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2011. 3. 8. 18:04

우리는 평등하죠, 007?

하지만 2011년이 된 지금도 여전히 남성은 여성보다 수익이 많은 편입니다.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에도요.

당신은 정치인이나 회사의 중역이 될 확률이 더 높습니다.

남성이기에 자유분방한 성생활을 즐겨도 그것으로 인해 차별받을 확률은 적습니다. 뭐, 아무래도 좋지만요.

한편,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확률은 지극히 낮습니다.

또한 매년 임신 때문에 직장을 잃는 3만여명의 영국 여성들과는 달리, 만약 당신이 부모가 되기로 선택하거나...사고로 부모가 되어도, 당신의 직업에 끼칠 영향은 거의 없습니다.

여성을 그렇게도 좋아하는 당신이라 물어보는데, 여성이 되는 것이 어떤지 생각해 본 적은 있나요?

(본드, 여기서 잠시 퇴장했다가 여장을 하고 재등장)

세상은 변했지만, 숫자는 우리에게 불리한 증언을 합니다.

여성은 세계 노동력의 3분의 2를 제공하지만, 총수익의 10%를 벌며 총재산의 1%만을 소유합니다.

돈과 권력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매년 7천만명의 소녀들은 기초교육의 기회조차 박탈당하며 6천만명은 통학길에 성폭행을 당합니다.

우리는 밤거리를 걷기 두려워하지만, 심지어 집에 돌아가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일부도 있습니다.

여성 중 4분의 1은 가정폭력의 피해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영국에서만 매주 2명의 여성이 현재의 혹은 전의 파트너(배우자, 애인)에게 살해당합니다.

그래서 묻는데, 우리는 진정 평등한가요?

답이 YES가 되기 전까지, 우리는 그 질문을 멈추어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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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가수 애니 레녹스가 후원하는 성평등 단체 EQUALS의 외뢰로 영상입니다. 퍼감환영.

출연자는 최신 007 영화에 제임스 본드로 주연한 대니엘 크레이그, 목소리는 M역의 주디 덴치입니다.

여자 좋아하기로 악명...아니 이름 높은 제임스 본드가 역지사지로 여자로써 산다는 것을 진지하게 고찰하며 여장까지 하는 전개가 좀 뿜기면서도 은근히 진지하기까지 한....상당히 인상적인 PR영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외로 여장이 어울리는 충격적인 사실도....

동시에 세계 여성의 날과 같은 기념일이나 페미니즘 운동이 왜 여전히 필요한지에 대한 이유도 설명하죠.

우리나라에서는 여성가족부의 게임 관련 개드립 때문에 여성운동까지 덤탱이로 이미지가 나쁘지만, 사실 여성부가 마땅히 해야할 일이 저 영상에서 언급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기는 한....데 아무래도 여성'가족'부다 보니 여성이라도 일 안하고 가정만 돌보는 여성들이나 어떤 표백된 가족상을 가진 보수층에게 어필할만한 법안이나 만드는 데 주력하는 것 같지요. 생각해보면 아동, 청소년 보호라는 명분과(뭐 여기까지는 참 좋지만) 좀더 구체적이고 눈에 보이는 파급력을 행사할 수 있는 '청소년(이 볼 것 같은) 미디어의 규제' 정책이야말로 정치가로써 특정 연령층 및 정치적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기 가장 쉬운 경력쌓기 중 하나이기는 하지요. 일본만 봐도 그렇고...

하지만 '여성부' 장관의 진정한 개드립은 아프가니스탄 수준은 되야할 듯. 현재 아프가니스탄에는 가정폭력이나 명예살인을 피해 도망친 소녀와 여성들을 보호하는 여성 쉼터가 해외 후원자들의 자금으로 NGO단체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수적인 지역사회 유지들이나 무슬림 성직자들의 눈에는 여성을 타락시키는 기관으로 눈엣가시였습니다. (여성의 외출이나 일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다보니 밖에서 숙식한 여성=창녀+집안망신→집에 돌아오면 100% 명예살인 크리) 2010년에 남편에 의해 코와 귀가 절단된  비비 아이샤도 쉼터로 몸을 피하여 그 사연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는데,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지배층의 입장에서는 국가 망신이었고 대부분의 국가망신 타령하는 '애국자'들이 그렇듯이 원인을 자기 집단의 내부적인 문제, 즉 여성에 대한 폭력을 용인하는 사회문화적 문제같은 것보다 '건방지게' 입을 놀린 피해자와 사건을 세계적으로 알린 쉼터라고 책망했습니다. 이에 최근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여성 쉼터에 대해서 '여성들을 위해' 입소 여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는데, 지역유지와 성직자들로(물론 전부 다 남성) 구성된 위원회에서 진정으로 쉼터에 들어갈 필요가 있는지 검토한 다음에 허락하겠다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합니다.....사실 그딴 식으로 심사해서 쉼터에 보내줄 여성이 남아있을지나 의문이지만요.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여성부 장관이자 아프가니스탄 최고의 고위직 여성인 후산 가잔파르는 쉼터들이 운영 불량과 횡령을 일삼고 있다고 공격하며(출처 데이터 없음, 쉼터들은 그렇게 궁금하면 장부 다 공개해도 꺼리낄 거 없다면서 반박중) 따라서 정부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건 무슨 환경부장관이 환경파괴를 찬양하며 변호하는 것과 같은 레벨의....아....생각해보니 이미 있었죠.......

아무튼 국가권력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국가기관이 그것이 존재하는 이유(혹은 그 이유로 보이는 무엇)와 다르게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환경운동을 현재 대한민국 환경부의 행적과 일치시켜서 까대면 불합리하듯이 여성가족부의 작태를 들고서 여성운동이 무가치하다고 폄훼하는 것은 심각한 논리적 오류입니다. 여성의 날을 기념해, 그 필요성을 되씹어보게 하는 영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초기 페미니즘의 역사를 검색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비단 여성들의 권리만이 아니라, 모든 권리는 싸워서 쟁취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요. 물론 그 시대에도 시위나 파업하는 사람들 보며 내막도 모른 채 눈살 찌푸리고 욕하는 여론도 그대로지만요. 하지만 "어떤어떤 나라는 (만화에 대한 인식, 노동자 인권, 차별금지 등등)이 발전해서 너무 부럽다"고 하는 생각이, 그냥 그 나라는 천부적으로 현명하고 착하고 취향 좋은 국민들만 태어나서 그렇다는 막연한 생각에 멈추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 뒤에는 처절한 투쟁과 타협의 역사가 있었다는 과정을 인식하고 가르치는 사람, 보도하는 사람들도 그에 중점을 맞추어 전달해야 합니다. 최근에 재미있게 본 True Grit(더 브레이브라는 순해보이는 국내판 제목 도저히 적응이 안되서orz)에서 인용하자면, 세상에 공짜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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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