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2007. 12. 28. 15:08
어제 태안 개목항에서 돌을 닦고 왔습니다.

학우 교회에서 가는 길에 편승해서 가서 교통비와 식비는 굳혔지요.

기름이 굳어서 잘 닦아지지 않아서 칫솔 생각이 절실했습니다.

가리비라던가 작은 게가 가끔 살아있을 때도 있지만, 대체로는 검게 쪼그라들었거나 얼마 안가 죽더군요.

마스크를 썼지만 냄새가 독해서 몇번이고 현기증이 나덥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얼마나 환경복구에 도움이 되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이지만,

좀 다른 의미로 중요한 경험을 하여 성과물을 얻었습니다.

가보니 서울경기지역 교회들은 다 모였는가? 할 정도로 잔뜩 몰렸지요.

한국 집단주의의 특성인지 유난히 어제의 운영회만의 문제인지는 몰라도,

중학교를 가던 고등학교를 가던 군대를 가던

상대방이 어린이든 청소년이든 부하든 자원봉사자든 21세기든

기본적으로 통솔 대상을 뭔가 모자라고 믿을 수 없고 마구 다뤄도 되는 한 단계 아래의 존재로 취급하는

풍습이랄지 패턴이랄지 전통은 어떤 단체활동이라도 여전하더군요.

밥을 빨리빨리 먹고 빨리빨리 내려가라고 계속해서 재촉한다던가,

뒷정리를 그렇게까지는 필요없는 다수의 인원을 강제동원한다던가, (그렇다고 빨리 끝나지도 않음)

작업 하나하나 시킬 때도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지나치게 상대를 무시하고 비난하는 듯한 명령조에,

악취나는 간이 화장실 간 학우 기다리다가 근접거리로 다가오며 확성기로 [어느 교회에서 왔어요?]하고

비난조의 질문을 받은 것은 생애 최초...
(적잖이 부실한 식사는 그래도 공짜니까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만약 다음에 비슷한 상황에서 질문을 받을 일이 있으면.

1. 라엘리언입니다.
2. 바티칸에서 왔소. 우리 교황님께 조짐당하고 싶으삼?
3. 모르몬교 믿으세요.
4. 오움 진리교에서 왔습니다.
5. 우주신령 킹왕짱! 홍천녀 참배하라!

중 1택으로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크흐흐.

자원봉사자를 무슨 왕 취급 해달라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까놓고 막대해도되는공짜노동력/게으름뱅이/불량학생 취급은 좀 아니지 않습니까?

좋게 봐준다면 이런 집단주의, 전체주의의 일환으로 집결력만은 엄청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교회만이 아니라 애국주의든 국가주이든 반공주의든지 말입니다.)

실제로 학우를 비롯해 지인 중에 교회 다니는 젊은이의 대부분이 순진하고 정말 착하고 남들은 잘 안 나서서 하는 궂은 일을 손수 나서서 하는 등, 요즘 젊은이에 대한 편견과는 달리 착실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실상은 결국 제일 어리고 만만한 사람(만)의 희생과 양보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물론 상황과 직책에 따라 위계질서가 조금 바뀌기도 하지만 (예를 들어 어제의 경우 전반적으로 권력을 가진 자는 확성기를 든 스텝들이었지만 좀더 구체적인 노동이 요구될 경우 그 권력의 타겟을 신생교회의 그 중에서도 어린 청년집단으로 좁히지요.) 중요한 것은 그런 식의 철저한 위계적 권력체계가 번복되고 유지되며 정당화된다는 점입니다. 그런 체계에 안락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고 그것이 실제로 편하기도 하지만 사실상 일상으로부터의 민주화를 방해하는 가장 큰 해악이 바로 국가든 군대든 교회든 질서든 [~~를 위해서 희생해야 한다]는 식의 절대적인 '권위'가 아닐까 합니다. 한국인은 오랜 군사정권과 권위적 정권의 영향으로 그것을 싫어하면서도 편안함을 느끼는 어쩔 수 없는 모순점을 안고 있구요. 이런 권위주의의 결과 중 하나가 타인을 진정으로 존중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손윗사람은 손윗사람이니까 겉으로는 공경해야 한다는 법칙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지만, 역으로 오로지 그 법칙 때문에 공경하는 척을 할 뿐인 경우가 많고, 하물며 어린이나 여성이나 외국인 등의 사회적 약자는 그런 허울만의 존중도 받지 못해 그것의 최소점을 법적으로나마 보상받기 위해 투쟁해야 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존중'이 존재하기 어려운 사회 내에서 그것을 대신하는 것은 강제적이며 위압적인 관습과 그것에 힘을 싣기 위한 언어적, 제도적, 혹은 실제적 '폭력'입니다.

이런 권위주의의 문제점 중 하나가 권력을 휘두르는 위쪽의 소수가 머리가 좀 모자라면 엄청난 비효율성으로 치닫는다는 점인데 어제의 엄청난 인원동원에도 불구, 하던 작업을 반복시키며 엄청나게 비효율적으로 1시간 30분만에야 종료된 뒷정리에서 재확인한 바입니다. 인원수는 많이 들여 투입 청년들에게 자신들이 가장 시다바리라는 겸허함(???)을 심어주고 다수가 투입되어 그림이 좋다는(???) 점을 빼면 하등 의미가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번의 삼성 유조선 석유 유출 사태 자체가 그렇다고 할 수 있는데요. 제가 이러한 국가적 비상사태가 일어날 때마다 궐기하는 한국 국민들의 엄청난 결집력과 헌신성을 폄하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이 한국의 대단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국가나 기업이나 진정한 책임을 져야할 곳에서 그것을 이용해 국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한두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솔직히 삼성에서 예산 제대로 내서 환경회복 관련 국내외 전문가들과 전문인력을 도입해 자원봉사자들에게 협조하는 것이 별 상세한 지시도 없이 천으로 돌을 닦으세요 라는 말에 따르며 엎치락 뒷차락 하는 1500(어제 총 인원수)명보다 훨씬 더 효율적일 것입니다. 사실 일본에서 자국 학생들에게 히로시마 원폭 중심의 반전교육은 시키지만 그것이 왜 투하되었는가, 즉 일본의 책임에 대한 부분은 축소하거나 씹고 넘어가는 점을 가지고 '일본은 책임의식이 없다'고 비난하지만 그 동안 대한민국에서 기업 봐준 것을 생각하면 남 욕할 처지가 못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제 오랜만에 충실하게 체험한 집단주의와 (솔직히 고등학교 이후로 그러한 대규모 육체노동 출장에는 참가한 게 없으니) 삼성유조선과 대선 결과는 역시 같은 피가 흐르고 있음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기독교인의 대부분은 정말 착하고 성실하고 협동심이 강하여 존경스럽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눈을 흐리게 하여, 책임을 지지 않고 떠넘기거나 그 열정을 악용하는, 현대 한국에서 극도로 신성시되는 몇가지 불가침 영역들이 문제인 것입니다. 제발, 눈 좀 뜨고 살자구요. 그런 허상이 없어도 인간은 충분히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Posted by 시바우치
시사2007. 11. 24. 00:42



꺄악 오빠! 여기 좀 봐요! 아니 이쪽 이쪽!

...사진 제목: [연예인 못지 않은 교황]



눈으로 덮인 캐나다 국회.
사진으로 보면 이뻐 보이지만 걸어가는 사람은 추위와 미끄러움에 죽을 맛일 듯.



중국 가정집에서 발견된 초비만 고슴도치. 현재 다이어트 강행중.
저에게도 필요합니다, 다이어트....



동생들이 너무나 모에하는 유아용 교육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주인공, [탐험가 도라].
도라+메탈기어솔리드3 패러디도 동생이 생각해냈지만 알아들을 사람이 극소수일 것 같아 보류중.



영국 왕궁을 제멋대로 드나들며 여왕의 웰쉬 코기견(犬)들과 같은 밥을 얻어먹는 고양이 마임.
사실은 궁전 건너편 중국집에 사는데 왕궁 개밥을 먹게 된 후로는 집밥을 안먹게 됐다는군요(...)
역시 왕궁이니 개밥도 보통 개밥이 아닌 것이야...

Posted by 시바우치
시사2007. 10. 31. 10:52
해적보다 센 북한선원?

뭐야....저거....무서워.....

22 대 8이었다지만 무장한 해적들 상대로...보통이 아니군요 덜덜덜;

설마 조국이 몸값을 낼 능력이 없을 것 같아서 필사적으로 싸운 건 아니겠지

미군 함선이 도와줬다는데 이걸 계기로 훈훈한 외교방향의 전환점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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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시사2007. 10. 28. 01:48

지난 주 동안 캘리포니아와 함께 북미 뉴스 사이트를 불태운 또 다른 불똥이 있었으니, 바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헤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롤링이 덤블도어를 아우팅(동성애자가 자신의 성적 성체성을 스스로 공개하는 '커밍아웃'이란 단어에서 나온 말로, 타인에 의해 동성애자임을 공개 당하는 것을 의미.)한 사건이다.
캐나다 토론토의 국제 소설작가 축제에서 (립 축제도 그렇고 캐나다는 여러모로 바람직한 축제가 많다) 롤링은 소설과 캐릭터들에 대한 질문을 받던 도중 [덤블도어는 원래부터 게이였다]고 밝혔다.

이 발표에 북미, 아니 세계의 해리 포터 팬들이 뒤집혔다고 하고 작가 자칭 왈+언론에서는 이것이 성적 소수자들의 인권 향상에 도움이 될 거라는 둥, 반면 원작에는 전혀 동성애자라는 점이 힌트되지 않으니 이런 뒷북성 발표는 무의미하다는 둥, 원작에서 그런 힌트를 발견하지 못한 것들은 편견에 사로잡힌 수구꼴통이라는 둥 영어권 사이트에서는 여론이 들쑤셔 놓은 벌집처럼 아수라장 상태이다. 개인적으로 이 소식을 듣자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속된 표현으로 참말로 무책임하다는 감상이었다. 원래 내가 [해리 포터] 시리즈로부터 담을 쌓게 된 계기는 소설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편집자는 대체 뭘 하는 거냐!!! 자를 건 자르란 말이다!) 인터뷰나 기자회견 등에서 작가 롤링이 보여준 비전문성이랄지, 프로의식이나 작가의식의 결여랄지, 좋게 붙여봤자 아마추어리즘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어떤 철부지 없음을 참을 수 없었던 것도 있다. 물론 여기에는 의도적인 작품 홍보를 위한 것도 섞여 있지만 소설 자체의 잡탕스러움과 허술함, 오리지널리티의 부족함에서 엿볼 수 있는 롤링 본인의 아마추어스러움도 분명히 존재한다. 사실 그 허술함과 어설픔, 그로 인한 독자와 작가 간의 극도의 거리 좁히기야말로 해리 포터 시리즈의 성공 요인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을 정도로 단점이 아니라 장점으로써 더 크게 작용하였으니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다. 롤링 본인이 신인 작가고, 그녀의 개인적인 인생역전이 해리포터를 둘러싼 드라마의 큰 축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시간이 지날 수록 그녀의 소설과 작가의식은 조금씩 성숙해질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4권에서 캐릭터의 죽음을 쓸 때 너무 슬퍼서 펑펑 울었다는 발언에는 정말로 작가의식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워졌다. 물론 캐릭터를 다룰 때 울든 불든 그건 창작자의 자유다. 단지 문제는 그것을 공개적으로 밝힌 점이다. 사견이지만 프로 작가와 아마추어 작가의 차이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얼마나 '거리 두기'가 가능하냐는 것으로 판가름 된다고 생각한다.


우선 프로와 아마추어의 가장 근본적인 구별 기준은 프로는 자신의 일이 곧 생계와 직결된 본업이라는 것이고 아마추어는 본업은 아니고 언제까지나 애호가라는 것이다. 직업으로써 자신의 작품을 팔아 금전적인 대가를 받는다는 것은 곧 작품이 자신의 것이되 그렇지 않음을-동시에 공공의 것이 됨을-인정하는 행위다. 따라서 공적인 영역에서는 독자의 취향 및 해석의 다양성을 존중해 그것에 작품 외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작가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은 가능한 자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작가 인터뷰의 기본을 숙지하는 기자의 질문은 결코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아닌, '가장 다루기 쉬운 캐릭터'나 '가장 자신과 닮은 캐릭터'를 물어보는 이유가 그것이다. 실제로 자기 자신의 취향과 만족도 있지만 독자를 생각하고 써야 하는 작가로써도, 독자의 입장을 생각하며 쓰게 되기 때문에 작품에 깊게 개입하면 할수록 캐릭터와 좋아한다는 말만으로는 묘사하기 어려운 복잡한 관계를 맺게 된다. 그렇기에 캐릭터를 내용상 죽여야 했을 때 펑펑 울었다는 롤링의 고백은 어딘가 프로답지 못하며 무엇보다 그 캐릭터가 사실 내용상 별로 중요하지도 않았고 묘사를 보면 작가의 애정도도 그다지 보이지 않고 단지 [해리포터 최초의 작중 사망 캐릭터] [작품의 '어두움'과 '심오함'과 주인공의 사춘기 혼란을 위한 장치] 정도의 도구적 기능만 하는 것을 감안하면 다소 작위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이런 식의 작가적 프로의식의 부족함과 반면 '누가누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식의 선정주의적 호기심 마케팅 솜씨에는 매우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소설가 조앤 롤링의 공적인 두 개의 얼굴이다. 따라서 소설 시리즈가 다 끝난 마당에 캐릭터들에 대한 원작과 하등 관련 없는, 원작에 명시되지도 않았던 파격 설정을 뱉어내는 이번 사건도 그와 같은 연장선 상에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내가 롤링의 저 발언에 대해서 무책임하다는 생각부터 든 것은, 일단 원작에 하등 관련도 없고, 암시된 적도 없는 설정이라는 점과, 그냥 무책임하게 튀어나오기에는 성적 소수자의 미디어 묘사라는 특히 서구권에서 매우 민감하고 큰 이슈에 대한 발언이라는 점이다. 전자에 대해서는 대체 어디에 그런 암시가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지적해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부뇌증(腐腦症: 머리 속이 남남상열지사로 꽉 차서 점차 뇌가 썩어가는 증상. 동인녀들에게서 발견된다.) 경력이 1, 2년이 아닌데 어디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냐라던가 지금 장난치는 건지 따지고 싶다. 덤블도어가 진정 게이던가 삐리리 성향이 있었다면 간달프옹 사루만옹처럼 동인녀들이 내버려뒀을 리가 없잖은가. 굳이 말하자면 해리와는 수상한 사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건 아동성애의 영역에 더 가깝다. 단순히 롤링이 동성애=아동성애라는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다면 또 얘기가 다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원작 내에서 최소한의 암시도 되지 않는 뒷설정을 공개하는 의미가 없다. 지나치게 복잡한 뒷설정 때문에 팬과 안티가 극명히 갈리는 알파시스템이지만 재수없는 청하야미가 설정상으로만 존재하지는 않고 실제로 재수 없어지는 하야미로써 게임 내에 반영하는 최소한의 개념이라도 있었지 (게임 [건퍼레이드 마치] 얘기다)이 무슨 뜬금없는 짓거리냔 말이다. 진정 작가라면, 작품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작품을 통해 말하라는 것이다. 즉 덤블도어 외전으로 게이소설 쓸 것도 아니면 괜히 뒤흔들지 말고 입 닥치시라. 오죽하면 독자 갖고 그만 놀라는, 작품은 작가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공공의 것이니 상상의 여지를 침해하는 뒷설정 따위는 집어 치우라는 해리 포터와 입닥칠 줄 모르는 작가라는 처절한 제목의 기사까지 쓰여졌겠는가.

또한 여전히 민감한 영역인 성적 소수자의 표상을 빌미로 마치 소수자 인권을 대변하는 것처럼 이런 초무책임성뒷북질을 정당화하는 작가와 여론도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덤블도어의 아우팅 직후, [그럼 왜 그걸 원작에는 밝히지 않았습니까]라는 질문에 롤링은 질문한 사람을 째려보며 [당신이 작가라면 그 정돈 아시겠죠]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요는 사회적 터부시 때문에 원작에 미처 밝히지 못하고 뒷북을 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인데...물론 뒤에 가서 어두움이니 심오함이니 어쨌던 해리 포터 시리즈도 시초는 아동소설을 표방했던 만큼 주요 캐릭터를 동성애자로 묘사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그래도 변명은 되지 않는다. 왜냐면 간접적인 장치나 은유법으로 본질 그대로는 다루히 힘든 소재를 표현하는 것이  바로 픽션의 진정한 힘이기 때문이다. 둘리가 공룡인 것은 인간 어린이가 어른에게 대들었다간 검열에 걸렸기 때문이다. 벅스 바니의 여장 취향에서 드러나는 성적 모호함과 톰과 제리의 복합 SM적인 관계는 분명히 작품 내적에 존재하는 '위험한' 소재지만, 동물 캐릭터라는 점, 과격하게 과장된 묘사, 만화영화라는 '가벼움'을 적절한 방패와 전략으로 삼아 사회적 제재를 피했다. 한마디로 작가적 역량이 부족해서 묘사를 못한 건 자랑거리도 변명거리도 못된다. 백번 양보해 정말로 덤블도어가 적어도 작가 머리 속에서는 동성애자 캐릭터였으므로 따라서 독자들도 그걸 인정해 줘야 한다고 쳐도 이것은 결코 동성애자의 미디어 표상에 아무런 도움도, 사회적 이미지의 발전에도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 오히려 깎아내린다면 모를까. 게이 언론에는 미안하지만 이런 무책임성뒷북아우팅따위는 절대 기뻐할 일이 아니다. 타임지의 죤 클라우드가 지적하듯이, 문제는 원작 중에 그 사실의 암시가 전혀 없다는 것, 즉 게이로써의 덤블도어가 침묵(당)한다는 사실이다. 인종, 성별, 역사문제 등등을 포괄해서 수많은 소수자, 약자, 피해자를 얽메고 압박하며 반복적으로 고통 주는 폭력의 정체는 바로 침묵의 강요이며, 그들이 고통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침묵을 깨고 나오는 것 뿐이다. 덤블도어가 직접적으로 아임 유어 파더...아니 아임 게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작가가 작품 속의 내용과 묘사로 그 사실을 독자들에게 인지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곧 그 캐릭터를 침묵시킨 셈이니,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야 캐릭터를 '아우팅'하는 것은 작가로써 무책임할 뿐만이 아니라 성적 소수자들이 강요당했던 폭력적인 침묵의 역사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굳히는 지극히 부정적인 잠재효과까지 있으니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그러니까 제발, '내용과는 상관 없지만 게이 캐릭터가 늘어서 좋다'는 말은 하지 말아라. 내용에 상관이 없는 단계에서 이미 글러먹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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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시사2007. 10. 4. 20:14
한국은행이 2009년에 발매할 5만원, 10만원 권에 실릴 인물의 최종 후보 중 하나가 신사임당이라는 발표에 여성계에서 크게 반발하여 반대 서명 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기사는 이곳.

솔직히 말해 좀...구시대적이긴 하죠. 조선시대 화폐였다면 몰라도 21세기 대한민국에선 적잖이 시대착오적(...)
왜 우리 사임당 언니를 공격하는 거야!--라고 발끈하는 반응도 많지만 요는 신사임당 본인이 아니라 신사임당이 상징하게 되어버린 것이 문제시되는 겁니다. 예술가로써의 신사임당보다는 남편과 아들의 내조를 잘했다는 현모양처로써의 신사임당이 유교 체제 안에서 여성들을 억압하는 롤 모델로써 활용된 것은 익히 알려진 바. 처녀였지만 훌륭한 어머니라는 대단히 모순적인 성모 마리아처럼 (다 알다시피 성모 마리아님은 평생 처녀였어요 라는 건 성경에는 안 나오는, 가톨릭에서 간지상승을 노리고 구라친 것임.) 지나치게 높으면서 체제순응적이고 극히 활동범위 한정적인 여성상으로 사용되고 만 것이지요. 마치 바그너의 음악처럼 그 자체로는 분명 훌륭하긴 하지만 의도되었건 되지 않았건 부여되고 만 정치적 속성 때문에 그 안 좋은 색깔을 회복하기엔 너무나 멀리 온 것이지요. (내지는 밑바닥부터 아예 갈아 엎던가.....) 그런 이미지의 인물을 일국을 대표하는 화폐의 최초의 여성인물로 내정한다고 하니 반발해도 이상할 것 없습니다.

게다가 의외로 많이들 간과하는데 신사임당의 경우 현모양처라는 구시대적 모델만 문제인 게 아니라...어머니까지 화폐에 실리면 이건 완전 이율곡 일족의 독점체제! 덕산 이씨의 음모(...)인 것인가!! 게다가 이황까지 있는데 유교 아이돌을 대체 몇명까지 내세우는거냐!!!--라는 근본적인 밸런스의 문제가 생겨버린다는 것입니다!! (쿠궁-)

그러나 동시에 제기되는 질문은, [그러면 또 다른 여성위인이 대체 누가 있는데??]--입니다. 이것은 지금까지의 국사 교육에 있어 여성들의 활동을 기술하는 데에 형편없이 게을렀다는 개탄스러운 현실의 단면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안으로 내놓은 여성 위인들에 대해 좀더 자세히 짚고 넘어가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선덕여왕. 한반도 최초의 (기록된) 여성 군주.
물론 고대 신정정치에서 여성이 차지했던 중요한 위치를 생각하면 단군도 여성이 많았을 가능성은 농후하지만 일단 '기록된 역사'라는 점이 중요.
16년 제위기간 동안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많은 불교 건축물을 세웠다. 기반을 다진 게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할 수 있지만 본디 기초공사가 탄탄해야 건물이 똑바로 서는 법. 게다가 인재등용, 활용에 있어서도 파격적이었고 (김춘추는 여왕 외의 유력한 왕위후보자 즉 정적의 아들이었고 김유신은 가야 출신이라 왕따당하는 타지인이었음.) 초강대국가 당나라와의 외교전에도 적절히 대처하여 이런저런 슈퍼파워 국가 틈새에 낀 한반도의 대처능력의 대표라 볼 수 있음. 요는 매우 합리적인 두뇌와 막강 카리쓰마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결국 그녀가 다져놓은 기반과 키워준 인물들의 힘으로 신라는 한반도를 통일하고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천년왕국을 유지했으니 역사적 공헌도 또한 매우 크다.
단점이라면 요즘 여론은 고구려가 대세고 신라는 그 만주땅인가를 내줬다고 사대주의라고 욕하는 분위기라 인기면에서 불리하다는 점. (신라 입장에선 영토가 3배 늘어난 거지만 별로 이런 쪽으론 계산하지 않는 듯.) 고구려빠의 주범이라 복잡한 심정이나 그래도 엠비씨에서 [주몽]에 이어 제작 검토중이라는 [선덕여왕] 드라마에 거는 수밖에 없다. 사실 제대로만 만든다면 요시나가 후미판 [오오쿠] 따위는 저리 가라 레벨의 최고최강전설의 모에 사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선덕여왕의 본처...아니 남편만 해도 무려 세명(!)이었고 유능남에 꽃미남인 연하남 김유신과 김춘추는 여왕카리스마에 휘어잡혀 무슨 일이 있어두 충성스럽게 보좌한다. 게다가 엑스트라 화랑들로 슈퍼쥬니어를 전원 특별출연시키면 10대 시청자까지 확 잡은 것이다!
ㅋㅋㅋ...기대하겠다 엠비씨!


허난설헌. 홍길동의 저자 허균의 누이로도 알려져 있음.
남동생이 소설가였다면 허난설헌은 천재적인 시인이었는데, 불행히도 시대를 잘못 타고난 데다가 남편도 잘 못 만나고, 아이들도 연이어 죽는 등 비극이 계속되다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무척 한많은 인생.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런 슬픔이 있었기에 그녀의 시는 타고난 천재적인 감수성과 함께 깊이와 아픔을 품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두번째 아이까지 잃고 난 뒤에 쓰여진 [곡자(哭子)]의 가슴이 에이는 듯한 비통함과 끝없는 절망감은 읽는 이의 마음까지 저민다. 사실 허난설헌은 어떻게 보면 그림자 신사임당-내지는 '실패'한 신사임당이라고 할 수 있다. 둘 다 가부장적 조선사회의 가정의 틀 안에서 일생을 마친, 무척 재능 있는 양반집 여인들로 그 틀을 감히 부수거나 나가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주어진 책임 안에서 최선을 다하며 발버둥치고 살았다. 차이점이라면 운이다. 신사임당의 친정은 안정적이었고 시댁에서도 친정과의 교류에 호의적이었으며 (율곡은 신사임당의 친정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무엇보다 남편 이원수는 이해심 많고 도량이 넓은 사람이었다. 반면 허난설헌의 남편은 속 좁은 한량이었고 친정은 당쟁에 휘말려들어 어지러웠고 형제들은 죽거나 귀양에 보내졌으며, 태어난 아이들은 오래 살지 못하고 연달아 죽고, 이러니 시댁에서의 삶은 매일이 바늘방석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비슷한 상황, 비슷한 신분의 두 사람도 운과 환경에 따라 서로 굉장히 다른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제주도의 김만덕. 무려 18세기 사업가이자 자선가.
인지도는 비록 낮지만 엄청나게 진취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한, 조선시대로써는 남성으로써도 무척 보기 드문 굉장한 케이스.
일단 태생은 양인이었는데, 부모와 사별하고 생계를 위해 기생이 되고 상당히 성공했다. 하지만 천민인 것을 거부해 관가에 자신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기생이 되었지, 태생은 양인이니 기녀 명단에서 빼달라고 간청한 끝에 드디어 제명을 받고 기생 신분에서 풀려난다. 그 후 기생 시절의 경험을 살려 지역특산품을 잘 파악하고 제주도 특산품인 말총, 전복, 미역, 진주 등을 시기적절하게 파는 태합입지전스러운 판매전략으로 천냥부자가 된다. 정조 14년(1790년) 제주 지방에 대흉년이 들자 김만복은 재산을 전부 털어 곡물을 사들여 주민들을 구제한다. 이에 조정에서는 그녀에게 의녀반수의 직함을 내리고 궁궐로 불러들였고, 허락 없이 본토로 들어갈 수 없었던 제주 주민인 그녀였지만 왕도 알현하고 평생 소원인 금강산 유람도 하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라는 아메리칸 드림 뺨치는 엄청난 실화의 주인공.
사업가, 인간으로써도 귀감이다. 인지도가 낮은 게 유일한 흠...


유관순 열사.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독립운동가.
아마도 근성의 애국심과 어린 나이에 요절햇다는 점이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사실상 눈앞에서 양친을 살해당한 입장에서는 죽을 때까지 만세를 외치는 것 외에는 인간으로써의 존엄성을 주장할 수 있는 선택지가 어린 그녀에게는 얼마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높은 인지도에 비해 화폐 인물 선정에는 몇가지 걸림돌이 있는데, 일단 너무 어리다는 점과 분명히 대중적 인지도는 높지만, 실제로 역사에 끼친 영향이나 남긴 구체적인 업적은 현재 선정된 인물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녀가 근대 인물이라는 시대적인 배경이 가장 큰 장애물인데, 왜냐하면 근대사의 인물 중 그녀보다 훨씬 더 영향력 있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김구가 있을 것이다. 아마 김구가 선정되면 (영향력이나 현대 지나치게 조선시대에만 몰린 화폐 인물들의 균형 맞추기 차원에서도 가능성 높음!) 혐일류 4권에선 빈라덴에 빚대며 뭐라뭐라 욕하겠지 ㅋㅋ...사실 종이 한 장 차이로 민족영웅이 테러리스트 취급되는 그게 포인트.


나혜석.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또한, '신여성'의 대표로 스스로도 여성운동가로써 적극적으로 활동하기도.
초기의 대중적 여성운동가이자 롤 모델로써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 외에도 그녀가 차지하는 '한국 최초' 중에는...최초의 이혼녀라는 것도(...)
사랑 때문에 이혼했으나 그렇다고 애인이 받아주지도 않고, 양육권도 빼앗기고, 해서 병에 찌들어 살다가 죽어 어디서 묻혔는지도 알 수 없는 안습스러운 인생을 산 것은 아마도 그녀가 너무나 이른 시기에, 너무 앞서갔기 때문이리라.
따라서 요즘 여성들에게도 너무 앞서가면 안되고 적당히 몸을 사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교훈을....어...이건 아니라고?(...)
사실 화가로써, 초기의 신식 교육받은, 그것도 대중적으로 스스로를 어필하고 여성들의 변화를 촉구한 여성으로써도 중요한 위치에 있다.


.........이상이 대안으로 제시되는 대표적인 여성 위인들이네요.

소서노나 명성황후 얘기도 나왔는데 전자는 개인적으로 자세히 모르고, 후자는....음...뮤비의 문제인가(...)

음...이왕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런 외딴 블로그보다 아예 역사 스페셜같은 데서

우리나라 역사 속의 여성 인물들을 중점적으로 다뤄주는 특집을 만들어줬으면 더 좋을 것 같네요.

신사임당 화폐 선정 논쟁은, 적어도 한국사 여성에 대한 담론을 활발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 봅니다.
Posted by 시바우치
시사2007. 6. 17. 18:52
교황에게도 말 실수...'버릇없는 부쉬'

부쉬 너 이제 죽었다....ㅋㅋㅋ
Posted by 시바우치
시사2007. 6. 6. 17:00
"태국 여성 죄수 복서, 챔피언 먹고 석방"

....스 스톤 오션??!!!!

여자 형무소 감옥 매치라니...왠지 모에...

그런 것 치고는...[꽃의 아스카조]나 [스톤 오션] 외에는 의외로 잘 볼 수 없는 소재라 아쉽군요.
(사실 둘 다 정확히는 소년원 쪽이지만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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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시사2007. 4. 29. 15:51


....사실은 알고도 속아준 일본인들의 유머 센스가 아닌감?
(↑봉지를 고양이로 착각하는 녀석이 하는 말)

만우절 기사인 것 같지만...그보다 왜 하필 일본인지가 더 궁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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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시사2007. 4. 23. 21:50
美 공화당 "다른 학생들도 총 가졌으면 그런일 없었을 것"

장난 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니 미친 게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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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시사2007. 4. 20. 15:15
대부분은 [이래서 언론이란...기자들이란...XXX~]하고 몰아붙이는 소릴 하겠지만,

본인이 언론정보 전공이므로 그런 무식한 소리는 하면 안되고.

단지 [알 권리]라고 하지만, 시간을 좀더 둔다던가, 내용만 요약해서 발표하는 편도 있었는데

피해자들 장례식도 제대로 치루지 않은 상태에서 참 무개념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물론 NBC 내에서도 아마 많은 대립의견이 있었겠지만...

그리고 저같은 사람도 한두번 왕따 당한 게 아닌데 모든 왕따를 잠재적 살인범으로 몰고 가진 맙시다.

애꿎은 '여자친구' 들볶지 말고, 멀쩡히 살아있는 가족이 죽었다는 얘긴 대체 어디서 나온 건지 의문.

사실 상식적으로...제대로 정보 확인을 한 다음에 자살한다면 몰라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는 보통 안합니다.
(로미오와 줄리엣같은 애들이 있긴 하지만 중딩 혈기니 예외.)

그런 것보다 피해자들에게 애도를, 유족들에게 평안을 빌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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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