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언니께 억다구니로(죄송해요;;) 녹화까지 부탁했습니다만, 자정을 지나서 B모님의 실시간 인터넷 방송에 대한 정보로 (비록 작은데다가 화면 조금만 크게 해도 화질은....였지만) 라이브로! 볼 수 있었습니다, 블랙잭을!!
(흑흑...감개무량...고마워요 B님....보통 사이즈 화면으로도 다시 보고 싶으니까 모 언니께도 감사....)
조금 많이 기니까 감춥니다....(겸 감추기 기능 시험해보기...)
원제는 [블랙잭: 두 사람의 검은 의사]이며 OVA시리즈 중 하나로, KBS의 심야 독립영화 방영 시리즈에서 특별히 성인용 애니메이션 기획으로 정한 세가지 중의 하나이자 마지막 편으로 채택된 것입니다. (라지만 게시판에 가보니 시청자 반응들이 상당히 좋아서, 어쩌면 계속될지도 모르겠군요 이 기획...) 이 정보를 (평소에는 좀처럼 안하던) 블로그 트랙백질을 하다가 (평소에는 잘 안 가는) 블로그에 링크된 (보통은 거의 가보지 않는) 뉴스사이트의 기사로 접하게 된 것은 아마도 하늘이 보우하심히겠죠. 몇 주 전에 정말, 정말 재수 좋게도 블랙잭 국내판 전 22권을 재고로 구입 한 것도 있고 (하지만 당시 홈피 폐쇄중이라 자랑할 타이밍은 놓짐), 아무튼 이 시리즈와는 뭔가 인연이 있는 듯 합니다. 이 기세로 가다가는 올 겨울에는 어쩌다가 일본에 가게 되어서, 아예 극장판까지 관람하고 오게 되고, 겸사겸사해서 문고판까지 다 질러버리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르겠군요. (진짜?;;)
아무튼, 좀 (많이) 샛지만 KBS 방영분의 리뷰입니다.
일단 처음에는 사회자 언니의 대략적인 내용에 대한 설명. 무면허지만 신의 기술을 가진 주인공, 천재적인 외과의사 블랙잭에 대한 거라던가, 그와 대치하는 정반대의 인물인, 환자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 안락사 전문의 닥터 키리코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물론 원작가 스텝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도 있었는데....
....데즈카 오사무와 데자키 오사무 감독을 동일인물로 혼동한 듯. 하긴 이름이 비슷해서 많이 착각하긴 하지만.......
뭐 아무튼 시작.
그리고.....기다렸습니다.
과연............
더빙을 해줄 것인가!
아니면 어차피 한편짜리 애니메이션인데, 그냥 자막으로 밀고나갈 것인가!!!
(참고로 여긴 한국이지 북미가 아니므로 딱히 성우의 더빙에 대한 거부감은 없고 단순한 호기심이었을 뿐임. 오히려 국내판 블랙잭 목소리는 어떻게 될지 궁금할 정도.)
그리고 결과는..........
더빙!!!
게다가 외화풍으로 (뭐 내용이랑 연출이 실사영화틱한 데가 많으니까 당연하겠지만;) 잘 해주었잖아!!!
옷 처음부터 키리코 등장!!
...........물론 스샷같은 거야 진작에 본 적이 있었지만.......직접 움직이는 걸 보니........
작은 화면으로 봐도 범죄적 수준으로 뇌살적이야 이거........OTL
과연 유달리 섹시다이너마이트나이스미들밝힘증 성향이 강한 데자키X스기노 콤비의 결과물!! (...쿨럭;)
게다가 이번 편은 특별히 둘이나 있다!! 앗싸 좋구나! 얼씨구 지화자!!
..............에헴 진정하고;
아무튼 닥터 키리코가 병에 고통받는 한 노인의 요청으로, 그를 안락사 시켜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원작에서처럼 도저히 휴대하기에 불가능한 무식하게 큰 기계(...) 대신 슈트케이스에 간략히 설치된 기기를 이용하지요. 운치있게 음악도 틀어주구요. 뭐 아무래도 그렇게 연출된 이유(로 추정되는 것은)는 좀 있다가 나옵니다만....
이 때 뒤늦게 블랙잭이 도착합니다. 일주일 뒤에 노인을 수술하기로 되어있었던 것인데, 수술 받기도 괴롭고 지쳤다고 키리코에게 양다리 걸친 것이죠. (생각해보니 좀 매너가 없군. 사전에 취소한다고 연락이라도 하지...) 덕분에 주인공이면서 초장부터 닭 쫓던 개 신세가 된 블랙잭은, 평소대로 키리코에게 늘 해대는 [왜 이런 곳에 있냐~어쩌구~] 라던가 [사람 생명을 뭘로 아냐~어쩌구~] 종류의 대사를 휙휙 던지며 시비를 걸지만 젊은 놈(...적어도 자기보단. 그러나 더빙판에서는 키리코 목소리가 다소 [건들건들한 시비조 건달총각A]틱한고로 오히려 블랙잭보다 젊게 들려서 좀 언밸런스.)이라 봐주는건지 씹고 빗속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떠나버리는 키리코.
.....그렇습니다! 오토바이! 무려 오토바이를 탑니다! (게다가 헬멧도 안 쓰고;;) 왠지는 모르겠지만 데자키 감독 취향이려니 하지요. 아무튼 이 탑승기기 하나만으로 만화책과 이미지가 은근히 달라져버렸습니다. 목의 스카프도 미츠루기같은 팔랑팔랑 스카프가 아니라 바이크 라이더나 여행하는 사람들이 두르는 스카프로 보이더군요. 하긴 그에 걸맞게 가죽코트(;;;)도 추가된 사항이지요. 원작에서 검은 양복 스카프 넥타이를 빼 입고 블랙잭보다 훨씬 큰 집에서 사는 것 등등, 약간(?) 러프하고 터프한 블랙잭에 비해 좀 있어보이는 느낌과는 은근히 다른! 나중에 보면 캠핑 서바이벌 사나이! (...오오츠카상이 아니라 이 쪽이 서바이벌인가;) 오히려 이 편만 보면 블랙잭이 더 곱게(;;) 사는 것 같아! ....하지만 클래식을 음미한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그 엘레강스함이 남아있군요.
뭐 캐릭터적으로도 안 망가진다(...)는 점만 빼면 원작과 비슷하지만 말입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원작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키리코가 이렇게 OVA풍으로 악역틱, 시리어스틱, 막강틱하게 나오는 것은 불과 (단행본 순서상) 처음 등장하는 화 하나 뿐.......다음부터는 [푸하하하하! 이 녀석 바보잖아!!] [우하하하하!! 블랙잭도 바보야!!!] 나중에는 [...너네 사실 친하지...?]같은 반응이 나오게 되는 캐릭터지요;;)
그러니까 이렇게 우와하하하~라고 사악하게 비웃어줄 수 있는 것도 처음이자 마지막; 블랙잭의 명대사가 나오는 장면이기도 함.
그렇다 해도.......
이 시점에서부터 아이들까지 머릿수로 선동해서 나쁜 사람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치사한 블랙잭을 보고 있자니 복잡한 심정이....;; (마치 말의 뉘앙스를 보면 무차별로 환자 죽이는 것 같이 들리잖아! 당신, 못됐어!)
아무튼 오토바이!가 가지는 또다른 중요한 이유를 바로, 조금 전의 안락사 기기의 사이즈입니다! 원작에서의 거의 가구 레벨(...)의 기계는 상식적으로 오토바이에 실을 수 없겠죠! 그러나 어떻게서든 키리코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싶었던 감독! 007 슈트케이스형으로 대폭 개조시킨 겁니다! (쿨럭;;) 원래 키리코가 들고 다니는 슈트케이스는 안락사를 위한 극약을 담은 곳이었지만, 90년도니까 상관없어!--라고 밀어붇힌 듯.....하여튼 분위기를 위해서인지 이 장면에서만 비가 오는 게 아니라 줄창 비가 내리고 키리코는 줄창 오토바이만 타는데, 한마디로 감독의 로망을 위해 위험주행(...) 애니가 되어버렸다는 거군요; (Young Driver's Education 비권장 비디오로 추측됨)
이 편의 제목은 [거식]. 거식증 때문에 음식을 전혀 소화해낼 수 없게 된 여배우, 미셸이 환자입니다. 건강이 안 좋아진 그녀에게 선글라스를 낀 감독이 [계속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자, [할 수 있어요! 감독님!]이라는 그녀의 대답에.........
"할 수 있어요! 코치!"
.....순간 [감독님]이 [코치]로 들리는 환청현상을 느낀 것은 저뿐만은 아니라 믿습니다;; 이거야 원.....
....그러나 계속 팔팔한 척 하면서 근성으로 마지막까지 버티면 의사가 등장할 필요가 없으므로 미셸은 중요한 장면에서 그만 쓰러지고 맙니다. 일주일 정도의 휴양기간을 받지만, 증상이 악화되자 매니저와도 연락을 끊고 숙부인 의사 집에서 머물며 최고의 의사인 블랙잭을 불러달라고 부탁합니다. (여기서 블랙잭은 분명 외과의사인데, 왜 이런 정신과/신경과/내과 관련 병에 괜히 불러들이냐고 궁금해할 수도 있지만...돈만 주면 다 하더라, 로 넘어가시길;) 그 때 블랙잭은 스위스의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던 고로 수영복 서비스씬이 나옵니다. (좌우지간 친절한 데자키씨입니다!) 게다가 자칭 부인(...)인 피노코가 [왜 이리 안 와! 거기 어디야! 선생님 옆에 여자 있지! 그 여자 바꿔! 당장 바꾸란 말야!!].....같은 연속극같은 전화통화도 해주지요; (진짜로 그렇게 말함;;) 아무튼 원래가 페로몬!을 팍팍 뿌리고 다니는 블랙잭이고 역시 데자키X스기노 콤비에 의해 금가루까지 뿌리고 나오는 OVA판 블랙잭이므로 그 미모에 대해서는 더 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겠지요. 덧붙여 일본판의 오오츠카 아키오상도 굉장히 좋았습니다만 그만큼 중후하지는 못해도 차분하고 윤기있는 구자형씨의 더빙도 매우 나이스했습니다.
하여튼 거식증 치료에 20만 달러나 요구하고(...) 치료를 시작한 블랙잭. 헉 그런데 이 여자! 보자마자 덥썩 안긴다!!! (기운이 없어서 침대에서도 못 일어나는 거식증 환자치고는 상당한 기운으로!) 여기서 일말의 불안감 탐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왠지 페로몬 마구 뿌리고 다니는 블랙잭에게 반해서 매달린 여자 중 물론 작가의 편의상, 혹은 주인공에 대한 작가의 애정 탓인지 이루어진 경우는 한번도 없으며 간편한 캐릭터 제거법을 위한 방침 때문인지 1.다른 남자와 맺어진다 2.멀리 떠난다 3.죽는다....의 세가지 결말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그래서 헉 이 여자 아까 보니까 애인은 따로 없는 것 같고 매니저는 그냥 매니저던데, 위험한 거 아냐?! 마음은 알겠지만 너무 들러붙으면 큰일나!--라고 걱정했으나...나중에 보니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왜냐면 그녀의 어린 시절, 소꿉친구와 놀던 과거 회상이 나오는데......
마리미테.......(훗)
휴우....다행이야.....살 거야.....이걸로 무사하군.....잘 됐어~하하하~~
(덧붙여 이 즈음의 블랙잭은 수많은 검사를 해도 심리적인 요인이나 소화기관 문제는 아닌데 대체 뭐냐!--하고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음;;)
하여간 미셸은 몸에 수수께끼의 붉은 반점까지 돋아서인지, 너무 과거회상을 많이 한 탓인지, 맛이 가서 그 몸으로 소꿉친구의 무덤에 찾아가겠다며 차에 들어가 난폭운전을 하는 것...을 블랙잭이 막아서려고 했으나, 정면으로 달려드는지라 차 위 덤블링 (이것이 바로 전설의 용병!--아닌가;)으로 간신히 피하는 화려한 슬로우모션 액션씬이 나옵니다. (KBS 예고편에서는 거의 이런 액션씬만 모아놔서 의사물인지 모호해보일 정도) 천재 외과 의사는 정말 여러가지를 해야하는군요. (...)
물론 그런 상태로 제대로 운전할 리가 없으므로...차를 도랑인지에 처박아버리고 마침 지나가던 키리코가 그녀를 구해줍니다. (여기서 나온다! 키리코의 서바이벌 야영스킬!) 미셸을 찾으러 나온 블랙잭과 대뜸 대면하는 바람에 서로 엥...쟤 웬일이냐....하면서 눈빛 교차하는 장면이 대략 큐트....키리코는 블랙잭에게 미셸같은 증상을 예전에 본 적이 있다고 귀뜸해 주지만, 심통이 난 블랙잭은 진료하는데 방해되니까 꺼지라고 합니다(...) 병에 괴로워하며 원래의 살려는 의지를 잃고 자살시도까지 하려는 미셸, 그리고 그녀를 걱정한 감독과 매니저가 찾아오는데, 감독은 사실 옛날에 죽은 자기 여동생이 미셸의 소꿉친구였고 (...그러나 그렇다고 주역으로 캐스팅한 건 아니라 오디션이 끝나고보니 그랬다고 함. 음...), 그녀도 똑같은 증상으로 죽었다고 알려주고, 블랙잭은 그녀의 고향에 비밀을 밝힐 열쇠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미셸의 고향으로 향하는 블랙잭에게 키리코는 군대의 생체병기에 대한 책을 보여줍니다. (원래 키리코가 참전 군의관...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쪽에 밝을 수도 있겠죠.) 그 책에는 미셸과 같은 증세에 대해 쓰여있습니다. 키리코는 떠나기 전에 미셸에게 인사를 하고 가려는데, 그녀는 너무나 괴로운 나머지 안락사를 해준다는 소문의 의사를 모르냐고 물어보지만, 키리코는 그 의사는 많은 보수를 요구하니까 블랙잭에게 준 치료비로 남은 것이 없는 그녀에겐 무리라고 하고 길을 나섭니다. (왠지 이런 묘한 의리야말로 나이스 포인트! 랄까. 원래 키리코는 비록 안락사 전문 의사라도 자기가 판단했을 때 정말 치료할 도리가 없다고 보는 경우에만 안락사를 해주었으니까, 이번 경우는 블랙잭이 확실히 치료법을 알아낼 것이라고 믿은 것이겠죠)
한편 키리코가 준 자료와 미셸과 친구의 옛 놀이터였던 화학공장에서 얻은 샘플을 바탕으로 조사를 거듭한 블랙잭은, 원인이 신경 모양으로 뇌에 기생해 소화기능을 차단시키는 기생충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수술을 합니다. (...그러나 다 똑같이 생긴 신경 중에서 무슨 수로 기생충을 알아냈는지는 불명...; 식스 센스려니 합시다. 자살도 결정적인 순간에 막았고...) 건강하게 회복된 미셸은 중요한 마지막 장면을 찍고 영화는 흥행하지....만 블랙잭은 그 장면에서 이미 곯아떨어졌습니다; (한편 저는 [역시 레즈라서 끝까지 산 거야]라고 중얼...)
50분 분량으로도 뭐 다소 편의를 위한 우연은 몇가지 겹칩니다만, 내용은 꽤 짜임새 있게 만들어졌다고 봅니다...만 생각해보니 아저씨들 보고 군침 흘리느라 객관적인 판단이 내릴 수 없을지도 모르겠군요;; 뭐 거식증이 심리적 요인이 아니었다는 점은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주인공이 외과의사인 이상 수술을 해야 하니까요. 감독이 소꿉친구의 오빠였다는 것도 캐릭터 하나 더 등장시키지 않으려는 절약정책(...)이겠고. 단, 키리코의 등장이 좀 적(다고 생각하는 편)어서 이왕 광 내면서 나와줬는데 좀더 나오지....하고 아쉬웠습니다. KBS의 국내판에 대해서는 더빙도 성실하고 작품을 존중해주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좋은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단, 일본판을 보지 않아서 궁금한 것 하나. 원래 키리코가 블랙잭에게 경어를 씁니까?; 만화책에선 서로 좀 반말이던데....
덧붙여 하나만 더. 애니가 끝나고 사회자 아가씨의 해설 중에 피노코에 대해 [블랙잭의 비서인 피노코]라고 했습니다만....뭐 그래요 생각해보면 본편에서는 블랙잭이 집에 없을 때, 전화받고 의뢰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주는 일을 했으니까 그렇게 보일수도 있지만....[(자칭) 부인]은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좀 이해하는 데에 무리(...)가 있을수도 있으니까 적어도 [조수]라던가....(대부분의 경우 자기 혼자 수술 한다고 버팅기는 블랙잭이 인정하는 유일한 조수! 라니 의미심장하지 않습니까!)...로 은근히 태클을 걸고 싶어지긴 했습니다^^; 아무튼 이것을 계기로 아예 전 OVA와 극장판 및 새로운 TV시리즈까지 방영해주...는 건 좀 무리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최소한 한국 공중파에서 블랙잭을 볼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애니메이션이라도 꽤 진지하게 다루어줬다는 점은 높게 사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