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포스팅이 없었던 것은 결코 게을러서가 아니라 메인보드를 교체하느라 그랬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 AS 기간이라 교체비만 물었군요. 바이러스가 너무 많아서(....) 포맷까지 하는 바람에 기존 파일들이 죄다 날아가버리고 말입니다. 으어어 으허허허....2학기 정말 말그대로 제로부터 시작하는군요.
안좋은 의미로 하얗게 불태운 심정이지만 그래도 그 동안 본 영화 리뷰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리턴]...다행스럽게도 극장에서 볼 수 있었던 영화. 명민좌가 주연하시는 스릴러지요.
호러가 아닌 메디컬 스릴러이므로 사다코 클론이 안나와서인지, 디워 때문에 극장을 못 잡아서인지 인지도는 적지만, 보고 나서는 제법...수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수술을 위해 마취된 환자가 도중에 의식만 깨어서 고통을 느낀다는, 수술 중 각성 현상을 테마로 한 영화입니다.
25년 전 어떤 어린이가 수술 도중 각성한 끔찍한 경험을 당하지만 책임을 회피하려는 병원 측은 인정하지 않고, 이에 혼란을 느끼며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던 소년은 끝내는 다른 아이를 살해하고 맙니다. 세월이 흐르고 수술 관련자들은 연이어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외과의사인 주인공 류재우도 이에 얽혀 있는데...정도의 기본 시놉시스만 알고 봐야지 재미있는 영화. 덧붙여 포스터의 배우들 중 셋이 각자 외과, 마취과, 정신과 의사이며 이들이 다루는 전문분야가 주제와 스토리와 깊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상당히 탄탄한 구성과 긴장감을 유지하며 문자 그대로 산 채로 뼈와 살이 분리된다는(...) 섬뜩한 고통을 통감하게도 합니다. 엔딩도 깔끔하구요. 단순히 '정리'가 다 되서 그런 건지도....어쨌든 정리는 중요한 겁니다 우리나라, 아니 스릴러 영화 통틀어서 간만에 제대로 만들어진, 그것도 특이한 소재를 최대한 잘 살린 수작입니다. 곧 극장에서 내릴 것 같아서 안타깝지만 DVD라도 나오면 꼭 보실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물론 딱히 스릴러 취향이 아니라도 훈남들이 바글거리는 게 좋다는 분께도 추천.
원래 제목은 [천개의 혀]였다가 [리턴]으로 바뀌었다는데, 어떻게 보면 고통의 기억에 대한 무시, 억압의 결과로 피치 못하게 야기한 return of the repressed-억압당한 것의 귀환이 키워드인만큼 적절한 제목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수술 중 각성 현상은 지극히 확률이 낮고 의사 책임도 아니고 수술까지 해서 살려줬는데 복수하겠다니, 이 무슨 물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식인가!--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진정한 문제는 고통을 겪었다는 것 자체보다 그 고통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혼란과 분노였다고 생각합니다. 고통이나 괴로움은 타인과 나눔으로써 덜어지는 법인데 그러기는 커녕 아예 [부정]해버린 것이 문제였지요. 그렇다 쳐도 그 복수의 정도는 심히 과했습니다만...(덧붙여 그 이유에 대해 길이길이 남을 명대사를 남기는 살인마;;)
교훈은 최면 함부로 걸지 말자(...)랑 잔혹살인마라도 이쁜 애는 곱게 죽여준다....(...이게 왜 교훈이야...)
그리고, 미국에서 살면 누구나 액션스타가 되서 돌아온다...어사 박문수도 예외없음...
이건 스포일러: 그나저나 대체 걔는 직업이 뭐야?? 암행어사=사복 FBI 요원?!!! 어쩐지 그 깽판을 치고도 풀려나더니 미국의 입김인 건가!!
마지막으로...우리 모두 고르고13처럼 등 뒤를 조심합시다...어디서라도....
다음 리뷰는, [영광의 날들].
2차 대전 영화인데 특이한 점은 프랑스군, 그것도 프랑스의 오랜 식민지였던 알제리 출신 군인들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일제시대에 일본군에 자원입대한 조선청년 정도일까요? 물론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알제리는 19세기 초중반부터 식민지였으니 이런저런 차이점은 있습니다만....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지배국 프랑스를 [조국]이라고 주입받아 조국을 나치즘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자원한 청년, 실력이 있으면 아랍계라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입대한 청년, 동생의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원한 남자 등 다양한 이유로 프랑스군에 자원 입대한 주인공들은 프랑스 군 내에서의 차별대우와 프랑스 내지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들의 기대가 얼마만큼 현실적이었던 것인지 뼈져리게 느끼게 됩니다. 즉 전투보다는 드라마 쪽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화려한 전투씬은 아쉽게도 없지만(....그전에 영화 자체가 저예산이라 애당초 무리였던 것 같지만....) 전장이 아닌 군대 속 일상에서의 전쟁을 실감하게 하는 데는 충분합니다.
영화가 다소 지나치게 평이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묻혀져 있던 북아프리아계 식민지 출신 병사들의 삶을 비로소 재조명하게끔 끌어낸 취지와 의미는 충분합니다. 실제로 이 영화를 보고 난 프랑스 대통령이 아랍계 참전용사들의 연금지급을 허용했다고 하더군요. 프랑스의 상황은 잘 모르지만, 오래전부터 문제가 되었고 911 이후 좀더 표면으로 드러난 프랑스 내 아프리카계 차별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몇년 전에 어떤 방송기관에서 조사해본 결과 이력서 단계부터 아랍계 이름은 차별당한다는 점이 드러나기도 했지요.
차별은 진급은 꿈도 못 꾼다는 제도적인 측면에서부터 토마토 지급 차별이라는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평등의 이름은 토마토!--라고 세뇌될지도....) 일상적인 공간까지 퍼져 있습니다. 상황을 더 모순적이고 복잡하게 하는 것은, 그런 차별을 하는 조국을 위해 기꺼이 싸우고 죽으라는 군대라는 시스템 안이라는 점이죠. 그래서 공을 세우면 진급 시켜주냐?--하면 그건 절대로 아니고 말입니다. 게다가 군대는 커플파괴질까지 합니다. 정녕 군대는 솔로부대란 말인가??...정확히는 인터레이셜 커플 한정인 것 같지만....
결국 프랑스를 위해 죽을 고생을 하거나 죽기도 하고 목숨 다 바쳤건만 무엇이 돌아왔나? 무엇을 보상받았는가? 무엇을 이루었는가? 나라를 해방시켰다는 기쁨? 그런데 정말 그게 내 나라긴 한 건가? 이 마당에 동료들의 죽음은 희생이라기엔 거의 개죽음에 가깝지 않은가? 그런 적막하고 공허한 현실을 여과없이 보여주니 영화를 보고 나면 씁쓸함과 안타까움만이 남습니다. 그래서 찔린 프랑스 대통령이 행동하게끔 했을 수도 있지요.
유감스럽게도(???) [디 워]는 못 보는 대신 아직 한국에 비개봉인 영화는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을까 합니다.
(사실 디워 같은 것보다 명민좌 나오는 리턴 못 보는 게...흑흑...)
아무튼 존 트라볼타가 여자역(주인공 엄마역) 하는 걸로 화제입니다.
그러니까....그냥 성전환자 이런 게 아니라....
말그대로 여자 캐릭터....
그러고보니 죠니 뎁도 여자 역을 해보고 싶다고 한 적이 있죠.
이 영화를 계기로 여성 역에 도전하는 남자배우가 늘어나 남자 홍천녀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지요.
주인공 엄마(...) & 주인공. 제법 설득력 있는 아줌마/엄마 역할을 열연하는 존 트라볼타를 볼 수 있음.
짜리몽땅 통통한 주인공 트레이시는 지역방송국에서 하는 고교생 댄스 쇼를 열렬히 시청하는, 발랄한 여고생.
하지만 범상치 않은 춤새의 잠재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쇼의 이름은 Corny Collins Show...왜냐면 가운데의 진행자 이름이 Corny라서...푸합;
초 건전, 상큼함을 과도하게 표방하던 60년대 TV의 전형을 볼 수 있음.
어느 날 쇼의 고정 출연진이 빠지면서 공개 오디션이 이루어지고 트레이시는 이에 도전해 보지만 외모를 트집잡혀 제대로 춤도 추지 못하고 탈락당하고 맙니다. 게다가 오디션 때문에 수업을 빠져서 징계까지 먹지요.
하지만 징계먹은 반에서 만난 흑인 남학생 시위드로부터 환상적인 춤세를 전수받아(??) 게다가 마침 그 모습을 쇼의 스타이자 트레이시의 짝사랑 대상인 링크가 보게 되어서 자신감 충전을 한 트레이시는 다시 재도전해 출연자 자리를 얻는 데에 성공하고 한편 자기 딸 띄우기에 위협을 느낀 프로듀서 아줌마의 미움을 받게 되며 여차저차....하게 되는 내용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생략합니다.
우선 인종 이슈가 어느 정도 중요하게 작용하는 내용은 그것이 차지하는 비중 치고는 주인공의 행동 동기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인상이지만, 일단 뮤지컬 영화로써 가장 중요한 춤과 노래는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또한 미국의 60년대의 촌스러움과 당시로써의 멋과 패션을 묘사한 복장이나 춤, 의도적 클리셰는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뚱뚱해도 뭐 어때, 괜찮아!--라는 주제의식도 좋고. 사실 아무리 요즘 영화라도 여자주인공이 남자를 얻거나 성공하려면 다이어트든 패션이든 대폭적 변신을 해야 하지만 그 점에서는 예외적입니다.
남주인공 링크. 어쩜 저리 60년대인가~라고 웃음이 나오는 외모와 패션.
무엇보다 존 트라볼트의 여장...아니 여성 캐릭터 연기가 아주 인상적입니다. 특히 일편단심 남편(크리스토퍼 월켄 분)과의 사랑의 듀엣은 영화의 백미라고 봐도 좋을 정도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노래와 춤도 묘하게 키취하고 유쾌하구요. 박자감각에 예민한 분은 트위스트를 추며 극장을 나설지도 모르는 일(...) 어쨌든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면 안되지만 대신 가볍게 유쾌하게 즐겁게 볼 수 있는, 잘 만들어진 뮤지컬 영화입니다.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나, 밝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보시고 싶은 분들께 추천해드리고 싶군요.
제 1타는 제 정신과 마음을 무참히 난도질한 나머지 악평을 쓸 기운도 상실시킨 게드전기...
제 2타는 최대한 관용심을 발휘했어도 아쉬운 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천년여우 여우비...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3번째는 구원투수였으니....
바로 어제 용산CGV에서 본 [시간을 달리는 소녀]...
성적도 외모도 성격도 그럭저럭 무난평범한, 단지 살짝(?) 왈가닥인 활달한 여고생 콘노 마코토.
방과 후에 단짝 친구인 코스케와 치아키와 함께 캐치볼을 하는 것이 일상인, 평탄한 매일매일.
그러던 어느 날, 마코토는 우연히 시간을 뛰어넘는 타임 리프 능력을 얻게 됩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초딩스러운 정의 의식을 가진 모범생이나 여자의 손에 흥분을 느끼는 싸이코패스 회사원이 아닌, 그냥 넉살좋고 단순한 성격의 고교생이었던 마코토는 이 능력을 자신의 일상을 조금 더 편리하고 재미있게 만드는 데에 쓰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면 늦잠을 자고서도 시간을 돌려 지각을 면한다던가, 동생이 뺏어먹은 간식을 과거로 돌아가서 미리 먹어 버린다던가...등의 극히 시시하면서도 소소하고 유쾌한 [일상의 개선책]으로 말입니다.
문제는, [시간은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는다-Time waits for no one]는 진실은 시간을 뛰어넘는 마코토는 물론 그녀의 친구들에게도 성장통과 마찬가지로 예외없이 찾아온다는 점이었습니다. 코스케와도 치아키와도, 이성으로써가 아닌 현재의 친구 관계가 편하고-정확히는 다른 관계로 변하는 것, 좀더 구체적으로는 '성장'한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 마코토는 몇번이나 시간을 되돌려 [성장]과 [변화]를 피해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것이 진실을 덮어버리거나, 사람의 진심을 묻어버린다는 점, 시간을 되돌려 자신이 이익을 볼 수록 손해를 보는 사람도 생긴다는 진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진심에 점차 눈뜨게 되며, 마코토는 서서히 성장하게 됩니다.
즉 시간 도약이라는 SF적 요소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 작품의 중점은 성장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코토와 친구들. 느긋하고 껄렁하지만 깊이 있는 치아키와, 의사 집안의 어른스러운 우등생 코스케.
그만큼 주인공을 비롯한 현대 고등학생들의 묘사와, 학교의 묘사, 도쿄 변두리라는 설정의 배경인 소도시의 묘사가 굉장히 정밀하면서도 사실적이고, 그것을 넘어 무척 생생합니다. 특히 주인공인 마코토의 [연기]는 아주 뛰어납니다. 물론 성우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몸짓이나 눈빛, 움직임 하나하나에서 이렇게 완성된 [연기]를 보여주는 캐릭터는 대부분 도식화된 연출에 의한 [연기]에 머무르는 일반적인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그것을 뛰어넘어, 어느 틈에 관객으로 하여금 주인공에게 이입하여, 주인공의 감정과 기분을 공유할 수 있도록 이끄는 수준으로, 정말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빼어납니다.
아울러 관객의 이입을 성공적으로 유도하는 주인공 캐릭터의 연기는, 성장통의 애잔한 아픔과 그와 함께 아련하게 피어오르는 애잔함을 느끼게끔 하여, 특히 성장드라마로써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설명하자면 어렵지만, 명백히 가볍고 유쾌한 느낌으로 진행되고, 유머도 많은데도 불구하고, 동시에 기묘한 아픔이 저려오는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돌아오지 않는 것에 대한 회한인지,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에 대한 깨달음에 공감한 것 때문인지, 어떤 종류의 통증이 느껴오는 작품이었고, 그렇다고 불쾌한 종류가 아니라 달콤쌉싸름한 느낌이랄까요. 쓴 맛이 있기에 달콤하고, 그것이 양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어쩌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한 성장의, 인생의 맛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감성주의를 표방한 작품에는 쉽게 이입하지 않는 편인데,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오히려 그 적절한 담백함 때문에 어느 틈엔가 그 감성의 흐름에 이입해 감상할 수 있었던 드문 경우였다고 느껴집니다.
영화 속의 극히 일상적이지만 동시에 무척이나 아름다운 일본 소도시의 풍경처럼,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지만 그렇기 때문에 매 순간이 소중한 시간처럼,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진정한 가치는 [게드전기]처럼 과하게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단지 꾸밈없이 스스로를 드러내는 솔직함, 그렇기에 비범한 진솔함에 있었던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애니메이션 뿐이 아닌 극장 영화로써 간만에 진정으로 감동적인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용산, 상암, 강변CGV에서 상영중이니, 꼭 놓지지 말고 극장에서 보시길 바랍니다.
새롭게 출간된 원작 소설을 읽은 상태에서 봤습니다만 사실 별로 안 읽어도 상관없습니다.
단지 소설을 읽은 사람만 끄덕일 수 있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라벤더의 의미라던가...
하긴 영화가 소설을 직접 옮긴 것이 아니니 스포일러라고 할 만한 것도 없고, 단지 소소한 재미가 늘어난다는 점, 소설과 영화 주인공의 차이점에서 오는 재미가 있으니 소설 쪽을 먼저 보고 가는 것도 괜찮겠군요. 참고로 처음부터 마코토의 비밀을 아는 유일한 인물이자 상담 상대인 이모가 소설 쪽의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시간여행물의 패러독스 중 하나인, 한 공간에 같은 사람이 둘 존재하게 된다는 것은, 예를 들어 시간여행자가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을 했을 때 A지점의 여행자는 갑자기 사라진다는 식으로 처리됩니다. 이 점은 영화와 소설이 동일. 즉, 주인공은 내내 같은 존재인 것이지요.
그리고 이하는 스포일러적 잡담.
이 이모 말인데, 도중에 치아키의 고백을 받아 혼란스러워 하는 마코토에게, 시험 삼아 치아키와 코스케 둘 다 사귀어본 다음에, 마음에 안 들면 사귀기 전으로 시간을 돌리는 방법도 있다고 귀뜸해 주지요(...) 생각해보면 꽤 연애시뮬레이션 게임같은 상황이고 마코토가 조금 더 어른이었다면 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사람 마음을 가지고 노는 것이라며 완강하게 거부하는 순수함 역시 그녀의 매력이겠지요. 하지만 저라면 해봤을...
마코토가 어째서 마지막 타임리프 기회를 치아키에게 고백을 받을 때가 아닌, 능력을 최초로 얻을 때로 돌려 치아키를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고민했지만...(좋으면 남아 있으라고 해서 사귀면 될 거 아닌가?!--라고)...미래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코스케와 후배 여학생을 살리기 위해-정확히는 마코토를 위해서지만-시간을 돌아온 치아키가 마지막 타임리프 기회를 써버렸고 그래서 사라지는 것은 미래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방황하는 상태인, 불안정한 존재가 되는 것이고, 그리고 미래가 치아키의 원래 시대이고 언젠가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므로...라고 이해했습니다. 물론 치아키와의 두번의 이별장면이야 애잔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코스케가 더 좋았으므로(...의사집안! 장래의 의대생! 믿음직해! 성격 좋아! 운동도 잘해! 키도 커! 잘생기기까지!...쿨럭;) 어차피 아득한 미래인인 치아키야 그림 보존을 통해 간접적으로 만나면 되니 현재의 좋은 남자를 무는 것이 마코토를 위해서도 좋을 것 같아서 이쪽 커플 지지. 후배 여학생이야 같이 야구는 하게 되었지만 마코토의 타임리프 능력도 바닥났으니 저대로는 학창시절 내내 볼보이...아니 볼걸이나 할 신세같고. 코스케도 [마코토를 외롭게 하고 싶지 않아서] 처음에 후배의 고백을 거절했으니까, 치아키와는 좀 다르지만 나름 마음이 있는 것 같고. 마코토도 치아키와 유리의 경우에서 남 주면 아까운 게 좋은 남자란 걸 깨달았겠지(...) 잘해봐~ 휘- 휘-
덧붙여 소설의 미래인 설정에 근거하면, 치아키는 사실 마코토, 코스케보다 연하...라는 결론이 됩니다. 미래에는 애들 성장, 발육이 좋고 또 유아기부터 뇌에 지식 주입을 해서 지능도 높다는 설정이라, 소설 주인공인 카즈코가 만난 미래인 소년 카즈오도 보기에는 그녀보다 훨씬 크지만, 나이는 11살이었고. 그리고 소설에서는 라벤더가 주 재료가 되는 약품이 타임리프의 능력을 주었는데, 영화에서는 횟수 제한이 있는 호두 모양의 장치로, 어떻게 보면 상대적으로 개선된(?) 타임리프 장치입니다. 이대로는 본인이 연구자가 아니라도 장치만 있으면 시간도약이 가능하죠. 카즈오의 시간도약 연구가 진보한 증거일까요? 그럼 왜 카즈코는 데리러 오지 않는 거야... 또한 소설 속의 미래인 소년은 언젠가 만나자고 한 반면, 치아키는 미래에서 기다릴게-라고 함으로써, 마코토가 비로소 자신의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했지만 동시에 직접 만나는 가능성은 뭔가 불식시킨 뉘앙스입니다. 기다린다는 것은, 치아키는 더 이상 시간도약을 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잘 모르겠지만 치아키가 살던 미래에서는 시간도약 장치의 사용이 원활해진 대신, 1인 평생당 제한횟수가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결론은 현재의 남자가 최고...
그럼, 그림이 치아키의 시대에 남도록 [어떻게든 하겠다]는 마코토는 구체적으로 어떤 목적을 품은 것일까요? 물론 당장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마코토의 이모와 같은 그림 수복 기술자이지만 한 번도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안 나오는데다가 엄청난 덜렁이인 마코토로써는 상당히 힘든 길이 될 것 같군요. 어쩌면, 스케일 크게 생각해서 그림의 영구보존을 확실히 결정할 수 있는 박물관 관장 자리라던가, 나아가 좀더 확실한 문화부 장관이라던가, 일본 수상이 되어 타임캡슐 보존을 강행하거나, 만약 세계 평화에 대한 위협 때문에 그림이 없어진 것이라면 지하비밀기지와 히어로 전대를 만들어 세계평화도 지키고 그림도 지키는 것이 아닐까!--는 생각이 이것저것 듭니다. 마코토라면 코스케와 사귀는 것보다 이쪽이 가능성이 높을지도....
또한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약품의 냄새만 맡았을 뿐이라 제한된 시간 안에서 도약이 가능한 것으로 나오지만, 마코토는 그런 제약이 없는 것 같은데(치아키가 같은 장치를 사용해 과거까지 온 것이니), 그렇다면 중세나 고대에도 갈 수 있잖아! 개인적으로는 삼국시대의 한반도 복식이 심히 궁금하니 가 보고, 데즈카 오사무 선생님 사인도 받고, 주유가 그렇게 미남이었는지 확인도 해 보고, 등등 해보고 싶은 것이 잔뜩이지만 생각해보면 그랬다간 역사가 크게 바뀌었을 수도 있고...치아키가 우려하던 [약용]이 본의 아니게 되어버릴 수도 있으려나요...; 요는 마코토가 바보라서 다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