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부터 비○이 ○브 17호를 (어떤 수단방법을 써서든) 보려고 한 자매가 있었습니다.
그 17호는 [의사 특집]이었죠.
그렇다고 그 자매가 딱히 의사를 밝히는 것은 아니고, 단지 매우 빼어난 화력(畵力)으로 아저씨受의 미학을 펼쳐나가는...좀처럼 원고를 보기 힘든 작가의 이름이 들어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불가사의하게도, 16호는 있어도 17호는 한참이 지났는데도 현실세계와 전자세계를 불문하고, 어떤 루트에서든 안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16호는 성우가 미도리카와 히카루라서 들어왔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참으로 기막힐 노릇이지요.
어느날 자매는 고대하던 전자세계 쇼핑 사이트에서 마침내 새로운 비○이 ○브가 뜬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그것은 18호 였던 겁니다.
그래서 한 때는 17이란 숫자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닌가하는 실존주의적 고민에 빠지기도 했습니다만, 너무 깊이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서 쉽게 해석하기로 했습니다. 즉 17호가 [의사]라는 주제라 너무 잘 팔려서 못 들어왔다 라구요. 역시 백의의 힘은 막강한가 봅니다.
허나 나중에 그 자매 중 한명이 마침내 17호를 얻어 펼쳐보니........
.......건질 것은 처음부터 자매가 타겟으로 잡던 작가의 원고 (그것도 9페이지 뿐) 정도였고 나머지는 다....그냥 의사놀이 레벨이었다고 합니다.
그것도 모르고 백의만 보고 덜컥 사버린 여인들에게 위로를......
(하긴 비○이 ○브는 반드시 주제와 작품레벨/재미가 일치하지 않기는 하지만...)
그렇게 의사가 좋다면 모 무면허의사 동인사이트 서핑이 더 유익할....아 참, 백의는 또 아니군요. 혹시 백의는 의외로 다루기 어려운 물건이 아닌가하고 생각하게 되는 일화였습니다.
물론 서○문화사에서 나오는 국내판이 하도 인체 단면이나 내장탕같은 교육적인 부분에 과도한 화이트질을 가해서 은연중에 짜증이 난 것도 있습니다만...사실은 다음 내용이 너무너무 궁금해서 번역판이 나올 때까지는 못 기다려서...가 주 이유입니다.
.......웬일로 화이트질 가할만할 장면은 목 단면밖에 없어서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하고 약간은 좌절했습니다. 하지만 내용이 재미있었으니 뭐 됐지요. 게다가 이 작가의 특성상 문장이 무척이나 담백 간결하여, 쉽게 읽힌다는 점이 좋더군요. (모○니 모○루 만화 정도의 난감한 문장을 원판으로 읽으면서까지 자학하는 취미는 저에겐 없습니다. 언제까지나 한때의 실수였지요...덧붙이자면 그 작가의 모 시리즈가 한양문고의 [추리만화] 장르에 올라가 있던데 정녕 그래도 되는지, 김전일이나 코난 찾을 독자들에게 그래도 되는건지 은연중에 걱정이...;;)
국내에도 정식판이 나와서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알렉산더 대왕의 서기관 (나중에는 장군)인 에우메네스의 어린 시절과 성장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플루타크에 의하면 에우메네스는 알렉산더가 건설한 마케도니아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그리스인으로, 총명한 문장가이자 변설가였을 뿐만 아니라 군사로써의 능력도 출중했지만, 출신이 다른 그리스인이라는 이유로 마케도니아 내에서는 내내 왕따를 당하고 특히 알렉산더의 친구(...) 헤파이스톤과 사이가 나빠서 그 때문에 왕과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으며 (그러나 그 역시 알렉산더와 친구라 극단적인 조취는 없었다고 함. 참고로 그런 쪽(...)의 친구는 딱히 아니었던 것 같음.), 왕의 사후에 그 뒤를 잇는 빼어난 실력자 중의 하나로 거듭나지만, 결국은 출신 때문에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되는 인물입니다.
아무튼 이 흥미로우면서도 그렇게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편은 아닌 에우메네스, 그의 불투명한 배경과 어린 시절을 [기생수]로 유명한 작가 이와아키 히토시가 상상력과 고대 지중해 국가들의 문화, 지리, 역사에 대한 자세한 고증, 그리고 당시 역사와 정치적 상황을 바탕으로 그려낸 것이 바로 [히스토리에]입니다. ([유레카] 때 혹시나 했지만 작가는 고대 그리스에 모에하나 봅니다. 뭐 좋습니다. 저도 그리스 좋으니까요.)
미리 말해 두지만, 그림체는 (물론 선은 많이 깔끔해졌지만) [기생수] 때와 거의 변함이 없습니다. 주인공도 그 주인공이 그 주인공이구요. (하지만 이 작가의 맹한 듯하면서도 날카로운 주인공 타입을 좋아하니까 개인적으론 불만 없음) 조연들도 그 아저씨가 그 아저씨 같고 그 아가씨가 그 아가씨 같지요. 하지만 만화는 내용이지요 아무렴...그림이 내용에 잘 맞고 스토리를 잘 살려주니까 된 겁니다. 게다가 섬뜩한 박력이 있는 액션도 뛰어납니다. 틈틈이 (긴장감이 최고조인 장면에서도) 개그도 툭툭 던져주어서 귀엽구요.
내용은....혹시나 아직 못 읽으신 분들을 위해 자제하지만, 아무튼 서기관이 된다는 점을 살려서인지, 만화 주인공으로써는 꽤나 드물게 완력이나 타고난 (초)능력보다는 지혜과 순발력, 지식와 재치를 무기로 삼는 주인공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 두뇌회전이 중시되는 내용임에도 너무 드라이해지거나 살풍경해지지 않고,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살아있다는 점도 훌륭한 조화입니다. 고대 그리스라는 배경과, 그 사회의 다양한 이면을 보여주는 점도 좋구요. 아무튼 1권은 청년 에우메네스의 등장과, 소년 시절의 회상이 시작되는 부분입니다.
초반부 클라이막스에 해당되는 2권은....신데렐라였습니다. (쿨럭;;) 사악한 계모(...아저씨잖아;)에게 구박을 받고 수난을 당하는 에우메네스! 그래도 꿋꿋이 재기와 의지로 버티는 소년! 너무 바람직해서 보기 좋더군요! 어린이라는 나약한 입장인데다가 처지도 거의 최악이지만, 그래도 궁상에 빠지지 않고 약하고 힘이 없는대로, 그나마 있는 것을 잘 살려서 버틸 수 있을만큼 버티며 열심히 살아가는 주인공이 좋아요. (좀 전형적일수도 있지만 요즘은 보기 힘든 타입...)
3권에서는....왜 주인공만 안 당했는지 의문이 생기더군요. 보니까 그 아저씨 취향 참 광범위(...)하던데? 혹시 용도(...)가 달라서? (←리얼하게 생각하면 역시 이것일 듯; ) 내지는 좀더 성장한(...) 소년이 취향이라서 더 클 때까지 기다린 것??; 아무튼 답은 바닷바람에 날려가 버렸다...;....우여곡절 끝에 청소년으로 성장하는 에우메네스와, 그의 인생의 새로운 전환기를 예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늘 생각하는 거지만 왜 이 작가의 주인공들은 여복이 있는 듯 하면서 결국은 잘 안되는거냐! 내지는 히로인은 엄마로 해결!--이냐!;; 아무튼 주인공의 어린 시절의 기억/꿈에 대한 한가지 의문점도 풀렸고, 결국은 여자친구보단 동성친구가 낫다...라던가(...뭐 그것도 나름대로의 아픔의 표현이겠지만...), 은연중에 주인공 최대의 위기(?)가 잘 지나가서 다행이라던가, 등등의 강한 인상이 남아서 돈이 아깝지 않았지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뛰어난 점 중 하나는 캐릭터의 깊이를 알게 해주는 감정, 심리묘사라고 다시한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정작 [누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에 너무나 슬퍼서 밥도 못 먹고 잠도 못자고 밥상에서도 울고 빨래를 하면서도 울고 몸에 열이 나고 어쩌고...]하는 식의 직설적인 독백은 (요즘 저런 식의 독백이 난무하는 모 아동소설 원작 만화의 작업을 돕느라 좀 지쳐있었음-_-;) 없고, 단편적으로 나오는 생각이나 무심결에 실언처럼 튀어나오는, 혹은 말해야 하는데 미처 말하지 못하는 대사들은 오히려 리얼하고 그래서 더욱더 와닿습니다. 사실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그 순간은 감정이 너무나 격앙되서, 혹은 어색해서, 혹은 어쩔 줄 몰라서, 혹은 너무나 괴로워서 100%의 본심이 아닌 그 중의 10%나 30%밖에 내뱉지 못하는 게 말이고, 겉으로 나오는 행동입니다. 대사가 없는 연출에서도 이런 식의 절제미와, 오히려 그 때문에 더 강하게 느껴지는 감정의 깊이와 다면성, 그리고 그런 복잡함을 겹겹으로 간직한 캐릭터들과 그들이 살아 숨쉬는 스토리,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는 [히스토리에]에 끌리는지도 모릅니다.
주인공이 돈 벌어서 호빠(...)들에게 갔다 바쳐서 환심을 사는, 일명 돈 벌기 육성시뮬 시스템!!!
이........이럴럴 수가..............
남성향 게임에서는 이미 동급생 시절부터 있었던 재물만능주의(...)적 가치관이 바야흐로 여성향 게임에....!!!
그래....당연히 호스트 만나려면 돈이 필요하지!! 돈이 필요하면 벌어야 되고!!! 돈 벌려면 일을 해야 되고!!!!! 그리고 신성한(...) 노동의 대가로 쟁취해낸 트로피--아니 사랑(...)은 그 무엇보다도 달콤하고 통쾌하리니!!!!
우오오오~~!!! 사나이게이머의 승부욕에 불을 당기는구나아아아아!!! 맞아 아무리 연애라도 게임은 게임, 이 정도는 되야지 할 맛이 나지이이이이!!!!!
게다가 주인공은 고등학교 나와서 아무 할 일 없이 빈둥빈둥~~거리며 백조 생활을 하여 부모님 눈치밥이나 얻어먹고 살다가 (...뭔가 은근히 리얼하군 이런 loser계 주인공이라니...), 어? 동네에 호스트바? 땡기네~좋아 나도 돈 좀 벌어서 호스트 구경이나 좀 해보자~--하면서 불타올라 돈을 버는, 너무나 순수한 욕망(...)이 두드러지는 처자가 아닌가!!
무엇보다....무엇보다 이걸로 [은과 금]의 "나도 여자가 좋아. 그리고 그것들이 돈에 꼬여든다는 것도 알아"
라는 모리타의 대사를 "나도 남자가 좋아. 그리고 그것들이 돈에 꼬여든다는 것도 알아"
..........로 수정해 사용할 수 있따아아아아아!!!!!
그렇게 좋냐면.......네, 그렇게 좋습니다;;
........라는 건 조금 오버겠...지만, 그래도 돈은 중요하죠. 게다가 게임은 게임다워야 합니다. 승부와 재미와 쟁취가 있어야죠. 무엇보다 호스트 만나려면 당연히 돈이 필요합니다!! (나도 돈이 없어서 가부키쵸에서 사진 구경이나 하고 있었단 말이다!!) 그러니까 돈 번다!! 라는 (여성향 게임 중에선 드물게) 상당히 리얼리티 넘치는 설정!! 여자도 내숭과 언리얼한 닭살 선택기만으로 남자를 꼬시던 시대는 갔다! 바야흐로 여자도 실력시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력은 곧 돈!! 아름다움도 돈이 있어야 꾸미는 법!!! (라는 걸 요즘 여자들이면 당연히 다 알 것으로 여겨짐-_-; 굳이 성형수술까지 안 가도 돈 없으면 제대로 가꾸지도 꾸미지도 못한다!)--이라는 자본주의 구조의 진실을 너무나 잘 파악하고 있는 훌륭한 시스템이 아닌가!!! 물론 전원 다 인수해서 아예 자기만의 호스트바 차리는 사장님 엔딩도 있겠지!!!! (...뭔가 스케일이...아니 장르가;;)
물론 결국은 연애시뮬이니, 중요한 건 캐릭터......한 놈이라도 눈에 들어와야 사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