팍 나는 첫번째 공성전의 돌진씬 등 웬만한 건 웃어넘겨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문제는 서브스토리인 연애질...이랄까 일열이라는 오리지널 여성 캐릭터의 존재 그 자체.
솔직히 원작의 엄청나게 유능했던 첩자 처자가 안 나와서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자 장군이라는 설정에, 처음에는 성 쌓고 방어전에도 활약하길래 이러면서 호감이 쌓이는 거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혁리에게 잘 보일려고 그런지는 몰라도, 중반부터 여자옷 갈아입고 꽃단장을 하면서부터 전혀 장군이 아니게 된다! 솔직히 염탐하는데 따라간 것은 결과적으로 민폐만 된 뻘짓이고 장군짓이 아니니 무효! 혁리가 심한 충격을 받은 남문에서의 학살도 다른 곳에 있었다는 식으로 어물쩡 넘어가면서 작업 걸지 마! 뭣보다 가장 결정적인 건, 혁리가 반역자로 몰렸을 때만큼은 갑옷 입고 달려올 줄 알았는데, 미녀는 잠꾸러기인지 뭔지는 몰라도 그 중요한 사건 때 코빼기도 안 보인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여자캐릭터가 연애질 하면서 무능...이전에 능력상실-_-인지 망각인지 아무튼 유능하다는 뒷 설정은 옆집 개한테 줘버리는 거 같은 성의없는 캐릭터 처리법인데 딱 그거잖아! 애초부터 장군이란 설정은 대체 왜 넣은 거야! 그전에 마지막에 이루어질 것도 아니면서 왜 존재한 거야 이 캐릭터는??! ...하긴 솔직히 말해, 만약 이루어졌다면 장군이라면서 아무것도 안한 주제에! 수영도 못하면서 유덕화와 잘될 생각은 꿈도 꾸지마 이 기집애!--라며 더 화가 났을 테니까 그나마 죽어서 봐줄 수 있지만...게다가 혁리의 순결이 지켜졌...뒤에 앉은 여자는 영화 끝나면서 끝에 왜 죄다 죽냐고 불평했지만 만약 저 여자가 살았다면 난 불을 뿜었을 거다! 아무튼 요는, 대체 왜 나온 거냐! 넣을 거면 제대로 넣던가! 그것도 아니면 괜히 등장시켜서 안성기씨 출연시간 뺏지 말란 말이다! 아니 혁리는 지하감옥보단 탑에서 항장군을 구해야했...퍽!
영화 막바지에서 조나라 장군의 부하들이, 전장에 남아서 무인답게 죽겠다는 장군의 명령을 무시하고 장군을 들쳐메고 후퇴하는 귀여운(!) 장면이나, 레골라스 장군(...이름 까먹었...미안;;)의 궁병대가 무기를 버리고 성을 떠나는 장면이 인상적이면서 이 영화의 주제의식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혁리의 묵가의 사랑이 어렴풋이나마 양측 병사들에게도 전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덧붙여 엔딩은 근본적으로 원작과 비슷하지만 (단, 진시황이 안 나오므로 진시황 변태~를 알 수 없...) 혼자가 되어 초췌한 상태이면서도, 고아가 된 어린이들을 소중하게 이끌고 가는 혁리의 모습과, 후의 양나라와 조나라의 운명을 보여주며 전쟁의 비극, 미래에의 희망과 권력의 덧없음이 좀더 주제를 하나로 묶는 느낌이라 잘 마무리되었다는 느낌일까요. 원작 쪽은 지금 보면 어떨지 모르지만 당시엔 너무 지나치게 해피...했달까 일본은 왜 나와???;--여서 조금 생뚱맞았다는...피니쉬 블로우는 진시황은 변태야~~~!...였지만요. (쿨럭;;)
12월 7일(블룸버그)- 멕시코 출신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는 새 영화 [판의 미로]를 통해 스페인 내전의 여파를 재조명한다. 영화는 프랑코 정권의 파시즘만큼이나 위태로운 환상의 세계를 창조하는 어린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델 토로의 2001년도 작 [악마의 등뼈]는 스페인 내전의 말기인 1939년이 배경인 유령 이야기였다. 12월 29일 개봉하는(*역주: 북미 개봉일임) [판의 미로]는 [악마의 등뼈]에서 수년이 지난 시점으로, 스페인의 역사에 잠자리 같은 요정과 수수께끼의 판이 나오는 판타지를 절묘하게 뒤섞은 작품이다.
필자는 지난 주에 영화 홍보 차 뉴욕을 방문한, 육중한 체격에 턱수염을 기른 42세의 델 토로 감독을 한 맨하탄 호텔에서 인터뷰했다.
힐퍼티: [판의 미로]는 어린이보다는 어른을 위한, 다소 과격한 측면이 있는 판타지 영화입니다. R등급 (18세 이상 관람가)을 받았는데, 이 등급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델 토로: 저는 요즘 아이들이 고생이나 고통에는 굉장히 민감한 반면, 시각적 폭력에는 중독되며 자라는 현상에는 뭔가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의 폭력은 의미 없이 삽입된 것이 아니니까, 저라면 10대 초반의 아이들에게도 이 영화를 보여줄 겁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저에겐 그런 결정을 내릴 권한이 없지요.
(*역주: 한국에서 15세 이상 등급이란 것을 알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
힐퍼티: 파시스트들의 역사적인 잔혹 행위와 동화를 섞었는데, 어째서죠?
델 토로: 그건 제가 정치적 연설보다 우화를 더 믿기 때문입니다. 우화는 사람의 감정과 믿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판타지는 도피가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입니다.
힐퍼티: 그럼 오필리아는 도피를 한 게 아니군요?
델 토로: 오필리아는 작은 새들이 지저귀는 디즈니 월드로 간 것이 아니니까요. 제 어릴 적의 상상력은 결코 밝고 건전하지 않았고, 덕분에 세상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최초로 창조된 동화들은 기근이나 돌림병, 고아가 되거나 버려지는 아이들 같은, 현실의 비참함을 형상화한 것이었습니다. [판의 미로]는 그 연장선 상에 있습니다.
감독과 판 역의 더그 존스.
판을 말하다
힐퍼티: 영화의 조명이 참 환상적이던데요.
델 토로: 저는 고야의 작품을 사랑합니다. ‘어둠에서 스며 나오는 빛’이 영화 디자인 컨셉 중 하나였지요.
(*역자 주: 스페인의 저명한 화가 프란시스코 데 고야를 가리킨다. 왕족과 귀족의 초상화를 그려준 궁정 화가였지만 동시에 전쟁의 끔찍함을 고발하는 작품으로도 유명하며, 또한 민간 전승의 마녀, 흑마술, 악마에 대한 소재도 즐겨 그렸다. 아마도 감독은 고야 말년의 [검은 그림] 연작에서 영감을 얻은 듯.)
힐퍼티: 작중의 수다쟁이 판은 꽤 무서운데요. 한편으론 보호자적인 아버지 같으면서, 동시에 으스스하고 위협적인 면도 가지고 있습니다.
델 토로: 판의 속성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트릭스터]의 그것입니다. (*역자 주: 트릭스터란 신화, 동화에서 마술이나 장난, 꾀로 질서를 어지럽히는 존재. 북구신화의 로키, 그리스 신화의 헤르메스, 유럽 동화의 장화 신은 고양이, 우리나라 전래동화의 토끼나 여우가 트릭스터에 해당됨. 선악을 초월한 존재로도 여겨진다.) 그리스 신화 속의 판은 파괴적인 존재이면서 동시에 생명과 양육의 상징입니다. 그에게는 오필리아를 돕는 것도, 해치는 것도 식은 죽 먹기입니다. 언제나 수상하고 불가사의한 존재입니다.
이상하게 생각하시겠지만, 저는 어린 시절 할머니 댁의 옷장에서 판이 나오는 것을 보곤 했습니다. 그 방에서 잠들 때마다 판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비달 대위 역의 세르지 로페즈와 감독. (위......위화감이;;)
뻔한 파시스트
힐퍼티: 판은 복잡한 캐릭터인 반면, 파시스트 비달 대위는 1차원적인 뻔한 악역 캐릭터인데요.
델 토로: 저는 스페인 파시즘 자체가 별로 은유적이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파시즘을 보면 아시겠지만, 지중해 민족 특유의 잔인함이랄까, 그런 것 때문에 꽤 노골적이고 적나라했다고 생각합니다. 50년대 이후의 영화는 모든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해야 된다는 괜한 압박감에 눌리긴 하지만요.
힐퍼티: 델 토로씨는 꿈을 기억하십니까?
델 토로: 네, 하지만 주로 상어나 좀비에게 잡아 먹히는 평범한 꿈이지요.
힐퍼티: 그거 참 의미심장한데요.
...개인적으로 동화의 비참한 성질이나, 판에 대한 설정이 제 생각과 딱 맞아떨어져서 기뻤습니다^^
판의 미로를 가장 근원적인 동화로의 복귀...라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염두해 두고 있었군요.
(뭐...웬만한 신화, 동화 강의 들으면 다 나오는 소리니까 줏어 들은 거지만...)
그나저나, 좀비와 상어에게 먹히는 델 토로 감독이라...하긴 그거 참 먹음직스럽겠.....퍽!
두 번 보니 더 재밌습니다. 덧붙여 신촌 메가박스에서 M관 상영을 하니, 내리기 전에 필견!!!
그리고 잔인해서 싫다니, 마케팅이 낚시질이라서 싫다니 하며 안 보기에는...아까워요. 꼭 보세요.
-이 영화는 명백히 판타지 영화입니다. 판타지적인 영화=판타지적인 소재와 테마가 중심을 차지하는 영화이므로 판타지 영화 맞습니다. 장면 비율만으로 현실세계가 더 많으니 판타지가 아니다, 라고 하기에는 서사구조와 주제 자체가 아주 상징적입니다. 단지 반지의 제왕 류의 검과 마법 계열 판타지가 아닐 뿐. 그럼에도 이 영화에 대해 평이 좋든 나쁘든, [판타지 영화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역으로 판타지 영화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협소한가를 보여주는 한 예시일지도.
-대체로 이 영화에 대한 갈리는 (국내) 평은, 국내 배급사의 마케팅 때문인 듯. 나니아, 해리 포터와 비슷한 계열의 판타지 영화로 광고했고, 따라서 그런 영화를 기대하며 간 관객들의 기대치에선 크게 벗어날 수 밖에. 동시에 앞서 말했듯이 판타지에 대한 인식 자체가 협소한 편이라, 어떻게 달리 광고하기 애매하긴 했을지도.
-평이 갈리는 두번째 이유는, 연령 등급 때문. 미국에서는 R 그러니까 성인용 등급인데, 국내에서는 15세 이상 관람가. 내전이라는 내용상 꼭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제법 잔인한 고문, 살인 장면이 나오는 영화인데 중고등학생이 봐도 OK? 야한 것이 안 나오니까, 폭력은 OK? 그럼 미국에서 R 등급 받은 브로크백이 15세 이상인 건 또 뭔데! 사실 장면 이전에,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아마도 진짜 불평은 판타지=어린이 가족 영화라 생각해 아이를 데리고 관람했다가 된통 뒷통수 맞은 학부모 및 교사들에서 나온 듯.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머리속으로는 판타지=애들 영화라 생각했어도 15세 이상 관람가라고 쓰여있는 이상 그것을 준수하지 않은 관객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지만, 뭐 그네들 입장으로썬 '마케팅에 속았다'일 듯. 내지는 의도적으로 아이에게 트라우마를 주어 인격과 품성을 성장시키려는 충격요법식 교육법...인지도 모름. (K모 언니와 함께 '어린 시절 트라우마의 창의적 중요성'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으니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는...?) 어쨌든 저런 점에 대해서도 사실 정상적으로는 마케팅과 연령 등급에 낚인 관객들을 측은하게 여겨야 마땅한데, 왜 웃기다고 생각되는지는 불명. (그러니까 혹시 낚여서 잘못 보신 분이 있더라도, 미안하지만 동정은 해 드리지 못합니다.) 영화 [파이트 클럽]에서 어린이 만화영화 필름 중간에 의도적으로 포르노 영화 컷을 집어넣은 브래드 피트의 심정이 이런 걸까??? 이 재미로 저지른 거냐! 이미 사도(邪道)의 길로 들어선 거냐 나는!!!----쿨럭;
-하지만, 결과적으론 저 낚시질과 등급이 없었으면 신촌 메가박스 제 1관(M관)이라는 끝내주는 환경에서 상영되는 일은 없었을테니, 미묘한 심정(...) 마케팅 담당자는 고도의 안티나, 고도의 팬이었을지도. 솔직히 할리우드 것도 아닌 영화가 그렇게 좋은 상영관에 나올 확률, 이 지구상 어디에 있겠습니까!
-공주가 되기 위해선 잠입 미션을 몇번이나 성공해야 한다! 즉 스네이크는 사실 공주가 되고 싶었던...(퍼억)
-수류탄을 던지면 칼로리 메이트를 얻을 수 없음! 그러므로 제대로 문을 열어야...(메탈 기어 솔리드3 참고)
-그나저나, 만드라고라를 왜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나무 뿌리]라는 기나긴 이름으로 번역했는지는 불명. 대사에선 확실히 만드라고라라고 했음. (두 번 봤으니 절대 맞음.)
-사실 마케팅에서 나니아를 언급한 것은 아주 어긋난 방향은 아니었을지도 모름. 왜냐면 사실 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에게 나니아 일이 먼저 들어왔으므로(...) 하지만, 부활하는 사자에는 관심 없다며 거절. 설마 이 감독도 사자의 구라질에 배신감을 느낀 건가! 내지는 남성성이 선, 여성성이 악인 기독교적 구도가 맘에 안 들었다던가...
-....그리고 감독은, [판의 미로]를 만들었습니다. 사악한 의붓아버지가 나오는...-_-;
덕분에 감독 색채가 매우 깊게 녹아나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완성도가 높은 걸작이.
정말....할리우드에선 이런 영화 절대 나올 수 없습니다. 그래서 좋습니다!!!
-아마도 투자가들에게도 기획 단계에서부터 평범하고 무난한 판타지인 것처럼 보이게 해서 낚시질을 했을지도. 좋은 방법이다. 창작자로써 본받자. 하지만, 결과적으로 판타지는 판타지니까 아주 어긋난 건 아니죠.
덧붙여 도중에 들켰는지는 몰라도 영화 방향을 바꾸라는 투자가의 압박에 돈 안 받고 2년 이상을 뻐팅겼다는 뒷이야기가(...) 이 정도 근성이면 인정해줄 수밖에 없습니다.
-판은 정말 의심스럽게 생김. 괜시리 마지막 임무 달성을 위해 일부러 그렇게 생긴 걸지도 라는 생각이(...)
-가능하면 트레일러고, 사진을 보지 않고 가기를 권함. 너무 과다 네타랄까 재미를 흐릴지도.... 대략 장백지 연날리기가 미리 나와버린 북미판 무극 트레일러라고 생각하면 됨
-비달 대위. 사람들이 이름은 잘 기억 못하는 경우가 왠지 빈번히 보이는, 그래서 그냥 대위가 되어버리는 비달 대위. 그런 비달 대위의 이름을 제가 기억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만약 트레일러랑,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라는 국내판 전용 부제만 보고, 나니아나 해리 포터와도 같은
좀 어두운 척은 해도, 근본적으로 밝고 동화적이며 화사한 판타지 가족영화를 기대하고 있었다면...
너는 이미죽어낚여 있다.
물론 본인은 칸느에서의 평을 사전에 듣고 있었기 때문에 속지 않았지만...
그리고, 마치 위의 판타지 영화들과 비슷한 계열인 것처럼 홍보한 국내 마케팅 전략도 문제 있지만...
(뭐 그 외에 딱히 다르게 홍보해서는 대중성 확보하기가 어려운 영화기는 하지만...;)
어린 자녀들이나 학생들을 데리고 이 영화 보여주려 하려는 분들에게 당부의 한 마디.
저기요....포스터 보면....
칸느 영화제 출품작이고, 무려 기립박수까지 받았다는 영화거든요?
그 프랑스의 칸느 영화제 말입니다.
화씨 911과, 엘리펀트,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같은 영화에 최우수상을 주는 영화제라니까요.
따라서 제대로 된 전연령 가족영화일 리가 없지 않습니까.
이 말을 쓰는 이유는...보러 갔을 때 바로 뒷자리에 초딩 단체관람이 있었기 때문-_-;
아니...그보다 15세 이상 관람가인데 어떻게 들어온거야?
하긴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도 15세 이상인데 초딩 데려온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쪽은 판타지 요소도 없는데, 애가 무슨 재미로 봤을지는 의문이지만...잔인하고...)
그나마 같은 15세 이상이었던 브로크백 마운틴 때는 초딩이 없어서 다행이랄까요...<--있으면 안되지!
제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합시다.
뭐...뒷 자리의 초딩들은 꽤 괴로워하는 것 같았지만....(인솔교사는 바늘방석이었겠지....-_-)
저는 좋았습니다.
왜냐면 전래동화는 원래 잔혹한 것이란 말입니다! 알고보면 무서운이니 뭐니 하며 쓸데없이 꾸미지 않아도요.
그 옛날, 텔레비전도 게임도 영화관도 없었던 시절, 인간의 얼마 안되는 인터테인먼트는 구전 동화 뿐이었으니, 한 이야기에 교훈과 판타지와 호러와 고어와 섹스가 뒤섞인 만능 종합 인터테인먼트, 그 이름 전래 동화!
시로 전승되어 축제나 연회장에서 불리어진 그리스 신화도 스케일만 더 크지 같은 맥락이지요.
복잡하고 불공평하고 험난한 현실을 나름대로 이해하고, 혹은 그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판타지'지만, 그렇게 뿌리가 현실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현실을 반영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공상, 상상의 세계지요. 옛날 이야기에서 진수성찬이 유독 많은 이유는, 역설적으로 현실이 굶주리고 배고프기 때문입니다. 착한 사람이 착한 행동으로 상을 받는 것은, 현실에서는 착하기만 하면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반면 본격적인 살의로 가족을 죽이려는 의붓어머니, 형제가 나오는 이야기는, 현실 속에 덮어두고 참고 사는 가족 구성원 사이의 갈등을 과장법으로 극대화시킨 것입니다. 이렇게 역설이나 과장을 통해 '환상'은 현실을 반영합니다. 그리고 근대 이전의 세계는 또 얼마나 부족하고, 살벌하고, 가혹했습니까. 그러한 시대에 만들어진 동화가 '잔혹'한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잔혹'이란 말은 군더더기일 뿐이지요.
왜 환상과 현실의 연관성에 대해 이야기 하냐면, 바로 이 영화의 주제와도 밀접히 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소녀 오필리아의 현실은 분명 근대 이후인 1940년대 중반의 스페인이지만, 스페인 내전이라는 살벌하고, 가혹하고, 불안한 현실입니다. 반면 오필리아는-아니, 어쩌면 오히려 그런 현실 때문에-요정이 나오는 동화책을 좋아하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어머니 카르멘을 위하는 소녀입니다. 영화는 군인 비달 대위과 재혼해 임신중인 카르멘이, [아들은 아버지가 있는 곳에서 태어나야 한다]는 대위의 막무가내로 만삭의 몸을 이끌고 딸 오필리아와 함께 남편의 근무지인 산중의 격전지로 향하면서 시작합니다. 격심한 산통 때문에 쇄약해진 어머니에, 낯설고 무서운 군복 차림의 새아버지, 새아버지가 이끄는 정규군이 산속의 게릴라와 대치중인, 당연하지만 같이 어울릴 또래 친구도 없는-애당초 아이가 있을만한 장소가 아닌-전투지역이라는 불안한 환경. 그러나 동시에 도시에서 자란 소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숲과 미로와도 같은 유적은 오필리아에게 일종의 해방구를 제시합니다. 미로의 끝에서 그녀는 '판'이라는 기이한 생물과 만나게 되고, 자신이 사실 지하세계 공주의 환생이며, 다시 공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세가지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것을 듣게 됩니다. 대위가 지휘하는 정규군과 반군 게릴라들 간의 참혹한 전투, 그리고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요정세계에서의 오필리아의 모험이 교차되면서, 오로지 아이의 눈에만 보이는 요정세계와 점점 치열해져가는 현실이 겹치는 순간, 영화와 오필리아의 여정은 대단원을 맞게 됩니다.
사실 일반적인 판타지 영화라면 주인공이 초반에 판타지 세계로 넘어가면 대개 영화 내내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겠지만, 오필리아는 요정세계와 현실세계를 빈번히 오갑니다. 게다가 혹독한 현실과는 달리 오필리아가 주역인 요정-판타지 세계조차 아름답고, 무난하고, 평화롭지만은 않습니다. 추하면서도 아름다운, 기괴한 매력을 발산하는 괴물과 요정들, 위험하기도 매혹적이기도 한 풍경과 임무. 르 귄의 소설 중에서 [꿈은 꿈을 꾸는 사람의 한계에 지배당한다]는 소재가 있는데, 위험하고 불안정한 현실 속에 살고 있는 오필리아이기에, 환상 세계도 그런 점을 공유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인간세계와는 다른 점은, 요정세계의 괴물은 적어도 규칙을 지키면 죽이지 않는다는 점. 반군인지 확실히 밝혀지지도 않은 상태의 민간인을 때려죽이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양아버지가 군림하는 현실보다는, 식인괴물이 있는 요정의 세계가 그나마 상대적으로 나아보이는 공간이라는 점은 내전의 혼란스러움과 무서움을 역설적으로 증명합니다. 스포일러: 판을 의심하던 오필리아가 어머니를 잃고, 새아버지에게 얻어맞고 방에 갇힌 뒤, 판이 나타나자 그 품속에 뛰어드는 장면에서는 그렇게밖에 안주할 수 없는 오필리아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최고조에 다릅니다.
또한, 오필리아의 길잡이 역할인 판과 요정들의 모습이 절대로 첫눈에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이 아닌, 명백히 다른 세상의 생물, 그러므로 이질적이고 위협적일 수도 있는 존재로 보인다는 점이 은근히 [판타지]로써의 리얼리티와 설득력을 높여줍니다. 무엇보다 판은 악마와 신의 속성을 동시에 갖춘 신화적 존재라는 특성과, [트릭스터 (장난꾸러기, 속이는 자)]적 속성이 비주얼부터 부곽되어 그 '다름'에서 오는 긴장감과 불편함이 '이계=판타지'로써의 설득력을 높였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존재할 수 있는 것 같을 정도로 세밀하게 디자인되었는데, 동시에 그런 판타지 디자인에 전형적이지 않은 이질감이 섞여 있어서, 오히려 더 직접 (꿈속에서라도) 마주칠 것 같다는 적당한 [찝찝함]이라고 할까요. 이러한 미묘한 현실감과 이질감의 경계가 작품 전체의 주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 독창적인 판타지 묘사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분위기를 최고로 북돋아주는 때로는 박진감 넘치며 긴장감을 일으키는, 때로는 처연하면서 구슬픈 음악도 최고입니다.
작중 최고의 악역인 새아버지 비달 대위는, 보통 동화에서는 계모가 악역인 데 반해 계부 캐릭터라는 점이 흥미로우면서, 동시에 남성들에 의해 주도되는 전쟁이라는 상황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편집증적이고 신경질적이고 좋든 싫은 전사한 군인 아버지의 뒤를 따르고 있는 대위는, 단순히 군인으로써의 의무감 이상의 잔혹함을 드러내고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뭔가 결여된 인간입니다. 사실 자신의 피를 이은 아들 외에는 카르멘에게도, 오필리아에게도 관심이 없습니다. 아들도 단순히 자기가 아버지의 뒤를 따랐던 것처럼 대를 잇기 위해 필요한 분신 정도의 개념으로 집착할 뿐, 그에게 있어선 그 아이를 낳아주는 아내는 아이를 낳기 위한 도구에 불과합니다. 파시즘, 어찌보면 극단적인 가부장제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폭력과 전쟁으로 얼룩진, 아버지에서 아들로 내려오는 피의 계보랄까요. 또한 어떻게 보면 (스포일러) 개념 없게 임산부를 이런 산속의 위험지대에 끌고 온 것이나, 의사에게 최악의 경우엔 아들만 살리라고 말하는 점이나, 오필리아가 엄마를 지키기 위해 숨겨둔 만드라고라를 버리게 만든 점,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유일하게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의사를 죽여버려서 결국 출산은 의무병이 집도하게 (개인적으론 저런 촌구석에 아마 하나뿐일 의사를 죽이면 어떡해 이 무개념아! 아내는 누가 치료하냐!--랑 의무병이 애 받는 거에 대해 뭘 알어!--라고 굳건히 생각중...) 만든다는 점에서 오필리아 엄마의 죽음에도 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할 수도 있으니, 아버지의 법칙(=어거지)로 어머니를 죽게 했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비극적인 악순환의 결과물이지만, 이미 동정의 여지를 넘어설 정도로 피도 눈물도 없는 (다치면 피는 나지만...단지 여기선 상징적인 의미로.) 악역 캐릭터도 요즘 보기 드물군요. 자기 정당화형 초딩 악당 보스가 설치고 판치는 요즘 세상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
사실 [전쟁 등의 참혹한 현실 속에 어린아이가 판타지로 도피(?) 내지는 일탈구를 만드는 영화]는 [인생은 아름다워]도 있고, 나니아도 엄밀히 말하면 전쟁 피난 목적으로 이주한 거니까 그다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사실 전장이나 새아버지의 고문 행위를 오필리아가 직접 목격하지는 않습니다. 어느 정도 어린이의 순수성을 유지해야 요정 세계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의외로 예민하고, 분위기를 잘 감지하는 면도 있습니다. 불안정한 상황일수록 특히 그렇습니다. 어머니의 심한 산통과 그것이 초래할지도 모르는 사태에 대한 공포와, 집 뒤뜰에서 사람을 죽이고 나서 태연하게 식사를 하는 새아버지에게서 풍기는 죽음의 냄새, 집안 내에서 흐르는 반군 스파이들의 긴장감, 이 모든 것들이 맞을 잔혹한 결과를 예감했을지도 모릅니다. 특히 새아버지의 잔혹성은 대단원으로 치닿을수록 어째서 오필리아가 그토록 그를 두려워 했는지 증명합니다. 동화책을 읽지 않았으면, 숲과 미로를 탐험하지 않았으면, 요정들과 만나지 않았으면 오필리아는 잔인한 현실을 견뎌내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세개의 임무는 분명 위험하지만, 자신이 살기 위해 오히려 목숨을 걸고 나아가는 소녀의 모습과 그런 식으로밖에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시대가, 현실이 아플 정도로 절절히 다가오는...단지 판타지라고 하기엔 부족한, 한편의 진정한 동화이자, 우화였습니다.
마케팅 무시하고, [판타지 영화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편견을 버리고 감상하면, 이 영화의 진정한 가치가 다가올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사실 21세기 공포 영화는 허무하거나 웃겨서 잘 안 보게 되는데, 게다가 게임 원작 영화면 더 말할 것도 없지만.
단지 오빠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빠순이는 보러가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러나 너무나....너무나 비중이 없었습니다.....
션 빈씨가 영화에 나올 때마다 팬들은 늘 고민하게 되는, 바로 [혹시 이번에도 죽나?]라는 불안감은
[죽을 만큼의 비중도 없었다]로 대체됨.........OTL........
아무튼 무슨 션 빈 팬 블로그도 아니고, 그 얘기만 쓸 수는 없으니 영화 얘기를 하겠습니다.
영화는 미국 본토에서는 평론가와 일반관객 양측의 악평을 받을 걸로 유명합니다.
평론가 시사회가 없었다는 것도 이례적....이랄까 되려 악평을 부채질한 결과였습니다. 설마 공짜표의 권한을 뺏겨서 분노한 평론가들의 복수세례가 바로 악평이었던 건 아니겠...
대체로 스토리적 개연성이 없다, 대사가 엉망이다, (게임 팬들 왈) 분위기는 잘 살렸지만 후반부는 영 아니다...
그 밖에...션 빈, 대체 무슨 정신으로 이런 영화에 나온거냐!---는 평이었죠. 간만에 악역이 아니라서 맡았을지도, 내지는 게임에선 남자가 주인공이니까 주역인 줄 알고....로 추정되지만.
그에 비해 우리나라 평은 의외로 호의적입니다.
아마 비주얼과 특수효과를 첨철할 수 없는 한국영화의 경제적 한계상, 시각적 면에서 만족한 듯 싶지만.
역으로 아시아권에서는 욕을 먹은 [연인]같은 영화가 와호장룡이 무협의 전형이라고 세뇌된 서구권에서는 제법 좋은 평을 받았다던가, 아시아 무협 팬들에게는 찬사를 받은 [무인 곽원갑]이 서구에서는 매트릭스와 킬빌이 '무협'으로 인식된 것 때문에 악평을 받았던 경우에서 보이듯이, 지역, 문화권에 따라 영화를 보는 관점은 물론 특정 장르, 국가의 영화에 대한 기대도가 서로 다름을 알 수 있죠. 북미같은 경우는 거대 영화사들의 과다 포장, 과다 마케팅으로 평론가든 관객이든 시니컬도(度)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도 있구요. (그런데 실제로 살다보면 극장에 할리우드 영화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정말 지긋지긋해져서 불가피하게 성격이 꼬임...)
어쨌든 제가 본 바로는, 적어도 세트와 괴물 분장에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게임의 OST를 그대로 살려 증폭되는 (적어도 초중반까지는...) 스산하고 불길한 분위기도 좋습니다. 100% CG로 처리되는 경향이 많은 최근의 경향과는 달리 분장한 배우들을 사용해 (물론 CG 활용은 했지만) 괴물의 실감을 높인 것도 장점입니다.
하지만 스토리적 개연성 면에서는 말아먹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영화 시작엔, 몽유병을 앓고 있는 딸 샤론이 내뱉는 [사일런트 힐]이란 말에 남편도 무기도 식료품도 없이 아직도 지하에서 유해 가스가 나온다는 버려진 마을에 어린 딸을 데리고 돌진하는, 아무리 게임 원작이라지만 과하게 비상식적인 어머니인 로즈가 나옵니다. (감독이 원작으로 삼았다는 게임 사일런트 힐 1탄에서 아버지가 주인공인 것과 대조적입니다.) 경찰을 무시하고 앞좌석에 아이를 태운 채 철창문을 부수고 야밤의 산길을 질주하는 운전법은 운전 교습용 비디오에 [절대 하면 안되는 행동]으로 사용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아무튼 야밤의 난폭운전 중에 로즈의 눈앞에 길을 지나가는 소녀의 모습이 보이고, 그것을 피하려다가 그만 교통사고가 일어납니다. (그런데 에어백이 안 터진다...어디 회사 거냐?!) 정신을 차려보니 딸은 사라졌고, 사일런트 힐이라는 음험한 마을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한편 지당히 상식적이게도 로즈의 결정에 반대하던 남편 크리스는 딸을 데리고 사라진 아내를 찾기 위해 (사실 부인에 비해 아이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경찰과 조사기관을 쫓아다니며 분투합니다. (비중은 눈물나게 없지만.)
개연성이 없다는 것은 스토리, 사건 진행이 논리적으로 부실하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면 딸을 쫓아 학교 건물에 들어온 주인공이 돌아다니기도 전에 교무과에 먼저 들러 서랍을 뒤지고 있고, 화면에서는 단순히 기괴한 형태로 매달린 시체를 보여줬을 뿐인데 주인공은 어떻게 그 입 안에 카드 조각이 있는 것을 보고 꺼내고 있으며 (게다가 단순히 시체의 입 속에 있었을 뿐인데, 그것이 딸이 있는 장소에 대한 단서라고 척 보고 확정한다!), 벽에 붙은 그림이 아무리 상징적인 의미라지만 그것이 단번에 비밀통로임을 확신하고 들어가는 상황이 영화적으로 보면 납득이 가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게임이라면 넘어갈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 영화의 원작은 게임이니, 감독도 그렇게 넘어가 줬으면 하는 부분이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 즉 게임이라면 이렇게 되겠죠.
Scene #1. [교무과. (들어갈 수 있는 방이니 뭔가 아이템이나 이벤트가 일어날 곳임은 틀림없음)]
서랍 앞에서 A버튼을 눌러 조사한다.
서랍은 잠겨있다.
다른 곳을 조사한다.
[열쇠를 얻었다]
서랍을 연다.
[손전등을 얻었다]
Scene #2.
[기괴한 형태로 묶인 시체가 매달려 있다. 고통스러워 보이는 모습이다.]
A버튼을 눌러서 조사한다.
[시체의 입 속에 뭔가 반짝거리는 것이 있다]
A버튼을 눌러서 꺼낸다.
[어떤 글자가 쓰여진 카드 조각을 얻었다. 샤론은 이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뭐 대충 이런 식입니다. 게임이라면 이렇게 진행되어도 상관 없습니다. 왜냐면 매체의 특성상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직접 개입해서 조작하므로, 조사할 수 있는 모든 물건과 얻을 수 있는 모든 아이템은 어떻게든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입니다. (정확히는 다음 단계 진행에 쓸모가 없는 아이템이나 정보가 나오면 애써 돌아다닌 플레이어의 수고가 의미가 없어져 버리므로, 일부러라도 그렇게 만들지 않으면 안됩니다.) 즉, 그것이 바로 게임으로써 필요한 개연성과 논리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경우, 관객은 직접 주인공에 개입해서 돌아다니는 게 아닌, 수동적으로 주어진 화면을 보고 들을 뿐입니다. 그만큼 게임과는 다른 차원의 개연성과 논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그런 배려가 거의 없습니다. 황당할 뿐이죠.
그래서 차라리 게이머의 감성, 정확히는 다른 사람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구경한다고 생각하고 보면 일종의 재미(위에서처럼 게임으로 치환해서 생각한다던가)를 느낄 수는 있습니다......만약 정말 그것을 의도하고 제작했다면 도저히 영화 감독으로써의 모범적인 자세라고 하기엔 어렵습니다만...
그렇다고 차라리 아예 게이머로써만 즐길 수 있는 진행이 되느냐...면 중반 이후부터는 그렇지도 않아서 문제지요. 갑자기 스토리 도입하겠답시고 설명조로 늘어지는 것은 뭐란 말입니까. 게다가 각본가가 뭘 잘못 먹었는지...내지는 단순히 대사가 늘어났기 때문인지 대사가....대사가.....배우들 학대용으로밖에 들리지 않는군요...;
악마나 모성애 모티브도 하도 식상하니 (랄까 80년대에 충분히 우려먹은 줄 알았는데...) 질리고. 게임쪽 시나리오는 알고 보니 모티브야 유사한데, 어떤 의미로 더 무섭기 때문에 그대로 살릴 수 없었던 나머지 영화의 모성애 만세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이왕 설명으로 흐를 거면 어차피 주인공이 알게 되는 사실을 무의미하게 파고 다니는 남편 캐릭터를 아예 등장시키지 말거나, 내지는 그 인물의 스토리에서만 밝혀지는 진실이 있다던가, 둘 중 하나의 선택은 했어야 합니다. 감독은 일부러 현실과의 구별을 할 수 없는 분위기를 위해서라며 설명을 자제하고 모호하게 했다는데 그렇다면 후반부의 줄줄이 설명조, 설교조는 뺏어야 합니다. 또한, 그런 설명이 지리게 늘어지는데도 대부분의 관객이 마지막을 납득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은 더더욱 문제. 제대로 된 이해를 위해서 지식KIN을 뒤져야 할 정도면 확실히 문제인 겁니다. 원작의 세계관에 익숙한 원작 게이머들은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엔딩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관객에게는 아리송합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게이머들에 맞춰서 만든 것도 아닌, 상당히 어중간한 결과물입니다.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세트장과 괴물 퀄리티는 볼만했지만....게임음악을 살린 점도 좋긴 좋았고....
참고로 잔인함은 정도가 약합니다. 정확힌 어느 수준 이상 잔인해지면 이미 개그의 차원이 되어버리지요.
또한 게임 쪽이 되려 하고 싶어졌으니까, (어려울 것 같아서 피하고 있었는데) 적어도 코나미는 득을 본 것??
4탄 주인공 잘생겼어!!---라며 괜히 궁금해지게 만든다. (←밝히긴...)
이미지 출저는 위키피디아.
그리고 애매한 엔딩이지만, 잘하면 남편-즉 션 빈 캐릭터가 주인공인 2탄이 나올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게임 사일런트 힐 2탄은 말하자면 부인 찾는 남편 스토리니까 내용상으로도 적절함.)
주인공이 되는 겁니다!!! 션 빈!!!!! 2탄 나와라!!!!!!(쿨럭;;)
결론은...진정으로 음산한 분위기와, 특이하고 기괴한 디자인의 괴물이 보기 위해 7~8000원+교통비의 희생을 치룰 각오가 되어 있다면, 제 값 내고 보러 가도 됩니다. 또한 게임의 팬 중에서, 영화화가 궁금한 분에게도 추천. 저도 [레지던트 이블]을 보고 반가웠으니까, 비슷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외에는...함부로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션 빈 팬에겐 안습의 역습일지도(...)
신촌에 볼일이 있어 외출했다가, 볼 일을 마치고도 왠지 허전한 기분이라 아트레온 앞을 지나가다가 발견.
마침 그리려고 하는 원고가 19세기 말~20세기 초 배경이라, 영감을 얻자!--라며 상당히 충동적으로 본 영화.
(차라리 그 시간에 콘티나 마저 짜라고 딴지 걸 수도 있지만....원래 그림 그리는 족속들이란 그렇습니다.)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마술이란 소재니.....아라키 선생님 작품도 생각나고.....
내용은 한마디로 서로에게 나쁜 계집애 질(....)을 하는 두 사람의 라이벌 마술사에 대한 겁니다.
그리고 그 나쁜 계집애 질이 점점 도를 넘어가며 각자의 인생과 주변 사람들까지 파괴하는 거죠.
사실 크리스챤 베일 보러 간 것도 있는데 정작 휴 잭맨이 더 눈에 밟혀서 복잡한 기분.
(설마 단순히 갑빠에 넘어간 건 아니겠....)
그래서 (스포일러) 복제(?)판 죽이느니 차라리 팔아줘!!! 휴 잭맨 하나만 팔아라!....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그나저나 자기가 자신을 팔면 어떤 차원의 윤리적, 실존적 문제가 생길지 궁금해집니다만....(쿨럭;)
랄까 크리스챤...머리 스타일 때문인지는 몰라도 현재 할리우드 최고의 비호감 배우 톰 크루즈로 보여서 좌절...
........하지만 왠지 마이클 케인이 더 좋아~!!!....모드가 되어서 더 복잡한 기분.
이것이...늙음이란 말인가.....-_-;
여담이지만 니콜라 테슬러 팬이라면 필견인 영화. (그러니까 히무자는 꼭 봐라.)
놀란 감독은 사실 에디슨이 나쁜 계집애였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리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든 걸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스포일러) 테슬러의 그 기계는 엄밀히 말해 복제판을 만든다기 보다는 일종의 시공 이동 원리라고 생각됩니다. 원래 엔지어가 의뢰한 건 공간 이동 기기였으니까요. 그런데 거기에 시간이동까지 더해져서, 일종의 과거 이동으로 똑같은 사람/물건이 둘 존재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일종의 제한적 기능의 타임머신이랄까요. 테슬러가 너무 천재라서 시간까지 섞인 건가..; 아무튼 전래동화가 생각났습니다.
마술에 대해서도 재미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고, 19세기 말의 쇼 비즈니스의 양면도 옅볼 수 있고, 둘 다 나쁜 계집애(...) 그러니까 서로 지지 않고 치사해지는 마술사들의 대결도 볼만한,좋은 영화였습니다.
신경 쓰이는 건...영화 끄트머리의 보든의 대사, 자막이 왜 까마득하게 어긋난 거지???---였음.
혹시 궁금해 하시는 분들에게 알려드리자면, (스포일러)알프레드가 사형 직전에 읊조린 말은 [아브라카다브라]였습니다. 원래의 어원을 떠나서 마술사들이 연출을 위해 말하던 주문이지요. 굳이 우리말로 옮긴다면 [수리수리 마수리] 정도? 어쨌든 그 직후의 진행을 생각하면 꽤나 절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