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2011. 7. 5. 21:43

...그리고 주인공은 귀엽지>ㅂ<

요 근래에 푹 빠진 만화는, 다름 아닌 효게모노.
원서로 단행본을 읽었고, 애니북스에서 나온 정식판도 물론 구매했습니다.
아마 무쌍시리즈에 클론무장으로도 안 나왔을 것 같을 정도로 무공은 없지만, 전국시대 말기에서 에도시대 초기의 문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 후루타 오리베의 인생을 그린...개그성이 상당히 높은 만화입니다.
아무래도 예술사와 미학(여기에는 센스, 패션, 취향 등등의 다 들어가 있지요...)을 다루는 만큼, 주인공은 물론이고, 보통 각종 매체에서 진지하고 멋있게 그려지는 전국시대 무장들의 익살스럽고 한심하고 헛점 투성이인 모습이 자주 그려지는 것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은 대략 늘....이런 식...그 근데 귀엽다능!!

작품은, 각 인물의 '미학'이 곧 그의 가치관에 있어 절대적인 중추로 기능하는 것이 특징인, 어떤 의미로는 진정한 의미의 '탐미'만화입니다^^; 그렇다고 무슨 요리 하나, 와인 하나로 일이 다 술술 풀리는 판타지는 아니고, '물건'을 보고 사람에 대해 판단하는 주인공의 인생관이나, 혼란스러운 전국시대에 인질을 교류하던 것과 함께 신뢰의 상징으로 '명물'이라고 불리던 진귀한 아이템...아니 예술품을 주고 받던 당시의 정치풍습, 다도와 다회가 체제에 편입되며 무사들의 경쟁력 스펙 중 하나로 부상하는 모습이 흥미롭게 그려져 있습니다.

역사적 상상력도 풍부한 작품이라, 기본적으로는 정사를 따라가지만 혼노지의 변 묘사처럼 상당히 파격적인, 그러나 은근히 그럴듯한 진행이 전개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효게모노>의 세계에서 주인공을 포함한 수많은 인물들의 삶을 뒤집어 놓은 치명적인 사건인데, 2, 3권 등 초반부에 묘사가 되니까 미리 스포일러 하지는 않겠습니다.
 
<효게모노>의 미덕 중 하나는 당대 일본내에 존재했던 문화적 다양성을 최대한 묘사하려고 했다는 점입니다. 폐쇄적인 역사관으로 오로지 자국 고유의 미술 운운하지 않고, 일본이 중국, 서양, 그리고 조선의 예술양식으로부터 받은 막대한 영향을 그립니다. 이러한 다양한 문화의 조합으로 기묘한 조합물도 당시 사람들의 시선이 느꼈을 법한 '이상함'을 의도적으로 어필하게 그려져 있는데, 가령 실제로 서양옷을 즐겨 입었다는 오다 노부나가의 패션감각(!)이 그렇습니다. 보통 매체에서는 서양옷을 입어도 좀 멋있고 위엄 있게(얌전하게) 그려지는 편인데, 여기서의 노부나가의 패션은 기묘하면서 인상적입니다. "저...저거! 저렇게 입는 게 아닌데 왠지 멋있는 것 같기도...!" <<뭐 이런 기분이랄까요^^; 또한 주인공의 기독교인 매부를 포함해 서양미에 푹 빠진 인물들도 등장하며, 주인공은 조선의 가마를 심히 궁금해하기도 하고, 일본과 조선의 도자기 미의식의 차이가 히데요시와 조선 사신 사이의 충돌 이유 중 하나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조선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보통 일본의 전국시대 미디어에서 임진왜란은 무슨 흑역사나 공백기처럼 훌쩍 뛰어넘어가 버리거나, 정말 약간 언급만 되고 쑥 들어가버리는 수준입니다만, 실제로는 일본 역사로서도 정권을 뒤엎어버릴 정도로 막대한 파급력을 지닌 전쟁입니다. 잘 안 다루는 이유는...추측컨데 캐릭터 모에, 미화에 중점을 둔 작품일 경우 침략전쟁이라는 당위성 제로의 명분+해군은 조선수군, 육군은 보급부족으로 허덕이며 고전하는 등 여러가지 차원에서 FAIL이고, 민감한 문제니 잘못 건드렸다가 자칫 비난여론에 휩싸이는 것도 걸리고...그리고 무엇보다 사실상 외국에서의 전쟁이니 사료조사가 귀...귀찮아!...가 큰 요인인 것 같습니다. 뭐가 그렇게 어렵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한국 임진왜란 드라마의 왜군이나 일본 묘사를 생각해보면 될 듯(...) 자국 사극도 힘들지만 외국 배경이면 더더욱 어렵고, 귀찮습니다. 그래서 전국시대를 다룬 수많은 매체에서 임진왜란은 언급이나마 나와도 진귀할 수준입니다. 사실 도요토미가의 몰락은 물론 세키가하라에서의 편가르기와 직결된 중대한 전쟁이었던 만큼, 공백기로 넘어가버리면 너무 손해보는 것 같기는 하지만요.

그런데 <효게모노>는 예술 중에서도 다도와 도자기를 메인으로 다루기에, 조선이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임진왜란 때 끌려간 조선 도공들이 일본의 도자기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고 이는 일본 미술사에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수준입니다. 또한 주인공이 주군으로 섬기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폭주와 몰락을 그대로 드러내는 중대사이기에, 대충 언급만 하고 넘어가지 않고 작중에 다루었습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무려....무려 그 분이....!



'그 분'이 등장하여 일본 역덕후들도 감탄했다는 뒷말이 있더군요^^; 어쩌다 임진왜란은 나와도, 최대최강의 네임드이신 그 분은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는데, (아마도 일본 무장 입장에서는 '그 분'의 등장은 곧 사망플래그를 의미해서 그런 것 같기도....^^;) 일본에서 그려진 매체에서 '그 분'이 나오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랍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사망플래그'라는 점과 '그 분'이라는 위엄 때문인지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게 실존한 역사인물들을 망가뜨리던 작가도 다소 우회해서 조심스럽게 다루었다는 점이긴 한데, 자세한 것은 원서나 애니북스 정식판으로 직접 확인해 보시길...^^

또 다른 이 작품의 미덕(!)을 꼽자면, 개그적 요소는 강하지만 기본적으로 역사적 사실, 의복양식 등에 대해 충실하려는 것 때문에, 등장인물의 90%가 촌마게 머리라는 점입니다. 머리 산발하고 포니테일이고 그렇게 비껴나가지 않는다! 본디 몸가짐 바른 무사라면 촌마게일 뿐!....이러다보니 아무리 촌마게가 진절머리 나는 독자라도 하도 많이 보다가 익숙해지고, 차후에는 전국시대면서 촌마게가 아니면 오히려 이질감을 느끼게 만드는 무서운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것이지만, 주인공 후루타 사스케(나중에 오리베로 개명)가 너무 귀여운 아저씨에요!! 첫 등장부터 35세의 아저씨인데, 그냥 무늬만 아저씨가 아니라 연령상 사회적 위치나 처신을 고민하기도 하고 출세를 꿈꾸기도 하고 처자식을 아끼는, 그 나이 특성상 짊어지고 신경 쓸 것이 많은 진성 아저씨입니다. 그러면서 레어템(!)과 오덕킹...아 아니 다도킹이 될거야! 라는 목표에 ㅎㅇㅎㅇ거리는 꿈꾸는 소년같은 면도 있고, 등장인물 중 가장 표정이 풍부해서 아니나 다를까 짤방으로써도 은근 인기가 많더군요...^^; 아저씨 팬이라면 놓질 수 없습니다!

애니북스판 1권 리뷰에 앞서 몇가지 전체적인 시리즈에 대한 주저리를 써봤는데, 생각보다 길어지고 말았네요.

그런 이유로 좀 각 잡은 리뷰는 다음 기회에........

Posted by 시바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