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07. 11. 17. 01:12

ㅎ모님과 용산 CGV에서 봤습니다. 이 장면 중요해요...인연 만들려면 우산을 씌워 줍시다...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상 탔던 이안 감독이 또 베니스에서 상 타게 한 영화, [색.계]....
20분의 무삭제 정사씬 어쩌구로 국내 개봉 첫 주에는 중국어 영화고, 영화제 수상 영화고, 상영시간도 길고, 액션물이나 CG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해, 역시 야한 것에는 짤 없다는 진실을 증명하기도.
저는 18세 이상으로 합법적으로 볼 수 있는 나이니까 봤습니다. 평일 낮인데도 관객이 제법 많더군요.
이안 감독 영화인 것도 있고, 조위 오빠가 나와~라는 이유도 있고, 전체적으로 그런 시대적 배경이 좋아서...
무삭제 정사씬 기대하고 봤다가 낚였다고 땅 치는 분들이 많지만 이게 100% 낚시질이라곤 할 수 없는 게...무삭제 정사씬 확실히 나옵니다. 근데 영화가 2시간 30분이고 그 중에 20분...이니...단배산 엣치씬이 1분 이하였던 전력의 감독치고는 그래도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순정드라마 감독이 찍다보니 적나라하긴 해도 야하다는 느낌은 그렇게 안 들어요...랄까...저 포지션들은 무지 괴로워 보여...감독이 배우들에게 요가수행을 시켰을거야...란 생각이 앞서지요. 중국에선 결국 잘렸다는 걸 감독이 아쉬워할만도 한 게, 이들의 관계의 진척의 과정에 해당하는 진지하고 중요한 장면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야하지만 야하지 않은 정사씬]이라는 언뜻 봐서 모순적인 평가를 듣게 되는 것이지요.


30년대 말 일본이 중국 정복 전쟁을 하던 무렵, 몇명의 애국 대학생들이 처음에는 계몽연극을 하다가, 때마침 같은 도시에 일본이 만든 괴뢰정권의 고위 간부인 이선생(양조위. 풀 네임은 안나오고 그냥 내내 이선생이나 이장관이라고만 불리는 것 같음.)이 왔다는 것을 알고 자기들 중에 가장 이쁜 여학생이었던(...여학생이 한명 더 있었으나 인물이 부족하여 탈락...왠지 안습...) 왕 치아즈(탕웨이)를 '막부인'이라는 가상의 사업가 부인으로 내세워 접근시켜, 암살하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사람 한번 안 죽여보고 의욕만 앞선 학생들의 계획성 부족과, 생각 외로 치밀하고 의심이 많은 이선생, 그리고 여러가지 변수로 계획은 복잡하게 꼬이는데...

역시 마성의 이안감독인지 영화 특성상 그런지 이것도 단배산처럼 한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잔잔하게 2시간 반 동안 흐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고, 몇번이고 곱씹고 싶은 느낌이 드는 장면이 많습니다. 연출과 묘사도 섬세하면서 인상적이라, 정사씬 자체보다는 잔에 묻은 립스틱 자국이나 목 뒤, 손목 언저리에 향수를 뿌리는 모션이 더 에로틱해 보이는 영화입니다. 무엇보다 배우들이 훌륭합니다. 고전적인 아담하면서 작은 체구의,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지만 순수한 듯 고혹적인 듯 묘한 매력을 풍기는 탕웨이는 사랑과 함께 몰이닥치는 기쁨과 고통 등 복합적인 감정을 숨막히게 표현하여 화면에서 눈과 마음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 특히 종종 입고 나오는 푸른 계열 치파오가 매우 잘 어울리는데, 영화의 절제되면서 죄이는 듯한 분위기와도 적합한 느낌입니다. 몸소 저항군을 고문해 정보를 캐내는, 잔혹한 일본 앞잡이 간부 역의 양조위는 겉으로는 본심을 알 수 없는 경직되고 차가운 신사이면서, 동포를 팔아 얻는 특권과 동시에 일상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어딘가 뒤틀려진 남자입니다. 그래도 양조위라는 배우의 특성상 관객으로썬 적의보다는 어느 정도 인간미를 느끼게 하는 점이 단점일지 장점일지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뭐 히틀러같은 독재자나 연쇄살인자도 얼굴에 써붙이고 다니는 것은 아니고 그에 대한 치아즈의 첫인상이 '생각했던 것과는 꽤 달랐다'는 것이고, 원래 멀쩡한 얼굴에 사회양식을 준수하는 사람들이 뒤돌아서면 돌변하는 게 진정한 무서움이니까 그런 관점에서 보면 납득이 갈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나이들어 보이는 느낌과 경직되 보이는 이미지를 주려고(+아마도 정사씬 때문에...) 정말로 살을 확 뺏다는 조위오빠...그 결과 등-엉덩이 라인이 매우 바람직...한 것도 있고 밥 먹여주고 싶게 보입니다. 어쨌든 사람을 믿지 않는-아니 믿지 못하는 남자가 이전의 많은 여자들이 그랬듯이, 자신에게 어떤 속셈으로 접근하는지 모를 여자와 서로 끌리면서 흔들려가는 절절한 과정을 탕웨이와 완벽하게 호흡을 맞춰 연기하며, 이장관의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절도있게 그려냅니다. '내가 그 남자를 죽이기 전에 그 남자가 내 심장을 파고들 것 같다'라는 치아즈의 임무와 사랑 간의 혼돈과 불안감을 외치는 대사에 어울리는 남자입니다.

흔한 여자 스파이 스토리라고 할 수 있지만, 원래 좋은 이야기란 다...뻔한 것이고 요는 what보단 how가 더 중요한 법, 그런 점에서 여주인공의 감정을 치밀하게 추적해가며 몰입하게 만드는 이 영화는 매우 성공적입니다. 단배산의 마지막 장면만큼 강렬한 크리티컬 히트는 없지만 계속 마음에 남아 그 때의 풍경을, 그 때 주인공들의 생각이 어땠을지 다시 생각하고 상상하게 하는 장면이 많아 또다른 느낌의 여운을 남깁니다. 그다지 많은 돈을 들이고 촬영한 영화는 아니지만 한 장면 한 장면이 예술이고, 사랑을 모르거나 아는 사람 누구에게나 그 안의 불편하면서 달콤한 격정들을 떠올리며 느끼게 하는 영화입니다. 요는, 18세가 넘으셨다면 강력히 추천합니다.



....부록으로 홍콩판 포스터. 무슨 삼합회 간부 양조위 주연의 삼각관계 홍콩 느와르 필...
완벽한 내용 왜곡이나 패러디 짤 수준입니다 크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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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