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이 기행문 첫날-오사카에 지다
디지털 카메라의 은총에 힘입어 사진은 빨리 올릴 수 있게 되었군요. 후후....
.....하지만 그만큼 양이 늘어나서 한번에 3일 여행기를 다 올리는 건 무리일 것 같습니다;;
덧붙여 이 여행에서 배운 교훈은 두 가지.
표범은 점박이를 못 바꾸고, 신선조는 안습이었다....
무슨 의미인지는....보시면 압니다(....)
13일 비행기는 아침 9시 40분 출발이었습니다. 일찍 간다고 나온 것은 문제인데 전 날 부랴부랴 사 둔, 햇빛차단용 사파리 모자는 잊어버린 것이었습니다(...) 정말 왜 이렇게 건망증인지;;
어쨌든 런던에서의 액체폭탄 음모 적발 때문에 일찍 갔어도 번잡했던 공항. 특히 미국이나 영국행 승객들은 기내에 들고 가는 짐으로는 면세점 술은 물론 치약이나 화장품도 금지. 그나마 일본행은 그렇지 않아서 만나 뵙기로 한 분을 위한 선물용 술은 살 수 있었습니다.
가이드용 책자 및 여행사에서 제공해준 정보를 바탕으로 라피도라는 고속기차를 타고 난바에 가려고 했는데....여기서 일본여행 이후 몇 번이나 봉착하게 되는 난관에 접하게 됩니다. 바로 같은 방향에, 같은 승강장이라 하여도 오는 기차 종류가 다르다는 점.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실감하기 어려웠는데, 정말로 급행이든 특급이든 라피도든 이름이 분명히 쓰여 있는 기차를 타지 않으면 비싼 승차권이 마냥 헛것(...)이 되어버리기 마련입니다. 그러니까 빠른 열차의 차이는, 구간은 똑같은데 단지 역을 얼마나 많이 건너뛰느냐 입니다. 간단히 말해 2호선 신촌역에서 강남역까지 가는 열차가 있는데, 모든 역을 다 서는 일반 기차가 있는가 하면, 그 중에 3분의 1만 정차하는 기차도 있고, 마지막으로 가장 빠른, 합정과 신도림 역 등 갈아타기가 많은 역에만 정차하는 기차가 따로 존재하는 겁니다. 그것도 승강장도 같고, 목적지 도착하는 데에만 급급하다 보면 아무거나 타다가 모든 역에 다 멈추는 바람에 대략 시간이 질질 끌게 되지요. 다행히도 오사카-교토 이동 시에는 조심하느라 그런 일이 없었지만, 왠지 공항 구간은 착각하게 되어서 그만 시간이 좀 들었습니다...;;
어쨌건 우여곡절 끝에 난바역에 도착했습니다. 백화점 비슷한 쇼핑몰 지하라 출구 찾는 데에 조금 해맸습니다만(...) 뭐 이후 여행에서 동고동락하게 될 밀집모자도 사고....하여간 밖으로 나왔는데 사실 지도와 실제 루트는 꽤 단순했는데도 불구, 주변이 정신없어서 살짝 혼란 상태에서 물어물어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호텔이 있었던 미나미 오사카의 난바 지역. 시끌벅적하고 서민적인 느낌의 번화가였습니다. 밤이면 더 재밌죠.
물론 처음에는 그 시끌벅적함이 참 혼란스러워서 정신이 없었지만;;
사실 애시당초의 계획은 점심 때 즈음에 호텔에 도착해 여장을 풀고 다카라즈카 시에 다녀오는 것이었는데....
길을 조금 헤맨 것도 있고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매우 지쳐 있었는데다가 짐 좀 풀고, 씻고 땀으로 흥건한 옷을 갈아입고 (노파심에 셔츠를 몇 장 더 가져간 것이 다행이었음) 정신 좀 돌리니....오후 3시. 참고로 다카라즈카 시의 데즈카 오사무 기념관 폐관 시간은 5시;; 별 수 없이 오사카 시내나 관광+부탁받은 물건들의 쇼핑이나 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난바 지역에는 덴덴타운이라고 아키하바라같은 전자제품 상가 밀집지역이 있다고 들었거든요.
중국도 그렇지만 일본 사람들도 정말 자전거 많이 타지요. 단지 중국보다는 더 종류가 다양하고 세련되 보임....
왠지 가다보니 벽에 이런 것이 있었음. 각종 보살 및 부처의 그림입니다.
에비스쵸였나...아무튼 집중쇼핑거리의 풍경입니다. 저렇게 천장(??)이 있어서 직사광선을 차단해 주지요.
그러고보니 저녁 즈음에 난바의 번화가를 걷다가 밀집모자가 휙~날라가서 웬 자전거 타던 조금 날라리같은 총각 앞에 떨어졌는데, 바로 자전거를 멈추고 줏어 주었습니다. (어떤 시가 생각나더군요;;) 물론 이것으로 인연 시작....같은 진행이 될 리는 없지요^^;;
참, 번화가 진입 전에 호텔 근처의 작은 헌 책 방에 들렀다가 블랙잭 편의점판 중 라이벌 1, 2편을 발견하고 싼 가격에 구입했죠.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것은 앞으로의 어두운(??) 미래를 향한 불길한 전조에 불과했습니다.
그 가게에는 하라 데츠오가 그린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있었는데 국내에 사콘은 나왔으면서 왜 도쿠가와는 안 나오는지 궁금하더군요. 너무 과하게 미중년이라서 그런가?-_-; 솔직히 이렇게 나이스 미들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보기 어려운 것 같음....물론 한조총각은 근육질.....
어쨌든 배도 고프고 하니....
오사카 명물이라는 금룡 라면입니다. 개인적으로 일본 라면을 좋아해서 꼭 들러보기로 결심한 곳이지요.
보다시피 지극히 서민적인 실내. 문 바깥에서 식권을 뽑아서 주문을 합니다.
TV의 경마를 보려고 동네 아저씨들이 몰려드는 시간대였습니다.
금룡라면에서는 금룡라면과 차슈가 추가된 차슈라면 두 종류만 팝니다. 돼지뼈를 우려낸 돈코츠 라면이었는데 홍대 뒤의 하다카 분코의 돈코츠만큼 진하게 우려내지는 않았고 뭐랄까...아주 서민적인 맛입니다, 전체적으로. 딱 동네 가족들이나 아저씨들이 모여서 먹기에 좋은 맛. (실제 대부분 손님들도 그랬음) 마늘과 김치, 밥은 셀프 서비스로 양껏 먹을 수 있게 되어있더군요. 차슈는 차갑지는 않았지만 조금 질긴 편이었습니다. 소박하지만 왠지 다시 먹고 싶은 맛이었습니다.
오사카가 워낙 다양한 음식의 원산지로 유명해서, 생각 같아서는 다양하게 먹어보고 싶었지만....정작 여행중이고, 여름이다보니 그만큼 다양하게 먹어보지 못해서 유감이군요;; 입안도 헐어서(...사실 아직도 헐어 있....;;) 음료수만 마셔도 따끔거렸고, 더워서 제대로 된 음식보다는 달고 시원한 것만 찾다보니 그렇게 미식여행은 되지 못한 것이 유감입니다. 역시 미식여행은 날씨가 좀 선선하거나, 여럿이서 여행을 해서 정신적으로 좀 여유가 있을 때야....가능한 것 같습니다. (정말 누가 저랑 함께 라면 투어 가요....)
어쨌든 배도 채웠으니 (별로 찾을 생각은 없었는데 오던 길에 너무 튀어서 금방 발견해버린...) 빅 카메라로 출발!
그야 물론....도키메키 걸즈사이드2(+부탁받은 물건)를 구입하기 위함이죠.....
하여간 장난감 코너를 지나 DVD, 게임 판매 구역에 도착~
....했더니 곧바로 이런 포스터가 맞아 주더라는..... (쿨럭;;)
일본에는 무극이 영어판 제목으로 개봉되었군요.
그런데 사실 그것보다 신경 쓰이는 건......
PROMISE라는 제목 위의 글자를 잘 보십시오.
무려 사나다 히로유키X장동건 이라고 되어있습니다.
함부로 커플링 만들지 마라!! 왜곡하지 마!!!---라고 말해주고 싶군요;;; (그것도 무려 배우 커플링이라니...)
그리고 곧바로 눈에 들어오는....북두의 권 게임!!!
.............하지만 파칭코 슬롯트 게임. OTL............... (게다가 두 종류나 있다니;;;)
하긴 노부나가님도 몸을 팔아서 파칭코에 올인하시는 마당에....(퍽퍽...)
어쨋든 북두의 권 파칭코는 꽤 잘나가는 모양인지 빅 카메라 옆의 새로 개장한 게임/인터넷센터에서도....
.....단체고객에 한해서 게임 한판을 하면 저 부채를 주더군요.
가게 특성상 주로 어린이 동반 가족을 노리느라 린과 배트인가 봅니다....
.....하긴 그 외에 딱히 어린이가 공감할만한 어린이 캐릭터가 없긴 하지만;
(그나저나 배트는 왜 저렇게 느끼하게 자란 걸까....-_-;;)
사실 도우미 아가씨가 레이와 켄시로 부채도 들고 나왔는데!--곧바로 눈치빠른 여자 단체고객들이 싹쓸이;;
흑흑....나홀로 여행은 이래서 서러운거야?--라며 쓸쓸히 등을 돌려 빅 카메라로 향했던 것입니다........
이상하게도 유명한 것은 물론, 각종 (그 동안 게임소식에 소홀하다 보니) 들어보지도 못한 여성향 게임들은 디글거리면서 걸즈사이드는 없는 것입니다! 헉 왜인거냐! 그렇게 안 팔린 거냐 코나미! 이걸로 걸즈사이드의 약발도 끝??!---등등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며 게임지역 일대를 빙글빙글 돌다가 견본용 게임잡지 만화도 보고 엑스박스용 검호도 구경하고....참, 게임만화에는 파판12도 있었는데 뭔가....아쉐가 [겉으로는 쪼금 무리하려고 해 보지만 사실은 무척 여리여리 약해서 결국 그냥 남자들이 다 지켜주는 여자 캐릭터]로 나와서 위화감이;; 내 머리속의 아쉐는 우거어~~우리집 마석 내놔아아!!! 이 제국 놈의 쉑히들!--하며 도끼 휘두르는 공주님이란 말야!....랄까 왜 여자캐릭터에 대한 해석은 거기서 거기인 걸까??--라는 점이 아쉽더군요. 물론 남자캐릭터도 특정 유형이야 있지만, 여자캐릭터는 그보다 훨씬 더 유형이 제한되어 있어요. 그리고 (현재의)밧슈장군은....아쉐한테 몬스터가 덤벼서 꺄아~~하니까 달려와서 공주님~!--하고 타이밍 좋게 쳐내는 거 절대 못해! 아직 게이지 차는 중이란 말야!! (퍼억--!) 게다가 게이지가 차도 멍띵하니 멀뚱멀뚱 보고만 있을걸! 내가 아는 밧슈장군은 그런 사람이란 말야!!!
---라고 머리속으로 생각하다가....
허걱! 내가 왜 이런 오타쿠스러운 생각을! 이번은 건전한 관광여행이란 말야~ 우후후 건전~
빅 카메라는 언제까지나 용건일 뿐이지~~--하고 스스로를 간신히 다스렸.....
....다고 생각했지만 주변의 게임들의 유혹에 대략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젠장! 이대로는 안돼! 빨리 사서 나가야지!---라고 생각하며 정신 집중한 결과....
..........!!
저....저거!!!
있다아아아!!!! 드디어 발견!!
....그런데 아까 둘러본 장소인데 왜?? 없었지?--라 의문점을 느끼며 갔더니....
정작 그 아래 있어야 할 게임이 없어서;;;; 였던 것입니다........
결국 머리를 굴리다가 신작 게임에 있을 거라 판단, 앞쪽에서 다시 찾아서 멜티 블러드 옆에 있는 것을 발견.....
그런데 디스플레이는 딱 저거 밑에 쌓여있도록 세트해 둔 것 같은데, 왜 점프 게임으로나 땜빵해둔 걸까?? 특별 메모리카드는 어딨고??---에 대한 의문점이 풀린 것은 카운터에서였습니다.....일단 게임 자체도 팍팍 팔려서 재고가 거의 안남았고 메모리카드도 진작에 전멸이라는군요;;
이....그렇게나 굶주렸던 거야? 오사카 여성 게이머들;;
아무튼 이런 것만 봐도 적어도 일본만큼은 여자가 게임을 안 한다고 할 수가 없는 나라군요......
일단 빅 카메라에서는 스스로가 대견하게도 당최 살 것만 사고 나왔습니다만 순수한 관광여행이 이상한 데로 빠지는 것 같다는 염려감+문화적인 것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난비 시내에 있다는 인기 있는 절 호젠지(法善寺)에 가기로 했습니다.
가던 길에 발견한 중고서적 전문 노부나가 서점. (원숭이까지 같이 있음;;) 남성향 성인용 상품을 주로 취급합니다. 게이 포르노도 조금 있었는데 그림이 별로 없는 잡지라던가 (일본어 활자 빨리 못 읽음...), 비디오 종류밖에 없어서 (집에 VCR이 없음....) 조금 유감이었습니다.
일본은 절이나 신사가 생뚱맞게 주택가나 번화가 한가운데 있는 것이 흔히 보입니다. 호젠지도 갑자기 튀어나와서 처음에는 조금 놀랐지만....교토에서는 거의 일상다반적으로 보이더군요. 옆은 공사중인 듯.
정말 작은데 저 건물 두 채가 전부입니다. 뒤쪽으로 가면 다른 골목길이구요...
앞쪽 건물에 모셔져 있는 물 뿌리는 부동명왕. 국자가 얕아서 의외로 제대로 물 뿌리기 힘듭니다(...) 저는 발에나 간신히 닿아서 소원을 들어줄지 걱정되더군요. 적선은 했는데...!
관광객도 좀 있었지만 그보다는 시민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이 부동명왕이 첫번째 케이스였지만 갈수록 일본의 신앙은 다소 단순한 기복신앙적 측면이 유난히 강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실리주의적이라면 실리주의적이랄지....그냥 램프의 바바랄지(.....)
북오프에도 부탁받은 것이 있는 것이 생각나서 다음에는 난바역으로 향했습니다.
....그 전에 지쳐버려서, 가는 길에 쵸코 크라상과 믹스 쥬스로 원기회복.
제가 음식사진을 잘 못 찍어서 그렇지 제법 맛있었습니다....
자칭 오사카 명물인 믹스쥬스는 재료는 비밀(...)인데 바나나와 파인애플의 맛은 감지하겠더군요.
그런데 북오프 가는 길이 생각보다 꽤 위험했습니다.
치안이 위험하다는 게 아니라 지갑 사정이.....였습니다;
왜냐면 중고 게임 가게가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었던 것입니다-_-;
아아....참새는 방앗간은 못 지나치고 표범은 점박이를 못 바꾼다더니.....발이 멋대로.....
정말 이러깁니까 ㅅ님....너무하십니다 흑흑흑.....(퍽!)
처음에는 빅카메라에서 더 싸게 샀지~정도나 생각하다가 다음에 좀 깊숙히 가니 헉 이건 플스 때 하던 추억의 게임! 왜 이리 싼 거야! 헉 이건 플스 때 해보고 싶었던 게임!---해서......여하튼 이하 생략인 것입니다 쿨럭;
참, 유리 너머에 진열된 굿즈 중에는 이런 것도 있더군요.
........일본인 게이머가 보기엔 나름 신기한 걸까요? 내지는 설마 콜렉터가 있다던가....쿨럭;;
북오프는....최대한 (책과) 눈 마주치지 마!---모드였죠;; 볼 일만 보고 싹~~
.....그래도 빽빽히 꽂힌 죠죠의 기묘한 모험을 너무나 뚫어지게 쳐다본 나머지 타치요미 하던 총각을 조금 놀래키기도 했고(...)
결국 두권짜리지만 뭔가 지르긴 해버렸으니.....크윽.......;;
북오프를 나오니 꽤 어두워졌고, 식당 들어가기도 피곤하고 해서....편의점 도시락을 사서 호텔에서 먹었습니다.
연어, 계란, 다진 닭고기 덮밥. 반찬으로 새우튀김과 호박샐러드, 고기완자가 나왔습니다.
생각 외로 맛있었어요!
이렇게 첫날 오사카의 밤은 저물었습니다.
2일째는 고도(古都) 교토입니다!
개인적으로는.....[열하(熱夏)의 고도전설, 교토편]이라고 명명하고 싶긴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