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2010. 10. 25. 00:27


...라는 포스팅을 보고 바로 생각난 것은 핀란드 듀오 Armi & Janny의 I Want to Love you Tender

뮤직비디오라는 매체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초창기에 만들어진 비디오입니다. 감독이 무대를 찍을지 영화를 찍을지 감을 못 잡은 것이 눈에 보일 정도(...) 뭐 그 분야의 선구자인 마이클 잭슨 전에는 다들 좀 모호했죠.

그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함 때문에 2000년대 초 much more music 채널에서 역대 최악의 뮤직비디오 1위를 차지했는데, 사실 노래 자체는 좀 옛스럽고 은근 정겨운 멜로디에, 마치 에어로빅같은 안무와 분신술같은 연출이 너무나 강렬하여 수많은 패러디와 안무 따라하기 유행을 양산했습니다.

 

히라이 켄의 바이 마이 멜로디.
역시 노래는 평범하게 좋은데....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보기에 따라서는 웃기다기보다는 무서울 수 있는 비디오...ㅎㅎㅎ
참 센스가 좋은 가수입니다...




개그 패러디 가수 얀코빅의 96년작 Amish Paradise. 힙합가수 쿨리오의 갱스타 패러다이스의 패러디곡.

사실 얀코빅의 비디오들이 전반적으로 웃기기는 한데, 이것부터 기억난 이유는 원곡은 전형적인 폭력과 돈, 섹스로 얼룩진 갱스터 인생을 후회하는척 하며 찬양하는 힙합노래인데, 여기서는 종교적 교리에 따라 지극히 금욕적이고 중세적인 삶을 사는 애미쉬 교도들의 삶을 묘사하고 있어서 대비가 극과 극이라 패러디로써도, 유머로써도 매우 출중하기 때문입니다. 가사도 매우 재미있습니다...ㅎㅎㅎ




R 켈리의 드라마풍 뮤비 Trapped in a Closet 시리즈...뮤비에 스토리 넣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대놓고 (막장) 드라마를 진행하고 해설하기 위해 노래 멜로디도 단순하게 정해져 있고, 모든 캐릭터의 대사도 가수 본인이 다 노래하고 스토리는 막장의 막장을 달립니다. 시작은 클럽에서 만난 여자 집에서 깨어난 주인공 (유부남)이 여자 남편(목사)와 실랭이를 벌이다가 분노한 여자 남편도 충격 커밍아웃(게이였음)하고 집에 온 주인공은 아내의 불륜을 눈치채는데...!? (헉헉...) 우리나라 막장드라마와의 차이점이라면 고부갈등이 안 나오고 대신 툭하면 다들 총을 휘두른다 랄까요....너무나 응용도가 높은 데다가 별 시시껄렁한 대사까지 (아침 뭐 먹을래? 시리얼?) 다 가사가 되어 노래부르는 괴랄함 때문에 역시나 수많은 패러디를 낳았으며 미국에서는 문화현상이 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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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음악2010. 1. 10. 22:37


켈트풍의 발라드(물론 신승훈 발라드가 아니라 민요라는 의미의) The Bonny Swans입니다.

캐나다의 저명한 켈틱+월드뮤직 싱어송라이터 로리나 맥케닛의 앨범 The mask and the mirror에 수록.

본가나 집구석 어딘가에 시디가 있긴 할텐데 마침 유투브에 있으니 이쪽으로 올립니다.

어쨌든 포스팅에서 말하고 싶은 건 가사의 내용에 대해서인데...웹에 마음에 드는 번역이 없어서 적당히 끄적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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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음악2009. 9. 1. 01:16


어릴 때 왠지 몰라도 집안에는 각종 뮤지컬 사운드트랙 CD가 굴러다니곤 했습니다.
(아울러 퀸이나 시카고나 각종 클래식 음반도 지금까지 남아있는데 원인은 어머니의 취미.)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캣츠] [에비타] 등 유명한 작품 중심이었는데

문제는 CD 형태로 처음 접하다 보니 무대극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장황한 드라마 CD로 잘못 받아들였고(...)

그리고 원래 아동용 극이 아니다보니 내용에 있어서 이해하기 어렵거나 납득할 수 없었던 점이 많이 있었습니다.

가령 [오페라의 유령]만 해도 여주인공의 가증스러움과 짜증스러움에 치를 떨었는데 뭐 무대극을 그대로 만들었다는, 떡대 팬텀이 얼굴의 4분의 1만 가리고 나오는 영화판을 보니 원래 의도가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응?)

아마 [레미제라블]이 가장 좋았던 것은 원래 원작이 친숙하기도 했고, 선과 악과 구원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절대 주인공과 메인 악역이 아저씨라서가 아니라...뭐 그것도 있겠지만...

하지만 가장 이해가 안 갔던 것은 (그리고 더더욱 분하게도 노래는 좋아서 계속 들을 수밖에 없던!) [마담 버터플라이]의 베트남 전쟁판인 [미스 사이공]이었습니다. 아시겠지만 전쟁고아인 베트남 처녀 킴과 미군 크리스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리고 있습니다. 서양 남성과 타자로 설정된 동양 여성 커플이니 디플트로 오리엔탈리즘을 깔고 있고, 이 둘 사이에 아이(왠지 아들!)가 태어나는 점, 남주인공이 모국에 돌아가 다른 여성과 결혼해 삼각구도가 성립된다는 점, 그리고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에게 아이를 맡기고 자살하는 결말이 동일하죠.

여성(그것도 동양인 여성)이 희생되는 구도라던가 뭐 답답하기 짝이 없으니 당연히 초딩의 뇌구조로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왠지 요즘 뮤지컬이 땡겨서 다시 들어보니 감회가 새롭더랍니다.

그리고 어느덧 초딩에서 극중의 주인공들보다 나이가 먹어버린 저는 진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러니까 애들은 연애를 하면 안돼...........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교훈

보아하니 킴은 17살 정도밖에 안되고 크리스는 아마 20대 초반 언저리일 거고...즉 애들이지요.

이런 뭣도 모르는 꼬꼬마들이 전쟁통에 사랑한다고 설쳐봐......끝이 좋을 리가 없잖아?

마치 순진한 여고생이 오빠만 믿고 맹목적으로 언제 데리러 오겠지 만나겠지 이러고 있는 셈이고, 반면 전쟁으로 인한 정신적 외상으로 흔들리고 그녀가 죽었다고 생각한 남자는 새 출발을 원할 수밖에 없지. 그리고 오리엔탈리즘이고 여성차별이고를 넘어 비극의 연인들이라는 영원불멸의 주제를 너무나 잘 관통시켰기에 이 뮤지컬이 지닌 오랜 생명력이 납득이 갑니다.

잘 보니 [마담 버터플라이]와의 차이점은 그쪽에서는 남자와 새 부인이 아이를 데려가려 하고 그런 입장에 처한 나비부인이 자살하는 것은 긍지 때문인데, 좀 현대적 시대의 [미스 사이공]에서는 솔직히 새 부인에게 남편의 다른 전처에게서 난 듣도보도 못한 애를 키우라는 희생은 너무하니 그런 의미에서 거부하고, 그리고 아이를 친모에게서 앗아갈 수는 없다는 사고방식으로 거부해서 어떻게든 아이를 맡게 하기 위해(=미국에서 혜택된 삶을 누리게 하기 위해) 자살하는 식으로 미묘하게 틀립니다. 사실 전후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아무리 크리스 부부의 원래 의도대로 경제적 원조를 해 준다고 해도) 아이가 자라길 원하는 부모는 어디에도 없을 겁니다. 반면 베트남과 미국을 오가며 혼혈아들의 수색과 입양을 관리하는 일을 해서 현지 상황에 밝은 크리스의 친구 죤은 킴이 그 정도로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던 거죠. 여기서 킴의 절박감에 대한 각자의 이해 차이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덧붙여 [마담 버터플라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스 사이공]의 엔딩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훨씬 잔인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왜냐면 전자 쪽에서는 적어도 아이만은 아버지가 데려다가 키울 것이 확실한데, 후자에서는 확정이고 뭐고 전혀 없거든요. 그래서 연출가에 따라서는 킴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 크리스의 미국인 부인이 킴의 아이를 껴안는 연출을 끼워넣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몇년 동안 끈질기게 킴을 스토킹해서 결혼하려는 정혼자이자 사촌오빠인 투이는...킴이 왜 싫어하는지 알겠더라는; 호치민 정권의 공산당 장교라고 하니 좀 유능할지도 모르지만 여자 대하는 데에서는 완전히 찌질남이잖아! 사실 지금의 입장이면 아무 여자와도 결혼할 수 있을 텐데도 굳이 킴을 찾아다닌 것을 보면 가부장적 책임감은 강한 것 같지만 그것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어쩌면 당연하게도) 여자에게는, 특히 모성에게는 위협적인 존재.
 
반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감상이 있다면 바로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엔지니어라는 점. 짝퉁 롤렉스 시계를 팔기도 하는 포주인데 감초 역이자 전체적으로 암울한 극의 중대한 개그캐릭터입니다. 치사하고 다소 야비한 협잡꾼이자 사기꾼 기질의 인물인데, 기가 세지는 못해서 금방 설설 기고, 전적으로 자기 이득을 위해서긴 하지만 킴과 킴의 아이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시궁창같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향상심 강한 몽상가 기질도 있습니다. 전체 극 중에서는 그나마 '밝은' 인물이라고 할까요. 역시 결말을 생각하면 좀 암울할 수도 있지만...

동양풍 멜로디를 적절히 섞은 음악이 좋습니다. 리아 살롱가의 순수한 연심과 강렬한 호소력을 동시에 지닌 목소리는 어린 처녀이지만 강인한 어머니이기도 한 비극의 여주인공에 잘 어울립니다. (그래서인지 에포닌도 함...) 뻔뻔스러운 듯 속물스러우면서 탄탄한 베테랑의 매력이 느껴지는 죠나단 프라이스의 연기도 훌륭합니다. 다시 들어도 기분이 행복해지고 가벼워지는 종류의 뮤지컬은 결코 아니지만 역시 음악이 좋아서 몇번이고 듣게 되네요.
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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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음악2009. 8. 5. 22:49
원고중에 듣는 사운드트랙을 업데이트하기 위해 구한 음원 중에 일본어판 [레 미제라블]이 있는데

여기서 [One More Day] 말입니다만, 도입부의 장발장의 파트에서

these men who seem to know my crime
will surely come a second time

(내 죄를 아는 그 남자들이
다시 여길 찾아 오겠지)

라는 가사가 있지요.
강도 테나르디에 일당을 자베르의 추격대로 착각해서 위기감을 느끼는 내용입니다.

근데 이게 일본어판에서는...

男たちはまた
俺を追いかける

(남자들은 다시
나를 쫓아 오겠지)

...라는...전혀 아무런 맥락 없이 그냥 남자들이 왠지 쫓아 온다는 식으로만...

괜시리 이런 게 연상되잖아....




그러니까...장발장은 19년 동안 감방 생활을 했구요...

힘이 장사라서 [기중기 장]이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하구요...
 
18세기 감방에는 샤워실과 비누는 없었겠지만 그것이 상징하는 등짝이 없었을 리는 없구요...

즉 오랜 감방생활 동안 처음에는 험한 일을 겪다가 경험치가 쌓이면서 본의 하니게 짱(...) 먹어버린 장발장...

별로 그럴 의도는 아니었으나 타고 난 기운 덕분에 절륜대왕 기중기 장이라는 전설이 되어버리고

출소 후에도 그의 절륜함을 못 잊어서 쫓아오는 전과자들이 사실 자베르 경감보다 더 난감했던 것이다...!

아악~ 일판 레 미제라블은 썩었어!!!!!!
절대로 뭐시기한 원고를 하느라 내가 민감해진 건 아님

...다른 얘기지만 장발장 하면 늘 생각나는 게 어릴 때 읽은 조선일보 칼럼에서 마광수 교수가 레 미제라블을 평하면서 장발장이라는 인물은 너무 비현실적으로 가식적이고 위선적이다, 그 증거로 왜 코제트를 안 건드렸냐, 마리우스에게 주기 싫으면 자기가 먹으면 되잖아~라는 키잡설을 토대로 한 비판을 했는데

씁 키잡만이 남자의 로망은 아니잖소 완전소중 나의 마돈나라는 것도 있는데...라고 대꾸해주고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19년 감옥에 있던 덩치남의 처지를 마교수님이 너무 간과한 게 아니신가 싶습니다 흑(...)

게다가 그 동안 뭔가 몹쓸병이 걸렸을지도...차라리 장발장 고자설이면 모를까 위선적이라는 건 너무하십니다.

Posted by 시바우치
음악2009. 6. 26. 17:24


최초로 본 마이클 잭슨 뮤비가 [Remember the Time]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인디아나 존스] 팬이라 이집트 배경에 눈이 갔던 것 같네요.

당시 최첨단 CG와 신비로운 파라오의 궁전, 이집트 벽화를 인용한 특이한 안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잘 보면 파라오가 에디 머피, 광대들을 선언하는 관리가 매직 존슨인 등 카메오도 충실.

명복을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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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음악2008. 4. 15. 23:13


무심코 라디오를 듣다가 아니! 이 노래는! 하고 낯익음을 감지해 올려봅니다.

70년대 3인조 남성 그룹 GARO의 히트곡, 학생가 찻집(学生街の喫茶店)...

제가 이 곡을 알게 된 경위는 바로...



이 동영상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집착의 동영상이죠(...)

다양한 곡 중에서도 학생가 찻집은 유독 길게 들어있는 편이었고,

강물에 둥둥 떠내려가는 토키의 모습이 너무 강렬해서 특히 인상에 박힌 듯(...)

아무튼 옛날 유행곡이지만 지금 들어도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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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음악2008. 3. 20. 02:09
헤엄쳐라 붕어빵군
타카다 히로오 작사
사세 쥬이치 작곡





매일매일 우리들은 철판 위에서
구워지기만 하고 지긋지긋했어
어느날 아침 가게 아저씨와 싸우고
나는 바다로 도망쳤다네

처음으로 헤엄쳐본 바다속
정말 기분이 좋았어
뱃속의 앙꼬가 무겁지만
바다는 넓다네 가슴이 설레여
분홍빛 산호가 손을 흔들며
내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네

매일매일 즐거운 일 뿐
난파선이 나의 집이라네
가끔 상어가 못살게 굴지만
그럴 땐 그거야 도망치면 돼

하루종일 헤엄치면 배가 고프지
눈동자가 빙글빙글 돌아가버려
가끔은 새우라도 먹어줘야지
소금물만 먹다보면 팅팅 붓는걸
바위 아래 숨어있다 물었더니
그것은 자그마한 낚시바늘이었네

아무리 아무리 발버둥쳐도
바늘이 목에서 빠지지 않아
본 적 없는 바닷가의 아저씨가
나를 낚아올리며 놀란 표정 지었네

역시 나는 붕어빵이야
살짝 탄 붕어빵이야
아저씨는 입맛을 다시며
나를 맛있게 먹었다네



....귀여우면서도 은근히 잔혹(?)하고 우수가 서린 곡인데 일본에서는 아동곡이라는...
붕어빵 신세가 지긋지긋했던 화자(話者)는 가출해 바닷속에서 자유를 누리지만
결국 인간에게 잡혀 붕어빵답게 먹히고 만다는...
어떻게 보면 철학적인 내용?!

....그나저나 바닷물에 쩔은 붕어빵이 맛있으려나...
Posted by 시바우치
음악2008. 3. 4. 22:14
1933년 헝가리 작곡가 레조 세레즈가 쓰고 1936년 미국에 [헝가리 자살곡]으로 소개되 인기를 끈

글루미 선데이-우울한 일요일.

사실 워낙 다양한 버전의 가사가 있어서, 앞서 연주곡부터 들어봅시다.



곡 자체보다는 아마도 관련 전설들이 더 유명한 곡인데요.

실연당한 작곡가가 연인을 되찾기 위해 이 노래를 작곡하고, 이에 감명받은 연인은 다시 그에게 돌아왔지만, 얼마 안가 자살하고 만다...[글루미 선데이]라는 말만 쓰여진 유서를 남긴 채...이 소식을 들은 작곡가 역시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혹은 작곡가는 이 노래로 백만장자가 되었으나 그보다 훌륭한 곡을 쓸 수 없다는 콤플렉스에 시달린 끝에 자살한다. 그 후 유럽과 미국에서 이 곡을 듣고 자살한 사람들이 수두룩해 라디오에서 금지곡으로 지정된다. 그래서 이 곡은 헝가리 자살곡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그 밖에 30년대 어떤 프랑스 교향악단에서 이 곡을 연주하는데, 시작부터 드러머를 비롯해 단원들이 차례차례 무대 위에서 목숨을 끊고, 마지막까지 남은 바이올린 주자도 목을 메어 자살했다는...아무리 봐도 뻥인 게 너무 티가 나는 야설도 네이버 지식인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솔직히 너무 말이 안되서 웃기기까지 하잖아...-_-)

하지만 실상은 어떨까요? 듣는 이를 자살로 이끄는 곡이라니 딱 납량특집이나 호러영화의 소재로 적합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곡과 자살유발의 상관관계에 대한 정확한 통계적, 자료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만약 입증된다면 학계와 의료계에 크나큰 공헌이...) 작곡가 레조 세레즈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은 사실이지만 1968년의 일이구요. 작곡 계기와 실연이 상관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세레즈 본인의 실연이 아니라 친구였던 시인 라즐로 야보르가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에 써달라고 요청한 것이었습니다. 영화 [글루미 선데이]에서는 이게 뭐 삼각관계 (나중엔 독일인까지 더해 사각...-_-) 로맨스로 표현되던데 순전히 픽션화된 것이구요.

뭐 어찌되었든 그만큼 곡이 우울하면서 아름답기 때문일텐데요. 또한 유난히 가사 개작을 많이 거쳤기도 합니다.

일단 레조 세레즈의 오리지널 버전을 볼까요.

이곳의 헝가리어에서 영작된 가사를 번역했습니다.


가을, 낙엽이 떨어진다
지상의 모든 사랑이 죽었다
바람은 구슬프게 울고
이 마음 다시는 새로운 봄을 바라지 않으리라
나의 눈물과 슬픔은 전부 헛되었다
사람들은 무정하고 탐욕스럽고 악하다...

사랑은 죽었다!

세상은 끝이 났다, 희망은 의미를 잃었다
도시는 파괴된다, 포탄의 음악이 들린다
들판은 피로 붉게 물들고
거리에는 시체가 널려있다
나 여기서 조용히 기도한다:
주여, 인간은 죄인입니다. 실수를 합니다...

세상은 끝났다!



굉장히 염세적이고 절망적인 톤이 강합니다. 실연이고 자시고 하는 레벨이 아니지요. 정말로 세기말적 절망이 느껴지는 강력하면서 직설적인 가사입니다. 그래서인지 가장 덜 알려진 버전이기도(...)
덧붙여 이 버전을 헝가리어 그대로 들을 수 있는 링크는 이곳.

그런데 이 노래의 의뢰자이자 친구인 라즐로 야보르는 그래도 명색이 시인인지라...이 가사가 시적 로망이라던가 대중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서인지...

개작을 했습니다.


하얀 꽃 수백 송이 흐드러진 우울한 일요일
내 사랑, 기도하며 그대를 기다렸네
꿈을 쫓던 어느 일요일 아침
그대 없는 슬픔의 마차만 돌아왔네
그 날부터 일요일은 영원한 슬픔의 요일
마시는 건 눈물이요 먹는 것은 슬픔뿐이니

우울한 일요일

마지막 일요일, 사랑이여 부디 와주오
신부와 관, 영구차와 수의가 기다리니
그대에게는 꽃다발을, 꽃다발과 관을
울창한 나무 아래 마지막 여정을 떠나니
최후까지 그대 볼 수 있게 두 눈 크게 뜨고 가겠소
내 눈을 두려워 말아요, 죽음에서조차 그대를 축복하는 것이니..

마지막 일요일



....이건 개작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것이 전혀 다른 내용이 되버려서(...)
인류 자체로써의 절망이 여기서는 개인 레벨, 그것도 실연한 연인의 레벨로 포커스 되었습니다.
'꽃'이라는 표현의 남발 등 죽음을 미화하는 낭만적이고 시적인 톤과, 자살에 대한 더 노골적인 암시가 (그것도 눈 뜨고 죽겠다는...) 개인적 차원의 절망감을 멜랑꼴리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요.
사실 덕분에 이 곡이 대중화되기도 하고, 영국, 미국에 영작되어 소개되어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헝가리 자살곡]은 미국 로컬라이징 마케팅 과정에서 만들어진 용어입니다.

미국인 가수이자 작사가인 샘 루이스가 야보르의 가사를 바탕으로 개작한 것이 후에 폴 롭슨도 부르고, 빌리 할리데이도 부르고, 사라 맥라한도 부르고, 헤더 노바도 부르고, 자우림의 김윤아와 MC Sniper도 부르거나 조금씩 인용한 [글루미 선데이]의 가장 대중적인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요일은 우울하네, 잠 못 이루는 시간들
사랑이여, 나는 수많은 그림자와 살아가네
작고 하얀 꽃들조차 그대를 깨우지 못하네
슬픔의 검은 마차가 데려갔으니
그대 돌려주지 않는 천사들은
내가 그대와 함께한다면 분노할까

우울한 일요일

일요일은 우울하네, 그림자와 보내는 나날들
이 마음과 나는 모든 것을 끝내려 하네
그리고 촛불과 슬픈 기도가 이어지겠지
그들이 슬퍼하지 않기를, 나는 기쁘게 그대를 뒤따르니
죽음은 꿈이 아니라네, 죽으면 그대를 어루만질 수 있으니
마지막 한 숨까지 그대를 축복하리

우울한 일요일

꿈이었네, 나 꿈을 보았네
깨어나 마음 속 깊이 잠든 그대를 발견하네
사랑이여, 내 꿈 두려워 말기를
이 마음 그토록 그대를 갈망했을 뿐이니

우울한 일요일


뒤의 [꿈이었네] 부분은 개작에도 불구하고 곡이 여전히 자살, 혹은 죽은 연인과 함께하고 싶다는 절망감을 담고 있기에 레코드사의 압력으로 추가했다는 일설이 있습니다. 실화인지는 불명이지만 분명한 것은 곡의 절망감을 어느 정도 순화, 완화시키기 위한 장치로써 기능한다는 점입니다.

아무튼 뒤로 갈수록 순화되고 낭만적으로 변해온, 덕분에 대중적인 인기와 함께 각종 전설을 탄생시켰던 [글루미 선데이]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헝가리 근현대사를 보면 작곡가가 자살한 게 별로 저주같은 부자연스러운 원인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저 곡이 쓰여졌던 30년대 헝가리는 대공황의 타격을 크게 받고 있었고 나치 독일에 경제적으로 기댈 수밖에 없었으며 파시즘이 판치고 반유태인 법이 몇개나 개정되는 등 매우 뒤숭숭한 정국이었습니다. 따라서 독일의 전쟁에도 우방국으로써 참가해야 했고 불가침조약을 맺은 사이였던 유고슬라비아 침공에도 참전할 수밖에 없어, 이에 수치심과 분노를 느낀 헝가리 수상 텔레키가 자살을 합니다. 게다가 독일과 소련 사이 길목에 놓인 바람에 히틀러의 개뻘짓 스탈린그라드 침공에도 가세하여 헝가리 군력의 대부분을 소진하고 역전한 소련군에게 침공당해 2차 대전 후에도 소련 치하에 헝가리인들은 처참하게 고통받게 됩니다. 뭐 헝가리에서 끔찍한 차별을 당하고 유태인 대학살 사망자의 3분의 2에 달한 헝가리 유태인들이 봤을 때는 정당한 응징일 수도 있겠지만요. 이처럼 2차 대전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로써의 국가적 입장이 가장 극명하게 공존했던 나라인 셈입니다.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새우면서 동시에 프랑크톤 대학살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입장이랄까요. 이런 환경에서 작곡가가 살아왔다고 생각하면, 그런 절망적인 가사가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저도 괴담이나 불가사의 사건을 재미있어하는 종족 중에 하나이지만, 대개 이 곡을 논할 때 이런 역사적 배경을 제거한 채 그냥 [자살유발곡]이라고만 하니 아쉽기도 하고 좋은 역사교육(!)의 기회가 묻히는 것 같아 몇 자 적어봤습니다. 괴담이나 전설의 근원을 찾아가면 시시하다고 실망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더 흥미롭거나 혹은 이야기보다도 더 처참하고 무서운 현실이 배경이 될 때가 많지요. 이야기, 픽션, 예술이란 것은 사실 현실도피라기보다는 현실을 어떻게든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한 필수적 생존수단이라는 생각이 가끔 드는 요즘입니다.

...뭐 어찌됐든 헝가리는 이 곡을 적절히 관광산업에 활용하고 있긴 합니다만...
부다페스트의 Kispipa Vendéglő라는 유서깊은 레스토랑은 이 노래를 연주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지요.
그리고 수많은 가수들이 이 노래를 리메이크하여 불렀습니다만 대체로 멀쩡히 살았던 걸로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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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음악2007. 9. 7. 12:14

영화 [카루소] 삽입곡 [카루소].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


셀린 디옹과 함께 부른 [I Hate You Then I Love You].

너무 빨리 가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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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
음악2007. 9. 6. 16:55


너무 활달...하다 못해 난폭해서 스파르타라고 이름지은 고양이에 대한 강박관념을 노래한 비디오.

놈은 내 발을 노리는 닌자, 또 물어 물어 깨물어~ 물통을 놔두고 왜 변기물을 마시는거야~....등....

고양이 키우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갈 만한 가사에...노래와 구성도 재밌어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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