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2008. 1. 27. 21:52

어른의 거짓말.
어렸을 때는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일이죠.
물론 어른이 된 지금은 어른의 사정과 어린이 보호 때문에 해야하는 거짓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뒤돌아보면 꼭 안해도 되는 거짓말이거나, 자기도 잘 모르면서 뻥을 치거나 하는 등
새삼스럽지만 조금은 분하거나 허탈한 듯, 살짝쿵 복잡한 심정이 들 수밖에 없는 거짓말도 있는 법입니다.
그런 의미로 아무거나 좋으니까, 지금에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던(기억에 남았다는 것 자체가 중요)
'어른의 거짓말' 경험담을 나눠보면 어떨까 합니다.
퍼가실 경우 트랙백 걸어 주시면 좋구요.

일단 거짓말의 조건은

1. 당시 본인이 미성년자여야 함.
2. 거짓말 한 상대방이 당시 어른이어야 함.
3. 당시에는 그 거짓말에 속았어야 함.

이것만 만족시키면 됩니다.

이야기 개수는 몇개라도 무관합니다.


제 경우는 세가지가 생각나는군요.

첫번째는 초등학교 때.
TV에서 외화를 보면 삐리리한 하루밤의 다음 날 아침같은 시츄에이션에서
남녀가 옷을 벗은 채 침대에 누워있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지요.
이에 대해서 어머니는 저에게....

미국사람들은 건강에 좋으니까 벗고 자

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벗고 안 자?--라는 것이 맹랑한 아이의 답변이겠지만
당시의 저는 호오~ 하긴 백인들은 체질이 다르니까 벗고 자는 게 건강에 더 좋을지도...라고 순수히 납득했죠.
다행히도 사춘기 때 자연스레 진실을 깨달았지만
자칫했으면 백인은 벗고 자야하는 체질임>>벗고 자면 백인이 됨같은 바보같은 논법으로 흐를 뻔...(정말?)
어쨌든 유딩에게 산타클로스의 진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가르쳐줌으로써 크리스마스의 쓸데없는 지출을 뿌리채 뽑아버리신 대체로 진실되신 부모님들이었지만, 역시 어쩔 수 없는 영역이 있었던 듯...


두번째는 고등학교 때.
제가 다니던 학교는 기독교 재단에서 설립해 종교수업과 예배같은 게 있던...소위 말하는 미션스쿨이었습니다.
결코 좋은 학교인 게 아니라...뺑뺑이 돌리다보니 제일 가까운 데 걸려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덧붙여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도 미션스쿨이었습니다. 뭔 동네가(...)
아무튼 그래서인지 선생님들도 교인이 많았는데, 그 중엔 유난히 극성스러운 국어선생님도 한 분 계셨죠.
이 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 수업시간 전마다 애들을 돌아가며 기도를 시키는데,
몇년 전 동네 절의 주지스님 아들이었던 선배가 기도하길 거부해서 그 부모님과 학교가 싸움난 적이 있죠.
(주지스님 아들 주제에 왜 미션스쿨에 다니냐...같은 냉정한 말 하지 맙시다. 그 절이 학교 뒷산이었습니다.)
또한 어렸을 때 동네에서 굿판이 있었는데 자기가 몰래 멍석 밑에 성경책을 넣어두니까 무당이 굿을 못했다는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하고 다니던 분이었습니다. 근거는 어쨌든간에....
특정 종파/종교 비방하려는 게 아니라, 요는 그 정도로 열렬한 신자분이었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수업시간 도중 어찌어찌하다가 철학자 니체의 얘기가 나왔습니다.



니체. [신은 죽었다]란 말로 유명하죠. 실제로는 종종 곡해되기도 하는 표현이지만...


좌우지간 그런 말로 유명한 철학자를 선생님이 좋게 말할 리가 없죠.
니체가 결국에는 미쳐서 비싼 스포츠카를 타고 낭떠러지에 추락해 자살해 천벌받았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학교 때까지 니체가 스포츠카를 타고 자살한 줄만 알았습니다(...)
대학교 와서야 재미난 니체 글을 읽고 조사하고 나서야, 미치긴 미쳤으나 걍 요양원에서 죽었다는 걸 알았고...
미쳤다는 것도 뭐, [짜라투스트라는 말했다]같은 책을 10일만에 쓸 정도의 천재라면 그럴 수도 있지...
원래 병약했고 전쟁 때 걸렸다는 매독이 후에 두뇌이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도 있고 말입니다.
결코 선생님의 말씀대로 막장으로 미쳐서 비싼 차 몰고 자살한 건 아니라는 겁니다.
니체에게 사과하세요 선생님.


세번째도 범인은 같은 선생님.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대체로 기독교빠인 분들은 곧 유태인빠, 이스라엘빠인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같은 유태인들을 직접 접하고 살 일도 없었고 유태인을 처음/주로 접하는 게 성경을 통해서이므로, [기독교는 좋아하지만 유태인빠는 아니에요]같은-아니 오히려 유태인들이 예수를 죽였다고 유태인을 미워하고 해치기까지 하던 유럽의 경우와는 꽤나 다른, 한국만의 특유한 친유태주의라 할 수 있지요.
그래서 툭하면 침이 마르게 유태인 찬양을 하셨습니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미국인 이민자들은 전부 갱이 있다. 이탈리아인도 중국인도 갱이 있다. 그러나 유태인 갱은 없다. 유태인의 깊은 신앙심과 높은 도덕성 때문이다.

그걸 들은 저는 더헉! 정말로 그렇단 말인가! 대단한걸?!--라고 감탄했으나...

대학교 때, 미국 마피아의 역사에 대한 책을 읽다가...



퍼플 갱. 2-30년대 디트로이트에서 설쳤던 조낸 난폭한 유대계 갱.

.....



메이어 랜스키. 이탈리아계가 아님에도 뉴욕 마피아에 깊게 관여한 초 유명한 유태인 갱스터.

기타등등 기타등등...

없기는 개뿔이(....)

날 속였어 선생!!!!


....생각해보면 의도적으로 속이려 한 어머니에 비하면 선생 쪽은 그냥 무식이 탓...인 것 같지만...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순진한(??) 학생에게 구라치면 못쓰죠....! 결과적으론 속인 거네!

자! 여러분은 어린 시절 어떤 거짓말을 당했습니까?

트랙백이나 댓글 걸어주시면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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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