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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를 부르는 시타 Sita Sings the Blues 는 2008년 공개된 장편 애니메이션입니다.
원래 만화가였던 니나 페일리가 30살 때 처음 애니메이션에 손을 대면서 가정용PC로 5년에 걸쳐 제작.
작가가 카피레프트를 지지하기에 무료배포가 자유로워 유투브가 전부 올라와 있는 상태입니다.
기본적으로 기원전 5세기경에 시인 발미키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인도의 대서사시 라마야나에, 작가 개인의 창작동기에 대한 사연을 더한 내용으로, 캐치프레이즈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이별 이야기]입니다.
구성이 상당히 독특한데, 일단 고전 인도회화와 비슷한 옆얼굴만 나오는 단촐한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이 있고, 그림자 인형들이 해설하는 부분이 있으며, 세련된 플래쉬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부분, 마지막으로 작가의 개인사를 그리는 현대풍 애니메이션 부분이 있습니다.
각 스타일마다 확실한 역할로 서사를 전개하는데, 가령 인도회화 스타일은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을 보여주며, 그림자 인형들은 오래된 서사시에 존재하는 다양한 판본과 해석 등의 배경지식을 제공해주는 역할이고. 뮤지컬 부분은 시타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으로 1920년대에 녹음된 재즈가수 아네트 핸쇼의 앨범에서 발췌한 노래들이며, 현대풍은 작가의 개인사를 통해 라마야나의 창작 동기를 보여줍니다.
메인인 라마야나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푸른 피부(힌두교에서 신성의 상징)의 왕자 라마는 아요디야의 왕자로 아버지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을 예정인 고귀하고 선하고 강한, 이상적인 남성상의 표본입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왕비 중 하나가 자신의 아들을 즉위시키기 위해, 아주 옛날에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던 왕의 약속을 들먹이며 라마를 14년간 숲속으로 추방시킵니다.
라마의 아내 시타는 남편을 깊이 사랑하여, 마귀들이 설치는 위험한 숲속으로 남편을 동행합니다.
라마가 마귀들을 죽이자 마왕이자 랑카(현재의 스리랑카)의 왕 라바나의 여동생은 라마를 쓰러뜨려 달라고 청하지만, 라바나는 무적인 라마를 건드리지 말라는 신하의 말에만 귀를 기울입니다. 이에 라바나의 동생은 라마의 아내 시타가 절세미녀이며(웃긴 게 미모의 비유가 죄다 연꽃...) 그녀를 납치하라고 꼬드깁니다.
시타의 미모에 반한 라바나는 신하를 황금사슴으로 둔갑시켜 라마의 주의를 끌고, 혼자 집을 지키던 시타를 납치해 랑카로 끌고 갑니다. 하지만 시타는 라바나를 완강히 거부하고, 분노한 라바나는 2달 안에 자신을 선택하지 않으면 죽일 것이라고 협박합니다.
아내를 잃고 슬퍼하는 라마 앞에 원숭이 용사 하누만이 나타나 부하가 되며,(하누만은 시바의 화신이기에 오로지 라마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태어났습니다.) 하누만은 거대화해서 랑카로 건너가 시타를 찾아냅니다. 그리고 시타를 업고 돌아가려고 하지만 시타는 외간남자의 몸에 닿을 수 없다는 이유/해석에 따라서는 남편이 라바나를 응징하고 직접 자신을 구해내기를 원해서, 이를 거부합니다.
하누만은 라바난의 부하들에게 붙잡혀 꼬리에 불이 붙지만, 오히려 랑카에 불을 질러 막대한 피해를 입힙니다.
돌아간 하누만은 라마와 원숭이 전사들과 함께 랑카에서 전쟁을 벌이고 결과적으로 수많은 마귀들이 죽고 라바나 역시 죽임을 당합니다.
시타는 남편과 재회하여 기뻐하지만, 라마는 외간남자의 집에서 산 시타의 정절을 의심하고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좌절한 시타는 자결을 결심하고 라마에 의해 불더미에 던져지지만, 불의 신 아그니의 가호로 무사히 살아납니다. 신들이 시타의 정절을 입증하자, 라마도 그녀를 받아들이고 마침 14년의 추방기간이 다하여 아요디야로 돌아가 왕이 됩니다.
그런데 아요디야에서 한 세탁부가 바람났다가 집에 돌아온 부인을 구타하며, "내가 외간남자랑 놀아난 아내를 다시 받아주는 라마인 줄 아느냐"고 말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에 라마는 왕으로써의 위엄을 갖추기 위해/사실은 시타에 대한 의심이 가시지 않아서/시타가 임신중인 아이들의 아버지가 라바나일 것이라는 의혹도 있어서, 동생 락슈마나를 시켜 시타를 먼 곳으로 추방합니다.
비탄에 빠진 시타는 현자들의 보호 아래 쌍둥이를 출산합니다. 물론 라마의 아들들이고, 현자 발미키는 이들에게 라마를 찬양하는 노래, 라마야나를 가르칩니다. 자기들을 버린 아버지를 찬양하는 노래라니 말도 안되는 것 같지만, 사실 계략적이죠. 노래의 내용은 겉으로는 선하고 고귀한 왕 라마를 찬양하면서, 훌륭한 왕이 되기 위해 아내를 불태우고 버렸다는 내용도 들어있는...고도의 디스입니다.
어느날 라마는 숲에서 자신을 찬양하는 노래를 듣고, 아들들을 발견해 궁으로 들이기로 합니다.
하지만 시타에 대해서는 다시 정절을 입증하라고 하고, 진력이 난 시타는 만약 내가 진정으로 순결하다면 어머니 대지가 나를 삼킬 것이라고 합니다.
이에 정말로 땅이 꺼져서 시타를 삼키고 시타는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애니에선 안 나오지만, 원래 시타는 밭을 갈다가 땅에서 나온 아이. 즉 정말로 대지가 어머니임.)
오프닝은 비슈누와 라크슈미를 그린 19세기 삽화의 인용. 라마는 비슈누의 화신 중 하나이고, 시타는 라크슈미의 환생입니다....인도신화 너무 클램프같다능....
한편 작가 니나 페일리의 개인사 부분은 처음에는 남편과 사랑하는 고양이와 셋이서 함께 하는 샌프란시스코의 행복한 생활에서 출발합니다. 그런데 남편이 인도로 6개월 동안 일하러 가게 되고, 나중에 전화로 1년으로 계약기간이 늘었다고 좋아하며, 조바심을 내는 니나에게 인도로 오면 될 것 아니냐고 해서 인도로 가게 되지요. 니나는 샌프란시스코의 아파트는 고양이를 사랑하고 돌보는 조건으로 임대로 내놓고, 남편의 말을 따라 인도로 갑니다. 그런데 막상 인도에 도착하니 남편의 애정도 관심도 식어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와중에 니나는 5일간 뉴욕에서 열리는 회의에 초청을 받고, 남편의 권장으로 뉴욕으로 갑니다. 그런데 뉴욕에 갔더니 인도로 돌아오지 말라는 남편의 이별통보 이메일을 받습니다. 인도에도 샌프란시스코에도 돌아갈 수 없게 된 니나는 뉴욕에 남아 슬픔에 빠져 있다가, 인도에서 접한 라마야나를 읽으며 여주인공 시타에게 공감하고 애니메이션을 제작합니다. 작중에는 나오지 않지만, 아네트 핸쇼의 노래도 뉴욕에서 오갈 데 없이 친구네 소파에서 지낼 때 들었던 음악으로, 우울한 느낌이 오히려 와닿았다고 합니다. 참 뭐같은 남편이지만 덕분에 라마야나를 모티브로 걸작 애니메이션의 창작동기가 생기기는 했군요. 물론 인간적으로 남자든 여자든 저렇게 예의없는 이별통보는......제발 하지 맙시다.......
라마야나는 인도 예술과 문학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특히 하누만의 활약과 라마와 라바나의 전쟁은 벽화 및 부조에서 자주 나타나는 주제입니다. 원숭이 용사 하누만은 손오공의 모태였다는 설도 있습니다. 즉, 인도에 멈추지 않고 머나먼 중국과 동아시아 문학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지요.
악당인 라바나에 대한 해석도 옛부터 분분하며 힌두교 내에서도 그의 숭배자들이 있습니다. 작중에 그림자 인형들의 해설에서 언급되지만, 라바나는 학식이 뛰어난 위대한 왕이자 시바의 독실한 신자로써 그를 위해 창자를 꺼내 악기를 연주해 찬양했다고 묘사될 정도입니다. 유일한 악행은 시타를 납치한 것인데, 그러고 나서도 강제로 덮치거나 하지 않고 무척 신사적이게도 시타로 하여금 자기를 선택하라고 합니다. 위협이지만 악당치고는 순수돋지요. 또한 그가 스리랑카의 왕이었다는 점에서 옆나라를 디스하는 전적으로 인도의 관점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라마야나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2010년도 영화 <라바안>에서는 라바나에 해당하는 인물이 주민들에게는 의적, 경찰 입장에서는 테러리스트로 그려집니다.
한 사랑이야기와 이별이야기로 봐도, 인도 신화로써 봐도, 애니메이션으로 봐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작가가 관대하게도 무료배포로 제공을 해서 쉽게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작가의 홈페이지를 통해 후원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로 이 홍보성 포스팅(!)도 퍼감 자유입니다.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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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지진에 원전누출에 동남아시아에서도 지진이라니 참 뒤숭숭한데...부디 무사안녕했으면 좋겠습니다.
줄기창 트위터만 하다가 간만에 블로그 업데이트라고 한 것이 몰라도 상관없지만 알아둬서 나쁜 것은 없을...지도 모르는 취향 시리즈 제 1탄...퍼리특집입니다.
시리즈라고는 썼지만 계속될지 어쩔지는 저도 모르고 며느리도 모릅니다^^
퍼리 furry, 복수형은 퍼리즈 furries, 첫 번째는 형용사로 털이 복실복실한 것을 의미하고, 두 번째는 형용사를 복수형으로 만들어 명사처럼 다룸으로써 특정 취향을 가리킬 때 주로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퍼리, 혹은 퍼리즈는 영미권에 널리 퍼진 취향 장르의 하나로, 간단히 말해 ‘의인화된 동물 캐릭터’에 대한 애호취향을 의미합니다. 또한 그러한 애호취향을 지닌 사람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단어의 의미가 ‘복실복실’이기는 하지만 꼭 털 난 동물에 국한되지는 않고 모든 의인화된 동물, 즉 뱀개구락지 등도 포함.)
의인화된 동물이라고 해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데, 가령 네발로 걸어 다니는 등 현실적인 동물에 가깝게 그려지지만 사람의 말을 하는 종류도 있고, 인간처럼 이족보행을 하거나 옷까지 입고 있는 의인화 비율이 높은 동물까지 모든 것을 포함합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의 동물을 상상하면 간단합니다. 일본에서도 의인화 비율이 높은 동물캐릭터 모에속성에 대해서 ‘케모노’라는 단어가 있기는 한데, 퍼리는 그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취향입니다. 의인화된 동물캐릭터를 가리키는 ‘퍼리’라는 단어의 탄생과 팬덤 내 잡지의 발매 등 퍼리라는 취향의 성립은 1980년대로 여겨지지만, 사실 그 기원은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여느 팬덤이 그렇듯이 퍼리 애호가들은 그림이나 글을 창작하기도 하고, 특정 작품의 팬아트를 제작하기도 하며, 그 중에서는 성인취향의 매우 성적인 내용물도 있고 (yiff라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동물옷을 뒤집어쓰고 동물의 우는 소리를 흉내 내며 성적인 쾌감을 느끼는 페티쉬까지, 정말 규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채롭게 표현합니다. 물론 팬덤답게 Anthrocon이나 Furfest같은 큰 규모의 정기적인 행사를 개최해서 코스프레, 작품 발표 및 판매, 토론 등 여느 행사와 비슷한 이벤트가 열리기도 합니다. (CSI에서도 다뤄진 적이 있죠.) 한편으로는 호오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취향이기도 합니다.
간혹 퍼리를 일본의 네코미미 등 동물귀 모에속성의 양키버전이라고 정리하기도 하는데, 사실 그렇게 간단히 치부하기에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몇 가지 존재합니다. 동물귀가 인간에게 (매우 근소한) 동물속성을 부여한 것이라면, 퍼리는 동물에게 인간의 속성을 부여한 것입니다. 전신에 털이 나 있고 입과 코 부분은 주둥아리로 동물적 특성이 분명한 캐릭터와, 인간 미소녀인데 동물 귀와 꼬리가 돋아있는 캐릭터는 비주얼적으로도 명확한 차이가 나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문화적 배경이 다릅니다. 퍼리의 기원은 디즈니로 대표되는 만화, 애니메이션 등 아동용 미디어 속의 의인화된 동물 캐릭터라는 유구한 전통에 있습니다.
범인은 디즈니…?!
물론 동물을 의인화하는 전통 자체는 이솝우화 등 고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만, 이야기 속의 동물들이 시각적 매체로 화하여서 다수의 대중에게 ‘캐릭터’로써 자리잡은 것은 인쇄매체와 대중소비가 발달한 근대에 와서야 이루어졌습니다. 가장 대표적이면서 획기적인 사례가 19세기에 (그리고 지금도) 선풍적인 인기를 끈 포터의 <피터 래빗> 시리즈입니다. 사실 동물캐릭터는 시각적 매체에서 몇 가지 유리한 특성들이 있습니다. 특색이 분명하고, 친근감이 느껴지며, 남녀노소에게 널리 어필할 수 있습니다. 1914년 공개된 혁신적인 초창기 애니메이션 <공룡 거티 Gertie the Dinosaur>가 공룡을 주인공으로 선택한 것이나, 디즈니의 첫 성공작이 토끼 오스왈드였다는 점, 후발주자인 워너 브라더즈의 간판 캐릭터가 토끼 벅스와 오리 대피라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일본만화도 노라쿠로 등 동물을 내세운 만화가 인기였지만, 종전 후에는 인간 캐릭터로 심도 깊은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데즈카 오사무 스토리 만화의 영향인지 (물론 데즈카 본인도 초기에는 디즈니 캐릭터와 흡사한 동물캐릭터를 그리곤 했지만) 일본에서는 그렇게 주류적 장르로 발달하지는 않았습니다. (...라고 쓰기는 했지만, <천하무적 멍멍기사> <명탐정 번개> 등 성인용 고전원작을 아동용으로 치환하는 방안의 하나로 역시 의인화된 동물캐릭터를 활용하는 유사한 패턴은 존재했음.) 아무튼 북미에서는 의인화된 동물 캐릭터가 대세였으며, 여기에 디즈니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초기 디즈니 작품의 동물은 직접관찰을 통해 세밀하게 구사된 사실적인 움직임과, 인간의 감수성에 어필하는 사랑스럽고 표현력이 풍부한 표정의 조합으로 상당한 공이 들어간 캐릭터들이었으니, 관객이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물론 좀더 의인화가 진행된 미키 마우스, 도널드 덕 등의 캐릭터들이 펼치는 코미디 단편은 캐릭터 산업으로도 수월하게 연계되어 직접적인 수익을 벌어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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