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08.03.20 헤엄쳐라 붕어빵군 3
  2. 2008.03.04 헝가리 자살곡?-글루미 선데이 8
  3. 2007.12.09 아바렌보 혼야상 7
  4. 2007.08.14 히라이 켄 CNN 인터뷰 2
음악2008. 3. 20. 02:09
헤엄쳐라 붕어빵군
타카다 히로오 작사
사세 쥬이치 작곡





매일매일 우리들은 철판 위에서
구워지기만 하고 지긋지긋했어
어느날 아침 가게 아저씨와 싸우고
나는 바다로 도망쳤다네

처음으로 헤엄쳐본 바다속
정말 기분이 좋았어
뱃속의 앙꼬가 무겁지만
바다는 넓다네 가슴이 설레여
분홍빛 산호가 손을 흔들며
내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네

매일매일 즐거운 일 뿐
난파선이 나의 집이라네
가끔 상어가 못살게 굴지만
그럴 땐 그거야 도망치면 돼

하루종일 헤엄치면 배가 고프지
눈동자가 빙글빙글 돌아가버려
가끔은 새우라도 먹어줘야지
소금물만 먹다보면 팅팅 붓는걸
바위 아래 숨어있다 물었더니
그것은 자그마한 낚시바늘이었네

아무리 아무리 발버둥쳐도
바늘이 목에서 빠지지 않아
본 적 없는 바닷가의 아저씨가
나를 낚아올리며 놀란 표정 지었네

역시 나는 붕어빵이야
살짝 탄 붕어빵이야
아저씨는 입맛을 다시며
나를 맛있게 먹었다네



....귀여우면서도 은근히 잔혹(?)하고 우수가 서린 곡인데 일본에서는 아동곡이라는...
붕어빵 신세가 지긋지긋했던 화자(話者)는 가출해 바닷속에서 자유를 누리지만
결국 인간에게 잡혀 붕어빵답게 먹히고 만다는...
어떻게 보면 철학적인 내용?!

....그나저나 바닷물에 쩔은 붕어빵이 맛있으려나...
Posted by 시바우치
음악2008. 3. 4. 22:14
1933년 헝가리 작곡가 레조 세레즈가 쓰고 1936년 미국에 [헝가리 자살곡]으로 소개되 인기를 끈

글루미 선데이-우울한 일요일.

사실 워낙 다양한 버전의 가사가 있어서, 앞서 연주곡부터 들어봅시다.



곡 자체보다는 아마도 관련 전설들이 더 유명한 곡인데요.

실연당한 작곡가가 연인을 되찾기 위해 이 노래를 작곡하고, 이에 감명받은 연인은 다시 그에게 돌아왔지만, 얼마 안가 자살하고 만다...[글루미 선데이]라는 말만 쓰여진 유서를 남긴 채...이 소식을 들은 작곡가 역시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혹은 작곡가는 이 노래로 백만장자가 되었으나 그보다 훌륭한 곡을 쓸 수 없다는 콤플렉스에 시달린 끝에 자살한다. 그 후 유럽과 미국에서 이 곡을 듣고 자살한 사람들이 수두룩해 라디오에서 금지곡으로 지정된다. 그래서 이 곡은 헝가리 자살곡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그 밖에 30년대 어떤 프랑스 교향악단에서 이 곡을 연주하는데, 시작부터 드러머를 비롯해 단원들이 차례차례 무대 위에서 목숨을 끊고, 마지막까지 남은 바이올린 주자도 목을 메어 자살했다는...아무리 봐도 뻥인 게 너무 티가 나는 야설도 네이버 지식인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솔직히 너무 말이 안되서 웃기기까지 하잖아...-_-)

하지만 실상은 어떨까요? 듣는 이를 자살로 이끄는 곡이라니 딱 납량특집이나 호러영화의 소재로 적합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곡과 자살유발의 상관관계에 대한 정확한 통계적, 자료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만약 입증된다면 학계와 의료계에 크나큰 공헌이...) 작곡가 레조 세레즈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은 사실이지만 1968년의 일이구요. 작곡 계기와 실연이 상관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세레즈 본인의 실연이 아니라 친구였던 시인 라즐로 야보르가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에 써달라고 요청한 것이었습니다. 영화 [글루미 선데이]에서는 이게 뭐 삼각관계 (나중엔 독일인까지 더해 사각...-_-) 로맨스로 표현되던데 순전히 픽션화된 것이구요.

뭐 어찌되었든 그만큼 곡이 우울하면서 아름답기 때문일텐데요. 또한 유난히 가사 개작을 많이 거쳤기도 합니다.

일단 레조 세레즈의 오리지널 버전을 볼까요.

이곳의 헝가리어에서 영작된 가사를 번역했습니다.


가을, 낙엽이 떨어진다
지상의 모든 사랑이 죽었다
바람은 구슬프게 울고
이 마음 다시는 새로운 봄을 바라지 않으리라
나의 눈물과 슬픔은 전부 헛되었다
사람들은 무정하고 탐욕스럽고 악하다...

사랑은 죽었다!

세상은 끝이 났다, 희망은 의미를 잃었다
도시는 파괴된다, 포탄의 음악이 들린다
들판은 피로 붉게 물들고
거리에는 시체가 널려있다
나 여기서 조용히 기도한다:
주여, 인간은 죄인입니다. 실수를 합니다...

세상은 끝났다!



굉장히 염세적이고 절망적인 톤이 강합니다. 실연이고 자시고 하는 레벨이 아니지요. 정말로 세기말적 절망이 느껴지는 강력하면서 직설적인 가사입니다. 그래서인지 가장 덜 알려진 버전이기도(...)
덧붙여 이 버전을 헝가리어 그대로 들을 수 있는 링크는 이곳.

그런데 이 노래의 의뢰자이자 친구인 라즐로 야보르는 그래도 명색이 시인인지라...이 가사가 시적 로망이라던가 대중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서인지...

개작을 했습니다.


하얀 꽃 수백 송이 흐드러진 우울한 일요일
내 사랑, 기도하며 그대를 기다렸네
꿈을 쫓던 어느 일요일 아침
그대 없는 슬픔의 마차만 돌아왔네
그 날부터 일요일은 영원한 슬픔의 요일
마시는 건 눈물이요 먹는 것은 슬픔뿐이니

우울한 일요일

마지막 일요일, 사랑이여 부디 와주오
신부와 관, 영구차와 수의가 기다리니
그대에게는 꽃다발을, 꽃다발과 관을
울창한 나무 아래 마지막 여정을 떠나니
최후까지 그대 볼 수 있게 두 눈 크게 뜨고 가겠소
내 눈을 두려워 말아요, 죽음에서조차 그대를 축복하는 것이니..

마지막 일요일



....이건 개작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것이 전혀 다른 내용이 되버려서(...)
인류 자체로써의 절망이 여기서는 개인 레벨, 그것도 실연한 연인의 레벨로 포커스 되었습니다.
'꽃'이라는 표현의 남발 등 죽음을 미화하는 낭만적이고 시적인 톤과, 자살에 대한 더 노골적인 암시가 (그것도 눈 뜨고 죽겠다는...) 개인적 차원의 절망감을 멜랑꼴리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요.
사실 덕분에 이 곡이 대중화되기도 하고, 영국, 미국에 영작되어 소개되어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헝가리 자살곡]은 미국 로컬라이징 마케팅 과정에서 만들어진 용어입니다.

미국인 가수이자 작사가인 샘 루이스가 야보르의 가사를 바탕으로 개작한 것이 후에 폴 롭슨도 부르고, 빌리 할리데이도 부르고, 사라 맥라한도 부르고, 헤더 노바도 부르고, 자우림의 김윤아와 MC Sniper도 부르거나 조금씩 인용한 [글루미 선데이]의 가장 대중적인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요일은 우울하네, 잠 못 이루는 시간들
사랑이여, 나는 수많은 그림자와 살아가네
작고 하얀 꽃들조차 그대를 깨우지 못하네
슬픔의 검은 마차가 데려갔으니
그대 돌려주지 않는 천사들은
내가 그대와 함께한다면 분노할까

우울한 일요일

일요일은 우울하네, 그림자와 보내는 나날들
이 마음과 나는 모든 것을 끝내려 하네
그리고 촛불과 슬픈 기도가 이어지겠지
그들이 슬퍼하지 않기를, 나는 기쁘게 그대를 뒤따르니
죽음은 꿈이 아니라네, 죽으면 그대를 어루만질 수 있으니
마지막 한 숨까지 그대를 축복하리

우울한 일요일

꿈이었네, 나 꿈을 보았네
깨어나 마음 속 깊이 잠든 그대를 발견하네
사랑이여, 내 꿈 두려워 말기를
이 마음 그토록 그대를 갈망했을 뿐이니

우울한 일요일


뒤의 [꿈이었네] 부분은 개작에도 불구하고 곡이 여전히 자살, 혹은 죽은 연인과 함께하고 싶다는 절망감을 담고 있기에 레코드사의 압력으로 추가했다는 일설이 있습니다. 실화인지는 불명이지만 분명한 것은 곡의 절망감을 어느 정도 순화, 완화시키기 위한 장치로써 기능한다는 점입니다.

아무튼 뒤로 갈수록 순화되고 낭만적으로 변해온, 덕분에 대중적인 인기와 함께 각종 전설을 탄생시켰던 [글루미 선데이]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헝가리 근현대사를 보면 작곡가가 자살한 게 별로 저주같은 부자연스러운 원인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저 곡이 쓰여졌던 30년대 헝가리는 대공황의 타격을 크게 받고 있었고 나치 독일에 경제적으로 기댈 수밖에 없었으며 파시즘이 판치고 반유태인 법이 몇개나 개정되는 등 매우 뒤숭숭한 정국이었습니다. 따라서 독일의 전쟁에도 우방국으로써 참가해야 했고 불가침조약을 맺은 사이였던 유고슬라비아 침공에도 참전할 수밖에 없어, 이에 수치심과 분노를 느낀 헝가리 수상 텔레키가 자살을 합니다. 게다가 독일과 소련 사이 길목에 놓인 바람에 히틀러의 개뻘짓 스탈린그라드 침공에도 가세하여 헝가리 군력의 대부분을 소진하고 역전한 소련군에게 침공당해 2차 대전 후에도 소련 치하에 헝가리인들은 처참하게 고통받게 됩니다. 뭐 헝가리에서 끔찍한 차별을 당하고 유태인 대학살 사망자의 3분의 2에 달한 헝가리 유태인들이 봤을 때는 정당한 응징일 수도 있겠지만요. 이처럼 2차 대전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로써의 국가적 입장이 가장 극명하게 공존했던 나라인 셈입니다.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새우면서 동시에 프랑크톤 대학살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입장이랄까요. 이런 환경에서 작곡가가 살아왔다고 생각하면, 그런 절망적인 가사가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저도 괴담이나 불가사의 사건을 재미있어하는 종족 중에 하나이지만, 대개 이 곡을 논할 때 이런 역사적 배경을 제거한 채 그냥 [자살유발곡]이라고만 하니 아쉽기도 하고 좋은 역사교육(!)의 기회가 묻히는 것 같아 몇 자 적어봤습니다. 괴담이나 전설의 근원을 찾아가면 시시하다고 실망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더 흥미롭거나 혹은 이야기보다도 더 처참하고 무서운 현실이 배경이 될 때가 많지요. 이야기, 픽션, 예술이란 것은 사실 현실도피라기보다는 현실을 어떻게든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한 필수적 생존수단이라는 생각이 가끔 드는 요즘입니다.

...뭐 어찌됐든 헝가리는 이 곡을 적절히 관광산업에 활용하고 있긴 합니다만...
부다페스트의 Kispipa Vendéglő라는 유서깊은 레스토랑은 이 노래를 연주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지요.
그리고 수많은 가수들이 이 노래를 리메이크하여 불렀습니다만 대체로 멀쩡히 살았던 걸로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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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만화2007. 12. 9. 22:39



북오프에 있길래 산 [아바렌보 혼야상] 1, 2권.

만화가 겸 서점 점원인 쿠제 반코가 서점에서의 자잘한 에피소드를 재밌게 그려낸 만화입니다.

그 중 1권에서 너무나 가슴 때리는 일화가 있어서 졸역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문제 생기면(=국내 정판이 나오면)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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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음악2007. 8. 14. 04:20

2006년 12월 CNN의 토크 아시아 일본특집에서 방영된 히라이 켄 인터뷰 번역입니다.

원문은 이곳.

광고 도중 해서 총 3개 파트로 진행됩니다.


PART 1 동영상 링크

안녕하세요, TALK ASIA의 안잘리 라오입니다. JAPAN NOW 특집으로 도쿄에서 인사드립니다.
오늘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가수 중 한분이신 켄 히라이씨와 함께합니다. 일본 R&B의 제왕으로 J-팝계에서는 드문 소울 보이스의 가수이시죠.

KH(켄 히라이의 약자): 저는 스스로를 소울 음악을 사랑하는 J-팝 가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싱글시디를 계속해서 찍어내는 다른 히트 가수들과는 달리, 켄씨는 자신만의 여유를 두고 창작하시죠.
오늘은 저희 TALK ASIA를 스튜디오로 초대해 주셨습니다.

AR(인터뷰어 안잘리 라오의 약자): 안녕하세요, 켄. 2004년 이후로는 앨범을 내지 않으셨지만 현재 새로운 싱글을 준비 중이라고 하셨는데요. 그 동안 어떻게 보내셨나요?

KH: 2005년에 새 싱글을 내고 10주년 기념 베스트 앨범을 출시했습니다. 올해는 꽤 바빴는데요, 여름에는 새 싱글을 냈고 도중 도중에 10주년 기념 콘서트 투어를 했어요. 꽉 짜인 여름 투어도 마쳤구요. 현재는 스튜디오에서 다음 싱글을 녹음 중입니다. 간단히 말씀 드리자면,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AR: 앨범 발매시기가 원래 특징적이긴 하시죠? 새 앨범을 하나 출시하고, 장안의 화재가 되었다가 어느 틈에 굉장히 조용해지는 패턴이잖아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KH: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단지 앨범 녹음이 워낙 힘든 작업이라 시간과 공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에요. 최근에 들어서는 주로 연말에 새 앨범이 나왔으니까, 새해가 오면 잠시 한숨 돌리는 거죠. 그렇다고 아예 쉬는 건 아니고 계속 음악을 만들고 있어요. 단지 제작현장에서만 일하니까 대중이 봤을 땐 그 동안은 일하는 것으로 안 보이는 거죠.

AR: 수천 수만명의 팬들이 따르고, 수상도 많이 하셨고, 지금까지 많은 것을 이루셨는데요. 보통 일본 하면 R&B를 떠올리지는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런 굉장한 반응에 놀라지 않으셨어요?

KH: 전 R&B를 사랑합니다. 스티비 원더와 도니 해서웨이의 70년대 음악부터 소위 말하는 요즘의 뉴 클래식 소울의 디안젤로의 음악까지, 전부 좋아합니다. 그런 스타일의 음악을 J-팝에 도입하면서 결과적으로 일본 시장을 위해 만들게 되었구요. 하지만, 저 자신을 순수한 R&B 가수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특히 최근의 노래들을 보면요.

KH: 오늘의 저는 자신을 소울 음악을 사랑하는 일본의 J-팝 가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2000년 경에 미국 R&B 음악의 스타일을 많이 의식한 것은 사실입니다.

AR: 그래도 켄씨의 목소리로는 쉽게 주류 J-팝에 편승할 수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R&B의 어떤 점에 감동해서 지금의 작품 방향성을 결정하게 했나요?

KH: 요즘은 워낙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만들고 있어서 순수한 R&B 가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처음에 R&B에 끌린 것은 오로지 그 음악이 좋아서 였습니다. 그리고 마침 타이밍 좋게 일본에서 R&B 붐이 일어서 득을 본 것도 있었죠. 당시 저는 데뷔한지 5년째였는데 그다지 성공적이진 않아서, 어떻게 대중에게 받아들여지고 포용될 수 있는지 여러가지 시도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AR: 공연 뿐이 아니라 요즘 팝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스스로 작곡도 하시는데요. 작업 과정은 어떻게 진행 하시나요? 순간적으로 영감이 오는 편인가요, 아니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작업인가요?

KH: 일단 저는 음악적인 가정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악기 연주도 잘 못해요. 그래서 음악에 대해서는 순 초짜인 채로 데뷔한 거지요. 음악적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흥얼거리거나 영감을 받아서 음악을 만들게 되요. 음악 이론은 잘 모르고, 음표를 읽거나 쓰지도 못해요. 대신에 일상에서 관찰을 하고 그런 감정을 가사로 쓰고 곡으로 만드는 것이지요,

AR: 하긴 부모님은 그다지 연예계 계열이라고는 할 수 없지요. 아버님은 건축가이시고, 어머님은 음악은 거의 안 들으시는 가정주부라고 들었는데요. 그런데도 어떻게 이렇게 음악적인 아드님이 나왔을까요?

KH: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주 어렸을 때부터 노래하기를 좋아했습니다. 음악 프로그램만 나오면 텔레비전 앞에 찰싹 들러붙어 모조리 챙겨보았지요. 지금도 왜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냥 타고 난 것 같아요. 단지 분명한 건, 어렸을 때도 세상 그 어떤 것보다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다는 사실입니다.

AR: 제 2부에서 세계적인 음악의 전설과 함께한 무대를 말합니다.

이 세상 어떤 사람보다도 그 분 앞에서 한없이 겸허해집니다.


PART 2 동영상 링크

AR: TALK ASIA, 오늘은 켄 히라이씨와 함께 합니다.
켄, 1992년 소니 오디션에서 7500명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음반 계약을 따내셨지요. 그 날의 감상을 표현하면?

KH: 그 날요? 정말 행복했어요. 평생 그 날을 잊지 못할 거에요. 일분 일초까지 뇌리에 남아 있거든요. 그 때 저는 20세의 대학교 3학년이었죠.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가수가 되는 것을 꿈꾸고 있었어요. 물론 오디션에 붙었다고 곧바로 프로 가수가 되지는 않았지요. 굉장히 큰 스케일의 오디션이라 1년이나 걸렸죠. 결승까지 오른 참가자들은 각자 의상 디자이너와 매니저가 붙어 있었어요. 모든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KH: 그 때 사귄 친구들이 아직도 있어요. 말하자면 라이벌 사이였죠. 지금도 기억 나는데 첫번째 오디션에 합격하고 대회장을 빠져나와 대학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요즘처럼 핸드폰이 없어서 공중전화로 걸었는데, 수화기에다 대고 막 울었어요.

AR: 켄씨는 매우 섬세한 분이라는 느낌인데요. 오래 가려면 낯이 좀 두꺼워야 하는 업계에서 힘들지 않으셨어요?

KH: 제가 섬세하고 수줍음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음악계에서는 워낙 강하고 공격적인 분들이 많으니까,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구요. 때로는 음악방송 촬영 때 다른 연예인들을 볼 때마다 제가 있을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결국은 노래를 좋아하는 마음이 그런 소심함을 이겨냅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가수 일을 할 수 있는 거지요.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도 긴장은 합니다.
그리고 야심도 별로 없으니까, 사실 성격적으로 보면 공무원이 딱이지요.

AR: 그렇게 말씀하시니 놀랍군요. 수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으면서 정작 본인은“나는 스타도 아니고, 실패를 두려워한다”고 하시니까요. 혹시 내심 지금까지의 성공이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을 때도 있으세요?

KH: 작은 실패는 수없이 많았고 제가 시도한 게 전부 다 성공적이진 않았어요. 그래서 딱히 현실감이 없을 정도로 순탄한 커리어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확실히 혜택을 입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AR: 그리고 스티비 원더의 가장 유명한 곡을 본인의 초청으로 무대에서 함께 부르셨죠. 그런 유명인과 함께 관객들 앞에서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를 부르는 기분은 어떠셨죠?

KH: 이 세상 어떤 사람보다도 그 분 앞에서 한없이 겸허해집니다. 너무나 훌륭한 분이시고 끝없는 영감을 주십니다. 부쉬 대통령보다 그 분을 뵐 때 더 긴장할 겁니다. 그 정도로 스티비 원더는 제 안에 큰 자리를 차지하는 분입니다. 그 날은 너무 긴장을 해서 솔직히 지금은 거의 기억이 안 나요. 하지만 아주 상냥한 분이셨다는 것은 기억합니다.
콘서트 전에 무대 뒤에서 사람들이 원으로 서서 손을 잡고 기도를 하는 곳에 갑자기 불려갔어요. 스티비 원더 바로 옆으로 밀려났고 그 분의 손을 잡았지요. 옆에 있는 게 저인 줄 모르셔서, 매니저가 가르쳐 주셨어요. 그러고 나서 그 분이 함께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를 부르자고 하셨어요.

AR: 켄씨가 한 일 중 아마도 가장 무서운 것은 뉴욕 할렘의 아폴로 극장에서 노래하셨을 때가 아닐까 하는데요. 이름 있는 R&B 가수라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이기는 하지만 야유 당해서 무대에서 쫓겨나는 것도 드문 일은 아니죠. 아폴로에서의 경험은 어떠셨나요?

KH: 맞아요, 정말 무서웠습니다. 아폴로에는 마이클 잭슨부터 스티비 원더까지 모든 사람들이 아마추어 나이트 (amateur night-연극, 음악 공연장에서 아마추어들만 공연하는 밤) 공연 전에 반드시 만졌다는 나무 그루터기가 있어요. 노래하기 전에 그 나무를 만지면 성공한다는 징크스가 있다고, 리허설 때 수백번이나 들었어요. 하지만 너무 패닉한 나머지 무대에 오르기 전에 나무를 만지는 걸 잊었어요. 물론 야유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아직도 그 사람들 얼굴이 기억 나요. 하지만 마지막까지 노래를 끝마쳐서 큰 박수를 받았어요. 스티비 원더의 "Lately"과 "Amazing Grace"를 불렀어요. 두 곡 다 무사히 끝까지 불러서 안심했습니다.

AR: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R&B 가수 베이비페이스가 켄씨가 영어로만 노래한다면 충분히 국제적으로 히트칠 수 있을 거라고 했지요.

MTV Unplugged 중-무대 위의 켄 히라이: “다음 곡은 베이비페이스의 'Missing you'입니다.”

AR: 그래서 세계정복은 계획에 있나요?

KH: 그 분의 칭찬을 정말 감사하게 받아들였지만, 너무 잘 봐주신 게 아닌가 해요. 절 지나치게 과대평가하시는 것 같아요. 물론 세계적인 인기는 멋지죠. 하지만 모국어인 일본어로 노래를 하는 것에 많은 애착을 느낍니다. 그렇다고 국제적으로 알려지는 것이 싫다던가 세계진출을 포기한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일본어로 일본 노래를 부르는 것은 진심으로 즐겁습니다.

제 3부에서-주부들의 가슴을 설레이는 독특한 외모! 하지만 본인의 생각은?

KH: 사실 10대일 때만 그런 게 아니라 지금도 제 얼굴이 별로 마음에 안 들어요.


PART 3 동영상 링크

MTV Unplugged 중:“안녕하세요, 도쿄에서 온 켄 히라이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네요.‘저 사람, 정말 일본인이야?’네, 순수한 토종 일본인입니다.”

오늘은 일본 R&B 스타, 켄 히라이와 함께 합니다.
켄, 당신의 외모는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지만, 정작 10대 때는 진심으로 얼굴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셨다죠? 전형적인 일본인의 얼굴이 아니라 불만이었다구요. 무엇을 바꿔서 어떤 얼굴이 되고 싶었던 거죠?

KH: 사실 10대일 때만 그런 게 아니라 지금도 제 얼굴이 별로 마음에 안 들어요. 일본에서 태어나서 일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데도 일본인으로 봐주지 않는 것이 불편해요. 물론 지금은 사람들이 제 얼굴을 아니까 그런 일은 좀처럼 안 당하는 편이죠. 하지만 이전에는 일본인들이 저에게 영어로 말을 걸거나, 어린애들이 저를 둘러싸며 “외국인이다!”라고 외치고 그랬어요. 게다가 키까지 크니까, 콤플렉스가 있었죠. 부정적으로도, 긍정적으로도 외모가 튀는 것 같아요. 그래도 여전히 제 외모에는 불편함을 느낍니다.

AR: 하지만 올해 초에 아시아의 섹시남 100인을 뽑는 설문조사에서 상위권에 들었잖아요. 축하합니다! 지금도 외모가 불편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추종을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죠?

KH: I솔직히 현실감이 없어요. 제 사생활은 아주 평범하거든요. 일과는 별개로 구별해 두죠. 평소에는 누군가에게서 섹시하다는 소리도 못 듣고 접근해오는 사람도 별로 없어요. 굉장히 심플하고 평범하게 사니까 그 설문조사가 별로 와 닿지 않네요. 혹시 허위정보를 가지고 제작된 거 아닌가요?

AR: 외모도 독특하고, 음악도 확실히 독특하고, 게다가 최근에는 “바이 마이 멜로디”라는, 수영복 차림에 커다란 인형 머리를 뒤집어쓴 사람 둘이 춤을 추는 배경으로 노래를 부르는 뮤직비디오를 내셨죠. 뮤직비디오로써는 상당히 희한한 컨셉인데요. 제작과정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KH: 일단 일본과 미국의 뮤직 비디오 제작은 예산과 문화 면에서 굉장히 다릅니다. 일본식으로 만드는 게 재미있어서 제작과정을 즐깁니다. “바이 마이 멜로디”와 그 전에 나온 “팝스타”는 둘 다 신나는 팝송이라 기존의 뻔하고 진지한 뮤직비디오는 갈아치우기로 했어요. 뭔가 이상하고 비정상적인 걸 만들고 싶었어요. 웃길 것 같으니까요. 사실 모든 공은 감독님 것입니다. 저는 감독님 아이디어를 따랐을 뿐이구요. 함께 이 컨셉을 표현해 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전 이런 이상한 게 좋아요.

AR: R&B의 미래에서 당신이 차지할 자리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죠?

KH: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제 음악에 대한 대답과 비슷합니다. 저는 일본과 미국의 새로운 음악 트렌드를 즐겨 듣고, 지속적으로 영감을 받습니다. 하지만 순수히 노래와 음악을 사랑하는 한 뮤지션으로 남고 싶습니다. 제 노래에 좀더 호소력을 넣고, 다른 가창법을 발달시키고 싶습니다. 그리고 진작에 했어야 하지만, 음악적 지식을 좀더 쌓아야 합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쓰고 싶고 공연 실력도 키우고 싶습니다. 미래의 제 모습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은 없습니다. 단지 예술가로써의 감각에 충실히 따르며, 음악의 재능도 키워갈 뿐입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멋진 음악을 만드는 것입니다.

AR: 감사합니다.



....본인이 저렇게까지 토종 일본인이라 우기니 그냥...그려러니 하고 체념하게 되는 심정.
이것이 팬(시디를 구입했으니 이제는 당당한 팬...)의 마음가짐인 것인가...
하지만 모 드라마에 나왔던 영상을 보고 이건 일본인 여자와 외국인 유학생 내지는 이주노동자 총각의 사랑이야기인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버리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보다 개인적인 수확은 일련의 괴상한 뮤직비디오들이 역시 히라이 켄 본인의 센스였다는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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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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