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나 배우자 등 외부강제적인 요인 때문에) 브로크백을 보게 될 남성들을 위한 관람 지침서(?)이지요....
아직 브로크백 마운틴을 안 보셨거나 보기에 앞서 두려운 여성, 남성분들께도 참고사항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글이 정말 재미있어서 멋대로 번역합니다.
출저는 http://msnbc.msn.com/id/10342237
이성애자 남성들을 위한 [브로크백] 관람 지침서
-본지의 대담한 게이 칼럼니스트가 스트레이트 독자들에게 바치는 지혜의 어드바이스-
글 : MSNBC 투고작가 데이브 화이트
당신은 이성애자 남성이다. 그리고 게이들에 대해 딱히 감정은 없다. 당신은 교육을 받았고 사회적으로 상당히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어쩌다가 가끔 NPR(National Public Radio: 전미 공공라디오)를 듣기도 하고 차별행위를 싫어한다. 당신은 동성애혐오자가 아니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에게 자부심을 느낀다.
그런데 어느 날, 당신의 여자친구/부인/동거녀/짝 등등 아무튼 그 귀여운 제이크 질렌홀을 사모하는 어떤 여인이 분명히 말한다. 토요일밤 데이트는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정했다고.
"하지만 나는 이성애자 남성이야" 당신은 생각한다. "아주, 아주, 아주, 스트레이트하다고." 그리고 당신은 개봉일이 가까워지면서 서서히 패닉하기 시작할 것이다-심지어 '개봉'일이라는 표현조차 껄끄러워지고 있을 것이다. 당신은 평생 파트너인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을 것이다. 물론 게이들은 아주 멋지고, 다채롭고, 재치있는 사람들이고 크레디트 카드 광고에서 엘렌 (레즈비언 코메디언 엘렌 디제네레스)의 춤추는 모습은 정말 재미있었고, 톰 행크스는 그 뭐냐 아무튼 끝에 죽은 그 영화(에이즈 환자를 연기한 [필라델피아])로 충분히 오스카상을 받을만 했다고 생각하지만, 당신은 무지, 무지, 무지하게 스트레이트하므로 귀여운 제이크(=제이크 질렌홀)가 히스 렛저와 화면에서....음...."그 짓"을 하는 장면을 보는 것으로부터 면제되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짓"이 뭔지 지금까지 모르고 잘 살아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알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당신은 그 순간 "대한의 건아"같은 표현에 나오는 "건아"같은 단어가 그다지 복고풍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주: 의역. 영어로는 red-blooded American male.)
그래도, 어차피 당신은 좋든 싫든 영화를 보게 될 것이다. 당연히 이것은 딜레마를 불러일으킨다. 어떻게 하면 그녀를 만족시키면서, 생애 최초의 게이 소재 영화를, 그것도 엄청나게 큰 화면에서 남자 둘이 실제로 육체행각을 벌이는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인가? 바로 이 몸이 등장할 차례다. 나는 [브로크백 마운틴]을 이미 관람한 미합중국 건아인 동성애자 영화 평론가다. 물론 얼마나 그 영화가 훌륭한지, 얼마나 강렬하고 감동적인 영화인지 등등 그런 소리를 늘어놓을 수도 있지만, 당신이 듣고 싶은 것은 그런 게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그대들에게 관람시 준수사항을 몇 가지 알려주겠노라, 나의 스트레이트 형제들이여. 정말 도와주려고 하는 것 뿐이라니까....
1. 전부 당신이 자초한 결과라는 사실을 인정하라
여자친구를 [자헤드-그들만의 전쟁 (Jarhead: 이라크 전쟁을 배경으로 미군 병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전쟁영화. 국내에는 아직 미개봉.)] 상영관에 데려가려고 온갖 오도방정을 떤 것은 당신이었다. 그리고 정작 영화를 보니 순 AJ (앞으로 이 기사에서 Adorable Jake=귀여운 제이크를 지칭할 용어) 투성이로 사막에서 땀이 맺힌 근육질 몸매에 웃통을 벗은채 마구 뛰어다니는 AJ라던가, 거시기만 산타 클로스 모자로 가린 전신 누드로 섹시춤을 추는 AJ라던가, 동료 군인들과 같이 가짜 난교장면을 연출하는 AJ 등등이 나오며 당신은 "뭐야, 사람 죽이는 건 언제부터 나와?"라고 하는 동안 당신의 그녀는 "산타춤 추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당신이 스스로 초래한 결말, 제 무덤 파기다.
*참고 사진 자료
2. 지금은 입 닥칠 시기라는 것을 깨달아라
당신은 침묵의 중요성에 대해 잘 모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막중하다. 나는 최근에 어떤 영화 홍보 시사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극장 로비에서 [브로크백]에 대해 떠드는 남자 네명의 대화를 엿들은 적이 있다. 그들은 서로 얼마나 그 영화를 안 보겠다는 거부감이 투철한지를 자랑하며 "그런 영화따위 전혀 궁금하지 않다"느니, 그 중 가장 시끄러운 사람의 말에 의하면 "저 벽처럼 스트레이트(똑바르다)"하다느니 하며 고래고래 떠들어대고 있었다. 저 벽이라고? 그 [대하 게이 카우보이 영화]의 포스터가 붙은 저 벽 말인가? 그렇다면 정작 말한 당사자만 모르고 남들은 아는 진실이 밝혀진다: 그는 아마도 게이다. 침묵이라는 행동은 마치 다른 남자들에게 어떻게 보이는가 따위에는 무심한 것처럼, 엄청나게 쿨하게 보인다. 그것은 당신의 평상심을 보여주고 스스로의 본모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어디 스티브 맥퀸이 자신이 저 벽처럼 스트레이트하다고 꽥꽥거리며 떠들고 다녔는가? 전혀 아니다. 남자답고 쿨하게 보이느라 그럴 겨를이 없었다.
3. 좋은 소식은-삐리리 씬이 1분 이하라는 사실이다
영화는 한 130분 정도의 분량이고 그 중에 129분은 남자들이 섹스를 안하는 내용이다. 물론 당신 생애에서 최고로 긴 60초가 될 수는 있겠지만, 오로지 1분 이하, 그것 뿐이다. 게다가 나머지 129분은 너무나 절절한 그리움과 슬픔과 눈물나는 비극의 러브스토리다. 아주 사실적인 의미에서 그것은 편집과정에서 살아남았던 남/남 육체관계 씬보다 훨씬 더 포르노틱하긴 하다. 하지만 그래도 당신이 여전히 유치하게 굴 생각이면 그 첫번째 씬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상영관을 나와 다이어트 코카콜라와 점보 사이즈 팝콘이나 사러 가라. 참고로 귀를 틀어막고 "메리에게는 작은 새끼양이 있었지"를 부르는 것도 안된다. 왜냐면 노래를 부르는 행위는 그 속성상 죄다 게이(유쾌)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신은 공공시설인 극장에 있을 것인데, 마침 뒷자리에 덩치 큰 게이 깡패가 앉아 있어서 당신의 엉덩이를 걷어찬다면 더더욱 남성성이 거세된 것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4. 이것이 웨스턴(서부극)임을 기억하라
게다가 각본가 중 한 사람은 다름이 아닌 궁국의 싸나이 래리 맥머트리다. 그 사람은 우리나라 최고의 서부극 작가다. 그리고 [머나먼 대서부 (Lonesome Dove: 1989년에 나온 인기 서부극 시리즈)]를 썼다. 당신 [머나먼 대서부] 좋아하잖아. 사실 어차피 대부분의 서부극은 1000퍼센트 정도 게이한데 그 진실을 모른 척 하려고 하기 때문에 거부감이 드는 것 뿐이다.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면 집에 가서 [붉은 강]을 다시 봐라. (폭군 목장주가 되어버린 양아버지와 양아들의 구도가 중점인 영화.)
5. 주인공들이 너무나 고통받아서 보고 있으면 불쌍하다
그 톰 행크스 영화(필라델피아)에서처럼 이 영화의 게이 친구들도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는 등 고생이 심하다. 1960년대가 배경인데다가 히스와 AJ가 연기하는 캐릭터들은 자신들이 게이인지조차 모른다. 그냥 자기들이 상대방에게 갑작스럽게 강렬히 이끌리게 된 평범한 스트레이트 남자라고 생각하고, 왜 그리 닭살돋고 정신이 대략 멍해지는 연애감정 따위에 휩쓸리는지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잠깐...차라리 아예 생각을 하지 말아라. 이유같은 것은 잊어버리고 그냥 이 박해받는 자들을 응원해 주는거다. 루디(영화정보)의 션 애스틴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라.
6. AJ의 부인역으로 나오는 앤 해서웨이의 맨가슴이 나온다. 끝.
나는 이 사실을 전달할 필요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이렇다. 내가 게이 남성으로써, 그 바보같은 [롱기스트 야드] 리메이크 영화를 참아낸 유일한 이유는 친구들이 레슬러 골드버그의 샤워씬이 있다고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딱 한 장면에. 그게 땡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당신네 이성애자 친구들과 우리들은 사실 다 형제다-단지 보면서 꼴리는 맨살의 종류가 조금 다른 것 뿐이지.
7. 마지막으로, 이젠 당신 차례다.
정말이라니까. 잘 알 것이다. 게이들이 일생에 몇천개의 이성애 러브스토리를 견뎌내야 하는지 한번 상상해 봐라. 말하자면 우리에게 빚진 것이다. 그러니까 당장 나가서 그 카우보이들의 연애질이나 구경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