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2009. 12. 3. 19:07
공식홈에 올라서 이제야 봤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다양한 층위의 메세지와 비판성을 담고 있으면서 유머감각도 출중해서 한동안 시들해졌던 사팍에 대한 관심도 및 호감도가 마구 상승~

간략한 스토리 다이제스트입니다:



생일로 돌고래 체험장에 간 스탠의 가족...이지만 느닷없이 일본인들이 들이닥쳐 돌고래들을 척살합니다.



일본인들은 수족관에도 난입해 귀여운 발루가 고래를 죽이고,



심지어 돌고래라는 이름이 붙은 미식축구팀 마이애미 돌핀스마저 척살합니다.
(사실 이런 대학살극을 단순한 반칙 플레이처럼 태연하게 해설하는 스포츠 중계자들도 좀 뿜김...)



국제여론이 일본을 비난하지만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고래 뺙큐! 돌고래 빡큐!"



"아빠, 일본인들은 왜 그렇게 고래를 미워하죠? 이해할 수 없어요."
"나도 모르겠구나, 스탠. 그들은 우리처럼 '정상'이 아니잖니..."



친구들이 아무도 고래 보호에 관심이 없자 고래 보호 다큐 시리즈인 Whale Wars 팀에 합류한 스탠.
저는 본 적이 없는데 동생에 의하면 고래 보호 운동가들이 각종 공작으로 일본 포경선을 방해하는 내용입니다.
(동생은 가식 쩌는 민폐병맛프로라고 욕하더군요...^^;)



최첨단 포경선인데 여전히 전통적 사냥법이라 왠지 웃기는...
아무튼 Whale Wars 팀의 훼방공작이라는 것이 고작 일본 포경선에 썩은 버터를 던지는 것이나 일본 선원들에게 구타당한 것처럼 조작해서 국제여론을 집중시킨다는 식의 맹탕한 좌파운동 전략의 극치라 실망하는 스탠.



여튼 고래척살에 대해서는 한치의 훼방이라도 용납할 수 없는 일본 포경선에 의해 팀의 선장은 살해됩니다.
이에 스탠이 분연히 리더쉽을 발휘해,



일본 포경선을 불지릅니다(...)



그 밖에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두려워하는(?) 고질라를 이용해 돌고래 테마파크를 지키는 등, 공세로 나갑니다.



스탠이 이끄는 팀의 활약은 효율적으로 포경행위를 봉쇄하고 이에 일본 관료들은 치를 떱니다.



뿐만 아니라 시청율도 올라서 래리킹 라이브에 출연하게 되는데, 순수하게 고래를 지키고픈 목적으로 공격적 전략을 펼쳤던 스탠은 미디어의 관심이 오로지 시청율에만 쏟아지자 복잡한 심정을 느낍니다.



심지어 Whale Wars가 자기들 밥그릇(=시청율) 뺏는다고 분개한 또다른 해양 다큐멘터리 팀의 방해를 받습니다.
(이 쪽도 실존 프로그램으로, 게 잡는 어선의 일지를 묘사한 Deadliest Catch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은 고래들의 도움으로 쫓겨나고 스탠은 고래들이 자신의 뜻을 알아준 데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지만...



곧바로 이어지는 일본의 카미카제 공격으로



고래떼 및 스탠과 아이들을 제외한 선원들은 전멸합니다.
(카트맨과 케니가 들러붙어 있는 건 시청율이 높아지니까 스타 한번 되보려고...)

"야, 일본인들 고래 진짜 싫어한다"라는 카트맨의 대사가 명언.



천황은 왜 일본이 고래를 증오하는지 알려주기 위해 소년들을 히로시마 원폭기념관으로 데려갑니다.



원폭 직후 미국이 원폭을 떨군 범인의 사진을 보내주었는데 (물론 합성) 조종사가 고래와 돌고래였던 겁니다.
미국이 범인을 가르쳐 준 데에 감복한 일본은 감사의 표시로 즉시 항복하고, 나라의 원수인 고래들의 씨를 말리기 위해 지금까지 분투해 왔다는 것입니다.

이에 스탠은 진범인(미국)을 가르쳐 주려고 하지만 그러다간 자기들이 고래 꼴 날 것 같아서 할 수 없이...



소와



닭이 합성된 사진을 내세워 고래들은 이들의 음모로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진실(...)을 깨닫고 충격과 분노에 휩싸인 일본인들은



이제는 소와



닭을 척살합니다(...)



"훌륭하구나, 스탠. 네 활약 덕분에 일본도 우리처럼 '정상'이 되었어."

Whale Wars같은 일련의 고래 보존운동의 비효율성과 경박함과 민폐성을 비웃음과 동시에 고래를 향한 순수한 선의는 훼손하지 않는 한편 포경금지 압박에 내재되어 있는 문화제국주의적 정치성도 꿰뚫는 통찰력이 대단합니다.

아울러 미국 수족관의 고래마저 일본인 어부들의 학살대상이 되는 어이 없고도 강렬한 장면들은 폭발적 유머효과와 함께 (특정한 동물을 죽인다는 이유로 야기되는) 타문화에 대한 혐오감을 그대로 드러내서 인상적입니다. 미국의 수족관에 난입해 전통적 포경 방식으로 고래를 찔러 죽이는 (심지어 수족관 유리를 창으로 깨 부수기까지 합니다. 엄청난 전투력...) 야만적인 일본 어부들의 모습은 너무나 의도적으로 그려진 나머지 극심한 위화감이 느껴지고 그 결과 웃음이 나오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런 것 보고 스테레오타입화니 뭐니 하면 레벨 낮은 해석임.

종종 과격하다는 비난도 받지만 과격한 연출법을 실로 효율적으로 살리고 그 바탕에 흐르는 개념은 극히 굳건하고 건전한 것이기에 (이에 비해 인기 없는 입장에서 까면 다 통할 거라는 이유로 브라이언을 공화당으로 만든 [패밀리 가이]는 너무 줏대가 없고 얄팍하다는 생각이 드네요-_-;) 13시즌에 와서도 의미있는 시리즈라고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이것이 하토야마 총리의 첫 [사우스파크] 등장일 듯 합니다. 강렬한 쌍빡큐(...)
그러고보니 시즌 13 에피소드 Pinewood Derby 중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등장한 것도 있는데 왠지 이명박보다는 반기문 총장에 가까운 외모더군요; 설마 추하다고 일부러 제대로 안 그린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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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애니메이션2009. 11. 10. 23:33


안도 미키의 BGM을 듣다가 생각나서 찾아봤는데 역시 유투브에 제시카 래빗의 강렬한 등장 씬이 있더군요.
(뿐만 아니라 영화 본편도 다 올려져 있;;)

제시카 래빗은 1988년작 [누가 로저래빗을 모함했나]의 히로인입니다. 남편은 토끼(...) 로저 래빗이구요.

하드보일드 탐정극+40년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라는 안 어울릴 것 같은 조합을

(내용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멋지게 합쳐낸 걸작입니다.

지금 봐도, 실사와 애니메이션 합성영화 중에서는 전무후무할 퀄리티라고 생각되네요.

애니팬이라면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등 다양한 회사들의 캐릭터들이 나오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듯.
(특히 도널드덕과 대피덕의 피아노 협주극...아니 난투극은 정말 포복절도)

어릴 때는 캐릭터들 보는 재미로 봤는데 지금 보니 은근 성인향 조크도 많군요(...)

뭐 그 때도 제시카는 너무 과도하게 섹시하다...는 생각은 들긴 했지만...^^;

기술력과 캐릭터 보는 재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영화 자체가 매우 짜임새 있고 구성력이 뛰어납니다.

비디오가 본가에 있기는 한데 DVD 사고 싶은 생각이 무럭무럭...

*원래 감독이 탐정역은 해리슨 포드에게 시키고 싶었는데 비싸서 못 했다고 하더군요.
만약 해리슨 포드였다면 [블레이드 런너] 패러디 소재가 늘었을지도?!

**현실이 저질이라 요즘 포스팅도 저질이라 죄송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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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애니메이션2009. 7. 29. 23:58

사용자 삽입 이미지

픽사의 신작 극장용 3D 애니메이션 [업]은 우선 풍선으로 하늘을 나는 집이라는 동화적으로 아름다운 이미지로 눈을 사로잡는다. 푸른 하늘로 끝없이 떠오르는 색색의 풍선, 누구나 한번은 상상했을 법한 동화적 감수성으로 가득 찬 상상의 모습을 강렬한 비주얼로 구현해낸 것은 분명 픽사의 빼어난 기술력과 미적 감각이며, 그 이미지 하나만으로도 관객을 끌어들일 매력은 충분하다. 하지만 [업]은 단순히 하늘을 나는 동화 같은 집, 그 이상이다. [업]에는 이야기가 있다. 인생에 대한 고찰이 있다. 그리고 사람이 있다. 따라서 [업]은 온 가족이 봐도 좋지만 무엇보다 어른에게 추천하고 싶은 진정한 ‘성인용’ 애니메이션인 것이다.


무뚝뚝하고 고독한 노인, 칼 프레드릭슨도 한 때는 소년이었다. 유명한 모험가를 동경하던, 오명을 씻기 위해 남미의 깊숙한 정글로 떠난 그 모험가를 따라 남미로 가고 싶다는 꿈을 품던 수줍은 안경잡이 소년이었다. 소년은 같은 꿈을 공유하는 말괄량이 소녀 엘리를 만나 같이 놀고 꿈꾸고 사랑하며 결혼한다. 부부는 허름한 집을 예쁘게 가꾸고 꾸미며 함께 남미로 모험을 가는 꿈을 나누지만, 세월이 흐르며 늙고 병들고 결국 칼은 홀로 남겨진다. 이것이 한 노인이 재개발로 시끄러운 공사판이 된 동네를 뜨지 못하고, 강제로 퇴거 당하게 되자 아예 집 채로 남미로 떠나는 배경이다. 그에게 집은 아내와의 추억, 공유하던 꿈, 살아온 인생 그 자체이다. 정확히는 그것들의 유품, 그림자, 부스러기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그만이라도 붙잡고 있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노인의 삶은 절박하고 고독하다. 그렇게 칼은 오래된 꿈을 기억해내고 실현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예상치 못한 동행자, 아이다운 산만함과 순수함을 지닌 소년 러셀과 함께.


보청기와 보행보조기 없이는 주위를 감지하고 거동하기도 어려운 불편한 육체를 이끌면서도 집을 놓지 않으려는 칼의 집착은 고집스럽고 우스우면서도 슬프고 낯익다. 누구에게나 어린 날의 장래희망, 복권 쪼가리, 자기만의 원칙 등등 어떤 집착과 미련의 대상이 있고—커다랗게 뭉뚱그려 ‘꿈’이라고 부를 수 있는—그것이 자아를 정의하고 살게 하며 힘을 주고 때로는 사람을 미치게도 죽이기도 한다. 칼이 아내와 공유하던 ‘꿈’이야말로 그를 깨어나게 하고 험난한 남미의 정글로 향하게 하는 저력을 발휘시키는 원동력이긴 하지만, 동시에 영화는 집착과 미련의 위험함과, 그 정수만을 간직한 채 낡은 허물은 탈피할 줄 아는 현명함에 대해 말한다. 칼에게 있어 구현된 꿈, 혹은 그 유품은 아예 아내의 이름을 붙인 집이고, 한편 정글에게 만나게 되는 또 다른 인물에게는 훨씬 끔찍하고 슬픈 결과를 초래하는 무엇이다. 따라서 과거보다는 미래를, 추억보다는 꿈을 쫓는 소년 러셀의 존재는 의미심장하다. 과거에 엘리가 그랬듯이 러셀은 삶이라는 모험을 공유하는 동반자이자 진정한 소통과 교류를 통해 꿈과 영혼의 지표와 방향을 잡아주는 소중한 타인이자 구원자이다. 꿈과 삶은 공유됨으로써, 타자를 통함으로써 비로소 진실된 모습으로 구현된다.


[업]은 영화 CG의 진정한 가치가 기술력 과시가 아닌 작품에 진정성과 아름다움을 불어넣는 데에 있음을 실감하게 되는 드문 사례이다. 실존할 법한 낡은 집과 울창한 정글부터 만져질 듯한 옷감과 인물의 잔수염까지 세세한 리얼리티에 신경 쓴 정밀한 묘사는 (비록 그런 세부적인 부위를 일일이 살펴보는 관객은 적더라도) 전체적으로 물리와 질감이 실재하는 하나의 생생한 세계를 짜낸다. 이러한 묘사는 시각적 쾌락뿐만 아니라 이야기와 등장인물들에 진실성을 더하며 예술적으로 기능한다. 수십년의 세월과 몇 일간의 모험을 매끄럽게 연출하는 스토리텔링과 결코 적지 않은 귀여운 유머의 조합은 가희 환상적이다. 아카데미에서 애니메이션 카테고리가 생기는 바람에 일반 영화 작품상 후보에 오를 수가 없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의 걸작이다. 또한 본편 시작 전의 사랑스러운 단편 애니메이션과, 스텝의 업무와 절묘하게 어우러진 영화 마지막의 스텝롤도 결코 놓질 수 없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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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메가박스 시사회에 당첨되서(럭키--) 본 것은 7월 중순이지만 30일 개봉이니까 지금 올림.

요즘 콘티 외의 것들은 열심히 잘되는군요 오호호호 깔깔깔...OTL

솔직히 최대한 영화 내용을 모르고 가야 재미있습니다. 나중에는 스포일러 감상문도 쓰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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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애니메이션2009. 7. 14. 23:43

 

럭키하게 시사회에 담청되서 코엑스에서 보고 왔습니다.

즐겁고 웃기면서도 너무 가슴이 벅차올라 우산을 놓고 올 정도였습니다. (가지러 가긴 했지만...)

자세한 건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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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애니메이션2009. 7. 13. 01:34
 

...이게 있었다면 지금처럼 말이 많지는 않았겠지만 가을 발매 예정이라 어쩔 수 없군요.

 개인적으로 BL애니 중 최고 명작...이라기보단 그나마 괜찮은 건 [아이노 쿠사비]나 [브론즈]나

라고 하면 너무 구식이라고 적당한 요즘 작품도 못내놓으면서 헛소리치네 동인녀들?--이러길래ㅎㅎㅎ
 
그런데 사실 원래 19금 장르라는 것들이 뽕빨적인 특성상 전반적으로 퀄리티가 저열하고 그나마 많이 만들어져야 그 중에서 괜찮은 게 좀 보이는 법인데 비엘 애니메이션은 그 갯수조차 치명적으로 적어서

그리고 성우 마케팅의 암면인 성우만 잘 붙이면 애니퀄은 거지발닥개같아도 괜찮다는 (그리고 실제 거지발닥개 퀄리티라도 열성 성우빠들은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보기는 보는) 특성 탓에 더더욱 발전을 더디게 하는 점이 있어

솔직히 BL게임이라면 몰라도 애니는 참말로 추천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오죽하면 이제 와서 [아이노 쿠사비]를 리메이크하고 있겠습니까;; 제발 이번만큼은 메카 좀 제대로...)

또한 영화제 포맷을 배려해 TV판은 아니어야하고, 극장판 혹은 OVA여야 하니 더더욱 범위가 좁아지는군요.

하지만 OVA라면 그게 있잖아!



[피코] 시리즈....아 하지만 노멀 남성향 쇼타(=거시기 달린 로리)였지...

게이 남성향 쇼타(=근육 쇼타)라면 좀 고려의 여지가 있었겠지만 안되겠군요. (뭐가 고려의 여지가 있다는겨...)

또 OVA 뭐가 있었더라...



[원죄]도 애니판이 나왔었지 그러고보니.

그런데 작붕이나 기타 퀄 문제를 넘어서 원작을 모르면 뭔말인지 잘 이해가 안가! 니까 기각!




[불꽃의 미라쥬]도 OVA가 나왔었지만 (복근은 칭찬해줄만 함)

원작이 너무 초 방대해....(다른 말로 OVA만 보면 물음표 남발)

음...영화제라는 게 꼭 최신작이어야만 하나?

개인적으로는 최신 해외작품도 있지만 의미 심장한 고전이거나 레어한 작품을 보여주는 것도

영화제의 주요 역할이자 의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넓은 의미에서 추천하는 것은...!










푸른 늑대의 전설


변태 상관의 변태 플레이와 변태 이지메에 굴하지 않는 커플의 사랑이 은하제국을 울리는 감동을 자아낸다!
(아마도)

씬도 다양하게 열씨미 만들었으면서 작화도 충실하고 무려 메카도 충격적으로 제대로 그렸어!

그럼에도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그 존재를 모를 정도로 레어하니 희소 가치도 충분하다!

이 정도는 되야 [그녀들의 판타지]가 아닌가!

...무엇보다 콘티넨탈 대위를 빅스크린에서 보고 싶다.

그리고 칸사이 퀴어영화제에서 상영했다는 타가메 겐고로의 [Desert Dungeon]도 추천.

 

절대 내가 보고 싶으니까만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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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애니메이션2009. 5. 22. 00:39
주변의 애니 좋아하시는 분들은 크게 [요즘 애니 볼 게 없다] 혹은 [~~가 모에한다]로 나뉘는 느낌인데요.

때로는 [에반게리온 이후로 일본 애니메이션이 재미 없어진 세대]와 [에반게리온을 계기로 일본 애니메이션에 입문한 세대]로 분류되기도 하고 (굳이 에반게리온은 아니라도 대략 그 즈음에 나온 작품일 때도 있음. [슬레이어즈]라던가...) 요는 90년대 말을 기점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정확히는 일본 주류 상업 애니메이션에 어떤 중요한 변화가 있었고, 그 변화에 대한 호오에 따라 '요즘 애니'에 대한 만족도/적응도가 갈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종종 에바 때문에 씹덕 모에코드(..;)가 보편화되어서 에바가 일본 애니 다 망쳐먹었다능 뭐 이런 비판이 나오기도 하는데 확실히 에바의 파급력은 상당한 것이지만 그 또한 일련의 변화의 상징의 하나고 상업적이며 대중적인 일본 TV 애니메이션의 구조적 특성과 OVA 시장의 몰락을 고려하면 자연스럽다고도 여겨집니다.

[만화 산업론]에서 나카노 하루유키는 현재 일본 만화시장의 침체에 비해 시장규모 및 작가의 발굴에 있어서도 활발했던 50-60년대 만화계의 독보적인 특징 중 하나로 "두 개의 시장"을 꼽고 있습니다. 도쿄의 전통 있는 아동잡지를 발행하던 주류 출판업계와 그에 비해 비주류였고 다소 언더적 성향이 있었던 오사카 중심의 대본소 업계가 그것인데요. 데즈카 오사무가 지방/비주류 업계에서 출발해(정확히는 그런 시장이 아니면 그런 혁신적인 작풍으로는 데뷔하기 어려웠던) 주류에 편입된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즉 주류업계는 막강한 자본에 바탕한 배급망, 사회적 영향력, 월등한 작업환경이 가능한 반면 그렇게 돈이 들어가는 만큼 실험적인 시도에는 조심스러워서 새로운 혁신은 어렵고, 반면 비주류는 문턱이 낮고 적당히 팔릴 것 같으면 찍어내니까 작가 데뷔도 쉽고 개성적인 작품이 탄생할 토양이 될 수는 있지만 자본이 부족해서 오래 유지되기는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어쨌든 이렇게 거친 환경에서 방목되며 자기 색깔을 강하게 드러낸 작가들은 대다수 주류 출판사에 스카웃되어 일본 만화계의 판도를 크게 넓히게 되고 한편 작가진을 죄다 빼앗긴 대본소는 몰락의 길을 걷습니다. 사실 작가로써는 고료 더 많이 받고 전통 있는 출판사의 잡지에 실리는 편이 당연히 더 매력적인 환경이고 또한 주류 출판사가 아니면 그들을 그렇게 크게 키워줄 수 있는 자본은 없었을 겁니다. 반면 그런 개성적인 작가들이 데뷔하고 성장할 수 있던 것은 대본소 만화의 토양이 아니면 안되었으니 (데즈카 오사무만 해도 젊을 때 도쿄 갔다가 그림 못 그린다고 얼마나 설움을 받았는데;;) 이 '두 개의 시장' 존재하지 않았다면 현재의 일본 만화도 없었겠지요. 하지만 지금의 만화계는 상업 출판만화 시장 하나밖에 없으니 포화상태에 달한 이후 시장으로써도, 창작력으로써도 침체하는 요인 중 하나다...라는 요지입니다.

이렇게 50년대 만화업계 얘기를 지리하게 늘어놓는 것은 애니메이션 쪽으로 치면 (세부 사정이 상당히 다르기는 하지만) 일단 주류-비주류 측면의 공통점에서 TV 애니메이션과 80-90년대의 OVA 애니메이션을 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넓게는 아동용이 아닌 극장용 애니도 포함) 비주류적 시장 성립의 배경은 50년대는 한국전쟁 특수로 입은 경제호황, 80년대는 버블경제...라는 점도 비슷합니다. 다양한 실험과 시도, 혁신이 가능하다는 비주류의 장점도 공유하고 있구요. 그만큼 위태로운 시장이기도 합니다. OVA의 몰락이 초래한 것은 (물론 OVD가 아예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전성기 때의 오리지널성, 퀄리티, 파급력은 아님) 주류 외의 '대안'을 찾기 힘들어졌다는 점과 '모에코드/성우만 우려먹는다' 류의 비판을 면치 못하는 혁신의 어려움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TV용 애니메이션은 투자되는 자본과 공개 루트에 들어가는 자본상 앞서 나카노가 우려한 출판만화보다도 훨씬 제한적인 입지에 놓이게 됩니다. 기본적으로는 1인 창작자에 [애프터눈] [모닝]같은 계열이 (근근히) 유지되는 만화와 달리 제작과 보급에 훨씬 많은 인력과 돈이 투자되는 애니메이션은 수익의 안정성을 추구하기 위해 트렌드에 민감하면서도 새로운 트렌드를 낳기에는 어려운 위치에 놓입니다.

좋게 말하자면, TV용 애니메이션은 그 시대의 최첨단 트렌드를 반영하는 매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자본이 투자되고 유행에 민감한 어린/젊은 층을 주 대상으로 삼고 있으니 당연합니다. 그래서 [요즘 애니 볼 게 없다]는 말은 최신 트렌드가 그다지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일종의 세대차라고도 할 수 있지요. 그리고 그 트렌드 중 하나가 현재는 마침 모에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누구나 다 최신 패션을 입고 다닐 필요는 없듯이 애니의 취향도 마찬가지입니다만 문제는 그 외의 선택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랄까요. 굳이 비유를 하자면 샤넬이나 샤넬 짝퉁만 있고 고딕 로리타 패션은 통 보이질 않는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샤넬과 샤넬 짝퉁...아니 모에 코드만으로는 만족이 안 되는 수용자를 위해 몇가지 전략이 사용되는데, 그 중 하나는 오랫동안 사용해왔던 원작 있는 작품으로 화제 모으기고 또 하나는 좀더 새로운 것으로 복고 코드입니다. 이것은 안전성을 추구하는 주류 자본의 특성상 자연스러운 귀결입니다. 할리우드가 리메이크와 속편을 선호하는 이유도 안정성 때문이지요. 나쁜 말로는 게으른 거지만 거칠게 분류하자면 최근 몇년간의 인기 작품은 극단적으로 복고계(리메이크 및 복고 코드의 노골적 채용)와 모에계, 혹은 그 둘의 적절한 조합이 대다수라고까지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그렌라간] 및 에반게리온 극장판들) 이 복고 코드는 현재의 모에 코드에는, 혹은 모에 코드만으로는 만족이 안되는 좀 색다른 것을 원하는-혹은 90년대 중반 이전의 애니를 그리워하는 올드한 성향의 시청자들에게 어필합니다. 어떻게 보면 과거에는 OVA를 봤을 애니메이션 팬을 복고적 향수로 묶어두려고 하는 셈이죠. 사실 복고주의는 그 특성상 모에 코드보다 잠재적인 위험요소가 클 수도 있지만 어쨌든 잘 팔립니다(!)

요는 [볼 애니가 없다]는 말은 세대차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제한된 산업구조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모에도, 복고도 싫다는 경우는 어떻게 하냐구요? 그야 시대에 맞춰 변하지 못하는 자신의 구닥다리 센스(...)를 원망하며 초야에 묻혀서 영광스러운 과거를 그리는 시를 읊거나 정권이 바뀌...아니 트렌드가 바뀌기를 조용히 기다리며 때(?)를 노리거나, 분하면 자기가 만들거나(!) 그것도 안되면 그래도 자기 취향에 좀 맞는 애니를 발굴하는 네트워크를 찾아보거나 스스로 개척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요는 스트레인저같은 애니를 잘 찾아서 보라는 말임. (결론은 그거;)

사실 애니계 트렌드를 생각해보면 무지 독보적이지 않은가!
극악의 흥행율과 인지도가 애니계의 다른 일면을 말해주기도 하지만

'경박한' 모에도 없으면서 '지루한' 작가주의도 아니고 무려 재미있고(!) 볼거리(액션)도 풍성한! 엄청난 작품!!


......................온천씬은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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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애니메이션2008. 12. 8. 21:31

트레일러

영화감독 아리 폴만은 80년대 초반에 같이 이스라엘군에 복무했던 친구로부터 최근 2년간 레바논 전쟁의 기억이 기이한 악몽의 형태로 되살아나 괴롭다는 말을 듣고, 불현듯 정작 자신에게는 당시의 기억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뇌리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기억'은 나체로 바다에서 유영하는 자신과 동료들, 황폐한 도시의 밤하늘을 찬란하게 밝히는 조명탄, 군복을 입고 거리로 나갔더니 마주친 울부짖는 무슬림 여인들의 인파-이것으로 끝나는 단편적인 영상이 영화 초반의 아리가 기억하는 유일한 '레바논'이었습니다. 그 기억 속에 등장하는 친구를 시작으로, 같은 전쟁터에서 복무했던 9명의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전쟁의 기억을 되찾으려고 합니다.

이 영화는 근본적으로 다큐멘터리이기에, 주인공인 감독 아리 폴만을 포함해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의 육성은 인터뷰한 그대로의 것을 사용해 영상화했습니다. 주제의 민감함으로 직접 등장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비단 그런 필요성에 머무르지 않고 애니메이션만의 강점을 최대한 살린 연출이 돋보입니다. 프랑스 애니메이션 르네상스가 연상되는 강렬한 음영대비의 3D 플래쉬 애니메이션 기법이 (물론 [바시르와 왈츠를]은 흑백이 아닌 칼라지만) 때로는 사실성을, 때로는 기억과 꿈의 경계에 있는 몽환성을, 그리고 그 기억과 꿈 속에 남아있는 전쟁의 비현실적인 광경들을 효과적이면서 미학적으로 표현해냅니다. 가장 처음 떠오르는 기억 속에 있는 발 밑에 전사자와 부상자를 가득 실은 채 전차를 타고 가는 장면과, 이어서 착륙장에서 수많은 전사자들의 몸 위에 덥힌 찬란히 빛나는 덮개가 던져주는 강렬한 이미지같은 것이 그렇습니다. 실험주의적 뮤지션 막스 리히터의 사운드트랙 역시 80-90년대 유행가부터 클래식까지 응용해가며 영화의 독특한 느낌을 잘 살려주는데, 특히 전쟁의 그야말로 아스트랄함과 허무함을 뮤직비디오처럼 연출해낸 장면에서 영상과 음악의 환상적 조화는 극대화됩니다. [바시르와 왈츠를]이라는 제목의 근원이 된 '왈츠' 장면 역시 그렇습니다. 또한 전쟁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개인적 회고록'을 기본 틀로 깔고 있는 이 영화의 속성과도 잘 어우러진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기억은 상당히 애매하면서 이기적이고 유약하기 때문입니다. 불쾌해서, 혹은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애써 억누르거나 비틀리는 기억은 비단 전쟁같은 극단적인 경험이 아니라도 일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한한 표현이 가능한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를 선택한 것도 '기억'을 다루는 이 영화의 주제와 적절히 맞아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기억의 모호함, 전쟁이라는 일상의 초일상성, 그런 모호한 기억 속에 남겨진 전쟁의 파편을 하나하나 모아서 불안정한 콜라쥬를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 아리는 서서히 전쟁의 기억을 되찾게 됩니다. 그리고 내심 가장 두려워하면서도 도달할 수밖에 없는 종착역, 1982년 사브라-샤틸라 수용소 대학살이 있었던 날의 자신의 모습을 향해 서서히 다가갑니다.  

1982년, 이스라엘이 괴뢰정권 수립을 위해 레바논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추진한 기독교인 바시르 자마엘이 대통령 취임 9일전 암살당하자, 바시르의 열렬한 지지세력이었던 레바논 기독교 무장세력 팔랑헤는 배후에 팔레스타인 저항세력이 있는 것으로 여기고 복수를 위해 애꿎은 사브라-샤틸라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학살합니다. 사흘간 약 3천여명의 무고한 민간인들이 처참하게 도륙당한 것입니다. 여기서 난민촌을 관할하고 있던 이스라엘군은 군부의 명령에 따라 팔랑헤를 들여보내주고 이틀밤 동안 조명탄을 발사해 학살이 거행중인 수용소의 밤하늘을 환하게 밝혀줍니다. 이 사건은 서방언론에 대대적으로 보고되고 이스라엘 국방장관 아리크 샤론은 학살 방조 (혹은 팔랑헤와의 밀약 혐의) 책임으로 해임...되지만 어차피 20년 뒤에 이스라엘 총리 자리까지 이르게 되는데는 별로 지장이 없었습니다. 아리 폴만은 무엇보다 이 끔찍한 사건의 현장에 있었음에도 전혀 기억이 없다는 사실에 의구심과 어쩌면 죄책감을 느끼고 세계로 흩어진 친구들을 찾아 전쟁 경험담을 모으는 여정을 영화 속에 담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바시르와 왈츠를]이라는 영화 자체가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가는 감독 자신의 말을 빌리면 지극히 개인적인, 동시에 매우 역사적일 수밖에 없는 여정인 것입니다. 단순히 기분 좋은 젊은 날의 추억으로 끝날 수 없는 피로 얼룩진 무거운 기억이자,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아리는 그 날의 기억을 되찾을까요? 지금 명동 스폰지하우스에서 상영중이니 결말은 직접 확인해 보시고, 힌트를 드리자면-이것은 언제까지나 제 개인적인 견해에 불과하지만-[바시르와 왈츠를]은 [교도관 나오키]가 주인공의 마지막 결정을 내리는 데에 있어서 결국 비껴나가버린채 보여주지 못했던 진정한 '진상'을,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어마어마한 책임감과 죄책감을 어떤 식으로 내면화, 정당화, 정상화하는지 그 이면을 보여주는 데에 있어 성공적인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감독의 상담역인 친우가 마지막에 이르러 그의 '기억'을 해석하고 죄책감을 위로하는 말을 하고 이것으로 영화가 결국엔 이스라엘 입장을 옹호한다는 비판을 듣는 것 같습니다만, 그것은 언제까지나 친구의 위로의 말이며 그에 대해서도 아리는 침묵으로 일관하기에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지 어떤지 알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아리와 그의 친구들은 망각의 형태로든, 왜곡이나 객관화의 형태로든 평생 지워지지 않을 피묻은 기억을 짊어지고 살아야할 것임이 영화의 마지막에서 너무나 명백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구원이 될지, 혹은 괴로운 기억의 재림이 될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바시르와 왈츠를]이라는 작품의 진실성과 호소력에 있어 그들의 역할이 지대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나중에 생각나서 덧붙이지만, 결국 이 영화의 중요성은 '기억하는 것' 혹은 '기억하려는 것(!)'의 의미와 힘을 상기시켜준 데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20여년 뒤에야 아리를 괴롭히는 것은 기억하지 못했다는, 즉 잊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괴로움의 근원이 죄책감인지 단순한 꺼림찍함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잊었다는 사실 그 자체가 그를 괴롭히는 원인임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기억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모음으로써 자신의 기억을 되찾으려고 합니다. 개인적인 여정이기도 하지만 어떤 책임의식을 동반한 것이라고 할까요. 이것으로 그가 용서나 구원같은 거창한 것까지 추구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적어도 '잃어버린 것' 자체가 그에겐 고통이고, 역으로 '기억하려는 것'이 조금이라도 그 괴로움을 덜하려는 행위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특히 요즘들어 너무 마음이 유릿장같아서 과거사를 망각하거나 환타지로 만드는 분들께는 굉장히 보여드리고 싶은 영화군요.

[바시르와 왈츠를]은 현재 명동 스폰지하우스(구 중앙시네마 자리)에서 상영중입니다.


Posted by 시바우치
애니메이션2008. 11. 3. 19:48

1988년...아직 초딩도 아니었던 저에게는 올림픽보다 더 강렬한 기억이 있습니다.

바로 KBS에서 방영해주던 애니, [우주선장 율리시스]...(원제는 [Ulysses31])

지금 생각해보면 제 아저씨 패치의 원흉을 제공한 무서운 작품입니다.



주인공 율리시스는 그냥 미중년이 아니라 머리도 좋고 싸움도 잘하고 정의롭고 현명하고 게다가 임금님...

거기에다가 수염옵션까지 더했으니...그러니까 제 취향이 지금 이 꼴인 겁니다.

지금 생각하니 애딸린 유부남이 주인공인 TV용 애니라니 대단히 파격적이군요. 요즘엔 절대 못나올듯.

여튼 일본 애니인 듯 하면서 양키 애니인 듯 하면서 묘하게 독특한 미학이 있던 그림의 정체가 궁금했지만

이 애니가 일본+프랑스 합작이라는 점을 알고서 왠지 납득했습니다.



덧붙여 초기에 일본에서만 제작한 파일럿 필름은 이 모양이었음(...)

이대로는 제가 마이너한 아저씨 취향에 빠져 괴로워할 일도 없었겠지만 애니를 계속 보지도 않았겠지요.



여튼 애니 자체는 고대 그리스 신화와 우주SF를 접목시킨 제법 독특한 세계관과 디자인이었는데

뭐 생각해보니 당시엔 뭐든지 우주랑 붙여놨으니 그냥 트렌드였던 것 같기도...

그래도 그리스 신화를 SF와 적절히 조화시켜 탄생한 특유의 미학과 분위기는 매력적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여튼 비주얼적 요소가 강렬했던 것은 분명합니다. 왜냐면 어릴 때라 내용은 거의 기억 안나고 비주얼만 기억(...)

제 머리 속에는 툭하면 곤경에 빠지는 성가신 아들네미와, 귀여운 척 하나 눈꼴시려워서 왜 주제가에 나오는지도 알 수 없었던 빨갱이 꼬마로봇 노노와, 묘하게 색기 돌게 생긴 푸른피부의 외계인 여자애까지 끌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율리시스의 여정인데 제우스가 툭하면 재수없게 방해하고 그래서
제 안에서는 율리시스가 끝없이 우주를 헤매는 네버엔딩 스토리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자료를 찾아보니 전 26화 완결...내 대가리 속은...무한루프냐...



지금 생각해보니 꼬마로봇 노노는 아마 어린아이들이 감정이입하기 쉬우라고 넣는 애교형 비인간 캐릭터인데
저래뵈도 몸이 무척 튼튼해서 나름 활약도 하는데 그렇게 싫어할 이유는 없었지만
아마 떡잎부터 삐딱한 어린애라 제작사가 어린이를 배려해서 만든 캐릭터에 반발심부터 낸 것 같습니다.
여튼 노노가 아니라도 맨날 일 벌이고 다니는 율리시스 아들 텔레마코스도 별로 좋아하진 않았죠.
생각해보니 그러한 [어린이 시청자 감정이입을 위해 넣은 어린이 캐릭터] 때로는 꽤 미묘한듯.



신사적이면서도 강하고 매력적인 미중년상을 강렬히 박아넣은 율리시스와 함께 또 인상적이었던 캐릭터는

푸른 피부의 외계인 미소녀 유미...의 오빠였습니다(...이름 국내판에서 뭐였는지...)

그 땐 무식한 유딩이라 어휘가 안됐지만 느낌상 헉 미청년이다! 하고 덜컥 다가오는 그런 미모였던 겁니다.

나중에 보니 원래 설정상 저 별 사람들은 초미모...라는군요.




...그런데 오빠라는 거+왠지 자주는 등장 안하는 귀한 몸이었다는 거 외엔 뭐하는 캐릭터였지는 기억 못함...




그래서 찾아봤더니 1화에서 율리시스가 못된 사이클롭스를 없애고 구한 포로 중에 저 남매가 있었고

문제는 그로 인해 받은 저주로 율리시스 부자를 제외한 전 승무원+오빠 수면상태...
(승무원들이 저주에 걸린 건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오빠는;;)

그러나 왠지 오빠만 도중도중 3번 깨어나서 가끔 비행기 조종도 하고 모험도 하고 그런 설정이었지만

역시 저는 기억 못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걸 뛰어넘어 율리시스가 너무나 강렬히 뇌리 속에 박혔다는 것 뿐...



그리고 지금은 단지...

이런 위험한 애니를 아무렇지도 않게 애들 보는 시간대에 방영해서

가녀린 유딩을 아저씨 매니아 지옥일번지에 처넣은 KBS가 원망스러울 뿐...

야 이 나쁜 놈들아! 그런 자극적인 걸 애들에게 보여주면 어떡해!

공영방송의 탈을 쓴 유해방송같으니라고!



....그리고


세월은 지나...


KBS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있었는지...






과도하게 삐리리하고 자극적인 프로그램에는 15금 마크를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화면: 전투씬보다 명민좌가 너무 자극적이라 15금 처리된 [불멸의 이순신])

하지만 한국은 어차피 전가족이 드라마 시청하는 나라니 효과가 어땠을지는...;

Posted by 시바우치
애니메이션2008. 9. 30. 15:18

TV를 안봐서...라기보단 채널 신청을 안한고로 TV에 아무것도 안나와서 몰랐는데

KBS 방영 국산 애니 요절복통 삼국쥐전

삼국지가 아니라 삼국'쥐'입니다. 주인공 이름이 쥐현덕인데 요는 다 쥐입니다 삼국지가 아닌 것도 섞였습니다;
게다가 설정이 무능한 황제, 썩은 관료, 나태한 시민 때문에 IMF가 왔다는군요...어느 시대에 기획한 거야?
요즘 모 국가원수를 쥐새끼라고 하는데 삼국쥐라니-_-;설마 쥐의 해라고 나온 건지 어쩌자는 건지 애매합니다;
개인적으로 설치류 동물에겐 본능적으로 오싹함을 느껴서 (심지어 좀 귀엽게 생긴 축에 든다는 햄스터라도 부부간 유혈낭자 끝에 동반자살한 기억이 있어서 그닥 인상이 안좋습니다. 좋아하는 분에게는 미안하지만...) 쥐라는 데서 이미 비호감이지만 어차피 어린이들을 상대로 만들었으니 먹힐...리가 있나! 애들을 바보로 아는 거야! 내지는 IMF에서 보이듯이 어른용 사회풍자 애니?? 쿨럭...-_-
아직 1화밖에 안 나온 모양인데 혹시 보신 분들은 얼마나 괴작인지 제보 바랍니다.

딴 얘기지만 신촌 토즈같은 데서 스트레인저 상영회 하면 오실 분 있나요? 다음주나 다다음주 주말 즘에...
사실 어차피 다운로드 돌아다니지만 걍 큰 화면으로 보고싶은 근성+여럿이서 봤을 때의 재미가 있다는 메리트가...(+포뇨가 12월 개봉이면 이건 대체 어느 세월에;)...그 밖에 시바우치와 현피 뜰 수 있다던가 하는 장점(?)이 있습지요. (....정도로는 역시 객관적으로 봐서 별로 이득이 아니니까 좀더 미끼를 뿌리자면 일본에서 공수한 책과 동인지 살포도 겸한 흑의 현피회. 근데 정리해보니 은근 하선생님 책이 많...;;) 물론 우리말 자막 지원. 원래 상영회라는 게 그런 거고...난 끼니를 걸러가며 초회한정판을 질렀으니 그래도 돼! 라는 핑계로 정당화...할 정도로 오오! 지친 내 모습~인 거지요.

사실 이번 주 내내 학과에 외국 손님이 오셔서 스토커 집사모드인지라 이런 생각이라도 안하면 좀 피곤합니다;
역으로 모에와 망상은 피로한 일상에 반드시 필요한 청량음료, 기력회복제라는 의미...후후후.

Posted by 시바우치
애니메이션2008. 4. 30. 01:24
오늘 Y모님 집에 놀러갔다가 문득 오오츠카 아키오 원래부터 그런 (아저씨스러운) 목소리였나??
설마 20대에도 그런 목소리였겠어? 물론 나이를 먹으면 아무래도 인기를 잃는 일반 성우들의 커리어에 비해, 오히려 나이를 더할수록(...아저씨, 중후계로 인식 박혀서...) 강점이 붙어가는 성우라는 점은 굉장하긴 하지만....
라는 의혹이 들어서 검색해보았지만...진짜 오래된 건 주역이 아니라선지 그럴싸한 파일이 안남아 있어서(...)
그래도 좀 재밌는 걸 발견하긴 했습니다.



[호빵맨]에서 나가네기맨(대파맨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듯;;) 에피소드 하나를 통째로 올려놓은 것이...
좀 짱입니다 ㅋㅋㅋ 무엇보다 마지막 부분에는 오오츠카의 나가네기맨 테마송이 깔려 있다는(...)
캐릭터가 좀 많이 강하고 멋지고 말 끝마다 귀엽게 [네기]라고 붙이기까지 합니다(...)



[오늘부터 마왕] 캐릭터송 모음에서 그웬델 곡인 [고고한 눈동자].
...몇년 전의 오오츠카 노래 파일은 완전...술취한 부장님같아서 무시하고 있던 노래 실력을
허걱 그새 노래실력이 늘었어?! 내지는 좀 성의있게 불러본 건가(...)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니 정말로 놀랐다능(...)

그리고 73년도판 바벨 2세 애니의 요미 성우는 오오츠카 아버지인 오오츠카 치카오인데,
92년도 세인트세이야스러운(...) OVA 버전의 요미는 아들 오오츠카 아키오였다는 부자 연속 요미....ㅎㅎㅎ

그 밖에 원래는 아버지에게 반항해서 [누가 연기자따위 될까보냐!]하고 대학을 중퇴, 트레일러를 몰고 방랑을 하다가 좋아하던 여성이 [꿈을 쫓는 남자가 좋아]라며 배우 남친을 선택하자 충격을 받고 배우 그까이꺼 되어주마~!!!...라며 연기자가 되었다는...이 무슨 캐릭터 이미지에 어울리는 뒷이야기가(...)

아무튼 설마 어린 나이에서 변성기가 되니 갑자기 이런 아저씨(...) 목소리가 되었을 리는 없겠고 (만약 젊을 때부터 그랬다면 그것도 나름 대단하지만;;) 이전 목소리가 여전히 궁금한 상태입니다.
Posted by 시바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