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07. 2. 19. 19:07

작년에 유로영화제에서 보긴 했지만 모처럼 정식개봉했으니 오늘 모 분과 아트레온에서 관람.

다시 봐도 정말 좋은 영화. 새로운 발견도 있고...연기도 출중...

문제는......

....자막 만든 분 누구지요?

좀 맞읍시다.

차라리 유로영화제 자막 그대로 갔다 써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아마도 의역을 의도한 듯하나 결과적으론 심각한 왜곡투성이 번역...

웬만한 건 관용정신 발휘로 넘어가려고 했지만, 진짜로 안되는 건...

바로 영화 마지막의 결정적인 대사들이 심하게 왜곡되었기 때문에...

영화 막바지, 마침내 여왕이 TV 추도문을 발표하자 탄복하며 시청하는 블레어.

추도문 내용에 대해 진심은 개뿔...지들이 무슨 진심이 있어?--하고 비웃는 부인에게 [It's not what's being said-the fact that she's doing it is great.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저걸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거야]라는 반문 겸 여왕 빠돌이 기질(...)을 보이는 부분.

자막은 대략 [자존심을 버리는 게 얼마나 힘들었겠어?]

................뭔가 아니잖아. 포인트는 그게 아닌데...블레어의 반응은 동정이 아닌, 감탄과 기쁨인데...

이어서, [That's the way to survive. 저게 바로 생존법이란 거야]라며 탄복하는 블레어.

자막: [처절하군.]

................대체 어떻게 하면 저렇게 해석이 되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두, 두통이...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사건 후 2달만에 재회한 여왕과 블레어.

왕정 지지율이 팍 떨어졌을 때에 대한 대화인데 자막에선 여왕이 [나도 언젠가 이 여왕자리에서 사라질 거니까요] 어쩌구 이러는데 이런 니기미....일국의 국왕이 신하 앞에서 그딴 약한 소리 할 리가 없잖아!

원래 대사는 되려 블레어에게 [당신도 두려웠던 것 아닌가요? 언젠가 자신도 그런 입장에 처할까봐? 언젠가 당신에게도 그 날은 (민심이 돌아서는) 올 겁니다.]라고 날카롭게 지적하는 겸, 현재의 바닥을 기는 블레어 지지율에 대한 직격타이자(...) 대중/시대의 변화는 어떤 지도자에게나 가차없이 찾아온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요.

결국 마지막 부분의 중요한 대사 번역이 개차반이라, 영화의 의의가 시대의 변화에 힘들게 하지만 그래도 품위있게 적응하며 살아남는 왕실이 포인트가 아닌, 단순히 여왕의 굴욕으로만 잘못 이해될 여지를 제공한 번역자는 (피터 모건 각본의 수많은 명대사들을 날려먹은 죄도 깊은...) 그냥 맞아야 함(...) 아니...정말 유로영화제 때 자막이 훨씬 나았어요. [어전]같은 왕실전용 용어도 왕실 측 고용인들과 영국 내각 사람들 사이의 이질감을 두기 위해 고대로 사용하기도 했고...차라리 재활용을 하지...-_-

덧. 블레어 측의 앨레스테어 공보관이 경어를 사용하는 것도 좀 이상했음. 피차 굉장히 스스럼없는 관계인데...

덧2. 여왕 부군 필립공의 부인에 대한 애칭인 [양배추]...는 역시 번역이 어려우려나(...)

Posted by 시바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