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12.04.08 18:59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영미권에서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같은 기독교 명절에 단골로 방영하는 영화입니다.

원작은 뮤지컬이고 1973년, 2000년에 영화가 두 번 만들어졌는데 캐스팅 외에도 시대 차이와 방향성의 차이로 비교하며 보면 재미있습니다^^

 

우선 오프닝곡 Heaven On Their Minds (천국은 그들의 마음 속에) 입니다. 주인공인 유다가 과거를 회상하며 예수에게 의문을 던지는 형식으로 극을 소개하는 노래입니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캐스팅인데...73년도에는 흑인 유다고 2000년도에는 대머리...아니 백인 유다입니다. 70년대에는 60년대 부상한 인종차별철폐 민권운동과 히피 움직임의 영향으로 의식적으로 다인종 캐스팅을 한 결과입니다. 가령 마리아 막달레나 역의 배우도 아시아계 혼혈인 이본 엘리만이고, 열두제자 중에서도 흑백 캐스트가 뒤섞여 있는데 당시로써는, 특히 성경 소재로써는 상당히 파격적인 캐스팅이었죠. 사실 극 자체가 역사적인 재현이 목표가 아닌 (솔직히 그럴 경우 백인 캐스트도 말이 안되진 하지만^^;) 인간 예수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이 목표이므로 인종적으로 다양한 캐스팅을 해도 무리는 아니지요.

아무튼 두 배우 다 자기만의 스타일로 훌륭한 퍼포먼스를 선보여서, 어느 한 쪽의 유다가 더 낫다고 말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전자는 강직한 이상주의자로써의 면이 더 강한 반면 후자는 좀더 정신적으로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느낌이죠. 예수 역의 경우 73년도판은 서구인들이 예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이미지의 비주얼입니다. 어깨 길이 머리에 수염과 선해 보이는 얼굴이라 척 봐도 예수답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몸이 왜소해서도 그렇고 목소리도 좀 그렇고 왠지 불쌍해 보이는 점도 있지만요. 반면 2000년도판은 어깨 길이 머리나 흰 옷같은 건 유지하여 예수의 이미지 중 일부는 따왔는데...뭔가 어중간하고 인상이 희미하달까요...역시 수염이 없어서인 듯...아예 180도 다른 이미지의 예수로 한다면 모르겠는데 기존 예수코드의 50%만 가져오니 뭔가 어중간해 보이는 듯요. 역시 수염은 중요합니다-ㅂ- 수염만 부족할 뿐 목소리는 상당히 어울립니다.

그리고 원작이 무대극이기에 두 영화 다 무대극적인 안무와 세트를 활용하고 있지만, 73년도판은 무려 이스라엘과 사해 주변에서 로케 촬영(!)을 했습니다. 역사적으로는 맞는 현지에서 히피 차림의 배우들이 춤추고 노래하니 정말 포스트모던함이 살아나지요. 아예 영화 도입부의 전주 부분에 배우들이 버스를 타고 유적지에 도착해서 의상을 입고 무대도구를 꺼내는 장면이 나올 정도로 대놓고 메타적입니다. 반면 2000년도판은 무대극 자체를 촬영한 것인데, 그래서 좀 좁은 느낌은 들지만 컨트롤이 잘 된 환경에서 요즘 관객 눈에는 더 친숙하고 안정된 안무와 연출을 보입니다. 이것도 각자 방향성이 다르니 취향 나름이겠지요.

 

다음은 What's the Buzz(무슨 일이죠)와 바로 이어지는 Strange Thing Mystifying(이상하고 희한한 일) 입니다. 예수가 파닥파닥대는 빠돌이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가르침을 주고, 마리아 막달레나가 지친 예수의 몸을 돌봐주는데 유다가 의의를 제기하다가 오히려 예수에게 한 마디 듣는 장면입니다.

73년도판은 이스라엘 로케촬영을 하느라 예산이 쪼달려서 로마 병사들도 연보라색 난닝구의 공사판 알바총각들로 전락...는 아닐테고 히피풍이니까...원래 당시 의상이 그랬으니까...로 이해해야겠죠?^^ 2000년도판의 예수도 난닝구니까요. 종교화나 인디아나 존스에서 익숙한 사막 아래 굴에서 촬영하여 로케를 잘 활용한 사례로 보입니다.

아무튼 사순절-부활절은 예수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는 날들이니 관련 곡 중심으로 살펴보죠.

 

This Jesus Must Die(예수는 죽어야 한다)는 예루살렘에 온 예수의 하늘을 찌르는 인기를 위협으로 느끼고, 그를 제거할 음모를 세우기 시작하는 유대교 대제사장 가야바와 휘하의 제사장들의 노래입니다.

아무래도 악역인만큼 검은 옷으로 통일한 것은 동일하나, 전자가 묘한 노출도로 70년대 판타지/7~80년대 특촬물 악당같다면 후자는 조폭이나 한 90년대 이후 영화의 악의 조직 및 뱀파이어 조직 간부같은 디자인입니다. 장소도 전자는 공사장같은 것 위에서 예수를 내려다보는 반면, 후자는 지하에서 모니터를 통해 예수를 감시하고 있어서 차이가 분명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제사장 중 하나인 안나스가 볼드모트같이 생겨서 후자에 추가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The Last Supper 최후의 만찬은...최후의 만찬입니다. 예수는 베드로가 자신을 세 번 부정할 것이라고 예언하고, 이 자리에 배신자가 있다고도 밝혀 유다는 차라리 누군지 밝히라며 반박하고 갈등을 느끼지만, 나머지 제자들은 전혀 상황파악을 못하는 속 편한 상태.

전자는 히피 피크닉ㅎㅎ이고, 긴박한 상황에 비해서 연기가 절제되어 있는 점이 유다가 배신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밝히지 않고 말라지도 않아 유다가 절박함을 느끼는 상황과도 잘 어울려 보입니다. 감정선을 표현하기 위한 템포조절과 연출도 좋구요. 후자는 무대극이라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영화에는 좀 안 맞는 오버 연기가 튀는군요. 그냥 무대극을 그대로 촬영했다는 관점에서 보면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Gethsemane 겟세마네는 죽을 운명을 알면서 홀로 겟세마네 동산에 올라 신에게 이 희생의 의미를 보여달라고 추궁하는 예수의 솔로 곡입니다.

이것도 음...역시 후자가 무대극을 촬영했다는 것은 감안해야 하지만 그래도 좀 더 영화적 연출을 고심해줬으면 하는 부분이랄까요...^^; 전자의 산을 오르는 예수나, 종교화의 편집, 일출과 연기가 아무래도 더 뛰어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Herod's Song 헤로드의 노래는 예수가 제사장들의 음모로 체포되어 빌라도에게 보내졌다가, 빌라도의 명령으로 헤로드에게 보내져 헤로드에게 조롱당하는 내용입니다.

헤로드 왕은 타락한 세속 권력자로 상징되는데, 73년도판에서는 휴양지를 즐기는 부호라면 2000년도판은 보드빌 클럽 사장이라 캐릭터 속성은 유지하면서 표현을 다르게 한 점이 재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세속적으로 뱃살 출렁거리는 전자 쪽이 조금 더 유쾌...가 아니라 바다가 이뻐서 전자가 좀 더 나은 것 같지만 일단은 옷을 입은 것을 선호하시는 분은 후자도 좋으실 듯요. 둘 다 능글맞고 경박한 캐릭터를 잘 살렸다는 점에서는 캐스팅과 연기는 공통적으로 탁월하다고 봅니다.

 

Judas' Death 유다의 죽음은 예수의 수모와 자신이 배신자로 영원히 낙인찍히는 것을 두려워하다가 미쳐서 자살하는 유다의 심정을 그린 곡입니다.

유다는 두 배우 다 좋아서 뭐라고 하기 어렵고...^^; 전자는 미친 사람처럼 산을 타는 연기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후자는 테이블에 네발로 기어오는 게 왠지 여배우나 여자 모델이 섹시 유혹 컨셉으로 기어오는 연출이 생각나서 부적절하게 뿜겼는데...광기나 자살 연출은 제법 괜찮게 한 듯 싶습니다.

Trial Before Pilate 빌라도의 재판은 애초에 무고한 죄인을 심판하고 싶지 않아 헤로드에 보낸 로마 총독 빌라도가, 결국은 헤로드가 도로  보내서 재판을 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결국 군중들의 희망에 따라 십자가형에 처하고 2천년 넘게 매주 한번씩 사도신경이라는 형태로 디스당함ㅇㅇ 

전자의 빌라도가 관료적 면모를 강조했다면 (문관 타입이라 솔직히 군중에게 얕잡혀 보이는 점도 납득) 후자는 군인으로써의 빌라도를 강조한 결과로 보입니다. 특히 2000년도판에선 로마 군복이 나치 SS 군복에 트렌치코트와 가슴판 갑옷을 더한 무슨 중2중2한 일본 애니나 수상한 페티쉬 장르에 나올 것 같은 복장이고, 빌라도 역의 배우가 덩치도 크고 근육질이고 수염도 길러서 마초하고 위압적인 이미지가 강해졌습니다. 그래서 유다인들 앞에서 무리해서 권위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면서 정작 자신을 잘 제어하는 쪽은 전자의 빌라도로 보이고, 후자의 경우는 얼핏 강직하고 권위적인 군인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유약하고 예민한 내면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고 그마저도 무너지는 모습을 드러냅니다. 전문용어로 갭모에라고 하죠. 다소 아쉬운 점은 연기할 때 강조의 억양과 타이밍이 묘해서 자칫하면 개그로 보인다는 점...그나마 이 노래는 나은 편인데 "빌라도의 꿈"에서는 전국무쌍3의 노부나가 수준입니다.

게다가 왜 침대 위에 말채찍같은 게 있는지도 모르겠음...-_- 

연출과 촬영의 경우 전자는 원형극장 유적지를 잘 살린 점과, 군중샷에서 희열과 측은함이 뒤섞인 다양한 표정을 드러내는 점이 특징입니다. 후자의 경우 군중들이 대단히 획일적이기는 하지만 일단 통일된 안무로써는 무대에는 어울리는 연출로 보입니다.

 

Superstar 슈퍼스타는 극의 테마곡이자 피날레곡에 해당됩니다. 예수에게 유다의 영이 나타나 예수의 행동과 희생에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묻는 내용의 곡입니다.

전자의 경우 재판 장소였던 원형극장에서 그대로 유다의 등장이 이어지고, 예수의 십자가형은 별도의 공간에서 일어나며 교차편집되는 식입니다. 후자는 무대인만큼 같은 공간에서 유다가 예수에게 직접 접근해서 채근하는 연출이 있습니다. 의도적이겠지만 전자의 경우 피날레의 끝까지 나오지는 않고, 처형 장면으로 전환됩니다. 색깔 테마가 다른 것도 눈에 뜨이네요. 그나저나 흑형 유다의 미치게 술 달린 디스코 패션은 너무나 강렬함 버틸 수가 없음......

 

사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가 부활절 단골 영화라는 점의 아이러니는 인간 예수를 그리는 작품인만큼 부활은 나오지 않아서죠ㅎㅎ 그래도 신약성서 테마 영화로는 신자 비신자 가릴 것 없이 광범위하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영화라 기독교 명절 기간 동안 애호되는 것도 납득이 갑니다. 전혀 접한 적이 없다면 아무래도 요즘 관객 눈에 더 낯익고 세련되어 보이는 2000년도 판부터 보셔도 괜찮을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적인 완성도가 더 높은 것은 73년도 판이라고 생각하지만, 2000년도판도 몇 캐스팅과 의상과 빌라도 갭모에같은 고유의 미덕도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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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