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2011. 4. 18. 17:03
전국무쌍3Z, 진삼국무쌍6, 드래곤 에이지 오리진 중에서 뭐부터 지를까 고민하다가 왠지 다 귀찮아져서 심심풀이로 북미 앱스토어 계정도 만들고 일본 앱스토어 계정도 만들어서 구경하고 다니다가 정신차려보니 아이폰 게임만 줄기차게 하고 있었네요ㅎㅎㅎ 첨단 미디어를...게임의 미래를 알아보기 위해 어쩌구...라고 변명해 봅니다.


로저택의 비밀




추리어드벤처 게임으로 체험판이 2화까지 나와 있었는데 좀 전형적인 설정(백작이 살해당함, 그 양아들인 주인공이 범인으로 몰려서 진범을 밝혀내야 함, 백작의 친자식들은 주인공에게 적대적인 편)이지만 무난하게 괜찮아 보이고, 향후의 스토리 전개와 범인이 궁금해 질렀습니다...만 하다 보니까 정작 추리보다는 퍼즐의 비중이 높아서 다소 난감했던 게임이었습니다만 어찌어찌 클리어에 성공...^^;

그 밖에 분명히 처음엔 살인범 찾는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저택의 비밀, 쿠데타 세력, 옆나라, 비밀조직, 음모론, 퍼즐 풀릴 때마다 편두통에 시달리는 주인공 등등 뭔가 쉴세없이 떡밥이 던져져서 과연 엔딩에서 수습이 될 것인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뒤늦게 공략을 참고한 바람에 배드엔딩을 65% 이상 채우지 않으면 진엔딩이 안나온다는 충격적인(...사실 어드벤처 게임에선 흔한 설정이긴 하지만 세이브칸이 하나밖에 없길래 기본적으로 일직선일 줄 알았을 뿐이고orz 여분의 세이브칸은 돈 주고 사야하는데 안 내켜서 그만....) 사실에 경악. 현 상태라도 부랴부랴 배드엔딩을 모으기 시작하는데, 이 때부터 과연 엔딩에서 수습이 될 것인가라는 불안감이 더더욱 강하게 엄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배드엔딩 대다수의 설정충돌, 캐릭터 파괴, 허접함이 심각한 수준이었거든요; 예를 들자면, 1.주인공이 범인으로 지목하는 사람이 범인이 됨(=그 때 그 때 범인이 바뀜)  2.범인은 이미 주인공들의 식사에 독을 탔거나/암살자를 소환해서 몰살시킴....의 무한반복 패턴입니다....´_` 사실 자신이 범인이라고 착각할만한 근거가 있다면 모르겠는데, 그런 인물은 딱 한명이고, 나머지는 범인도 아닌데 주인공이 지목하기에 따라 멋대로 범인 인증을 하고 사실 이러저러한 음모가 있었다고 폭로하지만...그래봤자 스토리 및 다른 엔딩에서는 그런 뒷설정(?)이 전혀 반영, 활용되지 않습니다.....한마디로 그냥 배드엔딩 수를 늘리기 위해 억지로 짜낸 배드엔딩이라는 느낌이지요.

그리고 우려한대로 엔딩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고 위에서 나열한 떡밥들이 회수되기는 커녕 느닷없이 새로운 떡밥을 던지며 재플레이를 유도...하는 것 같은데 세이브데이터가 하나밖에 없는 상태라 처음부터 다시 하는 수밖에 없는데....문제는 그럴 의욕이 나지를 않습니다. 사실 진엔딩도 보지 않은 게임에 대해 다소 가혹하고 불공정한 평가라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굳이 변명하자면, 재플레이 욕구가 들지 않는 점, 그리고 게임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을 나쁘게 한 원인에는 시스템적인 치명적 결점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 결점만 아니었다면, 위의 시나리오적 모순이나 귀찮은 퍼즐, 한풀의 도움도 안되는 힌트 아이템(이면서 99센트로 팔기도 한다 절대 사지 마세요) 정도의 문제 쯤이야 가볍게 스루하고 나쁘지 않은 어드벤처게임이라는 인상을 간직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만큼 그 결점은 너무나 치명적이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스킵이 안됨.


어드벤처 게임은 텍스트가 많이 나오죠. 그리고 텍스트 한줄 넘길 때마다 탭해야 되요. 그런데 한번 배드엔딩 보고 로드할 때마다 또또또또또 탭해서 대사를 넘겨야 해요. 귀찮아 죽겠어요. 이건 제작사에게 매너가, 아니 기본 상식이 없는 거에요. 엔딩에 새로운 떡밥을 투척해서 재플레이 욕구를 복돋아주려고 한 것 같기도 하지만 짜증만 나요. 이상한 배드엔딩이나 잔뜩 만들어놔서 캐릭터들도 스토리도 정나미가 뚝뚝 떨어져버리고 말았어요. 게다가 스킵까지 안되요. 반지의 제왕을 완독했을 때만큼(그나마 그건 읽고 나서 남는 거라도 있었지...´_`) 처참하게 지루한 환경에 놓이지 않는 이상은 안 할 것 같네요.

....이렇게까지 쓰기는 했지만, 뭐 처음부터 공략 참고해서 플레이하실 분들은 괜찮을지도요? 스킵이 안되서 진절머리나게 탭 하는 것과 후반에 갈수록 막히는 퍼즐이 나와서 약간 짜증날 수도 있지만 그 정도를 감안하고, 엔딩마다 캐릭터, 설정이 마구 바뀌는 사소한 것 정도는 신경쓰지 않는다면 무난히 할만한 어드벤처입니다.


사실 다른 게임 얘기도 쓸 예정이었는데 <모로저택의 비밀> 글이 길어져서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Posted by 시바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