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관람한 시기는 메종 드 히미코와 무극의 사이지만, 어쩌다보니 리뷰 순서가 바뀌었군요.
(그나저나 3일 연속으로 뭔가 관람을 한....보는 복(?)이 터진 시기였습니다^^;;)
프로듀서스........
사실 제가 이 작품을 처음 만난 것은, 원작인 영화를 통해서였습니다.
정확히는 대학 때 어떤 학우가 과제로 만들어 온 편집 비디오의 화면이었습니다......
그것은........
나치 게슈타포들이 화려한 무대 위에서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는 장면이었죠...
그래서 저는 그 학우에게 물었습니다.
[저것이 대체 뭐라는 물건인가???]
그러자 학우는 대답했습니다.
[프로듀서스라 하네.]
그래서........비디오를 빌려 봤습니다.
한 때는 잘나가던 브로드웨이 뮤지컬 프로듀서 맥스 비알리스탁은 연속되는 공연실패로 후원자들도 다 떠나가 늙은 할머니들 상대로 제비질(...)을 하며 말그대로 몸을 팔아(...) 제작비를 모아야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어떻게하면 과거의 영예를 되찾고 대박을 쳐서 한탕 크게 벌 수 있을지 고심하던 맥스의 앞에 그의 장부를 정리하러 온 젊은 신경불안증 회계사 레오 블룸이 나타납니다. 레오의 회계학적 이론에 근거한 혼잣말을 듣고 [대박보다 쪽박으로 더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맥스는, 정직하고 소심한 레오를 꼬드겨 함께 원대한 [지상최고의 쪽박 기획]이라는 거사(???)에 끌어들입니다. 그래서 선택된 최악의 시나리오는 나사가 반 이상 풀린 것 같은 구 독일군인이 쓴 [히틀러의 봄날], 최악의 연출가는 브로드웨이에서 악명이 자자한 괴이한 센스의 게이 연출가, 최악의 주연배우로는 되다만 엘비스 프레슬리같은 덜떨어진 왕초보 배우가 발탁되어, 최악의 브로드웨이 작품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공연 첫날, 맥스와 레오의 상상을 벗어난 변수가 작용하는데....
아무튼 문제의 장면(...)은 작품내에서 [히틀러의 봄날]이라는 히틀러 및 나치 찬양....의 의도로 쓰여진 시나리오를, [뮤지컬은 무조건 유쾌해야 해~☆]라고 믿는 괴악한 센스의 게이 연출가가 손을 대서 나온 결과물입니다(;;;) 시커먼 나치 군복을 입은 남정네들과 같은 군복을 핫팬츠로 입은 여성들이 스텝을 밟고 빙글빙글 돌며 춤추고 노래부르는 그 아스트랄함이란.....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어쨌든 세월은 흘러 프로듀서스는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졌습니다. 무대세트와 의상, 안무를 거의 그대로 받은 한국판도 나왔습니다.
그리고........몇일 전. 친척 분이 사정이 생겨 갈 수 없다고 해서 VIP 티켓을 받고 관람하게 된 것이죠.
영화 원작을 미리 봤기에 한국어로 된 뮤지컬 가사들이 어떨지 궁금했습니다만,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번역에 신경을 써서 원작의 말장난도 잘 옮겼더군요. 그리고 개인적인 [뮤지컬을 역시 신나게 춤추며 노래부르고 세트가 움직이고 그래야 해!!]....라는 (협소한) 뮤지컬관(觀)에도 훌륭하게 부합하는 작품이었습니다. 배우들이 정말 열심히 움직여주어서 신명 나게 볼 수 있었지요.
내용상 몇 군데 변경사항이 있고 영화와 무대의 차이에서 나오는 연출의 차이점 등등이 흥미로웠습니다. 예를 들면 맥스가 레오를 꼬드기는 부분은, 영화에서는 강제 데이트(...)를 끌고 다니며 설득하지만, 뮤지컬에서는 처음에는 레오가 거부하다가 회계사로써의 지루한 일상과 어린 시절 뮤지컬 프로듀서의 꿈이 되살아나 승락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비서로 들어오는 초 글래머 스웨덴 아가씨도 영화에서는 그냥 눈요기 개그 캐릭터였는데, 여기서는 매우 적극적으로 레오를 유혹하구요. 그래서 음...뮤지컬이라 그냥 노멀 커플 이야기를 더 강화하는가...라고 생각했더니......
.........뭐, 뭐야, 그것은 단순히 뜨거운 우정(...?)의 고백과 확인을 위한 포석이었냐!!!
우정(........)
........라는 생각이 드는, 원작과 다소 차이점이 있는 절정과 결말이었습니다;; (형태는 비슷하지만....)
제작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아무튼 덕분에 덩달아 운명공동체로 묶여버린 영화와는 달리, 드라마틱한 전개 덕분에 우정(.....)이 더욱 강화되었군요.......
또한 나치군복 군무 장면은 주 장면은 친위대 복장으로 대체하는 등, 역시 감정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일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 비주얼이라 영화에 비해 다소 약화되었다면 약화된 편입니다. (물론 이런 말 하면 곤란하긴 하지만 나치 군복은 의도적으로 멋있으라고 만들었으니 멋있기는 하고, 그런 것을 입고 뮤지컬을 하는 것은 미학적인 효과와 동시에 미묘한 감정까지 자극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 미묘함이란 뭐랄까...군복이라는 것을 입고 춤을 춘다는 행위의 부조화에서 오는 것이랄까요. 게다가 나치 군복이니.) 나치에 대한 서구의 거의 금기적인 거부감을 비롯해, 몇가지 문화적 코드는(YMCA....라던가...쿨럭;;)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통 알만한 것인지 조금 궁금해지기도 하구요.
그래도 성인들이 보기에는 정말 보편적으로 유쾌하고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가끔 어린이나 어린 청소년을 데려온 관객들도 있던데, 가사의 수위...를 떠나 감수성이나 내용에서 아무래도 성인이 아니면 재미를 느끼기 어려운 물건이라 과연 얼마나 재미있어 했을지...) 유쾌한 노래와 춤, 감동과 코메디가 있고 재미와 카타르시스가 있는 이 작품을, 운좋게 볼 수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