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2012. 11. 19. 09:08

호주의 철도회사인 멜번 메트로가 공개한 안전사고 예방 취지의 홍보영상 Dumb ways to die (멍청하게 죽는 방법)입니다.
작곡은 탠저린 키티 Tangerine Kitty 라는 아티스트라고 합니다.
귀욤+훈훈(한 노래)+유머+고어 코드가 적절히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서 화제입니다^^
일단 공익홍보물인 만큼 나름 유익(?)할 것 같아서 가사도 번역해 봤습니다. 

....그런데 어이 없어 보일지 몰라도 상당수 실제로 제법 있는 사인이라는 것이......음 조심하세요 여러분^^;



Posted by 시바우치
애니메이션2011. 10. 21. 01:57


디즈니의 2006년도 단편 애니메이션 <성냥팔이 소녀>입니다. 날씨도 추워졌고 해서 올려봅니다.

초기단계에서는 <판타지아 2000> 이후의 판타지아 신작 용으로 기획된 단편 중 하나였는데 모종의 이유로 계획이 취소되고, 별도 단편으로 제작되어 2006년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에 공개되었습니다.

원래 판타지아용 작품이었기에 대사가 없이 보로딘의 현악합주를 위한 야상곡 2번이 BGM으로 깔려 있습니다.
감독은 로저 앨러스, 프로듀서는 돈 한입니다.

원작의 배경이 덴마크에서 러시아로 바뀌었지만 (그리고 러시아의 추위를 생각하면;;) 내용은 대체로 비슷하게 따라갑니다. 전체적으로 흑백톤을 유지하며 색채를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한 점, 투박해 보이지만 시대고증을 생각하면 오히려 그럴듯한 성냥의 모습이나 주인공 소녀의 움직임, 자세 등에 사소해 보이지만 리얼리티가 들어가 있어서 단순하면서도 섬세하게 잘 만들어진 수작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사실 전 이 작품의 존재를 최근에야 그것도 우연히 알았습니다; 디즈니와는 애증관계가 있어서 고전 단편도 다 봤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실수가...

그런데 알고 보니 <성냥팔이 소녀> 자체가 지극히 제한된 형태로만 구해볼 수 있기 때문에 그랬던 것도 같습니다. 그러니까...인어공주 플래티넘 DVD에만 수록되어 있습니다; 본가에 인어공주 비디오(옛날옛적에 존재했던 사각형의 검은 매체입니다)를 소장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DVD판을 구매할 생각도 안해서 놓쳐버렸던 것이죠-_-; 이것도 사실 팬심이 딸린 건가...

어쨌든 음악과의 조화, 영상미, 연출 모든 점에서 훌륭한 수작이고, 6분 남짓밖에 안 하니 잠깐 짬을 내서 보고 가셔도 좋을 듯 합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지만 책임지지 않습니다^_T
Posted by 시바우치
애니메이션2011. 6. 24. 22:48


잉여잉여 열매를 처먹었는지 전에 소개한 블루스를 부르는 시타 한글자막도 만들고

보기 편하시라고 유투브에 나눠서 올렸습니다....´_` 간만에 잉여력 폭주.....

사실 자막제작+영상 업로드는 처음인데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라 찔릴 구석은 없어서 좋네요ㅎㅎㅎ

나머지는 제 유투브 채널에 올려놓았습니다. 원래가 80여분이라 6개로 나누니 충분했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링크는 여기, 한글자막은 여기입니다.

즐감하시고 재밌으면 널리 알려주세요^^

Posted by 시바우치
애니메이션2011. 6. 22. 21:39



블루스를 부르는 시타 Sita Sings the Blues 는 2008년 공개된 장편 애니메이션입니다.

원래 만화가였던 니나 페일리가 30살 때 처음 애니메이션에 손을 대면서 가정용PC로 5년에 걸쳐 제작.

작가가 카피레프트를 지지하기에 무료배포가 자유로워 유투브가 전부 올라와 있는 상태입니다.

기본적으로 기원전 5세기경에 시인 발미키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인도의 대서사시 라마야나에, 작가 개인의 창작동기에 대한 사연을 더한 내용으로, 캐치프레이즈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이별 이야기]입니다.

구성이 상당히 독특한데, 일단 고전 인도회화와 비슷한 옆얼굴만 나오는 단촐한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이 있고, 그림자 인형들이 해설하는 부분이 있으며, 세련된 플래쉬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부분, 마지막으로 작가의 개인사를 그리는 현대풍 애니메이션 부분이 있습니다.

각 스타일마다 확실한 역할로 서사를 전개하는데, 가령 인도회화 스타일은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을 보여주며, 그림자 인형들은 오래된 서사시에 존재하는 다양한 판본과 해석 등의 배경지식을 제공해주는 역할이고. 뮤지컬 부분은 시타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으로 1920년대에 녹음된 재즈가수 아네트 핸쇼의 앨범에서 발췌한 노래들이며, 현대풍은 작가의 개인사를 통해 라마야나의 창작 동기를 보여줍니다.

메인인 라마야나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푸른 피부(힌두교에서 신성의 상징)의 왕자 라마는 아요디야의 왕자로 아버지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을 예정인 고귀하고 선하고 강한, 이상적인 남성상의 표본입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왕비 중 하나가 자신의 아들을 즉위시키기 위해, 아주 옛날에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던 왕의 약속을 들먹이며 라마를 14년간 숲속으로 추방시킵니다.
라마의 아내 시타는 남편을 깊이 사랑하여, 마귀들이 설치는 위험한 숲속으로 남편을 동행합니다.
라마가 마귀들을 죽이자 마왕이자 랑카(현재의 스리랑카)의 왕 라바나의 여동생은 라마를 쓰러뜨려 달라고 청하지만, 라바나는 무적인 라마를 건드리지 말라는 신하의 말에만 귀를 기울입니다. 이에 라바나의 동생은 라마의 아내 시타가 절세미녀이며(웃긴 게 미모의 비유가 죄다 연꽃...) 그녀를 납치하라고 꼬드깁니다.
시타의 미모에 반한 라바나는 신하를 황금사슴으로 둔갑시켜 라마의 주의를 끌고, 혼자 집을 지키던 시타를 납치해 랑카로 끌고 갑니다. 하지만 시타는 라바나를 완강히 거부하고, 분노한 라바나는 2달 안에 자신을 선택하지 않으면 죽일 것이라고 협박합니다.
아내를 잃고 슬퍼하는 라마 앞에 원숭이 용사 하누만이 나타나 부하가 되며,(하누만은 시바의 화신이기에 오로지 라마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태어났습니다.) 하누만은 거대화해서 랑카로 건너가 시타를 찾아냅니다. 그리고 시타를 업고 돌아가려고 하지만 시타는 외간남자의 몸에 닿을 수 없다는 이유/해석에 따라서는 남편이 라바나를 응징하고 직접 자신을 구해내기를 원해서, 이를 거부합니다.
하누만은 라바난의 부하들에게 붙잡혀 꼬리에 불이 붙지만, 오히려 랑카에 불을 질러 막대한 피해를 입힙니다.
돌아간 하누만은 라마와 원숭이 전사들과 함께 랑카에서 전쟁을 벌이고 결과적으로 수많은 마귀들이 죽고 라바나 역시 죽임을 당합니다.
시타는 남편과 재회하여 기뻐하지만, 라마는 외간남자의 집에서 산 시타의 정절을 의심하고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좌절한 시타는 자결을 결심하고 라마에 의해 불더미에 던져지지만, 불의 신 아그니의 가호로 무사히 살아납니다. 신들이 시타의 정절을 입증하자, 라마도 그녀를 받아들이고 마침 14년의 추방기간이 다하여 아요디야로 돌아가 왕이 됩니다.
그런데 아요디야에서 한 세탁부가 바람났다가 집에 돌아온 부인을 구타하며, "내가 외간남자랑 놀아난 아내를 다시 받아주는 라마인 줄 아느냐"고 말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에 라마는 왕으로써의 위엄을 갖추기 위해/사실은 시타에 대한 의심이 가시지 않아서/시타가 임신중인 아이들의 아버지가 라바나일 것이라는 의혹도 있어서, 동생 락슈마나를 시켜 시타를 먼 곳으로 추방합니다.
비탄에 빠진 시타는 현자들의 보호 아래 쌍둥이를 출산합니다. 물론 라마의 아들들이고, 현자 발미키는 이들에게 라마를 찬양하는 노래, 라마야나를 가르칩니다. 자기들을 버린 아버지를 찬양하는 노래라니 말도 안되는 것 같지만, 사실 계략적이죠. 노래의 내용은 겉으로는 선하고 고귀한 왕 라마를 찬양하면서, 훌륭한 왕이 되기 위해 아내를 불태우고 버렸다는 내용도 들어있는...고도의 디스입니다.
어느날 라마는 숲에서 자신을 찬양하는 노래를 듣고, 아들들을 발견해 궁으로 들이기로 합니다.
하지만 시타에 대해서는 다시 정절을 입증하라고 하고, 진력이 난 시타는 만약 내가 진정으로 순결하다면 어머니 대지가 나를 삼킬 것이라고 합니다.
이에 정말로 땅이 꺼져서 시타를 삼키고 시타는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애니에선 안 나오지만, 원래 시타는 밭을 갈다가 땅에서 나온 아이. 즉 정말로 대지가 어머니임.)


오프닝은 비슈누와 라크슈미를 그린 19세기 삽화의 인용. 라마는 비슈누의 화신 중 하나이고, 시타는 라크슈미의 환생입니다....인도신화 너무 클램프같다능....

한편 작가 니나 페일리의 개인사 부분은 처음에는 남편과 사랑하는 고양이와 셋이서 함께 하는 샌프란시스코의 행복한 생활에서 출발합니다. 그런데 남편이 인도로 6개월 동안 일하러 가게 되고, 나중에 전화로 1년으로 계약기간이 늘었다고 좋아하며, 조바심을 내는 니나에게 인도로 오면 될 것 아니냐고 해서 인도로 가게 되지요. 니나는 샌프란시스코의 아파트는 고양이를 사랑하고 돌보는 조건으로 임대로 내놓고, 남편의 말을 따라 인도로 갑니다. 그런데 막상 인도에 도착하니 남편의 애정도 관심도 식어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와중에 니나는 5일간 뉴욕에서 열리는 회의에 초청을 받고, 남편의 권장으로 뉴욕으로 갑니다. 그런데 뉴욕에 갔더니 인도로 돌아오지 말라는 남편의 이별통보 이메일을 받습니다. 인도에도 샌프란시스코에도 돌아갈 수 없게 된 니나는 뉴욕에 남아 슬픔에 빠져 있다가, 인도에서 접한 라마야나를 읽으며 여주인공 시타에게 공감하고 애니메이션을 제작합니다. 작중에는 나오지 않지만, 아네트 핸쇼의 노래도 뉴욕에서 오갈 데 없이 친구네 소파에서 지낼 때 들었던 음악으로, 우울한 느낌이 오히려 와닿았다고 합니다. 참 뭐같은 남편이지만 덕분에 라마야나를 모티브로 걸작 애니메이션의 창작동기가 생기기는 했군요. 물론 인간적으로 남자든 여자든 저렇게 예의없는 이별통보는......제발 하지 맙시다.......

라마야나는 인도 예술과 문학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특히 하누만의 활약과 라마와 라바나의 전쟁은 벽화 및 부조에서 자주 나타나는 주제입니다. 원숭이 용사 하누만은 손오공의 모태였다는 설도 있습니다. 즉, 인도에 멈추지 않고 머나먼 중국과 동아시아 문학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지요.

악당인 라바나에 대한 해석도 옛부터 분분하며 힌두교 내에서도 그의 숭배자들이 있습니다. 작중에 그림자 인형들의 해설에서 언급되지만, 라바나는 학식이 뛰어난 위대한 왕이자 시바의 독실한 신자로써 그를 위해 창자를 꺼내 악기를 연주해 찬양했다고 묘사될 정도입니다. 유일한 악행은 시타를 납치한 것인데, 그러고 나서도 강제로 덮치거나 하지 않고 무척 신사적이게도 시타로 하여금 자기를 선택하라고 합니다. 위협이지만 악당치고는 순수돋지요. 또한 그가 스리랑카의 왕이었다는 점에서 옆나라를 디스하는 전적으로 인도의 관점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라마야나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2010년도 영화 <라바안>에서는  라바나에 해당하는 인물이 주민들에게는 의적, 경찰 입장에서는 테러리스트로 그려집니다.  

한 사랑이야기와 이별이야기로 봐도, 인도 신화로써 봐도, 애니메이션으로 봐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작가가 관대하게도 무료배포로 제공을 해서 쉽게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작가의 홈페이지를 통해 후원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로 이 홍보성 포스팅(!)도 퍼감 자유입니다. 즐감하세요~^^


Posted by 시바우치
애니메이션2011. 3. 25. 21:32

일본 대지진에 원전누출에 동남아시아에서도 지진이라니 참 뒤숭숭한데...부디 무사안녕했으면 좋겠습니다.
줄기창 트위터만 하다가 간만에 블로그 업데이트라고 한 것이 몰라도 상관없지만 알아둬서 나쁜 것은 없을...지도 모르는 취향 시리즈 제 1탄...퍼리특집입니다.
시리즈라고는 썼지만 계속될지 어쩔지는 저도 모르고 며느리도 모릅니다^^


<스타폭스> 시리즈의 크리스탈. 대표적인 초인기 퍼리 캐릭터.

퍼리 furry, 복수형은 퍼리즈 furries, 첫 번째는 형용사로 털이 복실복실한 것을 의미하고, 두 번째는 형용사를 복수형으로 만들어 명사처럼 다룸으로써 특정 취향을 가리킬 때 주로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퍼리, 혹은 퍼리즈는 영미권에 널리 퍼진 취향 장르의 하나로, 간단히 말해 ‘의인화된 동물 캐릭터’에 대한 애호취향을 의미합니다. 또한 그러한 애호취향을 지닌 사람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단어의 의미가 ‘복실복실’이기는 하지만 꼭 털 난 동물에 국한되지는 않고 모든 의인화된 동물, 즉 뱀개구락지 등도 포함.)

의인화된 동물이라고 해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데, 가령 네발로 걸어 다니는 등 현실적인 동물에 가깝게 그려지지만 사람의 말을 하는 종류도 있고, 인간처럼 이족보행을 하거나 옷까지 입고 있는 의인화 비율이 높은 동물까지 모든 것을 포함합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의 동물을 상상하면 간단합니다. 일본에서도 의인화 비율이 높은 동물캐릭터 모에속성에 대해서 ‘케모노’라는 단어가 있기는 한데, 퍼리는 그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취향입니다. 의인화된 동물캐릭터를 가리키는 ‘퍼리’라는 단어의 탄생과 팬덤 내 잡지의 발매 등 퍼리라는 취향의 성립은 1980년대로 여겨지지만, 사실 그 기원은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여느 팬덤이 그렇듯이 퍼리 애호가들은 그림이나 글을 창작하기도 하고, 특정 작품의 팬아트를 제작하기도 하며, 그 중에서는 성인취향의 매우 성적인 내용물도 있고 (yiff라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동물옷을 뒤집어쓰고 동물의 우는 소리를 흉내 내며 성적인 쾌감을 느끼는 페티쉬까지, 정말 규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채롭게 표현합니다. 물론 팬덤답게 Anthrocon이나 Furfest같은 큰 규모의 정기적인 행사를 개최해서 코스프레, 작품 발표 및 판매, 토론 등 여느 행사와 비슷한 이벤트가 열리기도 합니다. (CSI에서도 다뤄진 적이 있죠.) 한편으로는 호오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취향이기도 합니다.



Furfest 2006 행사사진. 위키피디아에 공개되어 있었으니 괜찮...겠지.

간혹 퍼리를 일본의 네코미미 등 동물귀 모에속성의 양키버전이라고 정리하기도 하는데, 사실 그렇게 간단히 치부하기에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몇 가지 존재합니다. 동물귀가 인간에게 (매우 근소한) 동물속성을 부여한 것이라면, 퍼리는 동물에게 인간의 속성을 부여한 것입니다. 전신에 털이 나 있고 입과 코 부분은 주둥아리로 동물적 특성이 분명한 캐릭터와, 인간 미소녀인데 동물 귀와 꼬리가 돋아있는 캐릭터는 비주얼적으로도 명확한 차이가 나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문화적 배경이 다릅니다. 퍼리의 기원은 디즈니로 대표되는 만화, 애니메이션 등 아동용 미디어 속의 의인화된 동물 캐릭터라는 유구한 전통에 있습니다.
 


범인은 디즈니…?!

물론 동물을 의인화하는 전통 자체는 이솝우화 등 고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만, 이야기 속의 동물들이 시각적 매체로 화하여서 다수의 대중에게 ‘캐릭터’로써 자리잡은 것은 인쇄매체와 대중소비가 발달한 근대에 와서야 이루어졌습니다. 가장 대표적이면서 획기적인 사례가 19세기에 (그리고 지금도) 선풍적인 인기를 끈 포터의 <피터 래빗> 시리즈입니다. 사실 동물캐릭터는 시각적 매체에서 몇 가지 유리한 특성들이 있습니다. 특색이 분명하고, 친근감이 느껴지며, 남녀노소에게 널리 어필할 수 있습니다. 1914년 공개된 혁신적인 초창기 애니메이션 <공룡 거티 Gertie the Dinosaur>가 공룡을 주인공으로 선택한 것이나, 디즈니의 첫 성공작이 토끼 오스왈드였다는 점, 후발주자인 워너 브라더즈의 간판 캐릭터가 토끼 벅스와 오리 대피라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일본만화도 노라쿠로 등 동물을 내세운 만화가 인기였지만, 종전 후에는 인간 캐릭터로 심도 깊은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데즈카 오사무 스토리 만화의 영향인지 (물론 데즈카 본인도 초기에는 디즈니 캐릭터와 흡사한 동물캐릭터를 그리곤 했지만) 일본에서는 그렇게 주류적 장르로 발달하지는 않았습니다. (...라고 쓰기는 했지만, <천하무적 멍멍기사> <명탐정 번개> 등 성인용 고전원작을 아동용으로 치환하는 방안의 하나로 역시 의인화된 동물캐릭터를 활용하는 유사한 패턴은 존재했음.) 아무튼 북미에서는 의인화된 동물 캐릭터가 대세였으며, 여기에 디즈니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초기 디즈니 작품의 동물은 직접관찰을 통해 세밀하게 구사된 사실적인 움직임과, 인간의 감수성에 어필하는 사랑스럽고 표현력이 풍부한 표정의 조합으로 상당한 공이 들어간 캐릭터들이었으니, 관객이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물론 좀더 의인화가 진행된 미키 마우스, 도널드 덕 등의 캐릭터들이 펼치는 코미디 단편은 캐릭터 산업으로도 수월하게 연계되어 직접적인 수익을 벌어들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유부녀+과부 주인공에 젊고 참한 총각이랑 얽히는 모에설정의 The Secret of NIMH

어릴 때 의인화된 동물 캐릭터를 보며 자란 아이들이, 약간은 더 진지하고 복잡한 이야기를 볼 나이가 되었을 때 동물 캐릭터는 아동기의 이야기와 어른 이야기 중간의 매개자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가령 1958년 아동용 소설로 출시되고 1986년 디즈니사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베이커가의 바실 (국내 제목은 위대한 명탐정 바실)>은 셜록 홈즈의 패러디 작품이자, 본격적인 셜록 홈즈 소설을 읽기에는 좀 어린 독자들을 위해 홈즈 자택의 지하실에 사는 생쥐탐정 바실과 조수 도슨의 모험을 그린 아동소설이지요. 암울하고 진지한 동물 애니메이션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The Secret of NIMH 마우스 킹>이나 <Watership Down>도 원작은 아동소설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친근감을 쉽게 가질 수 있는 동물을 주인공으로 분쟁, 정치, 죽음 등 인간세상의 복잡하고 어두운 이야기를 풀어가는, 좀 더 세밀해진 동물우화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죠. 비슷한 발상으로, 여우 로빈 훗이 활약하는 디즈니의 <로빈 훗>처럼 원래는 인간이 나오는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을 모조리 동물로 바꾸며 자동적으로 아동용으로 치환시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비주얼화되면서 다양한 성격과 매력을 지니고 복잡한 내러티브 내에서 활약하는 의인화된 동물 캐릭터들의 종류도 늘어나게 되었죠. 이 중에서는 연애 내러티브를 다룬 것도 있고, 따라서 의도적으로 성적인 매력을 풍기도록 제작된 동물 캐릭터도 많습니다. 즉 아주 어린 시절부터 어느 정도 머리가 굵어질 때까지 의인화된 동물 캐릭터에 대한 취향이 자연스럽게 자리잡게 된다는 뜻입니다.

 

1978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고양이 댄서 오마하>. 드물게 정식출판된 성인용 퍼리만화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북미 성인코믹, 특히 에로만화에 있어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

퍼리에 대한 호오가 갈리는 부분은 주로 성적인 퍼리 콘텐츠에 대해서입니다. 실제로 구글에 그냥 furries로 이미지 검색을 해도 엄청나게 떠오를 테니 굳이 올리지는 않겠습니다. (동심파괴적인 이미지도 많으므로 단단히 각오하지 않으면 시도하지 말 것.) 보기에 따라서는 수간물보다 혐오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운 취향일 수 있겠지만, 앞서 말한 ‘어린 시절부터 자리잡은 취향’ 그리고 ‘매력적이고 복잡한 캐릭터, 내러티브의 존재’를 염두에 두면 생각보다 괴상하지는 않고 오히려 그 사회문화적 배경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점도 있습니다. 바꿔 말하자면, 일본 애니메이션, 만화에 익숙한 우리나라나 일본의 수요층이 성장해서 에로만화를 보는 것과 비슷합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만화 속 인간캐릭터의 데포르메된 묘사가 낯선 영미권에서는 ‘그런 것에 욕구를 느낀다니 이해할 수 없다, 만드는 쪽도 이상하다, 변태다’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라 HENTAI라는 단어가 모든 2D 에로틱 묘사의 총칭이 되어버릴 정도로 강렬한 인상과 거부감을 자극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캐릭터를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층에게는, 특히 아직 실사-3D에 거부감을 느끼거나 혹은 2D 쪽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는 층에게는 그렇게 부자연스럽지 않겠지요. 성적인 퍼리 콘텐츠를 즐기는 층도 결국은 비슷한 흐름의 일환으로 느껴집니다. 어릴 때부터 형성된 취향이 향유자의 성장에 따라 그 욕구에 부합하도록 ‘성숙’해진 셈이지요.

따라서 어쩌다가 양웹에서 퍼리 그림과 마주치게 되더라도, 대패닉하여 벽에다가 머리를 박으며 변태 양키색휘들 하고 욕해댈 필요 없이 이러저러 하다보면 그런 취향이 생길 수도 있겠구나 하고 넘어가면 됩니다. (사실 양웹에서 검색질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한두개는 튀어나오게 되므로 예비지식 없이 당한 나 같은 피해자를 한 사람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이런 글을 쓴 것도 있음.) 한편 단결력과 취향소비가 강한 팬덤인 만큼, 국내 작품 중에서 퍼리들의 불끈불끈을 자극할 속성의 웹툰들을 퍼리 팬덤에 집중적으로 마케팅하는 것도 유용한 전략입니다. 가령  <위대한 캐츠비>나 <TLT>는 미려한 작화와 성인취향 스토리라인, 섹시한 암컷…아니 여성캐릭터의 묘사로 퍼리들의 취향에 직격할 작품들입니다. 또한 본인이 의인화된 동물 캐릭터에 남다른 애정 혹은 욕정을 느끼지만 이 취향을 어디 가서 말하지도 못하고 끙끙 앓는 분이시라면, 영어사전으로 무장하고 광활한 퍼리 팬덤에서 천국을 영접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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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애니메이션2010. 8. 28. 17:37
 

인형 애니메이션 [아킬레우스]. 1995년 영국.

그리스 조각, 무대극, 미술 디자인을 스톱모션 인형애니메이션으로 살려낸 명작.

제목은 아킬레우스지만 정확히는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의 이야기.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ㅎㅁ...
(공수구도는 직접 확인을~~>_<)

무대적 연출 안에 웅장하고 어두우면서 은근 에로틱한 초 예술적 게이 애니메이션입니다. 딱히 감독 본인이 게이는 아닌 것 같고 고전 원작을 많이 다루다보니 원작의 핵심요소를 충실(...)히 살리려고 그런 듯.

감독 배리 퍼브즈 Barry Purves는 애니메이션, 광고, 무대감독으로 다양한 활동을 한 스톱모션계의 거장 중 하나지요. S4C(웨일즈 방송)의 오페라 애니메이션 시리즈 중 [리골레토]를 제작하기도 했고, [화성침공], [킹콩],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등의 할리우드 영화의 애니메이션 감독을 하기도 했습니다. 스톱모션 하면 CG 애니메이션의 발달과 함께 사라져가는 장르로 인식되는 편인데 정작 그런 애니메이션의 순두주자인 픽사, 드림웍스 등에서도 워크샵을 여러번 진행했다고 하니 도구는 변해도 정작 좋은 작품을 만드는 구조와 구성 자체는 일관된 것이랄까요. 따지고 보면 CG도 이미지만으로는 스톱모션처럼 입체(의 인상을 주는)적 구성인 셈이니, 질감이나 표현요소에 대해서는 참고할 점이 많을지도...

아 유툽 링크는 타가메셈 트윗에서 보고...덕분에 좋은 작품 감상했소!!
Posted by 시바우치
애니메이션2010. 7. 12. 21:38
 

디즈니의 2010년 신작 Tangled입니다. (머리카락, 실 등이) 얽혔다는 의미죠.

옛날이야기 라푼젤을 조금 비틀어서 라푼젤이란 제목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은 듯한데 남자주인공이 왕자가 아니라 탈주중인 도둑이라는 것도 좀 마음에 드네요.

게다가 라푼젤 바비인형같이 생겨가지고서 스탠드술사...! 저 능력은 러브딜럭스가 아닌가

이건 3D니까 공주와 개구리처럼 극장에서 마구 내리지는 않을 거라고 믿어봅니다.

Posted by 시바우치
애니메이션2010. 4. 15. 23:36
사우스파크 공식홈에 시즌 14-5화 [200]이 올라왔네요. 200회 기념이라 내용도 스펙타클ㅎㅎㅎ



사건의 발단은 사우스파크 어린이들이 사탕공장에 견학을 갔다가 퍼지(설탕, 버터, 우유, 초콜렛 등 온갓 살찌는 재료를 다 처넣어서 만드는 달다구리, 사진의 사각형 모양 등 다채로운 형태로 나옵니다)를 포장하는 톰 크루즈를 발견하고 [저거 봐, 톰 크루즈가 퍼지 포장꾼(fudge packer=퍼지 팩커)이네!]라고 말하는 데서 발생합니다.

...그런데 퍼지 팩커는 퍼지를 포장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퍼지 그 특유의 색깔(갈색...) 때문에 애널섹스를 하는 남성, 즉 동성애자를 경멸조로 부르는 단어이기도 했고 마침 그런 뜻으로 오해해서 열받은 톰 크루즈.



하지만 퍼지를 포장하는 사람 보고 퍼지 포장한다고 했을 뿐인데 어쩌라고(...) 그래서 개리슨 선생마저 [어라, 톰 크루즈가 퍼지 포장하네!]라고 하자 완전 꼴받아서 사우스파크 전체를 대상으로 모욕죄 소송을 거는 톰 크루즈.



그것도 지금까지 사우스파크에서 모욕을 당한 모든 유명인사들을 다 모은 집단대소송인데...!
따라서 여태까지 사팍에 출연한(당연히 곱게 나온 경우는 거의 없음) 유명인들이 총출연!!!



아앍 인디........TTTT  저번엔 죠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윤간을 당하더니TTTTTT
사팍 제작진이 어지간히 인디아나존스4(정확힌 죠지 루카스)가 싫었던 듯;_; 뭐 이해는 가지만



이대로는 도시가 망할 게 뻔해서 아들 스탠과 함께 톰 크루즈에게 직접 사과하러 가는 랜디.
톰 크루즈는 단 한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면 고소를 취하하겠다고 하는데 그 조건이란 바로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를 만나게 해주는 것! 당연히 어이상실한 스탠과 랜디 부자(...)



물론 사팍의 세계니까 문제가 되는 건 무함마드가 이미 죽었다던가 그런 게 아니라 무함마드의 모습을 드러내게 하면 과격파 무슬림들의 항의와 테러를 받는 것이 두려워서죠. 어쨌든 과거 사팍에 각 주요 종교의 교조들의 모임 Super Best Freinds (불교의 붓다, 힌두교의 크리슈나, 이슬람교의 무함마드, 기독교의 예수, 아클란티스의 왕 아쿠아...아니 정자...아니 시맨, 도교의 노자, 모르몬교의 죠셉 스미스)에 검열된(...저 시커먼 censored 부분) 상태였지만 등장한 적이 있긴 하니 스탠과 카일이 Super Best Freinds를 설득하려 나섭니다.  



왜 무함마드를 조건으로 내세우는지 의아해하는 동료들에게 톰 크루즈는 이 소송의 진정한 목적을 설명합니다.
예언자 무함마드는 그 누구로부터도 모욕을 당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힘을 지니고 있기에(무함마드의 형상이나 신체의 일부조차도 묘사하면 안된다는 교리도 있지만 가령 무함마드를 테러리스트로 희화화한 유럽 시사만화가 무슬림들의 반서구 감정을 자극해 된통 당한 등의 경험이 있는 서구 미디어에서는 특히나 조심하고 회피하는 대상이니 사실 틀린 얘기는 아니죠...) 그 힘을 뺏어 유명인들은 더 이상 각종 모욕에 시달리지 않겠다는 계획이죠.



톰 크루즈: 생각해봐 팀! 아무도 네가 요즘 만드는 재탕 우려먹기 영화들을 욕하지 못할거야. [비틀쥬스] 이후로 창의적인 작품은 하나도 없었다고 지적하는 연예프로도 사라지겠지. 만드는 영화마다 매번 똑같은 구진 음악이랑 죠니뎁을 쳐넣는다던가, 그렇게까지 죠니뎁이 좋으면 차라리 죠니뎁이랑 섹스나 하라는 소리도 못할 거야!

팀 버튼: 아...그거 괜찮을듯.

...등등의 말로 유명인들을 설득하는 톰 크루즈ㅋㅋㅋㅋ



하지만 슈퍼 베스트 프렌즈도 무슬림 항의가 두려워 설득이 어려운데...

죠셉 스미스: 애들아, 이해해야 해. 무함마드는 종교적인 인물이니까 모욕하면 안되는 거야.



그런데 그 때(...)

예수: 야 붓다! 애들 앞에선 코카인 하지 말라고 했잖아!

여하튼 갑옷을 입히든, 가면을 씌우든 인간의 형태로 걷는 것이 보이면 안된다길래 아이들이 고안해낸 아이디어로 (짐트럭 뒤에 태우고 목소리만 나오게 하는 것) 사우스파크로 보내지만, 시즌 9의 11화에 나왔던 과격파 진저(붉은머리, 주근깨, 창백한 피부의 사람) 분리주의 단체도 역시 무함마드의 신성불가침의 힘을 노리고 사우스파크를 테러로 위협하자 성이 난 톰 크루즈는 그럼 유명인들도 폭력으로 위협을 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폭력을 휘둘렀다간 유명인들의 밥줄인 이미지가 심히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대신 사우스파크에 쌓인 원한을 가지고 있는 바바라 스트라이샌드를 가동시키는데?! 진저들과 메카 스트라이샌드가 사우스파크에서 격돌!
(참고로 애당초 메카 고질라를 패러디한 메카 스트라이샌드인 만큼 [바~브라 바~브라 이치반 키라이나 히토~ 바~브라 바~브라 하나가 오오키이~]라는 일본어 주제가도 나옴...)



...그 와중에 인디는 여전히TTTTTTTTTTTT

장대한 스케일이다보니 파트 1은 여기서 끝나고 다음주를 기다려야겠군요. 두근두근...

유인촌 문화부장관이 사팍에 등장할 정도로 충분히 유명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에피소드였습니다. 참고로 지금까지 온갖 연예인, 정치인, 종교인 외 별별 유명인사들이 사팍에서 까여 왔지만 이렇게 집단소송을 건 적은 없고 대체적으로 [그런 걸로 열받아서 진지하게 날뛰는 쪽이 개쪼잔 등신]이라는 분위기로 관대하게 넘어가는 경향이죠.
(심지어 사팍에 등장해서 조명 받았다고 좋아하는 경우도 있음.)

미국의 표현의 자유가 부럽다...고만 하기에는 이 에피소드의 핵심 주제도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이니 기본권에 대해서 꾸준히 고민하고 도전하는 자세야말로 건전한 자유민주주의사회를 유지시키는 진정한 원동력임을 깨닫게 할 수도 있지만 뭐 그냥 사우스파크 카메오 스펙타클 액션특집으로 봐도 즐거운 에피소드였습니다.

...그러고보니 무도도 곧 200회네요?

Posted by 시바우치
애니메이션2010. 3. 25. 22:41
 
내 생활을 도와주고 내 생활을 지켜주는 밝은 정치~ 믿음직한 정치!
안심하고 식사할 수 있는 것도~ 모두가 모두가 정하는~ 밝은 정치~ 믿음직한 정치!
그러니까! 선거~ 선거~ 밝은 선거~! 선거~ 선거~ 밝은 선거~! 밝은 선거!

크아아아악 이 미칠듯한 세뇌감!!! 나만 당할 순 없다!!!!!...그래서 올렸습니다.

...니코니코 동화에서 화제가 됐던, 일본 성인식에 무료배포되는 선거참여 홍보성 DVD입니다.

참고로 전부를 보시려면 이 링크이 링크로 가시면 됨.

민주주의 선거에 대해 지나치게 기초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데다가 어른 대상이라면서 귀여운 동물 캐릭터들이 주인공이고 세뇌적이고 반복적인 노래 하며 막 성년이 된 사람들을 유딩취급하는 거냐! 이딴 데 돈을 쓰다니 내 세금 돌리도!--하는 분개와 어이없음을 타고 니코동에 급격히 퍼진 동영상...인데 결국 많이 퍼지긴 퍼졌으니까 어쩌면 안티심리마저 계산에 넣은 일본정부의 고도의 노림수라는 생각이 들 정도더군요;

사실 잘 보면 저 낙타와 토끼와 돼지(잘 보면 돼지코는 붙인 것이라 정말 100% 돼지인지는 좀 의문이지만)도 나름 성인이라는 점을 어필하려고 월급을 받는다던가, 이성(저 세마리 다 수컷임)에 관심이 있어서 미팅 얘기에 불타오른다던가 하는 설정 부여가 되어 있기는 합니다(...하지만 미팅에 선거 화제를 써먹는 건 제발 참아줘...)  

NHK 단막애니메이션 특유의 건전표방적이면서도 어딘가 세뇌적이고 아스트랄한 점을 연상시켰는데 실제로 제작자가 [엉덩이 무는 벌레]로 히트를 쳤던 부부 크리에이터 우루마데루비(うるまでるび)였더군요.

[생활과 정치]로 시작해 대체민주주의의 구성에서부터 선거기간과 투표, 개표에 이르기까지 극히 기초적인 내용을 다루고 주제별로 여러 개의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지막에는 주제가가 에피소드 테마에 맞추어 조금 변형된 형태로 나옵니다. 정말 유아틱한 연출과 가사지만 사정이 있어서 당일투표를 못 하는 사람을 위한 기일전투표같은 유용한 정보도 담고 투표참여를 독려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 단순함에 의의가 있는, 홍보용으로써는 지극히 적합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생각입니다. 공약을 대부분 잘 안 지킨다는 암울한 현실은 넘어가고...

무엇보다 저 선거~선거~즐거운 선거~를 한번이라도 들으면 도무지 투표소에 달려가지 않고는 못 배길 듯-_-;;
(유, 율동도 흉내내게 되는 거 같아...으아아아아아~~!!!!

아무튼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하기 위한 일본정부의 노력(...?)은 가상하군요.

....요는 지방선거 앞으로 6월 2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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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애니메이션2010. 2. 3. 22:19
요코야마 미쓰테루 [삼국지] (흔히들 말하는 60권 만화 삼국지)는 저에게 각별한 의미를 가진 작품입니다.

초딩용으로 엄청나게 축약된 소설 삼국지 외에 본격적으로 상세한 삼국지를 접할 수 있던 각색판이자...

최초의 만화적 비주얼 삼국지로 뇌리에 각색되어서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부수적으로는 요코미쓰 작품 특유의 방정맞고 허점투성이에 귀여운 아저씨 캐릭터들로 인한 (수염) 아저씨 모에 제공의 원흉이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뭐 넘어가구요...

여하튼 원작을 좋아했으니 이 삼국지를 기반으로 제작된 애니도 재밌게 시청했는데, 원작이 워낙 방대하다보니 실제로는 적벽대전까지만 제작되었습니다. 국내에는 KBS(였던 것 같기도;;)에서 방영해서 어린 나이에 본 것이죠.

한데 그 애니판을 우연히 스페이스툰에서 다시 보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새삼 어른의 눈으로 보니 신선한 점이...

일단 마침 시청한 에피소드의 제목은 [소년장수 조자룡]으로...조운 자룡의 데뷔 에피소드라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소년'장수 조자룡은 첫 등장부터 거의 작품 내내 이런↓ 얼굴입니다.


*뿔투구 쓴 무장이 조자룡이고 감탄하는 털보 무장은 공손찬 요코미쓰 공손찬 귀엽다

이 조자룡이 저에게는 퍼스트 조자룡이라 [천지를 먹다]나 코에이의 미청년 조자룡들은 솔직히 컬처쇼크였음.

아마 요코미쓰 선생이 미청년 얼굴 타입은 이미 유비와 조조 얼굴에 써먹어서 어쩔 수 없었다던가 (그러다보니 미주랑 주유도 그냥 좀 화려한 투구의 아저씨TT) 그냥 그 분 마음 속의 조자룡은 저런 이미지라던가로 추정됨.  

에피소드의 내용은 동탁토벌군 해체 후 퇴각중인 원소가 병량 부족에 시달리자 처음에는 기주태수 한복에게 식량원조를 요청하고자 했지만 문추의 부추킴에 그냥 기주 자체를 뺏어먹을 방향으로 계획을 전환하고, 하지만 구체적인 명분이 필요하니까 공손찬에게 한복이 동탁과 내통하니까 같이 기주를 치고 사이좋게 반띵해 먹자능 뿌우~라는 편지를 보냅니다. 공손찬 동생 공손월은 편지의 내용을 의심하지만 동탁은 전국구 왕따니까 누구하고도 친해지려 할꼬얌~이라고 판단한 공손찬이 바로 군을 보내고, 공손찬군이 온다는 소식에 겁을 먹은 한복과 기주의 관리들은 유일하게 원소의 속셈을 꿰뚫어본 경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성을 열어 원소군의 보호를 요청하기로 결정합니다. 계획대로 한복의 초청을 받아 기주로 향하는 원소군의 길에 백마를 탄 소년(...)이 나타나 문추가 막아서는데, 그는 자신이 성산의 조운 자룡이라고 밝히고 원소를 섬기고 싶다고 청하고 받아들여집니다. (물론 졸병 A로써...) 원소가 기주에 입성하자 경무가 칼을 들고 막아서지만 문추에게 죽임당하고 조자룡은 복잡한 심정으로 바라봅니다. (원래는 좀 더 한적한 곳에서 암살당하지만 뭐 넘어갑시다...) 결국 기주는 원소가 장악하게 되고 (여기서 기둥 뒤에서 분해하는 한복 입가에 한복 저고리라도 물려 뜯게 해주고 싶었을 듯한 포즈였음) 공손찬은 공손찬대로 화가 나서 동생 공손월을 보내 약조한대로 기주의 반을 나눠줄 것을 요청하고 원소는 회담에 호의적으로 응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문추를 보내 돌아가는 공손월을 암살해 버립니다. 그리고 왠지 이것도 목격하는 조자룡. 사실 너도 암살자 부대 중에 있었던 거 아니냐...

기주도 못 얻고 동생도 죽고 초분노한 공손찬이 원소군과 전투를 벌이고...뭐 이것까지는 좋은데 너무나 분노해서 물불을 안 가리는 지경이 되었는지 문추와 일기토를 합니다. 게다가 창과 방패로 무장한 문추를 상대로 고작 칼을 들고 상대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리치면에서부터 상대가 안 되고 무기도 잃지만 어째서인지 근거리에서 창을 3번이나 피해내는 엄청난 회피력을 발휘합니다. (내지는 문추의 명중율이 사실은 형편없거나...) 이 때 조자룡이 난입하자 문추는 배신하냐고 추궁하지만 "별로 돌봐준 것도 없지 않소"라는 쿨시크한 답변만 돌아오고 조자룡의 엄청난 창 실력에 무장해제된 문추는 젠장 다음에는 혼내 주겠따아~라는 말을 남기며 퇴각합니다. (...그런데 고작 일기토 하나 졌다고 원소군 전체가 퇴각하는 듯?!) 조자룡의 은의와 실력에 감복한 공손찬은 곧바로 백마진 2000기의 지휘를 맡깁니다. 부하들이 방금 전까지 원소군에 있던 자인데 너무 성급하신 게 아니냐고 태클 걸자 떨떠름해하며 500기로 줄이기는 했지만...(그래도 주력부대인데 공손찬 이 사람 너무 기분파 아닌가??) 다음 날(로 보임) 전투에 공손찬군은 일방적으로 깨지지만 갑옷으로 풀무장한 조자룡의 백마부대의 활약과 어디선가 달려온 유비군의 원조로 무사히 버텨냅니다. 그런데 왠지 모르지만 조자룡은 유비의 모습에 반하는(...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음) 한편 장비는 조자룡을 미남이라고 부르며 윙크까지 하는 등 노골적인 추파를 던집니다. 조자룡은 유비에게 섬기게 해달라고 요청하지만 유비는 나는 홈리스 백수라서 님을 먹여살릴 수 없음 솔직히 공손찬님을 섬긴지 몇일 되지도 않으니 사나이로써 은혜를 갚은 것이 도리고,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것이라며 일단은 부드럽게 거절을 합니다. 이에 조자룡은 눈물을 흘리며 감동하고 장비는 그 우는 모습을 보고 왠지 좋아합니다(...) 이리하여 조자룡은 다음 만나는 날까지 안녀엉~ (손도 흔든다니까요, 정말로...)


...생각해보니 이 내용이 불과 20분 안에 다 들어있다는 것인가! 대단한데 감독?! 랄지 삼국지는 역시 고밀도야!;


여하튼 어린 시절에는 전혀 지각 없이 보다가 지금 보니 깨달은 게 몇 개 있어서 적어보자면...

*색깔이 원색적이다. 갑옷은 거의 다 황금빛 노랑이고 빨강, 초록 등 원색적 색채가 많이 쓰여서 지금 보면 다소 튄다는 느낌인데 어릴 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럽게 보였다...?!

*해설자 아저씨의 푸근한 존대말 나레이션이 새삼 아동용임을 실감하게 해준다...^^; 옛날이야기같은 느낌.

*요시카와 삼국지를 충실히 따라가는 원작에 비해 훨씬 더 각색이 많다. 간단히 말해 좀 더 간략화 되었거나 캐릭터 중심으로 편집되었다고 할까? 위의 에피소드 내용 요약은 그 예시로 활용할 수 있는데, 가령 기주의 주도권 다툼과 원소와 공손찬의 전쟁을 조자룡의 질풍노도의 군주 찾기 청춘일기로 정리해 놓았다. 참고로 원작 만화의 경우 조자룡은 전장에서 고립된 공손찬을 도우면서 첫 등장하고 (하지만 상대가 문추는 아니었던 것 같기도...), 유비와의 만남은 유비가 공손찬의 객장으로 있을 때 밤 중에 다소 느닷없이 불러내서 "유비님 전부터 사모하고 있었습니다. 부디 거두어 주십시오."라는 무서운 고백을 하는 식으로 표현된다...하지만 난 분명 원작을 읽었음에도 애니판에 대해서는 별로 따지지 않고 즐겁게 봤어!

*아무리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폭력적, 선정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일본 애니라도 역시 아동용이다 보니 폭력의 묘사가 심하게 억제되어 있음. 원작의 사망씬의 경우 튀기는 피를 나타내는 먹뿌리기, 정형화된 포즈와 표정, 신체절단 등 극대화된 드라이한 연출이 어쩌면 그 다루는 방법의 냉정함 때문에 은근히 잔혹한 느낌이 드는 반면. 애니판은 피같은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죽을 경우는 그냥 흑백반전되는 연출이 많은 듯 하다. 그런데 대체 이것의 어디를 보고 어릴 때는 박력 있고 멋있다고 생각한 거지?!

*왠지 모르겠지만 장비→조자룡→유비 라인이 있었던 것이다...물론 관운장은 그런 끈적한 거 없이 쿨쉬크.


...결론은 아이들(초딩) 애니 보는 눈은 어른의 시각과 다르니까 같은 기준으로 따지면 안되는 걸지도...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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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