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2010. 7. 9. 15:59

 
요새 트로이무쌍을 기다리다 못해 전국무쌍2 (재고라 엄청 쌌음!) 돌리는 중이라

가끔은 이런 걸로 안구정화도 하는 균형잡힌 식...아니 눈생활도 해야죠! :)

이시다 미츠나리가 특히나 마음에 드네요 낄낄.

.....그나저나 다테 마사무네 엄청 쎄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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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만화2010. 6. 22. 13:24
 
오노 나츠메가 basso라는 필명으로 낸 BL 단행본 3종


오노 나츠메의 국내 출시작을 조금이라도 유심히 살펴본 사람이라면 이런 의문이 들지도 모릅니다.

왜 basso라고 냈던 BL작들은 국내에 안 나오는 거지??--라는 의문요.

사실 취향이고 아니고는 둘째 치고 (개인적으로 번뇌스러울 정도로 정말 미묘하게 취향이 아니라서)

이렇게 잠재적 구매층이 어느 정도 확고한 작가일 경우, 경제적으로는 들여놓는 것이 분명 이익입니다.

기존 독자라도 BL은 싫어할 수도 있지만, 원래 BL 그리고 싶어으어어어 냄새를 풍기는 계열의 작가이므로

그리고 솔직히 하나도 안 야하니까 주 구매층의 취향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작가의 BL이 여태까지 한권도 들어오지 않은 것은 시장경제적으로도 불가사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추측을 해봤는데...일단 국내에서 오노 나츠메 작품의 판권을 가진 회사는 애니북스와 학산.

현재까지 애니북스는 6종, 학산문화사는 2종의 작품을 들여놓은 상태입니다.

학산은 사장이 BL을 싫어하는 확고한 철학의 소유자라는 소문(물론 BL 냄새 풀풀 풍기는 노멀작품이나 BL작가의 일반잡지 작품에는 관대함)이 있었지만 어쨌든 아쿠아코믹스라는 BL스러운 브랜드는 있습니다.

그런데 내지 않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2종밖에 출판하지 않은 상태로 그다지 긴밀하지 않아서로 추측되죠.

반면 최초로 오노 나츠메 작품을 정식으로 국내에 소개한 애니북스의 경우는, 계약이 더 수월할 것 같습니다.

블로그를 보면 편집자 중에 오노 나츠메 열혈팬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럼에도 BL작은 안 내는 것은...아무리 봐도 일부러 안 내는 것이다!

"오호호 깔깔깔! 이 몸은 문학동네의 애니북스란 말이야! 다니구치 지로나 마츠모토 타이요같은 엣지하고 예술적인 만화만 낸다고 오호호호 깔깔깔~ BL같은 천박하고 추접스러운 만화계의 폐기물은 생각하기도 싫단 말이야~~
...뭐라고 우리 오노 나츠메님의 BL은 왜 안내냐고? 무슨 더러운 소리야! 그 분은 BL 따위 그리지 않아...! 모르는...얘기야! 저리 가버려! 사...사라지란 말이야!"

...라는 망상이 머리 속을 스쳐가며 멋대로 납득했습니다...만.

반전!! 실은 모 출판사 쪽에 아는 분에게 들은 얘긴데, 사실 오노 나츠메의 BL은 내고 싶어도 못 낸답니다.

왜냐면 작가가 출판사와 계약할 때 해외출판 금지 요청을 했다는군요.

지금까지 수많은(??) 국내 출판사들이 판권을 달라고 애걸했으나 (조금 과장이 있음)

원래 계약이 그렇게 되어 있어서 소용이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오노 나츠메의 BL이 정발되지 않은 이유는, 작가가 해외판권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생기는 또 하나의 의문.

왜 작가는 자신의 BL을 해외에 노출시키지 않으려 하는가??

[헤타리아]나 [세인트 오니상]처럼 (사실 후자는 북미의 기독교 까기 죠크의 평균 기준에 비하면 한참 야들야들한 수준이니 좀 오버인 것 같지만...) 소재상 민감한 문제가 있을 것 같지는 않고,
(세인트 오니상의 경우 국내 판권을 들였다는 소문도 있으니 확실치는 않음)

몇가지 추측해 보자면

1. 이미지 관리: 오노 나츠메의 우아하고 고상한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야 없지 호호호~
(하지만 BL 쪽도 우아하고 고상하게 에로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은 별로 상관없음+인터넷 시대에는 허무한 저항.)

2. 흑역사: 먹고 살려고 BL 그렸어요 흑흑! 과거는 잊어 주세요!
(그러나 지금도 OPERA에 연재하고 있으므로 과거는 커녕 완전히 현재진행형)

3. 후나토 아카리계: 더러운 물건너 불법복제러들! 네놈들이 정식판의 빛을 보는 날은 없을 것이다!
(반면 노멀한 작품들은 멀쩡히 들어오고 있음...)

4. 모욕죄: 특정 개인 혹은 단체의 명예훼손의 여지가 있음.
(그다지 종교,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은 없었던 것 같은데...)

...BL 쪽에 따로 필명을 쓰는 것도 그렇고 1번이 가까울 것 같긴 한데 그냥 좀 무의미한 발악으로만 보이니 4번이 유력할지도 모르는데...그러니까 이탈리아 유학 시절 아는 사람들을 모델로 이런 짓 저런 짓을 그려서 별 일 안 하지만 그 사람들이 보면 감정 상하고 고to the소 당할까봐 두려워서 그런 겁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이런 책도 정판되는 곳이잖아? (전시회도 했음)

역시 오버야...



...그나저나...죄, 죄송합니다 애니북스!;; 사실 애니북스 책 좋아서 많이 사요! 15초 동안의 망상이니 용서를!!

Posted by 시바우치
만화2010. 5. 21. 13:17

사실 까마득하게 옛날에 사 놓고 바로바로 정리하지 않은 것도 많아서...그냥 가나다 순.



11인이 있다!
사실은 이거...속편이 있는 줄 몰랐음. 여하튼 본편&속편&개그 짜투리 만화 합본.
명작에게 긴 설명은 덧붙일 필요가 없는데 이것도 그런 경우. 솔직히 작가의 그림이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은 아니고 메카닉 디자인도 허술하지만, SF 장르의 핵심인 다양한 차원의 '가능성'에 대한 상상력과 뛰어난 스토리텔링은 이 작품이 왜 고전인지 납득할 수 있게 한다.



고양이 화가 주베의 기묘한 이야기 1-2
시대물이라서 반사적으로 산 것도 같은데 그림도 내용도 밍밍하니 그냥 그런데 왜 2권도 산 거지(...)
역시 코믹스판 계열 책이 그나마 싸다보니 구매 결정이 쉬운 것 같을지도?
생각해보니 뭔가 매력이 없는 건 아닌데 단지 12% 부족해서 아쉬운 것 같음. 작가의 정진을 바람.



대결! 궁극의 맛 4
교도소 콩밥이나 처먹으며 1년에 한번 나오는 한솥도시락 고가판같은 도시락 반찬을 걸고 객관적으로 봐도 좀 한심한 밥자랑 잉여배틀이나 하고 있는 재소자들의 모습을 통해 아무리 치사하고 더럽고 발끈하는 일이 있어도 범죄를 저지르지 말고 정직하고 책임감 있게 살라는 메세지를 은연중에 심어주는 교훈적인 작품. 네이버에 연재중인 [신과 함께]와 더불어 요즘같이 윤리가 땅에 떨어지고 바르게 사는 것보다 요령있게 사는 가치관을 더 중요시하는 현대사회에 왜 착하게 살아야 하는지 설득력 있게 피력하는 진정한 도덕만화. 여담이지만 친구랑 얘기하다 나온 건데 이 재소자들 출소하면 홍천녀급 명배우가 될지도. "라...라면이 보이고 있어! 무서운 아이..."



도망변호사 나리타 마코토 6
참고로 이 남자, 여전히 도망다니고 있다. 주인공이 변호사니까 (일본) 법률에 대한 지식도 제공해 주면서 한편으론 도망자이기도 하니 일본에서 신분보증, 자격증 없이 할 수 있는 일용직 일은 거의 다 소개되는 듯(...)
드라마판도 나왔는데 개인적으로 주인공 미스캐스팅이라고 봄. 왜냐면 이 나리타 마코토라는 남자는 지 코가 석자인데도 남 법률상담이나 해주고 있는 오지랖어고, 지명수배자 주제에 아직까지 인상착의 위장의 기본 중의 기본인 '수염'는 기를 생각도 못하는 어딘가 모자란 놈이고, 게다가 치명적으로 남성 살인용의자임에도 불구, 여성들에게 빈번히 협박당하는 상황이 속출할 정도로 (게다가 초딩에게마저 굴욕당함...OTL) 심각하게 만만해 보이는 남자로 핵심 속성은 '착함(순함)' '모자람' '만만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카미지 유스케는...솔직히 안 어울리잖아;  



망량의 상자 1-3
표지의 초미남은 뽀샵질임ㅎㅎㅎ...표지와 원고퀄 차이가 난다는 게 아니라, 저 인물이 표지에선 낚시용으로 왕창 미화되서 그려졌다는 의미다. 사실 작화가는 기본적으로 미소녀도 미녀도 젊은남자도 늙은남자도 다양하게 잘 그리는 능력자이긴 한데 실제로는 터프계 아저씨 캐릭터(키바 형사)에게 가장 힘을 쏟고 있는 것 같다.
소설 원작이다보니 말이 참 많은 것이 특징인데 연출과 분위기, 작화 보는 맛으로 읽게 됨.



먹짱 Gambler 5
마권 따서 근근히 벌어먹고 사는 떠돌이지만 사실은 먹는 자의 인생을 바꿀 정도의 환상의 요리를 만들어내는 전설의 출장요리사 만지로의 이야기. 제목부터 티나지만 이것 역시 츠치야마 시게루의 작품인데, 출장요리사+갬블러를 합치다보니 작가의 기존 국내 출시작에 비해 가장 포커스가 모호한 편. 그래도 작가가 작가니 일정 재미는 보장해 준다. (또한 어처구니 없음도...ㅎㅎㅎ) 번역이 구수한 아저씨 말투를 잘 구사하는 건 좋은데 오역이 너무 많음. 그나저나 5권이 나온 시점까지도 주인공이 대일본요리협회에서 파문당해 식당 알바조차 오래 못하는 이유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추측컨데 협회 예산을 통째로 도박에 날려 먹었다던가(...)



바보도 따라할 수 있는 만화교실
신죠 마유 책 돈 주고 사보는 건 처음인 듯(...)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만화 작법서라기보단 작가의 자서전(...) 겸 프로작가의 마음가짐 지침서로써의 가치가 더 높은 책. 이 작가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호오와는 별개로 (사실 중학교 때도 신죠 마유 만화를 보지 않았으니;) 상업, 프로작가로써의 자세는 뜬구름 잡는 작가주의를 내세우는 것보다 더 진솔하고 현실적이다.



아돌프에게 고한다 1-5
온갖 우연이 겹치고 등장하는 여자마다 주인공(중 하나) 보면 다 반하는 무협지/미연시같은 설정 쯤이야 작품이 전체적으로 훌륭하면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산 증거...하지만 대부분의 작품에선 문제가 되니까 데즈카 오사무가 신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유태인 아돌프의 이스라엘에서의 행적이 좀더 그려졌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젊을 때에도 시오니즘적 성향이 강했고 그것을 뒤집으면 독일인 아돌프의 나치화 과정과 비슷하리라 유추가 가니 집중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이유가 납득이 감. 여러모로 필독서.



이토 준지의 고양이 일기 욘 & 무
보통 고양이 만화들은 고양이를 간략하게 만화적으로 그리는 데에 비해 (그래도 고양이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묘사라면 상관 없지만, 때로는 너무 인형같아서 영 아닌 경우도...) 기본 작화력이 우월한 이토 준지다보니 사실적이고 섬세한 고양이가 나온다는 점만으로도 추가점수. 사실 여기저기서 '이토 준지는 고양이를 귀엽게 그리려고 해도 무서워 보인다'는 감상을 보는데 개인적으로 납득 불가능...한 게 실제로 고양이는 괴상시꾸리한 표정과 귀여운 얼굴을 왔다갔다 하니까, 되려 생생해서 더욱 보기 좋았기 때문. 처음에는 원판으로 접해서인지 번역이 약간 적응이 되지 않았다. 여튼 소이치의 일기도 그렇고 좀더 개그를 그려줬으면 하는 바램.



쿠루네코 4
3권을 샀으니 4권도 샀는데 다 괜찮지만 의인화 분량은 자제 좀(...)
어쩌다 한두번은 넘어갈 수 있는데 이 정도는 과하잖아.

Posted by 시바우치
만화2010. 4. 19. 22:47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마존 재팬에서 흥미 땡기는 신간을 보고 적어봅니다.

[사이바라 리에코의 인생 화력 대결 1권]...인데 아마 국내에는 생소한 작가겠지만 육아, 갬블, 여행 등 일상, 개인적 체험을 바탕으로 한 생생한 성인향 개그만화로 유명한 여성 만화가입니다. 국내에는 왠지 만화는 안 나오고 신문독자들의 투고모음집에 일러스트만 곁들인 [아! 딸]이라던가 에세이집 [천사같은 돈 악마같은 돈]만 나왔더군요. 아무튼 대표작은 [우리집]이나 [매일 엄마!]같은 육아만화인데 네이버에 연재중인 모 사카린 과도한 육아웹툰같은 계열과는 다르게 매우 생생하고 처절하게 빡센 일상 속에서 웃음과 훈훈함을 끌어내는 비범한 센스와 내공으로 유명한 만화가입니다. 미대 학비를 벌려고 갬블잡지에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던가, 갬블 만화를 그리려고 갬블을 하다가 도박의존증에 빠져 고생하기도 했고...등등 좀 파란만장한 개인사 때문도 있겠지요.

여튼 표지에서 왜 카이지와 멱살을 잡고 있느냐!-부터 궁금한 분들이 계실텐데 갬블만화로 데뷔한 데서 눈치 채셨듯이 후쿠모토 노부유키와 꽤나 오래 알고 지내던 사이입니다. 20년 전부터 훈남이긴 했지만 설마 저런 그림(...)으로 히트작가가 되리라곤 상상도 못 해서, 장래성 없는 남자로 찍힌 탓에 자신을 포함한 주변의 여자들이 아무도 꼬시지 않은 것을 이제 와서야 두고두고 반성했다는군요^^;

책은 쇼가쿠칸에서 진행한 만화가 대담 라이브쇼를 엮은 것입니다. 라이브쇼의 이름도 [사이바라 리에코의 인생 화력 대결]로 이곳에서 간략한 정리판을 볼 수 있는데요, 만화가를 초대해서 술도 마시며 거의 막말식 토크 만담과 함께 유명 캐릭터, 동물, 건물 등 주제를 정하고 그림 대결(?)을 펼치는 식입니다.


후쿠모토 노부유키와 사이바라 리에코

일단 기획부터 기발하고 도전적인 게, "사이바라가 대작 만화가들을 상대로 그림 대결! 만화가는 정말 그림을 잘그리는가? 그림은 형편없는 주제에 쓸데없이 잘 팔리는 만화가들을 규탄하기 위해, 미대출신 만화가 사이바라 리에코가 일어선다!"...그러니까 대박 작가들을 상대로 (일단은 미대 출신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심플한 개그만화 그림을 주로 그리는) 사이바라 리에코가 그림 실력을 가지고 싸움을 건다는 취지입니다. 물론 원래부터 입장료(3천엔)를 받은 쇼였지만 일본 출판사 상술이 그 정도로 끝날 리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책으로 나오는군요...^^

글쟁이의 '문체'만큼이나 그림쟁이의 '그림체'는 인간으로써, 작가로써 축적해온 경험치의 모든 것을 의미할 수 있는 예민한 부분이면서 만화팬이나 그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강렬히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는 대상입니다. 게다가 인기작가인 우라사와 나오키, 에구치 히사시 외에도 후지코 후지오A나 치바 테츠야같은 거장급 작가들과도 맞짱을 뜨고 그림실력을 만천하에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아슬아슬 위태위태한 기획인 셈인데 사이바라 특유의 막말 하면서도 넉살좋은 입담도 그렇지만, 일본만화의 독특한 제작시스템, 다양한 그림체와 만화에 대한 허용범위가 존재하는 문화가 설립되어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령 프로만화가인데도 배경을 전혀 못 그리는 작가가 많은데, 이는 어시스턴트에게 분업을 시키는 제작구조 혹은 배경을 거의 집어넣지 않고도 칸을 구성해내는 데에 별로 문제가 없는 작가라는 의미입니다. 그 밖에 일반인들의 환상(?)과는 달리 균형을 잡기 위해 종이를 뱅뱅 돌려 각도를 바꿔가며 그리는 건 기본이고, 심지어 오른쪽을 보고 있는 얼굴을 못 그리는 작가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도 나옵니다.


이전에 올린 [나의 피는 잉크로 되어 있어요]의 작가의 꼬꼬마 그림쟁이 시절 회상씬...에 이어
지금은 프로니까 라이트박스에 대고 그린다=즉 여전히 오른쪽 얼굴을 못 그린다는 고백에 더해
아는 만화 편집자가 편집을 하면서 놀랐던 게 의외로 그렇게 그리는 만화가들이 많다는 충격폭로...!


바꿔 말하면, 만화를 그리는 데에는 그림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내지는 그림 외의 복합적 요소들이 작용한다는 증명이기도 한데요.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잘 그린 만화'의 기준이 극화체, 실사체에 가까운 미려한 그림이라는 인식이 아직 강하게 남아있는 반면에 만화의 양과 종류가 다양한 일본은 잘 그린 만화/그림의 기준이 훨씬 다채롭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정석(?)으로 알려진 얼굴 윤곽부터가 아닌 눈썹부터 그리는 후쿠모토의 작화 방식을 '틀렸다'고 욕하지 않고 '독특하다'고 인정하게 되는 거죠. 그 밖에 국내외의 멋지고 아름다운 그림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간혹 만화 단행본을 내면 그림은 예쁘나 왠지 편하게, 부드럽게 읽혀지지가 않은 경험이 있을 때가 있는데, 이것도 역시 그림을 잘 그린다≠만화를 잘 그린다...의 진실을 증명하는 사례입니다. 물론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만화를 그리는 데에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꼭 그림을 잘 그릴 필요는 없고, 바꿔 말하면 그림'만' 잘 그려서는 안되는 게 만화라는 뜻이죠. 그리고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미형이거나 정확한 조형미를 자랑하는 그림은 아니지만, 그 자체로써 완성/안정된 그림체도 있습니다.    



츠치야마 시게루의 [먹짱!]
 
그림은 그다지 '못' 그리지만 만화는 잘 그리는 작가들이 있습니다. 츠치야마 시게루의 [먹짱!]이나 일련의 작품을 자세히 보면 (사실 굳이 자세히 보지 않아도...) 인체가 허접하고 그렇다고 비례는 무시하는 대신 나름대로의 세련미나 조형미를 추구하는 그림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인물타입도 엄청나게 정형화되어 있어서, 그 주인공이 그 주인공 같고 그 라이벌이 그 라이벌 같지요. 하지만 특유의 경쾌하고 호탕한 에너지로 그어진 선은 자선 효과, 과장된 연출과 대사, 강렬한 줌인 줌아웃 등 만화 자체의 리듬과 템포, 내용과 기막히게 잘 맞아떨어집니다. (게다가 음식 소재만화에서 음식을 맛있게 그립니다!) 그 결과물은 페이지가 휙휙 넘어가는, 가독성이 굉장히 높은 대중지향적 오락만화입니다. 즉 츠치야마 시게루가 지향하는 만화에는 그 그림이 최적화된 화풍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어떤어떤 만화는 그림은 못 그리지만 스토리가 엄청  재밌다'는 말은 사실 정확하지 않은 것입니다. 스토리가 재밌다고 생각하게 한 것은, 그림이 스토리와 연출과 그 외의 작품적 '오오라'를 담아내는 데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림만 떨어뜨려 놓고 보면 예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만화 전체로써 보면 훌륭하고 적합한 그림이라고 해야겠죠.

[사이바라 리에코의 인생 화력 대결]은 그림 못 그리는 만화가에게 철퇴를!...이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만화에는 수없이 다채로운 화풍과 재미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깔고 있기에 온갖 막말이 오가도(...) 존립할 수 있는 기획이라고 생각합니다. 만화가라는 점을 백분 살린 이벤트라 팬들로써도 흥미롭겠구요. 럽툰이 좀 시들해졌다면, 이런 방향의 이벤트를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에게도 만화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도?....뒤집어 말하면 그림만으로는 안 되니 더욱더 어려울 수도 있다는 뜻이지만요...^^;


덤으로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그림 과제 결과물:
 


후쿠모토 노부유키가 그린 욘사마. 도련님을 그릴 줄 알았는데 의외


후쿠모토 노부유키가 그린 키티(...)


후쿠모토 노부유키가 그린 케헤헤 하고 음험하게 웃는 치비 마루코짱.

Posted by 시바우치
만화2010. 4. 14. 21:27
어제 북새통 문고에 갔는데 이런 책이 있었습니다.


[달콤한 그대가 좋아]

처음 보는 작가고 그냥 호노보노 아마아마 무난계 비엘인가 보다...라고 지나칠 뻔했는데.


띠지가(........)




스토리가 있는 BL: 알 수 없는 설정에 지친 당신의 BL혼에 ‘감동’을 불어넣을 시안코믹스의 스토리가 있는 BL 시리즈, 지금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


...라는군요?!

잘 보니 시안코믹스라는 삼양출판사의 새로운 BL라인을 소개하기 위한 목적인데, 참 여러모로 재수없...아니 도발적이고 자극적인 강렬한 문구인 게..

스토리가 있는 BL 시리즈 <<지금까지의 BL는 스토리가 없었던 겁니까!! 심지어 옹녀와 변강쇠...아니 공과 수가 만나서 떡을 쳤어요~뭐 이런 것도 일단은 스토리인데?!!

알 수 없는 설정 <<대개의 BL은 알기 쉬운 뻔한 설정이 아닌가요...뭐 대중문화가 대부분 그렇지만:) 그리고 원래 다들 비슷한 설정에서 연출, 묘사, 감성 등 풀어나가는 방식에 따라 바리에이션이 생기는 거고 때론 황당할수록 장점이 될 때도 있고...아무튼 [스토리가 있는 BL]에 더해 읽기에 따라 기존 작품들을 부정하는 듯한 도발적 문구:)

BL혼 <<마치 이집트 고대신앙에서 영혼이 렌, 바, 카, 슈트, 이브의 다섯 조각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처럼 가령 교회 다니는 동인녀라면 인간혼, 여자혼, 신자혼, BL혼, 에로혼이 있다고 암시하는 듯한 종교적 색채가 풍깁니다.

알 수 없는 설정에 지친 당신의 BL혼에 <<BL독자들은 딱히 알 수 없는 설정에 지친 것 같지는 않아요...우리나라에는 충분히 야한 게 들어오지 못해서 답답한 거지...(퍽퍽)...어어 아닌가요?!

'감동'을 불어넣을 <<물론 BL 보고 감동받을 수도 있지만 딱히 감동 받으려고 BL 보는 건 아니잖아요? 새콤달콤삐리리므흣데인져러스한 무언가를 느끼려 보는 것이지...(탕탕)...앗 이것도 아닌가요??


생각해보면 저한테 무려 포스팅까지 하게 했으니 화제를 모으는 데는 성공한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자칫하면 까다로운 이쪽 아가씨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니...뭐 알아서 하겠지요:)  

덧붙여 저는 저 책을 사지 않았지만 딱히 문구가 거슬려서가 아니라 그냥 순수하게 취향이 아니라서일 뿐입니다. 수컷호르몬이 부족 하지만 정말 취향인 분들이라면 띠지 문구가 거슬린다고 구매의욕이 떨어지...지는 않겠죠?

...떨어질 수도 있겠군요. 괜히 작가가 안됐습니다.

아무튼 이 시안코믹스에서 같이 발행한 게 니시다 히가시의 [천사의 노래]인데 삼양이 판권을 사놔서 여태까지 정발이 안나오고 있었던 거군요. 작가가 작가니 웬만큼 팔릴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그쪽 띠지 문구는 더 순했음.

Posted by 시바우치
만화2010. 4. 11. 20:48


[팝툰]에 연재되었던 김진태 작가님의 [와일드 와일드 워커스]가 네이버에서 연재 개시. 링크

내용은 5명의 초강력 흉악범들이 범죄자의 갱생을 연구하는 초극비 프로젝트에 (제비뽑기로) 선발되어 평범한 회사에 취직하면서 감옥과는 다른 의미로 빡센 직장인 생활을 한다는 스토리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캐릭터는 (자칭) 아이큐 530의 천재 싸이코패스 칸니발 헌터 (한니발 렉터...), 과격파 채식주의 무장전선 테러리스트 최게바라 (체 게바라...), 그리고 엄청난 떡대의 전직 여전사 시고니(...위버?...).

강렬한 첫등장 때문에 내심 시고니X림보를 응원했는데...음...뭐 자세한 건 차차 보시면 될 듯.

사실 [팝툰] 중에선 가장 재밌게 보던 시리즈라 폐간 후 낙동강 오리알 신세였던 게 아쉬웠는데, 프리만화세상에서 유료로 서비스 되었다가 웹툰으로 연재가 재개되니 다행스럽고 반갑네요.

새삼 창간호부터 샀지만 폐간 반년 전부터 왠지 지쳐서 모으길 그만 둔 [팝툰]이 생각나서 복잡한 심정...종이 만화잡지는 종이질을 포기하고 양과 회전속도로 승부하는 광고용으로 단행본 수익만을 노리거나 (이것도 온라인과 병행하지 않으면 어려운 시대고) 다소 매니아적 취향의 개성이 확실한 고급 앤솔로즈 느낌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두 가지 방법을 다 채용하고 있는 일본 만화업계도 어려운 판이구요. 영국에서 이북(e-book)의 유료 여성향 로맨스/에로티카 소설 수익이 상당하다는 기사를 보고도 느낀 점인데 신 플랫폼을 연구, 공략하는 것은 필수겠지요.

물론 웹툰 쪽도 그 막장한 보급율을 좀더 경제적으로 살리는 방안을 연구해야...포털의 엄청난 조회수=홍보력에 끽해야 단행본 수익이 메인이라는 건, 정말 너무나 큰 낭비입니다.
 
Posted by 시바우치
만화2010. 2. 10. 13:25

연재 시작 당시 제목은 [사랑의 선물]이었다는 증거

[악플] [변신] 등으로 유명하신 작은숲님의 최근 연재작 [착한 새엄마]가 대단원의 완결을 맞았습니다.

작은숲님 블로그에 가시면 읽으실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새장가 들어서 불만인 여고생이 반성하고 새엄마를 받아들이는 단편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뭐 가정 집중적 내용인 건 사실이지만 예상 외로 스케일이 커져서(...) 끝까지 재밌게 볼 수 있었어요.

못생긴 캐릭터에 대한 배려라든가...꽤나 구식이고 보수적이면서도 나름 공정한 작가의 세계관도 좋고.

하지만 귀여우라고 넣은 것 같은 아기는 솔직히 너무 징그러웠어....



여담이지만 이 재벌 회장 이건희를 좀 닮은 것 같기도(...)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보는 웹툰 작가 중 하나인데

센스가 지나치게 구시대적...아니 비범한 나머지 주목을 받지 못하는 듯하여 안타깝습니다.

이런 작가를 위해서라도 본격적인 웹툰 비평 지면이 있어야 할텐데...(<<그리고 낚여서 본 독자들이 분노★)

Posted by 시바우치
만화2010. 1. 29. 23:48



심야식당5/아베 야로

역시 마스터도 뭔놈의 손님들이 집에서도 해먹을 수 있는 걸 굳이 돈주고 시키는지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군요;
한국인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작가가 한국에서의 인기를 의식해서 넣은 건지 (한글판 서문을 보면 한국에 정발되고 있는 것이나, 제법 인기가 있는 것도 알고는 있는 듯) 반면 그 시간대 (+지역) 손님층의 특성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 사실 그 에피소드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건 대체 고작(?) *****가 맛있어봤자 얼마나 맛있다고 물건너까지 소문이 나겠냐 하는 궁금증입니다만...여튼 변함없이 심야식당다워서 좋은 5권.
그러고보니 표지 포장지에 누적판매 10만부라는데 국내 기준으론 정말 대단하군요. 역시 음식의 힘?




나의 피는 잉크로 되어 있어요 (私の血はインクでできているのよ)/쿠제 반코

이 작가 만화가 정발 나온 건 아니고; 북오프에서 지른 원서입니다.
서점 직원 겸 만화가로 (왜 겸업을 하냐면 어지간해서는 만화가만으로는 먹고 살 수 없는 현실은 일본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서점이나 책에 관한 경험담 위주의 에세이 툰으로 알려진 작가입니다만, 이 만화의 연재는 코단샤의 소녀만화잡지 Beth에서 한 만큼 그림쟁이, 순정만화팬 소녀가 지금의 (나름) 프로 만화가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영광의 길...이 아닌 쪽팔리고 파란만장한 성장과정에 대한 내용입니다. (즉 표지의 화려함은 역설적^^;)
뭐 이런 게 재미있겠나 하고 처음에는 좀 시큰둥했는데 작가가 썰을 잘 푸는 것도 있고 그림쟁이로써 (특히 쪽팔린 부분에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가슴을 찌르는 소재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림 외에 만화 속 패션과 라이프스타일(가령 어깨끈 없는 드레스)을 동경했다던가 지금과는 사뭇 달랐던 만화잡지의 종합인터테인먼트적 위치 등, 만화를 즐겨본 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도 많이 있습니다. 2차원 캐릭터를 향한 연애담이라던가
여담이지만 요즘 들어 에세이툰같은 경험, 신변잡담류 만화는 만만해 보여서 거의 아무나 그리지만 실은 그렇게 만만한 소재는 아니라는 경우를 몇번 실감했기 때문에, 이 작가는 그 중에서는 우월한 카테고리로 분류중.

Posted by 시바우치
만화2010. 1. 27. 14:16


흑흑 너무 감동적이다.....

주로 털투성이 근육질 남자가 장가를 잘못 가서 수십년간 SM 조교를 당하는 내용이지만 너무 감격스럽다...

아니, 진지하게, 정말이라니까요. 만화 보고 감동 받아서 눈물 흘린 게 얼마만인지...

일반 독자라도 털투성이 근육질 남자가 각종 SM 조교를 당하는 장면만 극복할 수 있다면 보라고 추천할 것임.

[이 만화가 굉장하다! 2009]에 들어갔는지 납득할 정도.

...여담이지만 작품해설이나 후기에서 왜 타가메 선생이 데즈카 만화 팬인지 알게 되었는데
([외도의 집]은 말하자면 게이SM판 [아야코]니까요. 작가 본인도 오마쥬했다고 인정하고 있고.)

부모님이 엄청 엄격하고 하이클래스한 분들이라 스파르타식 교육방침으로 자식들을 공부시켜서 당연히 만화도 전부 반입 금지였지만 데즈카 만화만큼은 (아마 교양만화 느낌으로) 유일하게 허용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데즈카 만화야말로 가장 변태틱위험했다는 거(...)

Posted by 시바우치
만화2010. 1. 13. 20:34

이번호 [그루]의 톰톰작가의 [톰톰토크]에서 안경모에 혹은 안경녀의 비극을 다루었는데요. (포커스가 좀 모호)

2차원과는 달리 리얼세계에서는 안경남은 몰라도 안경녀는 불리하다는 증거로 지인 J씨라는 분의 예를 들었는데,

J씨는 주일학교 교사이고 평소에는 콘택트를 끼지만 어느날 바빠서 안경을 끼고 수업에 나갔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그 모습을 본 '순진무구한 동심의 눈'을 한 어린이가 순수하게 말하길

"선생님, 그런 모습으로는 주님도 화내시지 않을까요?"

...'순진무구한 아이'의 지적에 충격을 받은 J씨는 그 날로 라식수술을 하여 안경을 탈출했다고 합니다.


그런데요...


제가 요 몇일간 위가 안좋아져서 드러누워 죽만 먹은 나머지 성질이 좀 삐딱해져서 그럴 수도 있는데...




왜 이런↑ 대응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 걸까요;;

(J씨, 톰톰작가님, 실례합니다-_-;)

물론 톰톰작가를 통해 걸러서 나온 '실화'이니 실제로는 좀 달랐을 것이겠고 아마 J씨도 원래부터 라식수술을 할 의향이 있었는데 이야기를 재미있게 꾸미기 위해 저런 과장을 했거나 내지는 주일학교에서의 해프닝이 오래전부터 생각해온 수술을 결심하게 한 하나의 계기 정도만 제공해주었을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엉...뭐랄까 이건...물론 애들은 순진하니까 자기 의견과 편견을 입밖으로 내길 주저하지 않기는 해요.

하지만 딸리는 외모(구체적으론 안경)에 대해서 주님이 화내실 것 같다니...너의 주님은 그런 주님이냐!!!

물론 구약성서의 주님은 DNA로 사람 차별하는 데다가 과도하게 폭력적이고 잔인하지만 적어도 외모는 안따졌어!!

이건 신앙교육이나 인성교육 중 한가지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제가...문제일 수도 있겠지만은;;

여튼 기운이 빠져서 원고모드 복귀 노력용으로 낙서 끄적이는 겸사 올려봅니다.

Posted by 시바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