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님에게 빌리고서 X개월동안 썩히고만 있던 안젤리크 트로와. (....정확히는 플스2와 G 콤보 자체를 썩히고-다른 말로 게임이란 것 자체를 못하고 있었지만;;) 지금 드디어, 그 봉인을 해금(解禁)하노니!! 마침 협조적으로, 주말에 비는 오고, 볼 만화도 없었던 것이다! 이것은 우주의 여왕....아니 게임의 신의 의지!!! 덧붙여 천공의 진혼가와 안젤리크 듀엣 이후 정말 오랜만에 하는 안젤리크 게임이었습니다. (그 동안의 여성향 게임 방랑기는...홈페이지 본가 도서관에 잘 짱박아 두었으니 관심 있으시면 한번~) 랄까 천공의 진혼가의 그.....뭐시기함에, 암흑세계에서도 대두하기 시작한 보이즈러브 게임, 그리고 무엇보다 안젤리크와 같은 1.양지의 2.콘솔용 3.메이저 제작사의 4.본격 여성향 5.초호화 성우진 게임이었던 [도키메키 메모리얼 걸즈사이드]의 임팩트 이후, (그리고 같은 코에이의 다른 의미로 여성향적 요소가 강력했던 무쌍 시리즈 등) 맨날 캐릭터를 불리기만 하고 비슷한 시스템에 세계관을 우려먹기만 반복하는 루비파티-홍옥회의 안젤리크가 화려하기는 커녕 곱게 보일 리가 없었죠. (네오 안젤리크는 최근에 나왔으니 예외로 함.)
묘한 향수와 감회에 휩사인 채, 세월이 느껴지는 쓰디쓴 웃음을 입가에 흘리며, 즐겁게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여러번은 못 깹니다;; 지루해서...)
아시다시피 안젤리크는 우주의 여왕과 그 여왕을 보좌하는 9명의 수호성(물론 전부 미남)들이 화기애애하게 우주를 평화롭게 다스린다는 표면적으로는 태평한 것 같으면서 알고보면 무서운 세계관의 게임입니다. 주인공이 차기 여왕후보 중 한 명으로, 여왕이냐, 수호성 중 한명과 러브러브냐--라는 크게 두 갈래의 엔딩으로 되어있는데 일단 1탄의 주인공은 오피셜로는 여왕이 되고, 2탄에서는 신우주가 생겨서 그 우주를 다스리는 여왕을 뽑는 시험을 하며 덤으로 교관과 조력자들까지 합쳐 +6명으로 희생자 공략 캐릭터 수가 늘었지요.
3탄인 [트로와]의 내용은 2탄에서 신우주의 여왕이 된 주인공(옆 그림. 겉모습에 속지 마시오.)이 그 속편인 [천공의 진혼가]에서, 다른 우주에서 날아와 클론의 역습놀이를 하며 난동을 피우던 민폐황제 레비아스를(사실은 수수께끼의 동료인 아리오스이기도 함-그런데 왜 얘 스토리는 묘하게 기억이 잘 안나지??) 두들겨 패서, 우주에 평화가 돌아온 후의 상황입니다. 갑자기 수수께끼의 힘이 여왕들과 보좌관들, 그리고 전 수호성과 교관 및 조력자들(...헥헥헥;)을 집단 납치해 웬 알 수 없는 공간의 아르카디아라는 대륙에 휙 던져놓고는, 무턱대고 북한 공작원 근처에 떠 있는 부유대륙을 육성하라고 시킵니다. 라는 건 표면적인 이유고 사실은 아르카디아에서 놀라는 거죠. 그렇습니다, 이 게임은 순 노는 겁니다. 게임이니까 당연히 노는 거지!--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여기서의 '논다'는 것은 '내가 놀고 있는 걸로 보여?' 라던가 '놀고 있네~'--할 때의 [논다]입니다. (심지어는 캐릭터들도 다 논다는 자각이 있는지 상식적으로 긴급상황인 이 상태에 첫날부터 떼거지로 데이트 신청 하러 오니...) 그러니까 대략 테트리스만큼의 긴장감도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니지, 테트리스는 아주 긴박감 넘치는 게임이지...;;) 좀더 구체적인 표현을 쓰자면 느긋한 여름날, 쾌적한 그늘 아래 장기를 두는 거랄까...그것도 혼자서(...) 일단 전작처럼 라이벌도 없고(...) 하니 주인공과 수호성님들 사이의 방해물은 하나도! 없는 겁니다! 이것이야말로 차려놓은 밥상! 나만을 위한 진수성찬!!! 초호화 뷔페식!!! 후하하하하하!!!!(....)
물론...그 때문에 게임이 상당히 지루합니다....-_-;;
솔직히 굳이 라이벌이 아니라도, 어떠한 형식이든 장애요인이나, 방해가 되는 요소가 있어야, 다른 말로 [난이도]가 있어야 게임이 재미있지 않습니까? 도키메키 시리즈 캐릭터들이 나름대로 보는 눈이 있어서, 체력 얼마 이상, 매력 얼마 이상 이래야지 호감도도 오르고 엔딩도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랑이든 게임이든, 방해물이 있어야 불타오른다!-인 것은 인지상정인 줄 알았는데, [트로와]에서 홍옥회는 너무나 팬서비스를 고려한 것 때문인지(...) 지나치게 쉬운 게임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팬서비스 차원의 서비스 게임이었다면 모를까, 본격 속편이 이러니 복잡한 심경이지요. (하지만 에뜨와르에서는 똑같은 짓의 반복이라고 하니;;) 게다가 캐릭터들을 위한 포상을 하사 선물을 구입하는 쇼핑도 무료라니....그나마 롤플레잉이었던 [천공의 진혼가]는 몬스터 심장이라도 후벼파 내야 살 수 있었거늘 여기서는 공짜에, 그 대신 한번에 한 아이템밖에 구입을 하지 못하니 비합리적입니다. 이러한 시스템적 지루함보다 (....사실 너무 지루해서 여러번 깨기 힘들다;; 어차피 다중공략이 쉽긴 하지만...), 사실 당시에 문제가 되었던 것은 캐릭터 중 어둠의 수호성 클라비스역의 성우, 시오자와 카네토씨가 급사하여, 부득이하게 다른 성우를 캐스팅하게 되어 팬들의 빈축을 샀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안젤리크 트로와가 시리즈 중에서 은근히 흑역사에 묻힌 것은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바로 3D!!!!!
사실 3D는 연애게임 계열에서는 남성향 게임에서조차 기피하는 그래픽 형태죠. (코나미도 과감하게 시도했다가 대미지를 입은 적이 있죠.) 그런 점을 보면, 연애게임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일본 특유의 2D 비주얼 문화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적당히 가상적이면서, 그 나름대로의 인간미를 줄 수 있는 미묘함이랄까요. 그래도 스릴 넘치는 데이트 코스에 짜리몽땅 2D가 아닌 직접 버적버적 걸어다니는 캐릭터들을 보면 확실히 3D만의 생동감....틱한 면이 있어서 그 나름대로 좋은 시도기는 한데....문제는 그 3D가 너무 후집니다;; 게다가 모션도 지극히 제한되어 있고 (재미없다! 데이트라면 모름지기 팔짱을 껴야!!! 왜 팔짱끼는 모션도 없냐!!! 심지어 손도 안 잡고 다닌다!!! 이게 무슨 데이트냐아아!!!!) 뻣뻣하기 이를 데 없는데다가 (특히 옷이 길어서 다리가 안보이는 캐릭터들은...무엇보다 클라비스는 거의 유령;) 느려터져서 돌아다니자면 무의식중에 메탈기어용 대쉬-->구르기(X버튼) 커맨드를 입력하고 있으니...;; 그래도 일단 여성향 게임 최초의 3D라는 시도는 분명 칭찬해줄 만합니다. 후져서 문제지....
...그래도 지나친 모험은 안해서 그 3D가 다행스럽게(...아마도 달걀귀신이겠지;;) 클로즈업 되지는 않고, 평소 대화는 이런 식으로 처리되지만....그나마 이런 2D 그래픽 쪽은 도트로 때우던 전작보다는 훨씬 보기 좋습니다. (자료화면은 불꽃의 수호성 오스카. 어릴 때는 그 특유의 거침없는 왕닭살 대사에 꼬마 아가씨~라고만 해도 꺄흐으~하고 닭살과 전율에 몸을 떨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가련함과 측은함에 눈시울을 떨게 만든다.) 아무튼 게임이 지루해질 것을 감안해, 쇼핑이고 아이템 조합이고 (아뜨리에 시리즈의 기분을 살려 한번 시도해 보았으나....단순한 시간먹기인데다가, 유봉도 원심분리기도 필요치 않은 그 비현실성에 참담함을 느낄 뿐...;;) 비교적 다양화된 데이트 선택문와 장소 등, 이것저것 신경 쓴 구석은 보입니다. 하지만 이벤트 스틸까지 구린 것은 좀....;;
그래도 결국 즐겁게 한 건......
순전히 이 아저씨 때문에....;;
2탄에서부터 등장한 정신의 교관, 빅토르. 사실 여러모로 안제리크의 세계관에서는 외모부터 혼자서 상당히 두드러지는(...) 캐릭터로, 성우는 타치키 후미히코씨입니다. (대표작은 [건그레이브]의 쿠가시라 분지,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이카리 겐도...라 써놓고 보니 확실히 튀는군;;) 이런 캐릭터를 고안해낸 (...그리고 통과시킨;;) 자가 대체 홍옥회의...누구냐!! 저 보모역의 아이는!!! (...이게 아닌데;) 흉터! 터프! 전직 군인! 중후한 목소리! 완죤 아저씨!!! 우홋! 멋진 남자!!*▽*!!--의 조건을 전부 충족한 캐릭터잖아! (....물론 안젤리크에 등장해버린 이상, [비참화 과정]은 피할 수 없지만...-_-;;) 안젤리크 팬 세계에선 마이너일지 몰라도, 나에겐 언제나 공략 1순위! (...어차피 팬사이트도 이 캐릭터 중심으로 찾아다녔으니 주관적 시점에선 마이너 아니다;;) 별자리 궁합도 제일 좋고 아무 생각 없이 누른 설문형 궁합도 첫방에 최고치!! 심지어 공략할 생각이 없는 플레이에도 마구 호감도가 오르질 않나!(...) 와하하하하!!!
이건 2탄. 코나미가 이사장으로 어설픔 중년의 댄디함을 노리다 실패하기 수년 전에, 홍옥회는 이미 이런 아저씨 캐릭터를 내놓았으니...! 과연 지존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그나저나 계속 등장하기는 하는 걸 보면 나름 호응은 있었던 모양...내지는 단순한 코에이식 노랭이 정신이거나;;
정말 누가 무슨 생각으로 넣었는지 궁금합니다. (고백하자면 2탄도, 천공도 빅토르가 있어서 했다;;)
아아~! 계략과 음모가 판치는(...응?) 홍옥회 어딘가에도 나의 소울 메이트가...?! 당신의 피도...! 붉은 색인 겁니까아아아!!! (...점점 이상한 세계로;)
아무튼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연애시뮬게임은 뭐니뭐니해도 캐릭터가 중요하다!--인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저 캐릭터 하나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다 공략하는 재미가 있지요. (특히 저에게는 추억이 섞여 +알파 콩깍지 효과가;;) 여자로써 좌절감을 느끼게 하는 마르셀이나 성모 류미엘(...)이나, 어딘지 수상한 루바나 왠지 갈수록 불쌍해지는 오스카나...에른스트는 안경 캐릭터니 우선 먹고 들어가고(...) 1탄 때부터 속성에 따른 캐릭터 메이킹이 굉장히 잘 되었고, 그 인기가 후속작의 발매로 이어질 정도로 캐릭터가 중대한 역할을 한 시리즈입니다. 또한 캐릭터 디자이너인 유라 카이리의 그림도 미형이기는 하지만, 선이 아주 가는 종류의 순정체는 아닌, 게임에 상당히 잘 맞는 스타일이라 상당히 한몫 합니다. (여기서 밑줄 좌악이다, 캡콤~!) 좋든 나쁘든 여성향 게임의 교본이 될 수밖에 없는 안젤리크 시리즈입니다.
어쨌든 엔딩은........
.....사실 주인공이 이미 여왕인 상태에서의 엔딩이라는 것은, 여왕자리 아니면 사랑, 둘 중 하나밖에 취할 수 없던 전작들의 선택지를 미루어 보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요....여왕이 부군을 취하면 뭐가 나빠!--라는 생각도 들지만, 저 표면적으로 태평스러운 남자들간의 암투(...)와 시샘(...)을 생각하면 모두의 여왕폐하에게 유난히 특별취급 받는 놈이 하나 있으면 우주의 균형이 깨질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래서 [천공의 진혼가]에서는, 마치 [은하철도 999]에서 철이와 메텔이 헤어지는 장면처럼 끝나버립니다. (엔딩에서 계속 머리속에 [메텔은 철이의 젊은 날의 환영~어쩌구~]하는 소리가 맴도는;;) 한마디로 넌 여왕이고 저쪽 우주 다스려야 하니 아쉽지만 아듀~아듀~아듀~----인 겁니다!
하지만 이번 [트로와]의 엔딩을 보고, 그나마 엔딩이 낫다는 모님의 말씀에 끄덕이게 된 것이....
아르카디아는 두 사람의 브로크백♡이 된 것입니다......
그렇구나..........저런 말 되는 해결책이!!!
까짓껏 몰래 만나면 되는거야!!! 음하하하하!!!
(...그런 이유로 이번에 나온 네오 안젤리크 주인공들이 그 아르카디아의 주민들이라고 하니, 그럼 몇년에 한번씩 왠지 여왕을 닮은 여자애와 미남A의 밀회의 전설~같은 게 도는 거 아냐??--하는 괜한 생각부터;; 하긴 에뜨와르에선 어떻게 됐는지 모르지만 뒤에서 신나게 호박씨 깔 껀덕지를 트로와에서 마련해 버리고 말았으니...;;)
결국 [미워도 다시한번~]이라고....추억은 다시 되돌아보게끔 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리고 심즈 이전에는 여성이 게임을 한다는 걸 인정하지 않던 구미권보다는, 무려 여성을 위한 게임이던 안젤리크를 만들어낸 코에이의 홍옥회를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하긴 그만큼 잘 우려먹고는 있지만(...)
.....그러고보니, 안타깝게도 너무 일찍 나와서 빛을 못 본 한글판 안젤리크 스페셜 때문에 그 이후로는 코에이 코리아가 정식판 출시여부를 꺼리지만, 국내 정식판 만화에, (비록 클론의 압박이라도) TV 시리즈에, 네오 안젤리크까지 나왔으니 어떻게 재고해볼 여지도 있지 않을까요? (설마 아직도 벌벌 떨고 있는 건...그 무쌍 게임들의 절반을 누가 사주는 거라고 생각하냐...) [러브]도 있는데 안젤리크도 정식으로 국내에 소개될 필요가 있다고 느껴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