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청춘만화에 게이 신캐릭터 등장! Archie-Veronica 202호

동생들이 제가 포스팅 고자인 게 안타까워 책을 보내주었는데 스캔하기 귀찮아서 뭔가 은근히 정신 없고 사실 [인생은 아름다워] 보고 내아들 에이즈 걸리면 책임져라 광고가 이슈화되었을 때를 놓져서 미루고 있었는데

마침 오늘 법무부가 빵 터뜨려준 뉴스 덕분에 포스팅합니다. 왜 이런 재미난 게 이제야 나왔는지...낄낄낄.


아치, 베로니카, 베티
 
Archie-아치는 미국의 국민적인 청춘만화 시리즈입니다. 1941년 창간된 이후 꾸준히 나오고 있지요.
내용은 주인공인 빨간머리에 주근깨의 고등학생 아치발드 앤드류스-통칭 아치와 그가 사는 이상적이고 정형화된 미국의 소도시 리버데일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특히 아치를 둘러싼 옆집 소꿉친구스러운 성실하고 착한 금발소녀 베티와, 거만하고 제멋대로인 부자집 딸 흑발소녀 베로니카의 삼각관계는 유명하지요.

흔한 편견과는 달리 미국 주류만화에 히어로물만 존재하지는 않았다는 산 증거이기도 합니다. 뭐 사람 사는 곳이니 청춘남녀들이 연애하고 싸우고 지지고 볶는 일상물 보고 싶은 열망은 공통적이지요.

인기+장편 시리즈물이다 보니 파생작도 다수 있는데, 그 중에서 [베로니카] 시리즈 최신편인 202호가 아치 시리즈 최초로 동성애자 캐릭터를 등장시키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보시죠.

어느 날 베로니카는 식당에서 햄버거 많이 먹기 대회에 도전중인 훈남에게 한눈에 반합니다.
새로 이사 온 케빈 켈러 Kevin Keller라는 그는 케찹 머스터드 범벅임에도 눈부시게 빛나는 용모에
무려 대식가 저그헤드를 쓰러뜨릴 정도의 위장을 과시하는데...



베로니카는 케빈에게 적극적으로 대쉬하기 시작합니다.
평소에는 자기를 쫓아다니던 베로니카가 저러니 당연히 못마땅한 아치...지만 여기서는 배경일 뿐...



저그헤드는 베로니카를 가까이 하지 말라고 충고하지만, 케빈은 베로니카가 싫은 게 아니라 자기가 게이라서 미안할 뿐이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럽게 커밍아웃합니다. 저그헤드는 베로니카가 섬세해서 상처 받을 수 있으니 당장은 커밍아웃하지 말라고 하는데...물론 그냥 베로니카를 골탕먹일 생각으로 거짓말을 한 것이죠.
그나저나 저그헤드의 저 모자, 지금의 미국에서 제정신으로 쓰고 다니는 사람이 있을 것인가...21세기에 맞추어 전반적으로 대부분 패션 업데이트를 했지만 너무 캐릭터의 핵심요소라 모자만은 못 바꿨나 봅니다.



한편 베로니카는 베티와 케빈이 사이좋게 담화하는 것을 보고 경쟁자 등장이라고 오인해 (실제로는 케빈도 학교신문부 출신이라 베티와 신문부 이야기를 한 것 뿐) 아치 너 가져! 대신 케빈은 내 꺼!...라는 거래를...아치는 고작 그런 존재였던 건가...뭐 다른 에피소드를 봐도 종종 그 정도의 존재인 것 같기도 하지만요...-_-;



케빈은 오해가 깊어지기 전에 커밍아웃하려 하지만 저그헤드가 방해를 놓습니다. 새로운 만화책이 나왔다고...여기서 케빈이 좀 오덕끼가 있음이 드러납니다.



아치는 내내 이런 취급이고...뭐 [베로니카] 시리즈니까요.



케빈과 저그헤드는 2차 먹보대결(버펄로 윙, 113대 114로 저그헤드 승리)을 하며 친목을 다집니다.
버펄로윙 113개를 먹고도 입가심으로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 선데이를 시키는 케빈에게 의형제의 정을 느끼는 저그헤드...두 놈 다 [먹짱]에나 보내버리고 싶습니다.



저그헤드가 케빈의 집에도 놀러가서 멀쩡한 부모님과 쿠키를 구워주는 귀여운 여동생들이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가정임을 보여주는 정치적 올바름 연출(...)



한편 베로니카는 양도 많고 비싸면 장땡! 이라는 논리로 비싼 과일을 초콜렛으로 코팅한 초콜렛 상자를 사서 케빈에게 보냅니다. 베로니카가 이렇게까지 나오는 것에 경악하고 역시 커밍아웃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케빈. 그리고 하필 싫어하는 과일 초콜렛이라 또 경악. 초콜렛 맛을 망친다는군요. 저같은 초콜렛 순수주의자인가 봄

 

보다 못한 베티는 베로니카에게 진실을 말하고, 하필 베로니카가 본 현장은 저그헤드에게 초콜렛을 주는 케빈...
물론 실제 의도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용입니다만....



베티나 다른 여자에게 남자 뺏기는 것도 분한데 저그헤드라니! 크와앙!--하는 베로니카.
그리고 21세기 인터넷 meme인 FAIL 공격으로 마무리를 지어주는 저그헤드...



그래도 케빈은 관대한 성격이라 남들은 짜증내는 베로니카와 사이좋게 친구로 지내자고 합니다.
그거라도 감지덕지한 베로니카(...)
결국 베로니카는 게이 남친 얻고 케빈은 새로운 동네에서 좋은 친구들을 알게 되어 기뻐합니다.



마지막에는 케빈과의 인터뷰가 실려있는데 본편+a의 추가 프로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프로필을 포함해 에피소드 자체가 본격적인 신캐릭터 소개 스토리라고 할 수 있는데요, 단순히 1회성으로 게이 캐릭터 하고 나오고 마는 게 아니라 차후에도 활용할 법한 다양한 떡밥+캐릭터성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1. 저그헤드에 버금갈 수준의 대식가
2. 오덕 만화를 좋아함
3. 신문부 출신으로 저널리스트가 목표
4. 가족은 부모님&여동생 둘
5. 이사의 이유는 부모님의 이직
6. 전체적으로 밝고 원만한 성격
7. 전에 살던 동네에 윌리엄과 웬디라는 친구가 있으며 수시로 문자를 주고받음.
8. 초콜렛에 과일 담근 걸 싫어함(...)

또한 에피소드 자체도 남자 밝히는 베로니카가 혼자 설치고 법석 떨다가 낭패하는 스토리+저그헤드가 베로니카를 골탕 먹이는 스토리로 기존 [아치] 스토리 안에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녹아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치]시리즈의 리버데일은 '이상적이면서 노스탈지아 그윽한 미국의 소도시'로 어떤 상상된 과거에 대한 이상향과 바람직한 미래의 이상향이 특정한 문화적 장소 속에 집결된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동성애자 캐릭터가 진짜 아무런 거부반응 없이 리버데일에 등장하는 것도 미국사회의 포용력을 반영하는 셈이지요. ...그렇다고 해도 최근에 모 미국 대학의 몰카 생중계+괴롭힘+피해자 학생 자살사건에서 보이듯이 10대~20대 초반의 시기는 동갑내기들이 아무렇지 않게 가혹하고 그것을 쉽게 표현하는 또래문화가 빈번한 시기인데 정말 너무 태연히 커밍아웃하니....리버데일은 대체 얼마나 개방적이고 관대한 곳이란 말인가...!!
 
덧붙여 팬들의 반응은 기존의 노처녀 캐릭터들에 대해서도 아...그랬었군 하고 끄덕끄덕 넘어가는 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