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한 것은 월요일.
모 님과 함께 보러 간 이유는 단 하나.
션 빈이 나온다.
션 빈이 나온다.
션 빈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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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1세기 공포 영화는 허무하거나 웃겨서 잘 안 보게 되는데, 게다가 게임 원작 영화면 더 말할 것도 없지만.
단지 오빠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빠순이는 보러가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러나 너무나....너무나 비중이 없었습니다.....
션 빈씨가 영화에 나올 때마다 팬들은 늘 고민하게 되는, 바로 [혹시 이번에도 죽나?]라는 불안감은
[죽을 만큼의 비중도 없었다]로 대체됨.........OTL........
아무튼 무슨 션 빈 팬 블로그도 아니고, 그 얘기만 쓸 수는 없으니 영화 얘기를 하겠습니다.
영화는 미국 본토에서는 평론가와 일반관객 양측의 악평을 받을 걸로 유명합니다.
평론가 시사회가 없었다는 것도 이례적....이랄까 되려 악평을 부채질한 결과였습니다.
설마 공짜표의 권한을 뺏겨서 분노한 평론가들의 복수세례가 바로 악평이었던 건 아니겠...
대체로 스토리적 개연성이 없다, 대사가 엉망이다, (게임 팬들 왈) 분위기는 잘 살렸지만 후반부는 영 아니다...
그 밖에...션 빈, 대체 무슨 정신으로 이런 영화에 나온거냐!---는 평이었죠.
간만에 악역이 아니라서 맡았을지도, 내지는 게임에선 남자가 주인공이니까 주역인 줄 알고....로 추정되지만.
그에 비해 우리나라 평은 의외로 호의적입니다.
아마 비주얼과 특수효과를 첨철할 수 없는 한국영화의 경제적 한계상, 시각적 면에서 만족한 듯 싶지만.
역으로 아시아권에서는 욕을 먹은 [연인]같은 영화가 와호장룡이 무협의 전형이라고 세뇌된 서구권에서는 제법 좋은 평을 받았다던가, 아시아 무협 팬들에게는 찬사를 받은 [무인 곽원갑]이 서구에서는 매트릭스와 킬빌이 '무협'으로 인식된 것 때문에 악평을 받았던 경우에서 보이듯이, 지역, 문화권에 따라 영화를 보는 관점은 물론 특정 장르, 국가의 영화에 대한 기대도가 서로 다름을 알 수 있죠. 북미같은 경우는 거대 영화사들의 과다 포장, 과다 마케팅으로 평론가든 관객이든 시니컬도(度)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도 있구요. (그런데 실제로 살다보면 극장에 할리우드 영화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정말 지긋지긋해져서 불가피하게 성격이 꼬임...)
어쨌든 제가 본 바로는, 적어도 세트와 괴물 분장에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게임의 OST를 그대로 살려 증폭되는 (적어도 초중반까지는...) 스산하고 불길한 분위기도 좋습니다. 100% CG로 처리되는 경향이 많은 최근의 경향과는 달리 분장한 배우들을 사용해 (물론 CG 활용은 했지만) 괴물의 실감을 높인 것도 장점입니다.
하지만 스토리적 개연성 면에서는 말아먹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영화 시작엔, 몽유병을 앓고 있는 딸 샤론이 내뱉는 [사일런트 힐]이란 말에 남편도 무기도 식료품도 없이 아직도 지하에서 유해 가스가 나온다는 버려진 마을에 어린 딸을 데리고 돌진하는, 아무리 게임 원작이라지만 과하게 비상식적인 어머니인 로즈가 나옵니다. (감독이 원작으로 삼았다는 게임 사일런트 힐 1탄에서 아버지가 주인공인 것과 대조적입니다.) 경찰을 무시하고 앞좌석에 아이를 태운 채 철창문을 부수고 야밤의 산길을 질주하는 운전법은 운전 교습용 비디오에 [절대 하면 안되는 행동]으로 사용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아무튼 야밤의 난폭운전 중에 로즈의 눈앞에 길을 지나가는 소녀의 모습이 보이고, 그것을 피하려다가 그만 교통사고가 일어납니다. (그런데 에어백이 안 터진다...어디 회사 거냐?!) 정신을 차려보니 딸은 사라졌고, 사일런트 힐이라는 음험한 마을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한편 지당히 상식적이게도 로즈의 결정에 반대하던 남편 크리스는 딸을 데리고 사라진 아내를 찾기 위해 (사실 부인에 비해 아이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경찰과 조사기관을 쫓아다니며 분투합니다. (비중은 눈물나게 없지만.)
개연성이 없다는 것은 스토리, 사건 진행이 논리적으로 부실하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면 딸을 쫓아 학교 건물에 들어온 주인공이 돌아다니기도 전에 교무과에 먼저 들러 서랍을 뒤지고 있고, 화면에서는 단순히 기괴한 형태로 매달린 시체를 보여줬을 뿐인데 주인공은 어떻게 그 입 안에 카드 조각이 있는 것을 보고 꺼내고 있으며 (게다가 단순히 시체의 입 속에 있었을 뿐인데, 그것이 딸이 있는 장소에 대한 단서라고 척 보고 확정한다!), 벽에 붙은 그림이 아무리 상징적인 의미라지만 그것이 단번에 비밀통로임을 확신하고 들어가는 상황이 영화적으로 보면 납득이 가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게임이라면 넘어갈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 영화의 원작은 게임이니, 감독도 그렇게 넘어가 줬으면 하는 부분이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 즉 게임이라면 이렇게 되겠죠.
Scene #1.
[교무과. (들어갈 수 있는 방이니 뭔가 아이템이나 이벤트가 일어날 곳임은 틀림없음)]
서랍 앞에서 A버튼을 눌러 조사한다.
서랍은 잠겨있다.
다른 곳을 조사한다.
[열쇠를 얻었다]
서랍을 연다.
[손전등을 얻었다]
Scene #2.
[기괴한 형태로 묶인 시체가 매달려 있다. 고통스러워 보이는 모습이다.]
A버튼을 눌러서 조사한다.
[시체의 입 속에 뭔가 반짝거리는 것이 있다]
A버튼을 눌러서 꺼낸다.
[어떤 글자가 쓰여진 카드 조각을 얻었다. 샤론은 이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뭐 대충 이런 식입니다. 게임이라면 이렇게 진행되어도 상관 없습니다. 왜냐면 매체의 특성상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직접 개입해서 조작하므로, 조사할 수 있는 모든 물건과 얻을 수 있는 모든 아이템은 어떻게든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입니다. (정확히는 다음 단계 진행에 쓸모가 없는 아이템이나 정보가 나오면 애써 돌아다닌 플레이어의 수고가 의미가 없어져 버리므로, 일부러라도 그렇게 만들지 않으면 안됩니다.) 즉, 그것이 바로 게임으로써 필요한 개연성과 논리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경우, 관객은 직접 주인공에 개입해서 돌아다니는 게 아닌, 수동적으로 주어진 화면을 보고 들을 뿐입니다. 그만큼 게임과는 다른 차원의 개연성과 논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그런 배려가 거의 없습니다. 황당할 뿐이죠.
그래서 차라리 게이머의 감성, 정확히는 다른 사람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구경한다고 생각하고 보면 일종의 재미(위에서처럼 게임으로 치환해서 생각한다던가)를 느낄 수는 있습니다......만약 정말 그것을 의도하고 제작했다면 도저히 영화 감독으로써의 모범적인 자세라고 하기엔 어렵습니다만...
그렇다고 차라리 아예 게이머로써만 즐길 수 있는 진행이 되느냐...면 중반 이후부터는 그렇지도 않아서 문제지요. 갑자기 스토리 도입하겠답시고 설명조로 늘어지는 것은 뭐란 말입니까. 게다가 각본가가 뭘 잘못 먹었는지...내지는 단순히 대사가 늘어났기 때문인지 대사가....대사가.....배우들 학대용으로밖에 들리지 않는군요...;
악마나 모성애 모티브도 하도 식상하니 (랄까 80년대에 충분히 우려먹은 줄 알았는데...) 질리고. 게임쪽 시나리오는 알고 보니 모티브야 유사한데, 어떤 의미로 더 무섭기 때문에 그대로 살릴 수 없었던 나머지 영화의 모성애 만세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이왕 설명으로 흐를 거면 어차피 주인공이 알게 되는 사실을 무의미하게 파고 다니는 남편 캐릭터를 아예 등장시키지 말거나, 내지는 그 인물의 스토리에서만 밝혀지는 진실이 있다던가, 둘 중 하나의 선택은 했어야 합니다. 감독은 일부러 현실과의 구별을 할 수 없는 분위기를 위해서라며 설명을 자제하고 모호하게 했다는데 그렇다면 후반부의 줄줄이 설명조, 설교조는 뺏어야 합니다. 또한, 그런 설명이 지리게 늘어지는데도 대부분의 관객이 마지막을 납득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은 더더욱 문제. 제대로 된 이해를 위해서 지식KIN을 뒤져야 할 정도면 확실히 문제인 겁니다. 원작의 세계관에 익숙한 원작 게이머들은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엔딩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관객에게는 아리송합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게이머들에 맞춰서 만든 것도 아닌, 상당히 어중간한 결과물입니다.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세트장과 괴물 퀄리티는 볼만했지만....게임음악을 살린 점도 좋긴 좋았고....
참고로 잔인함은 정도가 약합니다. 정확힌 어느 수준 이상 잔인해지면 이미 개그의 차원이 되어버리지요.
또한 게임 쪽이 되려 하고 싶어졌으니까, (어려울 것 같아서 피하고 있었는데) 적어도 코나미는 득을 본 것??
4탄 주인공 잘생겼어!!---라며 괜히 궁금해지게 만든다. (←밝히긴...)
이미지 출저는 위키피디아.
그리고 애매한 엔딩이지만, 잘하면 남편-즉 션 빈 캐릭터가 주인공인 2탄이 나올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게임 사일런트 힐 2탄은 말하자면 부인 찾는 남편 스토리니까 내용상으로도 적절함.)
주인공이 되는 겁니다!!! 션 빈!!!!! 2탄 나와라!!!!!!(쿨럭;;)
결론은...진정으로 음산한 분위기와, 특이하고 기괴한 디자인의 괴물이 보기 위해 7~8000원+교통비의 희생을 치룰 각오가 되어 있다면, 제 값 내고 보러 가도 됩니다. 또한 게임의 팬 중에서, 영화화가 궁금한 분에게도 추천. 저도 [레지던트 이블]을 보고 반가웠으니까, 비슷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외에는...함부로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션 빈 팬에겐 안습의 역습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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