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2008. 12. 5.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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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쩌다가 발견한 네이버 도전만화 웹툰, [악플]입니다.
작가는 235478이라는 분...이런 몰개성한 아이디도 왠지 적절한 느낌.
그림의 여인네는 [악플]의 주인공인 49살의 독신녀 오경자. 나이에도 불구하고 20-30대로밖에 보이지 않는 "동안 중의 상동안"을 자랑하는 관청 직원이었으나 인터넷에 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악플에 시달리자 견디지 못하고 목을 메어 자살하고 귀신이 됩니다. 라는 것이 내용 설명인데 정작 거기에 이르기까지 37회나 걸림(...)

이 만화를 한마디로 형용하면 무엇이라고 할까요. 궁극의 B급...아니 C급 만화라고 할까요? 아무래도 의도적이지 않으면 절대 못 나올 것 같은 초등~중학생 만화가 꿈나무가 나름 성의 있게 갱지 연습장에 그린 것 같은 80년대 순정만화틱한 그림체, 사인펜으로 색칠한 것 같은 질감과 색감, 전체적으로 80-90년대 학습지 귀퉁이에나 나왔을 것 같은 극히 싸구려틱한 느낌의 작화...언뜻 보기에는 대충 그린 것 같으나 흘끗 봐도 웃음을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라 사실은 고도의 계산과 개성이 가미된 결코 흉내낼 수 없는 비범한(...) 작화력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대사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센스로 한없는 폭소를 유발합니다. 여자들의 웃음소리는 언제나 기본 디폴트로 "오호호호 깔깔깔"이며 각종 오타가 아마도 의도적으로 남발, 반복되고 있고 내용은 묘하게 핀트에 어긋났으며 어휘도 전체적으로 어딘가 구수하게 시대착오적입니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백미로 치는 것은 "옹녀의 후손"과 점순이와 남학생들의 대화) 김성모 만화 이후로 한국만화 사상 이 정도의 빗나간 대사센스는 찾아볼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개성적이고 비범한 작화와 언어 감각으로 악플, 입방정, 음주문화, 성폭행, 아우팅 등 우리 사회의 각종 어두운 문제를 거침없다 못해 저돌적으로 다루며 독자를 사레들리게 하는 훌륭한 문제의식이야말로 [악플]의 진정한 작품적 가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네이버 도전만화의 가장 빛나는 샛별 [악플]! 그 강렬하면서 신선한 감각과 진지한 메세지성으로 정식 연재만화로 채용되기를 기대합니다.

Posted by 시바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