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2009. 4. 8. 22:05

샌드맨, 꿈의 왕, 모르페우스 공, 오네이로스...등등 수많은 이름으로 불리시는 꿈의 현신이신 그 분. 애칭 꿈님.

7명의 영원의 현신-운명, 죽음, 꿈, 파괴, 욕망, 절망, 분열 남매 중에서 세번째로 존재하신 분.

(꿈의 세계에선) 전지전능하신 능력자이며 책임감 강하시고 (나름) 정의로우시고 (비교적) 공정하신 위대한 분.

동시에 한없는 찌질리즘으로 가득 차서 절대 사귀고 싶지 않는 남자 제 1순위인 그 분(...)

네, 현재 시공사에서 엄청난 스피드로 발간되고 있는 만화 [샌드맨]의 주인공인 꿈님입니다.

스토리 작가은 일괄적으로 닐 게이먼 선생인 반면 작화가는 에피소드마다 바뀌어서 한국독자에겐 좀 생소한데
사실 반복되는 작화가도 많고, 스타일을 고려해서 에피소드를 배치하기 때문에 익숙해지면 괜찮습니다.

내용은 지극히 단순히 정의하자면 꿈님을 비롯한 영원 일족들의 이야기...인데
사실은 온갖 신들이나, 악마나, 잊혀진 슈퍼히어로나, 심지어 셰익스피어같은 역사적 인물들이 얽히기도 하는
 신화와 전설, 역사와 일상을 넘나드는 기묘하고도 경이롭고 매력적인 이야기들의 모음입니다.

그럼에도 중구난방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답답하고 복잡하게 설정된 세계관도 아닌, 절묘한 밸런스가 포인트.

명목상 주인공인 꿈님이 아예 안나오거나, 데우스 엑스 마키나같은 역할만 하는 에피소드도 종종 있지요.

물론 아무리 멋있게 나와도 독자는 그 찌질리즘의 진상을 알고 있기에 쓴웃음을 짓게 되지만...(애정을 담아서)
냉혹한 척 하나 사실은 무척 예민하고 감성적이고 한번 삐지면 1만년은 가는...한마디로 찌질리즘의 결정체(...)

그러니까...결점 때문에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예를 참 잘 제시해주는 것 같아요.

가령 저는 삼국지의 조조를 좋아하지만, [창천항로]의 조조는 너무 완벽하고 흠이 없어서 정나미 떨어지는데
(오히려 공감 가는 못난이인 유비에게 더 정이 가는...;)
스펙이 쨍쨍한 캐릭터일수록 단순한 애교 포인트...를 넘어 치명적인 결점을 주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꿈님이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는 상대인 죽음누님도 굉장히 강렬하고 매력적인 인물인데요.

'죽음'과 '잠'의 상관관계를 생각하면 이 둘이 친한 것도 자연스럽게 납득이 갑니다.
(게이먼 선생이 [판의 미로]의 델 토로 감독과 손 잡고 영화화한다는 죽음누님 외전, 매우 기대 중~)

흔히 우리나라 독자들이 그래픽 노블에 기대하는 괴물 수준의 일괄적 작화와 채색이 아니라서인지, 익숙한 히어로물이 아니라서인지, 단순히 할리우드 영화화가 안되서인지(...) 놀라울 정도로 국내 인지도가 낮은 작품입니다만

사실 이야기 구조상으로는 오히려 히어로 장르보다 더 친근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화도 [한여름 밤의 꿈]같은 전설급 에피소드를 비롯해, 눈부시면서 무척 다양한 화풍을 감상할 수 있구요.
(사실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복장의 꿈님을 그리고 싶다 모에~~도 있는 것 같지만; 작화가들 좀 부럽...)

오히려 다양한 작화마저 [샌드맨]이라는 세계의 다양성과 포괄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꿈님의 찌질행각...아니 꿈같이 즐겁고도 비정하고 섬뜻하면서도 매혹적인 이야기에 끌리시는 분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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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