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2010. 6. 22. 13:24
 
오노 나츠메가 basso라는 필명으로 낸 BL 단행본 3종


오노 나츠메의 국내 출시작을 조금이라도 유심히 살펴본 사람이라면 이런 의문이 들지도 모릅니다.

왜 basso라고 냈던 BL작들은 국내에 안 나오는 거지??--라는 의문요.

사실 취향이고 아니고는 둘째 치고 (개인적으로 번뇌스러울 정도로 정말 미묘하게 취향이 아니라서)

이렇게 잠재적 구매층이 어느 정도 확고한 작가일 경우, 경제적으로는 들여놓는 것이 분명 이익입니다.

기존 독자라도 BL은 싫어할 수도 있지만, 원래 BL 그리고 싶어으어어어 냄새를 풍기는 계열의 작가이므로

그리고 솔직히 하나도 안 야하니까 주 구매층의 취향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작가의 BL이 여태까지 한권도 들어오지 않은 것은 시장경제적으로도 불가사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추측을 해봤는데...일단 국내에서 오노 나츠메 작품의 판권을 가진 회사는 애니북스와 학산.

현재까지 애니북스는 6종, 학산문화사는 2종의 작품을 들여놓은 상태입니다.

학산은 사장이 BL을 싫어하는 확고한 철학의 소유자라는 소문(물론 BL 냄새 풀풀 풍기는 노멀작품이나 BL작가의 일반잡지 작품에는 관대함)이 있었지만 어쨌든 아쿠아코믹스라는 BL스러운 브랜드는 있습니다.

그런데 내지 않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2종밖에 출판하지 않은 상태로 그다지 긴밀하지 않아서로 추측되죠.

반면 최초로 오노 나츠메 작품을 정식으로 국내에 소개한 애니북스의 경우는, 계약이 더 수월할 것 같습니다.

블로그를 보면 편집자 중에 오노 나츠메 열혈팬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럼에도 BL작은 안 내는 것은...아무리 봐도 일부러 안 내는 것이다!

"오호호 깔깔깔! 이 몸은 문학동네의 애니북스란 말이야! 다니구치 지로나 마츠모토 타이요같은 엣지하고 예술적인 만화만 낸다고 오호호호 깔깔깔~ BL같은 천박하고 추접스러운 만화계의 폐기물은 생각하기도 싫단 말이야~~
...뭐라고 우리 오노 나츠메님의 BL은 왜 안내냐고? 무슨 더러운 소리야! 그 분은 BL 따위 그리지 않아...! 모르는...얘기야! 저리 가버려! 사...사라지란 말이야!"

...라는 망상이 머리 속을 스쳐가며 멋대로 납득했습니다...만.

반전!! 실은 모 출판사 쪽에 아는 분에게 들은 얘긴데, 사실 오노 나츠메의 BL은 내고 싶어도 못 낸답니다.

왜냐면 작가가 출판사와 계약할 때 해외출판 금지 요청을 했다는군요.

지금까지 수많은(??) 국내 출판사들이 판권을 달라고 애걸했으나 (조금 과장이 있음)

원래 계약이 그렇게 되어 있어서 소용이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오노 나츠메의 BL이 정발되지 않은 이유는, 작가가 해외판권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생기는 또 하나의 의문.

왜 작가는 자신의 BL을 해외에 노출시키지 않으려 하는가??

[헤타리아]나 [세인트 오니상]처럼 (사실 후자는 북미의 기독교 까기 죠크의 평균 기준에 비하면 한참 야들야들한 수준이니 좀 오버인 것 같지만...) 소재상 민감한 문제가 있을 것 같지는 않고,
(세인트 오니상의 경우 국내 판권을 들였다는 소문도 있으니 확실치는 않음)

몇가지 추측해 보자면

1. 이미지 관리: 오노 나츠메의 우아하고 고상한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야 없지 호호호~
(하지만 BL 쪽도 우아하고 고상하게 에로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은 별로 상관없음+인터넷 시대에는 허무한 저항.)

2. 흑역사: 먹고 살려고 BL 그렸어요 흑흑! 과거는 잊어 주세요!
(그러나 지금도 OPERA에 연재하고 있으므로 과거는 커녕 완전히 현재진행형)

3. 후나토 아카리계: 더러운 물건너 불법복제러들! 네놈들이 정식판의 빛을 보는 날은 없을 것이다!
(반면 노멀한 작품들은 멀쩡히 들어오고 있음...)

4. 모욕죄: 특정 개인 혹은 단체의 명예훼손의 여지가 있음.
(그다지 종교,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은 없었던 것 같은데...)

...BL 쪽에 따로 필명을 쓰는 것도 그렇고 1번이 가까울 것 같긴 한데 그냥 좀 무의미한 발악으로만 보이니 4번이 유력할지도 모르는데...그러니까 이탈리아 유학 시절 아는 사람들을 모델로 이런 짓 저런 짓을 그려서 별 일 안 하지만 그 사람들이 보면 감정 상하고 고to the소 당할까봐 두려워서 그런 겁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이런 책도 정판되는 곳이잖아? (전시회도 했음)

역시 오버야...



...그나저나...죄, 죄송합니다 애니북스!;; 사실 애니북스 책 좋아서 많이 사요! 15초 동안의 망상이니 용서를!!

Posted by 시바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