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인저 무황인담2008. 12. 30. 14:30


해가 가기 전에 리뷰해야 할 것 같아서...

사실 F모 언니 덕에 몇달 전에 구했지만 경황이 없어서 지금까지 안 올리고 있었습니다.

...좀더 솔직히 말하자면 대미지가 커서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린 것입니다(...)

물론 저는 기본적으로 관대주의 정책을 표방하며 오피셜 미디어믹스의 평균적 허접스러움도 인지하고 있기에
(이전에 만화와 게임 칼럼 쓸 때 언급한 [환상수호전 III] 코믹스판은 너무나 예외적인 경우라 쓴 것이고)

어차피 오피셜 코믹스라는 게 다 그렇지 뭐~라는 평소보다 +30배의 관대주의로 독서에 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가는 원작의 안티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암울함에 기억의 저편으로 봉인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참고로 날림으로 먹은 구도나 전반적으로 찍어낸 듯한 외모의 아무리 봐도 동인작가 수준의 작화 레벨 가지고
(물론 스트레인저 동인지의 대부분이 이 오피셜 코믹스보다 그림이 우수하니 동인 전체를 뭐라 하는 건 아님.)
예컨데 여왕스럽지 못한 코타로라던가 궁상스러움이 결여된 나나시라던가 턱선이 턱없이 부족한 라로우라던가
그런 사소한(...써놓고 보니 사소하지도 않은 것 같지만) 것을 트집잡을 정도로 전 소인배가 아닙니다.

일단 우선적으로 거슬리는 것은 연출력이 심하게 딸리는 나머지 과도한 대사로 때운다는 점.
(행동 하나, 눈빛 하나, 표정 하나로 말그대로 만감이 교차하던 원작의 연출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실감하게 됨.)

다음에 문제되는 것은 스토리와 사건이 원작을 따라가지 않는...걸 떠나서 거의 무시하는 수준이라는 점.
좀 다른 관점에서 풀어나가는 차원이 아니라 특히 클라이막스에 이르러 심각한 왜곡을 보여주는데
결과적으로는 사망자 수야 비슷하게 나오지만 이런 종류의 내용에서 중요한 것은 그런 결과적인 수치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왜 죽는가 하는 점인데...아니 그 전에 이타도리를 조기 퇴장시켜버려서 재미가 없잖아!
이타도리가 열심히 설쳐 줘서! 재미있고! 정리도 되고! 일본측도 그냥 억울한 피해자로 안 끝나는 건데!

어쨌든 그 결과 나나시는 거의 모든 명나라 자객을 홀로 섬멸시키는 비인간적인 괴력을 발휘한 나머지(...)
(아무리 성우인 나가세가 문을 열어둔 채 볼 일을 볼 정도로 동물적이라지만 이건 너무했다...)

라로우가 얼마나 미친(+민망한) 놈인지 보여주는 캐릭터 모에에 치명적인 장면도 나오질 못하고...
후우고가 원작보다 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데서는(원작은 양반이었...;) 작가는 안티라고 확정할 정도였고
나나시 모에의 진면목이라고 할 수 있는 고통스러워하는 모습ㅎㅇㅎㅇ는 커녕 전혀 대미지를 안 입은 것 같아서
(이건 절대로 제가 새디스틱한 성향의 변태라서가 아니라 테마와도 통하는 중요한 요소라서임.)

마지막에 주인공의 생사가 미묘해서 여운이 남았던 원작과는 다른 100% 생존 엔딩이 성립됨.
(...바꿔 말하자면 라로우가 대략 -30배 정도 약해진 것으로 보임OTL)

이래가지곤 전혀 원작을 볼 마음이 안들 것임(...) 아니 되려 안티 생성...

원래 지나치게 원작 판박이인 코믹스판은 안 좋아하지만 이렇게 악화시킬 수준이면 차라리 판박이가 낫군요.
만약 오피셜 코믹스 그리게 하려고 동인작가를 고용했는데 실력이 검증받지 않은 작가일 경우
그냥 닥치고 원작 따라가라고 시키는 것이 최선이라는 교훈을 주는 사례였습니다.
일본만화를 조금 무분별하게 수입하는 국내 출판사들에게는 절대 정식출간하지 말라고 하고 싶은 만화 1위.

그냥...오피셜 코믹스가 존재한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물건으로
저처럼 일단 굿즈라면 다 사모으려 하는 경우 아니면 원작 팬에게도 강력히 비추입니다. 정말로.

정녕 만화로 스트레인저를 보고 싶다면 차라리 동인지를 보세요...캐릭터 해석도 그림도 훨씬 우월함.

덧. 유일한 장점이라면 뒷페이지에 실린 캐릭터 설정 자료집 정도...?

Posted by 시바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