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2009. 6. 19. 02:26
PC엔진 에뮬로 [에메랄드 드래곤]을(...)



고백하자면 PC엔진은 저에게 있어 환상의 콘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PC엔진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게임잡지를 통해서였습니다.

그래픽의 한계로 매뉴얼과 게임상의 캐릭터 모습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 당연히 받아들여지던 시대...

파판 시리즈가 스테이터스 화면에는 아마노 요시타카의 그림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파격적이었던 시대...

그림 밝히는 꼬마에게는 비주얼 속성이 강한 미려한 그림체와 애니 동영상이 있다는 게임기는 환상 그 자체였죠.

그 중에서도 [에메랄드 드래곤]이나 [아루남의 송곳니] 등은 그림이 너무 예쁘고 그것이 도트 노가다로 게임으로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대단해서 간략한 게임 소개나 스샷만으로 상상하며 불타오르던 시절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겠습니까;;)

물론 주위에 아무도 PC엔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었고 저 또한 구입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물건이었지만요.

그것이 지금 와서는 에뮬로 돌릴 수 있게 되었으니 참 시대가 좋아졌달지...(+보내주신 K모 언니께 감사)

[에메랄드 드래곤]은 판타지 롤플레잉 게임입니다.

저기 포스터의 붉은머리 총각이 아토르샨으로 주인공이고 녹색 머리 처자가 히로인 타무린입니다.

아토르샨은 본래 드래곤족의 청년으로, 어느날 드래곤의 땅에 흘러들어온 기억을 잃은 인간 소녀 타무린과 짝짜꿍하며 잘 자라다가, 드래곤 촌장님의 권유로 타무린이 인간의 땅으로 돌아가게 되자 자기 뿔을 하나 꺾어주며

"이것으로 뿔피리를 만들어서 가져가. 그리고 만약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어줘. 네가 어디에 있든지 반드시 쫓아갈 테니까"라는 길이길이 게임계 역사에 남을 전설급의 고백을 합니다.

그런데 당시 인간세계는 마왕군과의 전쟁에 황폐화되어 있었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다 못한 착한 타무린은 뿔피리를 불어 아토르샨을 부르고 타무린의 부름을 들은 아토르샨은 인간계에 들어가기 위해 기본 HP가 500이고 웬만한 몬스터는 한방 때리면 죽는 드래곤의 모습에서 레벨 1짜리 인간 총각의 꼬라지로 타무린에게 향합니다.
(지금 레벨을 40까지 올렸는데 아직까지 HP500은 까마득한 상태orz...그나마 미남이니 봐줍시다;)

여튼 밸런스도 구성도 적절하고 (알아서 던전 탈출이나) 스토리도 재미있어서 즐겁게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대가 다르다보니 되려 지금엔 신선한 점이...가령 착하고 순수하고 어른들에게는 꼬박꼬박 존대말을 쓰는 주인공이라던가...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마왕군을 퇴치해야한다고 받아들이고 있어 굉장해!
(물론 애가 인간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참 쌈박하고 담백한 복선과 진행이라던가...아 전 그런 거 참 좋아하니까 물론 괜찮구요.

무엇보다 세키 토시히코, 시오자와 카네토, 이노우에 카즈히코, 하야미 쇼, 야마데라 코이치(참고로 제정신 박힌 순박한 캐릭터임) 등의 엄청난 초호화 캐스팅에 자잘한 이벤트마다 음성지원이 되서 상당한 분량!

그리고 이벤트의 비주얼 신은 자그마치...



이런 도트 일러스트가 움직이는 겁니다 후덜덜덜;;;

저런 미려한 그림체를 도트로 움직이게 하느라 얼마나 개노가다를 했을지 상상만 해도 소름 끼침...
(오프닝 보다 내가 개거품 물고 쓰러질 뻔함;;)

또한 참 건전한 시대의 건전한 사상의 제대로 만든 게임이라...주인공과 히로인의 노멀 커플이 참 예뻐서 응원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듭니다. 골수까지 썩은 줄 알았던 제 안에도 한 떨기 건전함이 살아 숨쉬고 있었음을 발견...이 아니라 시대가 썩어서 나도 썩었을 뿐이지 나도 제대로 건전한 거 보면 도로 멀쩡해진다는 증거일 뿐이라능...!

아 그리고 이 커플 외의 동료들에게는 레벨이란 개념이 딱히 없어서; 이벤트 발생이나 파티를 들락날락 하면서 알아서 강화되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더군요. 또한 주인공 외에는 죄다 인공지능인 점도 당시 게임치곤 특이한 편.

그런데 타무린은 맷집이 약해서 보스전에서 툭하면 죽어서; 좀 더 키워야 할 듯...

지금 왕자를 만나러 가야 하는데 그 전에 애꾸눈 레지스탕스 아저씨가 들어와 계셔서 좋네요.

'게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더리움  (6) 2009.09.09
에메랄드 드래곤 클리어  (7) 2009.06.26
게임 정리하다가...  (4) 2009.03.18
빅뱅, 게임 캐릭터로  (6) 2009.02.18
오오카미  (8) 2009.01.12
Posted by 시바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