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저라도 연말은 연말인지라 나름대로 정신없는 와중에 간략히 정리해본 근황 모음입니다.
21일: 마당놀이 변강쇠전 관람.
태어나서 처음 보는 마당놀이였습니다.
K모 언니 덕분에 이런 좋은 것을 알게 되어서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앞자리를 잡아주신 것도 정말 원츄. 마당놀이에서 앞자리는 진정 특등석입니다.
사실 정력맨 변강쇠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 실상은 날깡패 놈팽이 변강쇠....
그리고 변강쇠전은 사실 옹녀의 이야기였던 것입니다...
나름 스타일리쉬하고, 현대적인 양념도 재미있었습니다.
공연 전에 요즘 화제인 모 스테이크 부페에서 식사했습니다.
물론 저의 완패(...) 하지만 요즘 몸을 사리게 되서 흑흑;
22일: 야밤에 대청소신(神) 강림.
청소가 끝났을 때는, 이미 다음날 새벽은 밝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아침 9시까지 나가야 했다(....)
24일: 공항에 마중을 나갔는데, 새벽 2시에 도착한다는 것이 4시 도착으로 변경(...)
당연히 새벽 2시까지는 잠을 안 자고 (그 시간에 성탄절 카드를 그리는 센스~) 공항에 나가 있었던 상태였음.
그렇다고 공항에서 잘 배짱은 없어서...정말 처절한 2시간이었다는 것 외엔 기억이 모호.
그러고보니 공항 서점은 새벽 3시에 연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책을 사는데 주인 아저씨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를 들었군요.
아무튼 비행기 수속이고 짐 찾기고 해서, 5시 정도 되서야 공항에서 나올 수 있었고.
집에 들렀다가 한숨도 안 자고 코믹월드에 갔습니다.
잠을 못 잔 상태라 그런지 예상 밖으로 많이 질러버렸습니다(...)
모님과 함께 이태원 라멘 81번옥에서 버터 미소라멘을 먹었습니다.
괴식가라고 욕먹을지도 모르지만, 정말 맛있었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술도 하고 싶었지만, 몸이...몸이OTL.....
경상도 사투리 아줌마 사천왕의 수다대전 속에서도 폭면할 정도였으니, 이하 생략.
25일: 폭면 후 기력 회복. 그러나....
가족과 크리스마스...를 보내려 했지만 배신당했습니다(...)
그래도 처절하게 바둥거린 결과 모 님들의 미팅에 끼어들어 즐겁게 보냈습니다.
26일: 박물관이 살아있다! 관람.
중학생 8명을 인솔한 대신에 공짜로 봤습니다.
원 제목은 Night at the Museum인데, 오히려 번역 제목이 더 생생해서 나이스.
사실 박물관 등 건물의 전시물이 밤에는 살아난다...는 컨셉 자체는 만국공용 어린 시절의 공상이고,
(예를 들면, 밤이 되면 학교의 이순신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이 싸운다던가...)
꽤 흔한 아이디어인데도, 정작 극장용 영화로 본격적으로 사용된 적은 없었을지도.
(어린이 만화영화 에피소드 주제로는 종종 사용되지만)
역시 CG의 발전 덕분일까요?
벤 스틸러는 곱슬머리만 아니면 나름 볼만한 얼굴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포인트는,
감독의 역사 동인질이라고 생각중.
루즈벨트 대통령과 백인 탐험가들의 태평양 발견에 크게 공로한 원주민 여성 사카주웨아를 커플로 만들거나,
미국 개척시대 모험가 제데다이야와 로마시대 명장이자 황제 옥타비아누스가 바보 라이벌 사이라던가,
뭣보다 자신이 집필 중인 논문의 역사 속 인물과 만나게 되는 점은 정말 로망.
특히 미니어처들의 처절한 투쟁(...)은 눈물이 날 정도......
요즘 영화들이 대개 그렇듯이 좀 늘어지게 길어지는 느낌이 나면서 기합이 빠지는 건 아쉽지만,
그럭저럭 가볍고 재밌게 볼만한 가족영화였습니다.
....덧붙여, 저는
[(데즈카 오사무) 기념관이 살아있다!]는 외전(??)이 마구마구 떠오르더라는;;
29일: 해피피트 관람.
이것 역시 박물관...과 같은 계기로 공짜로 본 영화.
펭귄들과 남극의 정교하고 사실적인 CG 묘사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습니다.
아니, 정말이지 그 미묘한 털의 질감 하며 눈이 보슬보슬 묻은 털까지...집착까지 느껴졌어요.
이 사람들...[펭귄-위대한 모험]을 대체 몇번이나 본 거야?
아니 아예 남극 다녀 온 거 아냐?....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제작비화를 읽어보니, 주 그래픽, 아트 디자이너들이 정말로 남극에 다녀온(...)
황제펭귄 특유의 구애의 울음소리가 노래로 표현된 것도 재미있고.
왠지 펭귄들이 추억의 팝송들을 불러주는 것도 정말 좋고...(아니..물론 제가 태어나기 전의 노래들이니 추억이라기도 애매하지만, 어머니의 추억이라는 이유로 어릴 때부터 들어서, 이미 추억으로 세뇌됨;;)
휴 잭맨의 아빠 펭귄도 좋았고, 원래 뮤지컬 가수라 노래도 좋았어요~ (엘비스가 생각나는^^)
단지 그래픽이 너무 사실적이다보니, 성장한 황제펭귄들같은 경우 살짝 징그럽기도...
반면 작달만한 아델리 펭귄 (라티노 펭귄~>_<)들은 리얼해도 참말로 귀여웠습니다~~~
그런데 라몬은...가끔 뉴스에서 보이는, 소위 말하는 게이 펭귄의 기질이 있는거야??
그냥 모험과 로맨스 이야기로 끝날 수도 있었는데, 스텝들이 너무 펭귄을 가까이 연구하다 보니,
자연스레 현재의 펭귄과 환경에 대한 테마로 빠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후반부는 어찌 보면 본질적인, 실존적인 의미에서 제법 무서운 장면이 나오는...
랄까 은근히 리얼해져서, 같이 본 아이들이 내용이 황이라고 투덜투덜...
앞서 말한 박물관...과 같이 요즘 영화들 특유의 길어지기는 한데, 되려 뭔가 아쉬움이 증가되는 점은 있지만,
(아마도 그래서 [판의 미로]가 좋았던 듯...템포와 페이스에 전혀 군더더기가 없었어요.)
왠지 그렇게나 가깝게 펭귄과 남극을 연구하며 그려내다보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결론은 뭐 어린이에 맞춰서 해피엔딩이었고...(사실 인간불신증이라 개인적으론 뭬...지만 애들 거니까 뭐...)
랄까 젠장...비참하구나 축생들...아무리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통탄스럽구나...
환경 이전에 기성세대와의 충돌, 개인과 사회의 충돌, 재능과 개성의 상대성 등 곱씹어볼만한 주제도 나옵니다.
내용도 재밌고 음악도 좋고 비주얼도 죽이니, 이번 연말 영화 중에선 가장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