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주말에 보려고 했으나 이번 주말에는 어쩌다가 올 겨울 최고의 코메디 영화라는(...) 무극을 보게 되어서, 결국 오늘 혼자서 터벅터벅 [메종 드 히미코]를 보러 종각 시네코아로 향했습니다.
어쩌다가 사정이 생겨 상영시간이 조금 지나서 도착했지만, 어차피 일본영화는 잘들 안 보니 널럴하게 들어갈 수 있겠지~ 좌석번호 따위 무슨 의미가.....
........하고 방심하고 들어갔다가 된통 한방 먹었습니다...........;;
뭐, 뭐냐 이 꽉찬 좌석은..........-_-;;;
집에 와서 보니.....메종 드 히미코가 일본영화에다가 마이너한 영화임에도 불구, 5개 극장에서 1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 작은 화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그 당시에는 알지 못했습니다;;;
아무튼 도저히 이미 영화 시작한 시점의 객석을, 그것도 엄청나게 어두운(...) 환경 안에서 제 자리 찾아갈 자신은 없어서.....결국 가장 윗 자리의 좁은 좌석에 걸치고 앉아 관람했습니다;;
영화는 직장 상사인 유부남과 불륜관계인 직장여성 사오리(시바사키 코우)가, 오래 전 자신과 어머니를 버리고 떠난 게이 아버지의 애인, 하루히코(오다기리 죠)와 만나면서 시작합니다. 하루히코는 사오리의 아버지가 '히미코'라는 이름의 게이바 마담으로써 게이들의 양로원인 [메종 드 히미코]를 운영하고 있고, 그가 말기암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양로원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하지만, (당연히) 아버지에 대한 쌓이고 쌓인 감정 때문에 사오리는 거부합니다. 하지만 몇년 전 암으로 사별한 어머니의 병원비로 든 빚 때문에 사정이 어려운 사오리는, 이제는 돈을 줄테니 아르바이트 형태로 일요일마다 메종 드 히미코로 와달라는 하루히코의 권유를 뿌리칠 수 없고, 결국 메종 드 히미코로 향합니다.
사오리가 다다른 게이들의 실버타운 메종 드 히미코, 그곳은 바다와 함께 마치 지중해의 저택같은 이국적이고 낙천적인 풍미를 풍기는 이색적인 장소이고, 다양한 전력의 게이와 트렌스젠더 노인들이 찌질한(...) 동네 중학생들의 장난 등 이웃 사람들의 냉대에도 상관없이 남은 여생을 밝고 유쾌하게 보내려고 하는 곳이며, 오랜 세월 동안 아버지를 부정하면서도 그리워한 딸, 그런 딸을 평범한 일본 아버지로써 대해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진심으로 사랑한 아버지, 죽어가는 늙은 연인과 죽음이 두려운 젊은 연인, 뒤늦게나마 자신에게 솔직해진 사람들과 수십년동안 진정한 자신을 숨기고 죽여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처음에 게이, 트렌스젠더 문화에 거부감을 느끼던 사오리도, 노인들을 돌보며 차차 마음을 열어갑니다.
이 영화의 주제 중 하나라면 게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는만큼 역시 '얼마나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죠. 메종 드 히미코의 남자들 중에는 사회에 억눌려 보통의 '아버지'를 연기하기 위해 겉보기만의 가정을 꾸렸던 이들도 있고, 결과적으로 사오리의 아버지 히미코처럼 자신에게 일찍이 솔직해지지 못한 나머지 또다른 사람들(부인과 딸)까지 상처입히게 되기도 합니다. 물론 상사와의 불륜을 잘 끝내지 못하고, 외모와 빚 때문에 자기비하적 콤플렉스가 있는 사오리도 다른 형태로 자유롭지 못하고, 솔직하지 못한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개인은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감안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스스로를 죽여야하는 지경에 이르는 희생이라면,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숨 쉴 권리는 없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척박한 현실의 이면이 있지만, 그 와중에도 시대는 조금씩 바뀌고, 시오리가 노인들을 받아들이게 되듯 사람들은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엔 게이든 스트레이트든, 여자든 남자든 누구나 가슴 속에 쓰디쓴 외로움을 묻은 채, 때늦은 후회와 이루어질 수 없는 감정을 떠안고도, 아니 오히려 그것 때문에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고, 상처를 모듬어 가며 조금이라도 더 밝은 내일을 꿈꾸며 작은 희망을 키워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한 애잔함과 쓸쓸함, 그리고 잔잔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빛나 보이는 따스함이 흐르는 영화가, [메종 드 히미코]였습니다. 일본 영화라서 극장에서 빨리 내리기 전에, (뭐 흥행이 나름대로 괜찮으니 좀 오래 붙어있을지도 모르지만...) 깊이 있는 드라마나, 감정의 흐름이 섬세한 영화를 보고픈 분들께는 반드시 추천하고 싶습니다.
....라는, 제대로 된 영화 감상은 저 정도에서 끝내고.....(어이)
사실 저는 몇달 전부터 모 언니로부터 이 영화를 보라고 추천받았습니다......그 이유는........
순전히 오다기리 죠라는 총각 때문이죠.
(주: 결혼 여부는 모릅니다만 어쨌든 제게 있어 총각이라고 부르고 싶어지는 남자는 다 총각입니다.)
소문으로 듣기엔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이 만든다는 [충사] 실사판에서 깅코로도 채택되었다길래 궁금한 것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직접 확인한 오다기리 죠는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참한 총각이었습니다........
(몸도.....)
남자 배우 볼 때 몸까지 보고 싶다는 생각은 좀처럼 하지 않는 편인데 이번만은 예외군요.......
(저 새하얀 차림새로 감싼 마른 근육은! 단정한 역삼각형 구도는! 갸낦은 듯 각진 어째는! 팔다리는! 엉덩이는!!!)
아니, 물론 오다기리 몸만 본 건 아니라(...) 뭔가 심상치 않은 특유의 오오라라던가, 원래의 밑바탕에다가 캐릭터가 꽃미남이라는 설정 탓에 감독이 팍팍 넣어준 빤짝이 효과(...) 덕택에 더더욱 미모가 빛나보이는데다가 캐릭터도 독특하고, 연기도 잘 하니 금상첨화첨향이기 그지 없습니다. 사진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직접 보셔야 합니다. (물론 저같은 경우 은연중에 '콩깍지 어펙트'에 걸려, 객관적인 보증은 어렵습니다만....;)
그러니까 어느 정도냐면, 영화 도중에 typical stupid homophobic teenager인 중학생 소년이 오다기리 캐릭터에게 강제 스킨쉽(*주: 뺨 때리기 6연타)을 당하고 클로즈업까지 보고나서 '매료'(*주: 이건 왜곡 아님)에 걸리는 부분이 너무나 자연스러울 정도입니다(...)
덧붙여 저 소년은 그때의 매료 때문에 일찍이 자신의 정체성에 각성, 좋아하는 사람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는 티를 안 내며 주위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라는 진실까지 그 나이에 일찍이 깨달아, 메종 드 히미코의 최연소 자원봉사자로 변신하게 됩니다......지금까지 본 다양한 작품의 [마성의 게이 효과] 중에서는 가장 건설적인 것 같군요.
그나저나 패서 반하게 하다니....오다기리가 무슨 죤 웨인입니까???; (*주: 죤 웨인John Wayne은 카우보이, 군인 역 등 미국 흑백영화의 궁극적 마쵸 주인공의 상징인 배우로, 특히 장르, 상대를 불문하고 여자 캐릭터의 싸대기를 갈기면 100%의 확률로 자신에게 반하게 만들어 순종화 두뇌개조를 시키는 어마어마한 능력이 있었음. 단, 이것은 언제까지나 죤 웨인 전매특허 기술이므로 실제 생활이나 픽션이라도 여타 작품에 써먹었다간 설득력이 마이너스 제로일 뿐만 아니라 각종 여성독자 및 여성단체 및 피해자 여성 본인에 의한 항의와 법정고소, 각종 무시무시한 보복행위가 뒤따를 것이므로 절대로 시도하지 말 것.)
물론 못생겼다고 무시당하는, 성격까지 숫기 없고 부루퉁한 주인공 사오리를 연기한 시바사키 코우도 매우 좋았습니다. 솔직해지지 못하는 사오리의 당황과 혼란, 연약함과 강함, 그리고 각성과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멋지게 연기해냈다고 생각합니다. 사오리의 아버지 히미코로 분한 연기자의 경우 무용가라고 하시는데, 병자라는 설정이라 움직임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정말 심상치 않은 카리스마와 표현력을 보여주시더군요. 루비나 야마자키 등 메종 드 히미코의 게이, 트렌스젠더 할아버지들도 인상적이고 개성적인 조연이었고, 성적 소수자로써 겪은 아픔과 함께 꿋꿋이 살아가려는 강하고 긍정적인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주인공이 여자라서 다행입니다. 젊은 사람 둘이서라도 충분히 아슬아슬한데 남자이기까지 했다면 정말 큰일났겠군요(.....)
덧붙여서, 만약 속편 매니아인 할리우드의 추세를 따라 2탄(이 나올리가 없잖아!)이 나온다면, 틀림없이 [중학생 A군의 역습]이라는 부제가 붙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봉날 밤 저녁에 나가기 전에 오다기리 죠를 향해 보낸 뜨거운 시선(.....), 아마 관객들도 저도 두고두고 잊을 수 없을 겁니다........;;; (게다가 그 중학생을 연기한 아역배우도 귀여웠고....)
............................생각해보니, 혹시 이 영화 국내개봉 일본영화 치고는 잘 나가는 이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