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2008. 11. 3. 19:48

1988년...아직 초딩도 아니었던 저에게는 올림픽보다 더 강렬한 기억이 있습니다.

바로 KBS에서 방영해주던 애니, [우주선장 율리시스]...(원제는 [Ulysses31])

지금 생각해보면 제 아저씨 패치의 원흉을 제공한 무서운 작품입니다.



주인공 율리시스는 그냥 미중년이 아니라 머리도 좋고 싸움도 잘하고 정의롭고 현명하고 게다가 임금님...

거기에다가 수염옵션까지 더했으니...그러니까 제 취향이 지금 이 꼴인 겁니다.

지금 생각하니 애딸린 유부남이 주인공인 TV용 애니라니 대단히 파격적이군요. 요즘엔 절대 못나올듯.

여튼 일본 애니인 듯 하면서 양키 애니인 듯 하면서 묘하게 독특한 미학이 있던 그림의 정체가 궁금했지만

이 애니가 일본+프랑스 합작이라는 점을 알고서 왠지 납득했습니다.



덧붙여 초기에 일본에서만 제작한 파일럿 필름은 이 모양이었음(...)

이대로는 제가 마이너한 아저씨 취향에 빠져 괴로워할 일도 없었겠지만 애니를 계속 보지도 않았겠지요.



여튼 애니 자체는 고대 그리스 신화와 우주SF를 접목시킨 제법 독특한 세계관과 디자인이었는데

뭐 생각해보니 당시엔 뭐든지 우주랑 붙여놨으니 그냥 트렌드였던 것 같기도...

그래도 그리스 신화를 SF와 적절히 조화시켜 탄생한 특유의 미학과 분위기는 매력적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여튼 비주얼적 요소가 강렬했던 것은 분명합니다. 왜냐면 어릴 때라 내용은 거의 기억 안나고 비주얼만 기억(...)

제 머리 속에는 툭하면 곤경에 빠지는 성가신 아들네미와, 귀여운 척 하나 눈꼴시려워서 왜 주제가에 나오는지도 알 수 없었던 빨갱이 꼬마로봇 노노와, 묘하게 색기 돌게 생긴 푸른피부의 외계인 여자애까지 끌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율리시스의 여정인데 제우스가 툭하면 재수없게 방해하고 그래서
제 안에서는 율리시스가 끝없이 우주를 헤매는 네버엔딩 스토리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자료를 찾아보니 전 26화 완결...내 대가리 속은...무한루프냐...



지금 생각해보니 꼬마로봇 노노는 아마 어린아이들이 감정이입하기 쉬우라고 넣는 애교형 비인간 캐릭터인데
저래뵈도 몸이 무척 튼튼해서 나름 활약도 하는데 그렇게 싫어할 이유는 없었지만
아마 떡잎부터 삐딱한 어린애라 제작사가 어린이를 배려해서 만든 캐릭터에 반발심부터 낸 것 같습니다.
여튼 노노가 아니라도 맨날 일 벌이고 다니는 율리시스 아들 텔레마코스도 별로 좋아하진 않았죠.
생각해보니 그러한 [어린이 시청자 감정이입을 위해 넣은 어린이 캐릭터] 때로는 꽤 미묘한듯.



신사적이면서도 강하고 매력적인 미중년상을 강렬히 박아넣은 율리시스와 함께 또 인상적이었던 캐릭터는

푸른 피부의 외계인 미소녀 유미...의 오빠였습니다(...이름 국내판에서 뭐였는지...)

그 땐 무식한 유딩이라 어휘가 안됐지만 느낌상 헉 미청년이다! 하고 덜컥 다가오는 그런 미모였던 겁니다.

나중에 보니 원래 설정상 저 별 사람들은 초미모...라는군요.




...그런데 오빠라는 거+왠지 자주는 등장 안하는 귀한 몸이었다는 거 외엔 뭐하는 캐릭터였지는 기억 못함...




그래서 찾아봤더니 1화에서 율리시스가 못된 사이클롭스를 없애고 구한 포로 중에 저 남매가 있었고

문제는 그로 인해 받은 저주로 율리시스 부자를 제외한 전 승무원+오빠 수면상태...
(승무원들이 저주에 걸린 건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오빠는;;)

그러나 왠지 오빠만 도중도중 3번 깨어나서 가끔 비행기 조종도 하고 모험도 하고 그런 설정이었지만

역시 저는 기억 못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걸 뛰어넘어 율리시스가 너무나 강렬히 뇌리 속에 박혔다는 것 뿐...



그리고 지금은 단지...

이런 위험한 애니를 아무렇지도 않게 애들 보는 시간대에 방영해서

가녀린 유딩을 아저씨 매니아 지옥일번지에 처넣은 KBS가 원망스러울 뿐...

야 이 나쁜 놈들아! 그런 자극적인 걸 애들에게 보여주면 어떡해!

공영방송의 탈을 쓴 유해방송같으니라고!



....그리고


세월은 지나...


KBS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있었는지...






과도하게 삐리리하고 자극적인 프로그램에는 15금 마크를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화면: 전투씬보다 명민좌가 너무 자극적이라 15금 처리된 [불멸의 이순신])

하지만 한국은 어차피 전가족이 드라마 시청하는 나라니 효과가 어땠을지는...;

Posted by 시바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