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잭2006. 6. 19. 03:31
몇일 동안 쓰고 있던 (...왜 그렇게 오래 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블랙잭 출판만화 구해보는 방법과, 각 판본의 차이점에 대한 글입니다. 경어로 쓰다보니 너무 늘어나서 그냥 반말로 적었습니다...만 여전히 길군요;
참고로 맨 처음에 덧붙인 그림은 이전에 동생이 왼손으로 그렸냐고 의심한 마우스+타블렛 그림입니다.



어쨌든 [블랙잭~검은 의사~]의 유일한 장점(?)이라면 ‘요즘 그림체로 블랙잭을 본다’ 정도지만, 솔직히 그렇게 ‘요즘 그림체’가 좋다면 차라리 블랙잭 동인지나 동인 사이트 쪽을 다녀보라고 하고 싶다. 데즈카 오사무의 그림체가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은 알지만, 그렇다고 젊은 세대에게 친숙한 그림의 [블랙잭]을 그릴 작가로 하필 야마모토 겐지를 선택하는 센스는 뭐란 말인가. 그리고 데즈카 그림에는, 비록 유행하는 그림체는 아닐지도 모르나 특유의 세련됨과 흉내낼 수 없는 매력과 내용과 연출과 같이 어우러진 생명력이 있다. ‘요즘 그림체’의 블랙잭은, 오리지널을 충분히 느끼고 나서 심심풀이로 찾아보아도 늦지 않다.

요는, 블랙잭을 아직 본 적이 없는 사람은 가능한 보지 말아줬으면 하는 정식한글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설마 리메이크와 원작을 동일시 해서 이상한 만화 평을 쓰는 기자는 없겠지?


일본어 원판
학산의 희귀본을 구하기 어렵다면, 일본어 만화책을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은 원판을 찾아보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인터넷은 물론, 교보문고 같은 국내 대형서점을 통해서도, 만약 일본에서 비행기를 갈아탄다면 공항 내 서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일본 국민만화급의 작품이 바로 블랙잭이다. 가격은 좀 센 편이지만 여유가 된다면 구입할 가치도 있고 무엇보다 문고판의 경우는 재판을 계속 찍어내주고 있다.
하지만 정작 블랙잭 단행본을 검색해보면 그 수많은 판본 때문에 어지러울 것이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오래된 만화이기도 하고, 심의나 외부 항의나 작가의 개인적 선택으로 인해 판본에 따라 잘려나간 에피소드가 제각각 다르니 이 점 역시 유의해야 한다. 좀더 편리한 구매를 위해 각 판본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겠다.

아키타쇼텐(秋田書店) 소년 챔피언 코믹스(少年チャンピオンコミックス) 신서판(新書判)


70년대에 나온 오리지널 코믹스다. 전권 25권. 더 이상 재판은 찍어내지 않고 있지만, 이따금 중고 상품이나 재고 판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수록 에피소드 수는 총 243화 (소년 챔피언에서 [블랙잭]이라는 작품명으로 재개된 것, 그리고 수정되어 재수록된 것도 포함해서 말한다) 중 7개가 빠진 236화로, 현재까지 나온 모든 판본 중에서 최다 수록이다. 오로지 신서판에만 수록된 에피소드도 있으니, 일본 팬들 사이에서는 아키타 신서판 전 25권을 모은 뒤 당시의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신서판에 미처 수록되지 못한 에피소드를 모아둔 문고판 17권을 구입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절판된 상태이므로, 신서판 전권 25권을 한꺼번에 구입하기는 어려운 편이다.


코단샤(講談社) 데즈카 오사무 만화전집(手塚治虫漫画全集)판 & DX판


코단샤의 데즈카 오사무 만화전집에 들어있는 블랙잭과, 전집 중에서 블랙잭만 추출해 따로 낸 것이 DX판. 전 22권으로, 총 243화 중 22화가 빠진 221화가 수록되어 있으며, 또한 정식한글판과 동일 편집이기도 하다. 냉정하게 말해 코단샤판의 원판을 사느니 한글번역이 되어 있는 학산판을 사는 것이 훨씬 나으니, 혹 일본 옥션에서 이따금 전권이 돌아다녀도 구입하는 것은 조금 고려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키타쇼텐(秋田書店) 문고판(文庫判) & 호화판(豪華版)


아키타에서 출간한 문고판. 현재까지 17권이 나와 있고, 총 243화 중에서 11화가 빠진 232화가 수록되어 있다. 문고판인 만큼 성인독자들을 의식해 책 사이즈도 아담하면서 굵고, 또한 원작자의 가족이나 지인 및 일본 유수의 유명 만화가나 작가 등의 인사들이 쓴 데즈카 오사무와 블랙잭에 대한 글이 실려있는 것도 장점. 무엇보다 신서판을 비롯해 여타 판본에는 실리지 못했던 에피소드들이 실리기도 했다. 호화판은 문고판과 편집은 동일한데 4×6인치의 하드커버로 문자 그대로 호화판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문고판을 구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손쉬운 원서 구입법이기는 하다. 또한 컬러 원고만을 따로 모아둔 올컬러판 호화판도 존재한다.


아키타쇼텐(秋田書店) 챔피언 코믹스(チャンピオンコミックス) 신장판(新装版)



최근에 아키타에서 출간한 코믹스판. 전 17권으로, 총 243화 중에서 12화가 빠진 231화가 수록되어 있다. 문고판과 별 차이가 없어서인지, (편집은 다른 듯) 그다지 많이 눈에 띄지는 않는 판본.


이 외에 잡지 형식으로, 주제별로 블랙잭 에피소드를 모아둔 편의점용 판본도 존재한다.


일본어 원판-오피셜 블랙잭 관련 만화
아키타에서는 몇 년 전 블랙잭 30주년 기념을 맞아 자사의 만화 작가들에게 블랙잭의 리메이크나, 블랙잭을 등장시킨 창작 에피소드를 그리도록 한 적이 있다. 전자 쪽은 블랙잭M, 후자 쪽은 블랙잭 ALIVE라는 제각각 2권짜리 단행본으로 묶여 출간되었다.


블랙잭M은 위에서도 말한 완성도 높은 원작을 리메이크할 때의 비극을 절절히 실감하게 해주는 기운 빠지는 작품들이 많은 편이나, 작가에게 어느 정도의 자유와 창의성을 허가해 준 블랙잭ALIVE같은 경우 (엄밀히 말하자면 프로 작가들의 블랙잭 동인지라고도 할 수 있겠다) 괜찮은 작품들이 눈에 띈다. 어느 쪽이나 다양한 그림체의 블랙잭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기는 하겠다. 개인적으로는 ALIVE를 강력히 추천한다.

야마모토 겐지의 [블랙잭~검은 의사~]는 정식한글판에 대해 위에 적었으니 설명은 생략한다.

블랙잭NEO



[블랙잭NEO]는 국내에 [배틀로얄] 만화판으로 잘 알려진 다구치 마사유키의 작품으로, 리메이크가 아닌 작가 창작 및 재구성의 블랙잭 만화다. 원작과는 굉장히 다른 그림체에 거부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내용과 연출력, 그리고 충만하게 느껴지는 원작에 대한 존중과 함께 그 내용과 스타일을 자기 식으로 요즘 시대에 맞게 소화해낸 역량으로 상당히 걸출한 작품이 탄생했다. 애당초 그림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읽었던 필자가 하는 소리니 정말로 내실은 보장해도 좋다. 현재 소년 챔피언에 연재 중으로, 단행본은 1권이 출간되었다. 사실 원작 블랙잭에 충실하고 싶었으면, 그리고 질적인 퀄리티만을 따져도 학산은 야마모토 겐지가 아닌 다구치 마사유키의 [블랙잭]을 내주었어야 했다. 원작의 정신과 본질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존중과 애정, 그리고 그와 함께 크리에이터 자신의 개성과 능력으로 원작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나서야 좋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는 진실을 보여준다. 그 정신은 어떤 의미로 데자키 오사무의 OVA와도 맞닿는 데가 있다.

덧붙여 블랙잭의 흉터가 반대 방향인 것도 인상적인데, 작가가 몰랐을 리는 없고 아마도 의도적인 것으로 추정된다. 어쩌면......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 – 성 베드로 놀라스코 앞에 나타난 사도 성 베드로의 형상


차마 예수님과 같은 방법으로 죽을 수 없다고 십자가에 거꾸로 못 박혀 죽기를 선택한 사도 베드로처럼, 원작자에의 경외감을 담으면서, 동시에 크리에이터로써 자신의 블랙잭의 고유성과 독립성을 선언하는 의미가 아닐까? 작가 인터뷰는 읽어본 적이 없지만, 어쩌면 그러한 속내가 있지 않을까 하고 추측해 본다.

블랙잭M, 블랙잭ALIVE, 그리고 블랙잭NEO는 전부 반디 앤 루니스 등의 서점에서 오히려 원작보다 훨씬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참고자료 및 이미지 출저 홈페이지:
Tezuka Osamu@World
블랙잭 오피셜 사이트
일본 아마존


이상이 한국에서 블랙잭 만화책을 구해보는 방법과, 다양한 블랙잭 판본에 대한 것 치고는 쓸데없이 긴 글이었습니다. 쓸만한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쪼록 이 글이 블랙잭을 읽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아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쁘겠습니다. 아울러 실수 지적이나 조언이나 의견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_M#]

Posted by 시바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