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2009. 10. 1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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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구르메]에 이은 다니구치 지로X쿠스미 마사유키 콤비의 2006년 합작입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고독한 구르메] 산책가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혼잣말 많고 쓸데없는 구석이 감수성과 관찰력이 예민한 아저씨가 적잖이 무계획적으로 돌아다니다가 동네 분위기를 즐기고 이것저것 건드려보기도 하며, 출출하면 적당한 데에 쑥 들어가서 뭘 먹기도 하고, 왠지 마음이 끌려서 들어간 가게에서 그다지 필요하지도 않는 물건을 사기도 하는, 그런 내용입니다.

주인공 우에노하라가 [고독한 구르메] 주인공 이노카시라 고로와 차별되는 점은, 일단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 중 개인적 체험을 살린 현대물 계열의 주인공에 더 가깝다는 점입니다. 즉 작은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고, 아내와 살고 있으며 아이는 없는 중년 남자라는 점이죠. 그나마 결혼은 했으니 고로짱보다는 좀 나아 보이는...

[고독한 구르메]의 산책판이라고 하는 이유는 각 화가 8페이지의 짧은 분량이라는 점 외에도, 무계획성과 일상성이라는 특성 때문입니다. 용건이 있어서 낯선 동네에 갔다가 버스를 기다리기 싫증이 나서 역까지 걸어가거나, 거래처가 있는 세련된 오피스가 뒷편에 남아있는 오래된 도쿄의 정취에 취하기도 하고, 아내 심부름을 하러 간 길에 귀퉁이 가게에서 맛있는 카레를 먹기도 합니다. 사소한 말투나 디테일을 잘 집어내는 묘사에 다니구치 지로의 섬세하면서도 압도적인 작화력이 더해져 "정말로 있을 법한 느낌" 그대로를 전달합니다.

사실 아내 입장에서는 좀 기가 막힐만한 게...남편이 친구랑 술 마신다고 새벽 3시에 걸어오지를 않나, 뜬금없이 헌책방에서 그림책을 사오지를 않나...그런데 있을 법하죠, 그런 사람. 그리고 길 헤매는 것도 산책이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가벼워지고, 즐거운 발견이 많아지기도 하죠. 그러한 일상 속의 소소한 돌발(?)상황, 작은 모험들을 따라가보는 느낌이 좋습니다. 공감대를 쉽게 불러일으키는 내용이면서 작화빨도 엄청나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무난히 추천할 수 있지만, 특히 [고독한 구르메]나 다니구치 지로 팬이라면 강력히 추천합니다.

...그나저나 음식만화는 아닌데도 불구하고 극사실적 묘사의 음식 작화와 특유의 잘 먹는 캐릭터들 표정 때문에 주인공이 짬짬이 먹는 음식들이 너무 맛있어 보이는군요;

여담이지만 다니구치 지로는 제 안에서는 <닥치고 사는> 등급. 책값이 싸지는 않고 또 이번에 얻은 [산보하는 사람] 외에는 북오프에서 발견한 경우가 전혀 없기 때문에 죄다 신간이긴 했는데도 돈이 아깝지 않은 건 역시 그만큼 퀄리티가 보장되는 작가이기 때문일 듯. 그리고 소위 말하는 치유계보다는 이 쪽에 더 치유받는 느낌이라고 할까, 마음이 차분하고 편해집니다. 즉 저에게는 치유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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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