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2010. 2. 3. 22:19
요코야마 미쓰테루 [삼국지] (흔히들 말하는 60권 만화 삼국지)는 저에게 각별한 의미를 가진 작품입니다.

초딩용으로 엄청나게 축약된 소설 삼국지 외에 본격적으로 상세한 삼국지를 접할 수 있던 각색판이자...

최초의 만화적 비주얼 삼국지로 뇌리에 각색되어서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부수적으로는 요코미쓰 작품 특유의 방정맞고 허점투성이에 귀여운 아저씨 캐릭터들로 인한 (수염) 아저씨 모에 제공의 원흉이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뭐 넘어가구요...

여하튼 원작을 좋아했으니 이 삼국지를 기반으로 제작된 애니도 재밌게 시청했는데, 원작이 워낙 방대하다보니 실제로는 적벽대전까지만 제작되었습니다. 국내에는 KBS(였던 것 같기도;;)에서 방영해서 어린 나이에 본 것이죠.

한데 그 애니판을 우연히 스페이스툰에서 다시 보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새삼 어른의 눈으로 보니 신선한 점이...

일단 마침 시청한 에피소드의 제목은 [소년장수 조자룡]으로...조운 자룡의 데뷔 에피소드라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소년'장수 조자룡은 첫 등장부터 거의 작품 내내 이런↓ 얼굴입니다.


*뿔투구 쓴 무장이 조자룡이고 감탄하는 털보 무장은 공손찬 요코미쓰 공손찬 귀엽다

이 조자룡이 저에게는 퍼스트 조자룡이라 [천지를 먹다]나 코에이의 미청년 조자룡들은 솔직히 컬처쇼크였음.

아마 요코미쓰 선생이 미청년 얼굴 타입은 이미 유비와 조조 얼굴에 써먹어서 어쩔 수 없었다던가 (그러다보니 미주랑 주유도 그냥 좀 화려한 투구의 아저씨TT) 그냥 그 분 마음 속의 조자룡은 저런 이미지라던가로 추정됨.  

에피소드의 내용은 동탁토벌군 해체 후 퇴각중인 원소가 병량 부족에 시달리자 처음에는 기주태수 한복에게 식량원조를 요청하고자 했지만 문추의 부추킴에 그냥 기주 자체를 뺏어먹을 방향으로 계획을 전환하고, 하지만 구체적인 명분이 필요하니까 공손찬에게 한복이 동탁과 내통하니까 같이 기주를 치고 사이좋게 반띵해 먹자능 뿌우~라는 편지를 보냅니다. 공손찬 동생 공손월은 편지의 내용을 의심하지만 동탁은 전국구 왕따니까 누구하고도 친해지려 할꼬얌~이라고 판단한 공손찬이 바로 군을 보내고, 공손찬군이 온다는 소식에 겁을 먹은 한복과 기주의 관리들은 유일하게 원소의 속셈을 꿰뚫어본 경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성을 열어 원소군의 보호를 요청하기로 결정합니다. 계획대로 한복의 초청을 받아 기주로 향하는 원소군의 길에 백마를 탄 소년(...)이 나타나 문추가 막아서는데, 그는 자신이 성산의 조운 자룡이라고 밝히고 원소를 섬기고 싶다고 청하고 받아들여집니다. (물론 졸병 A로써...) 원소가 기주에 입성하자 경무가 칼을 들고 막아서지만 문추에게 죽임당하고 조자룡은 복잡한 심정으로 바라봅니다. (원래는 좀 더 한적한 곳에서 암살당하지만 뭐 넘어갑시다...) 결국 기주는 원소가 장악하게 되고 (여기서 기둥 뒤에서 분해하는 한복 입가에 한복 저고리라도 물려 뜯게 해주고 싶었을 듯한 포즈였음) 공손찬은 공손찬대로 화가 나서 동생 공손월을 보내 약조한대로 기주의 반을 나눠줄 것을 요청하고 원소는 회담에 호의적으로 응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문추를 보내 돌아가는 공손월을 암살해 버립니다. 그리고 왠지 이것도 목격하는 조자룡. 사실 너도 암살자 부대 중에 있었던 거 아니냐...

기주도 못 얻고 동생도 죽고 초분노한 공손찬이 원소군과 전투를 벌이고...뭐 이것까지는 좋은데 너무나 분노해서 물불을 안 가리는 지경이 되었는지 문추와 일기토를 합니다. 게다가 창과 방패로 무장한 문추를 상대로 고작 칼을 들고 상대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리치면에서부터 상대가 안 되고 무기도 잃지만 어째서인지 근거리에서 창을 3번이나 피해내는 엄청난 회피력을 발휘합니다. (내지는 문추의 명중율이 사실은 형편없거나...) 이 때 조자룡이 난입하자 문추는 배신하냐고 추궁하지만 "별로 돌봐준 것도 없지 않소"라는 쿨시크한 답변만 돌아오고 조자룡의 엄청난 창 실력에 무장해제된 문추는 젠장 다음에는 혼내 주겠따아~라는 말을 남기며 퇴각합니다. (...그런데 고작 일기토 하나 졌다고 원소군 전체가 퇴각하는 듯?!) 조자룡의 은의와 실력에 감복한 공손찬은 곧바로 백마진 2000기의 지휘를 맡깁니다. 부하들이 방금 전까지 원소군에 있던 자인데 너무 성급하신 게 아니냐고 태클 걸자 떨떠름해하며 500기로 줄이기는 했지만...(그래도 주력부대인데 공손찬 이 사람 너무 기분파 아닌가??) 다음 날(로 보임) 전투에 공손찬군은 일방적으로 깨지지만 갑옷으로 풀무장한 조자룡의 백마부대의 활약과 어디선가 달려온 유비군의 원조로 무사히 버텨냅니다. 그런데 왠지 모르지만 조자룡은 유비의 모습에 반하는(...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음) 한편 장비는 조자룡을 미남이라고 부르며 윙크까지 하는 등 노골적인 추파를 던집니다. 조자룡은 유비에게 섬기게 해달라고 요청하지만 유비는 나는 홈리스 백수라서 님을 먹여살릴 수 없음 솔직히 공손찬님을 섬긴지 몇일 되지도 않으니 사나이로써 은혜를 갚은 것이 도리고,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것이라며 일단은 부드럽게 거절을 합니다. 이에 조자룡은 눈물을 흘리며 감동하고 장비는 그 우는 모습을 보고 왠지 좋아합니다(...) 이리하여 조자룡은 다음 만나는 날까지 안녀엉~ (손도 흔든다니까요, 정말로...)


...생각해보니 이 내용이 불과 20분 안에 다 들어있다는 것인가! 대단한데 감독?! 랄지 삼국지는 역시 고밀도야!;


여하튼 어린 시절에는 전혀 지각 없이 보다가 지금 보니 깨달은 게 몇 개 있어서 적어보자면...

*색깔이 원색적이다. 갑옷은 거의 다 황금빛 노랑이고 빨강, 초록 등 원색적 색채가 많이 쓰여서 지금 보면 다소 튄다는 느낌인데 어릴 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럽게 보였다...?!

*해설자 아저씨의 푸근한 존대말 나레이션이 새삼 아동용임을 실감하게 해준다...^^; 옛날이야기같은 느낌.

*요시카와 삼국지를 충실히 따라가는 원작에 비해 훨씬 더 각색이 많다. 간단히 말해 좀 더 간략화 되었거나 캐릭터 중심으로 편집되었다고 할까? 위의 에피소드 내용 요약은 그 예시로 활용할 수 있는데, 가령 기주의 주도권 다툼과 원소와 공손찬의 전쟁을 조자룡의 질풍노도의 군주 찾기 청춘일기로 정리해 놓았다. 참고로 원작 만화의 경우 조자룡은 전장에서 고립된 공손찬을 도우면서 첫 등장하고 (하지만 상대가 문추는 아니었던 것 같기도...), 유비와의 만남은 유비가 공손찬의 객장으로 있을 때 밤 중에 다소 느닷없이 불러내서 "유비님 전부터 사모하고 있었습니다. 부디 거두어 주십시오."라는 무서운 고백을 하는 식으로 표현된다...하지만 난 분명 원작을 읽었음에도 애니판에 대해서는 별로 따지지 않고 즐겁게 봤어!

*아무리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폭력적, 선정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일본 애니라도 역시 아동용이다 보니 폭력의 묘사가 심하게 억제되어 있음. 원작의 사망씬의 경우 튀기는 피를 나타내는 먹뿌리기, 정형화된 포즈와 표정, 신체절단 등 극대화된 드라이한 연출이 어쩌면 그 다루는 방법의 냉정함 때문에 은근히 잔혹한 느낌이 드는 반면. 애니판은 피같은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죽을 경우는 그냥 흑백반전되는 연출이 많은 듯 하다. 그런데 대체 이것의 어디를 보고 어릴 때는 박력 있고 멋있다고 생각한 거지?!

*왠지 모르겠지만 장비→조자룡→유비 라인이 있었던 것이다...물론 관운장은 그런 끈적한 거 없이 쿨쉬크.


...결론은 아이들(초딩) 애니 보는 눈은 어른의 시각과 다르니까 같은 기준으로 따지면 안되는 걸지도...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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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