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인저 무황인담2008. 11. 19. 20:32
스트레인저는 바이링구얼 bilingual, 즉 2개 국어 애니입니다.
전국시대 일본 어딘가의 깡촌국가와 명나라 자객집단이 내용의 큰 축을 이루는 두개의 세력인데
실제로 작품 중에서 일본인들은 일본어, 중국인들은 중국어를 구사합니다.
그런데 중국측에게 이국성을 부여하면서도 일방적으로 타자화하지 않기 위해 흥미로운 장치가 부여되었는데
바로 이들의 대사가 때와 상황에 따라 일본어와 중국어(정확힌 만주어)를 넘나든다는 점입니다.
즉 일본인들과 접할 때는 중국어를 쓰지만 자기들끼리 대화할 때는 (일본인) 관객도 알 수 있는 일본어입니다.
그래서 명나라측 인물들에게는 일본인 성우와 중국인 성우가 더블캐스팅되었습니다. (라로우 제외)
리얼리티 중시 면에서도 긍정적이고 가끔 목소리에 갭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닙니다.
사실 아무리 출연비중이 많아도 (언제까지나 일본 관객을 주 대상으로 한다는 경우를 가정하고) 잘 모르는 외국 성우들이 외국어로 말해봤자 그다지 입장 이해나 이입이 안되는 이질적인 존재들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고,
이들을 단순한 타자가 아닌 나름대로의 주체로써 여긴다는 함의로써도 의미있는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이국성과 리얼리티를 살리면서 동시에 주체성도 부여하고 지나친 타자화를 방지하는 차원에서도 바람직하고요.

...물론 언제까지나 대다수의 관객이 특정 언어를 사용하는 특정 국가로 한정될 경우입니다만...
기본적으로 내수용 작품일 경우나 가능한 장치입니다.
국제용 애니였다면 디즈니처럼 다들 자국어로 말해버리거나, 중국애들은 내내 중국어만 쓰거나 그러겠죠.
아무튼 저런 더블캐스팅 바이링구얼 설정 자체는 상당히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더블캐스팅이 적용되지 않은 경우인데...

바로 주역인 라로우(야마데라 코이치 분)와 코타로(치넨 유리 분)의 케이스입니다.
주역이라서 그런지 유명인이 성우를 맡아서 그런지 몰라도
중국어를 하지만 더블캐스팅이 적용되지 않아서 일본인 성우의 상당히 어눌하다 못해
중국어를 몰라도 듣기에 적잖이 괴이한 중국어 대사를 읊는 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나마 자주는 아니고 대부분의 대사가 길지 않다는 점이 다행이지만 후반부에 길게 말하는 데서는 좀...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사실 야마데라상이 애당초 라로우에 캐스팅된 배경에는



"니 이징 스러 (넌 이미 죽어있다)" 좀 했다고 시킨 것 같기도(...)

(애니판 [창천의 권]에서 켄시로 역. 참고로 [북두의 권] 켄시로와는 달리 인간미와 인정이 넘치는 주인공.)

...아 물론 목소리 좋고 연기 잘하시고 유명하셔서도 있겠지만...

저 니이징스러도 좀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니이징스러 좀 했다고 중국어가 능숙해지면
왜 중국어 교재가 있으며 중국어 학원이 있겠습니까...
덕분에 라로우는 일본어는 멀쩡하게 잘하지만 중국어는 이상한 외쿡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오로지 [성우가 일본인이라] 정도의 외부적인 요인으로 설명하고 끝내는 것은 재미없지요.
그것은 마치 [메이드물의 매력은 뭐지?]에 대해서 남자들의 우렁각시 판타지 이러고만 끝내는 것처럼
그 나름대로 진리는 담고 있지만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는 못하고 그다지 재미는 없는
극히 평면적인 결론만 도출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팬심에 저촉됩니다.

그래서 라로우의 중국어는 왜 그 모양이냐 라는 주제로 히무자와 탐구한 결과
사실 굉장히 확실한 대답이 작품 내에 존재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오랑캐라는 점...
일반적으로 보통 저런 그림으로 그린 듯한 외쿡인스러운 용모의 캐릭터는
원래 어딘가 머나먼 외쿡 출신이나 동양문화에 매료되서 일본/중국/기타등등에 왔음 HAHAHA
...이런 설정이겠지만 각본가 타카야마씨가 좀 독특하게 해보고 싶었던 건지
그런 설정의 경우 원래 출신국을 정해야되는데 그게 귀찮았던 건지 그냥 취향이 아닌 건지는 몰라도
대충 중국 서방 변방 어딘가 출신으로 야단맞을 때는 서융이라고 욕 들어먹고 있는 걸로 봐서
한마디로 중국 기준의 오랑캐로 설정한 것입니다.
실제 고비 사막 언저리에 자칭 로마의 후예라는 코카시안스러운 외모의 소수민족이 있다고는 하고
중국엔 뭐든지 다 있다잖아...이 정도야 뭐...하고 대충 넘어가려 한 모양.
뭐 뒷사정이야 어찌됐든 중요한 건 상당한 서쪽 변방 출신이라는 점인데
그렇다는 건 말도 중앙 기준으로 적잖이 이상할 거라는 결론...

사실 근대적 기준의 표준어라는 것이 설립된지는 얼마 안됐습니다.
구한말만 해도 경기도 사람이 황해도 사람 말 못알아들었다는 기록이 남아있구요.
일본도 마찬가지라 근대적 표준어 및 남성어, 여성어가 정착된 것은 메이지 유신 이후였습니다.
하물며 명나라 시대의 그것도 방대한 중국땅의 머나먼 서쪽 깡촌에서 쓸 말이야 대략 외계어였겠죠.
결론은 어색해도 괜찮아 아니 어색한 게 당연해.

그래서 만주어가 서투르고 반면 일본어를 더 잘하는 이유는

히무자: 변방출신에 일본의 망~가~만 보고 자라서 일본어가 더 유창함.

시바우치: 무려 글도 읽을 줄 알았군...

그런데 왜 나나시에겐 못 알아듣게 어눌한 만주어로 말거는거야?




히무자: 나나시에게 일본어를 하면 놀랄까봐 일부러 못 알아듣는 말을 했어.




이것도 놀랄까봐 일부러 못 알아듣는 말로...


...그런 세심한 배려를 할 줄 아는 녀석이었다니....

좋은 놈이었구나 라로우...

진짜로 믿으시면 곤란합니다


코타로는 중국이라도 일본인 아버지랑 살았고 2년 동안 중국어를 안 써서 거의 다 까먹은 것이구요.
초딩 때 미국 살다 왔으나 영어 복습을 안해 다 까먹은 경우를 주위에서 몇번이나 봤기 때문에
어린애들은 빨리 배우는만큼 빨리 까먹지요. 라는 설이 입증되므로 설명에 부합됨.

이상 원고 도피성 포스팅이었습니다 핫핫핫~
Posted by 시바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