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레인] 1주차 클리어했습니다. 어드벤처도, 스릴러도 둘 다 좋아하는지라 상당히 재밌게 했어요.
많이 알려져 있겠지만 '영화적' 게임으로써 상당히 특이한 조작감을 취하고 있는데 익숙해지니 재밌...기는 하지만 역시 선택지 나오는 부분은 종종 ㅇ과 ㅁ이 잘 구별이 안되기도 해서 색깔이라도 넣어줬음 했습니다. (뭐 미학적으로 영 아니라고 생각해서 일부러 하얀색으로 통일한 듯도 하지만...)
연쇄살인마 '오리가미 킬러'에 의한 남자아이 유괴, 살인사건을 둘러싼 4명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만약 미국에서 만든 게임이었다면 범인은 99% 쇼타콘 카톨릭 신부로 피해자들을 다 건드린 뒤 증거인멸을 위해 살인한 강간유괴살인사건이었을 테지만 프랑스에서 만든 게임이다보니 그냥 유괴살인사건이 되었습니다.
FBI요원 노먼 제이든의 등짝을 노리는 BIG BLACK COCK MAN...은 농담이고 Mad Jack.
사실 플레이하기 전부터 성우가 어색하다는 말은 들어서 각오(?)는 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가 회사가 프랑스 회사인 것도 있지만 주된 이유는 성우들도 미국인이 아닌 프랑스 현지인이나 영국인이 (그냥...제작사 측이 현지작업하기가 더 편해서라고 추정..? 그런데 슈퍼나 지하철도 보면 미국보다는 좀 유럽스러움.) 미국식 영어발음으로 연기했기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직접 해보니 그것도 좀 그렇지만 대본 자체가 '문법적으로는 대충 맞는데 어딘가 자연스럽지 않은' 대사나 '80년대 영어교본에나 나올 듯한 도식적 관용구'가 적잖이 눈에 띄어서 참...^^; 뭐 저같은 경우는 거슬린다기보단 왠지 뿜으면서 봤지만...요는 영어를 모르면 모를수록 더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는 게임일지도요?! (한글자막으로 한글화가 되었는데 번역 퀄리티가 제법 괜찮습니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감정처리, 연출이나 이야기는 상당히 좋아서, 가령 아이를 잃은 부모의 아픔이 절절이 묻어나오는 부분들은 매우 심금을 울리는 데가 있습니다. 실제로 아이를 잃은 가정은 이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현실적인 점도 반영되어 있구요. 가령 게임 초반의 에단의 작업실에서 무난히 일(건축 디자인)을 하도록 컨트롤할 수 있는데, 큰아이를 잃은 후에는 작업대에 먼지가 수북하고 행동조작을 시키면 일은 안하고 (말그대로 손에 잡히지 않고) 생전에 아이를 녹화한 비디오를 돌려보며 괴로워하지요.
슬픔에 빠져 남은 아들과도 소원해진 어색하고 침울한 일상의 분위기. 이런 묘사는 좋다.
비가 퍼붓는 음울한 도시의 풍경, '사랑과 희생'이라는 테마에 부합한 절절한 분위기를 살려낸 것도 큰 강점입니다. 스토리가 중심이 되는 게임으로써는 그런 이미지메이킹과 일관성이 중요하지요.
또한 조작의 특성도 캐릭터에 더욱 몰입하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컨트롤 화면이 따로 나오는 것이 아니고 화면은 영화처럼 진행되는 와중에 그 때 그 때 나오는 버튼, 조작을 눌러줘야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박진감과 몰입도가 더합니다. 특히 아픈 장면들에서는 진짜 간만에 후덜덜 떨리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들에 대한 대략적인 코멘트는 스포일러 없이 정리하자면--
에단 마즈: 2년전 큰아들을 잃은 후 둘째아들마저 오리가미 킬러에게 납치당한 아버지. 이따이계 담당.
간만에 차세대기에 걸맞는 본격 어드벤처 게임이 나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스킵같은 보강 좀 하면 차후에 다른 어드벤처 게임들도 참고할만한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중고 가격도 제법 떨어졌으니 PS3를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꼭 해볼만한 게임입니다. 남성분들이 좋아하실만한 에...에로도 제법 있고!
가령 매디슨의 꽃뱀질 용돈벌이 현장이라던가....노, 농담이우!;
엔딩은 에단의 경우 아들과 같이 새 집(....그런데 여기 나오는 집들 다 왜 이렇게 좋은거여...부럽게스리..)에서 사는 가장 행복해 보이는 엔딩이고 (사실 에단이 워낙 개고생해서 행복해져야...TT) 4번째 시험 즉 살인하라는 명령은 통과하지 못했는데도(어쩌면 안 죽여서?) 좋은 엔딩이 나오더군요. 매디슨은 오리가미 킬러에 대한 책으로 유명작가가 되지만 책 사인회에서 또다른 살인마의 도전을 받는 듯한 암시가 되는 약간 찝찝한 엔딩이고...(좋게 생각하면 속편 예고?) 제이든 역시 유명인으로 주목받고 약을 버리지만 ARI를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종이 탱크에 포위당하는 환영을 보는 역시 조금 찝찝한 엔딩. 스캇은 무덤이 나오고 로렌이 묘비에 침을 뱉는 것으로 끝납니다.
공략게시판 찾아보니...여주인공이 들어 있는만큼 장르적 약속상 당연하겠지만 에단과 매디슨이 잘 되는 엔딩도 있던데요, 제가 그건 못 본 게 아마도 진행 도중 키스한다 는 선택지가 나왔을 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안했다가 모처럼 제작진이 열심히 만들었을 붕가씬이 안나오므로 당연히 커플엔딩도 안나오는 수순으로...그런데 사실 여자입장에서 보면 동정이라면 모를까 왜 이성으로 끌리는데?? 도와줄 때마다 감사할 줄도 모르고 퉁명스럽게 굴고(하긴 그럴 정신적 여유가 없는 거지만) 지 새끼 찾느라 정신이 없는데? 그냥 왠지 모르겠으나 에단의 용모가 엄청나게 매디슨의 취향 직격이라고(무슨 취향이냐고...) 결론내릴 수밖에;;
그리고 매디슨의 악몽이 계속되는 이유도, 뭐 가령 과거에 범죄 르포를 하다가 죽을 뻔 했다던가 같은 뒷이야기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안나오고, 홈페이지 설정에서는 원래부터 오리가미 킬러 사건을 쫓고 있어서 에단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나오는데 (그런 동기라면 이해할 수 있음) 게임만으로 보면 그냥 우연히 만나서 어려운 사람 도와주는 착한 아가씨☆로만 보이네요. 사실 캐릭터들은 동기부여나 세부설정 설명 등 이런 점이 아쉽습니다. 에단의 경우 동기부여는 가장 명확해서 좋지만 의식을 잃는다던가 정신을 차리면 빗속에 오리가미를 들고 서 있다던가 하는 낚시성 현상은 설명이 안 되서 개인적 추정으로는 스캇이 2년 전 에단의 사고를 목격한 계기로 '부성을 시험하겠다'는 의도의 사건을 저지르고 (생활을 위해 봉인해두었던 옛 감정이 되살아남+에단을 유력한 범인 후보로 지목) 가끔 의식이 몽롱해지는 에단을 (여기까지는 두부에 타격을 입은 사고의 후유증으로 있을법함) 사건현장 근처에 세워두거나 혹은 일부러 기절시켜서 끌고간 뒤 세워두거나 하는 것을 추측하게 했습니다...그나저나 매디슨이 확보했다는 '에단 무죄의 확실한 증거+스캇 쉘비가 범인이라는 증거'는 뭐죠? 그냥 자신이 목격했다는 사실??
제이든은 약을 먹기는 했는데 참는 기간이 많아서 그런지 약을 버리는 엔딩으로...하지만 약이 없으니 ARI의 가상현실이 현실에 겹쳐 보이는 부작용이 발생하네요. 자살하는 엔딩도 있다 하니 이것 참; 참고로 스캇 퇴치 액션은 어쩌다보니 제이든이 담당했습니다. 그런데 후반부에 스캇을 범인으로 추리해내는 것이 좀 급박해 보이고 (차라리 재수없는 한국경찰 폭력경찰 블레이크라고 해...ㅎㅎㅎ!) 매디슨이 제이든의 연락처를 알고 있는 경위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다소 생뚱맞음. ARI에 의한 부작용도 좀 더 부연설명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그 밖에 아이들 뿐만 아니라 그 아버지들도 실종된 점은 왜 파악하지 못했는지도 불명.
스캇 쉘비는 생각해보면 '의뢰인(오리가미 킬러의 유가족)'이 게임이 상당히 지나도록 명확히 나오지 않는 점이 범인이라는 암시일 수 있는데, 아무래도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으로 나오고 매디슨이 앤 쉐퍼드를 찾아가서 이름을 들었을 때의 반응이 마치 아는 사람=에단이라는 낚시가 있어서 그런 것도 있어서 비교적 늦게야 눈치챔. 그리고 그 동안 멀쩡히 잘 살다가 갑자기 살인(엄연히 말해 의도는 살인이 아니라 '부성 시험'이니 살인이라고 하기도 뭐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무고한 아이들과 아버지들이 죽었으니...)을 저지르는 계기나 동기부여도 확실치 않아서 제가 저 위에 부연한 '에단의 사고로 동기촉발설'이 나온 겁니다. 랄지 게이머한테 그런 것까지 시키지 말라고!-ㅂ-
여하튼 유족들 찾아다닌 이유가 증거품 제거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좀 섬뜩했네요. 평소의 사고구조와 쫌 많이 초딩스러운 '부성 시험' 살인동기도 잘 안 맞아서 차라리 이중인격 드립치는 편이 나았을 거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니...혹시 다른 루트를 타면 좀더 명확히 나올지도 모르지만 지금 감상은 그래요.
사실 스캇이 범인이라는 것이 밝혀질 때 당장 든 생각은 '로렌 어떡해!'였는데 엔딩에서도...너무 안됐습니다...
참, 편의점 점장이나 십자가 광빠 등 단역들도 최대한 안 죽이는 쪽으로 진행했습니다.
...그 중에서 제일 안습은 스캇 루트에 나온 시점에서 사망플래그가 뜨는 시계가게 할아버지가 아닐까 함;
여하튼 전체적으로 재밌게 했지만 스토리나 설정 몇 부분 보강이 잘 안된 것은 아쉽네요. DLC용인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