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조인성과 나나시가 닮았다는 식의 낚시질은 무리가 있었다고 판단했는지 아슬아슬한 미니스커트의 쇼타와 귀여운 개의 훈훈한 우정♥으로 홍보중인 배급사. ...사실 미니스커트 얘기는 뻥이지만 그래도 좀 신경쓰이는 자세죠?
새로운 개봉일이라는 3월 19일까지 한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아직까지 개봉관 소식이 없는 스트레인저...
배급사 말로는 다섯 상영관 잡을 예정이었다지만(맨 아래) 3월 오스카 수상작 개봉도 밀린 판에 걱정되는군요;
그 와중에 영화 공식블로그는 커녕 (내가 만들어주고 싶을 정도OTL) 배급사 홈페이지조차 없으니 답답합니다.
이런 홍보의 부족함은 배급사가 작아서도 있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스트레인저 자체가 홍보/광고/추천하기가 무척 애매한 애니라는 점도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절대로 심오하고 고차원적인 화법과 연출과 영상미를 구사하며 엄청나게 진지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그런 의미에서의 "작품성"과 "예술성"이 높은 영화는 아닙니다. 오히려 그랬다면 그런 영화를 선호하는 매니아 관객층에게 집중적으로 홍보할 수 있으니 차라리 편하겠지요.
스트레인저는 일본 상업애니메이션의 화법과 비주얼로 만들어진 오락성에 충실한 영화입니다. 100여분이라는 시간 안에 누구나 부담 없이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내용이니까 대중적 화법에도 친절하다고 할 수 있겠죠.
즉 오락성과 대중성을 갖추고 있으니까 당연히 상업적으로도 잘 팔려야 할 것 같은데 (오락성=상업성≠작품성이란 게 일반적인 인식에 퍼진 공식이고 대중적 영화와 평론가나 영화제가 좋아하는 영화를 분리하는 기준으로도 여겨지니) 정작 일본에서는 흥행은 고사하고 애니 좀 많이 본다는 매니아나 오타쿠들 사이에서도 극악의 인지도를 자랑했지요^^; 일본웹을 돌아다니다보면 [우연히 봤는데 재밌어서 DVD를 샀다. 주변에 애니 보는 친구들에게도 빌려주니 다 재미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도 이런 애니가 존재했는지 몰랐다고 함]이라는 패턴이 빈번히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즉 오락성≠상업성이었던 거지요(!)
그렇다면 대체 왜 이런 일이...? 애당초 인지도가 낮았다는 점이 종종 거론되는 것을 보면, 핵심은 홍보의 문제로 보입니다. 사실 출연 연예인들의 와이드쇼 출연이라던가(나가세와 치넨유리가 코스프레 비스무리한 걸 한 적도;;), 캐스트 중 미야노 마모루같은 젊은 인기성우를 내세운 라디오쇼나 이벤트라던가, 뉴타입 개제 등 나름 홍보활동이 전개되기는 했습니다. 영화관 상영 당시 관객의 반은 여성이었다는데 어느 정도 그런 연예인이나 성우팬 대상 홍보에 힘입은 것도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오덕녀들일 가능성도 있지만...)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연예인 성우 캐스팅에 대한 비판은 이해 가지만 가장 잘 나간다는 지브리조차 그런 선택을 할 정도로 극장이라는 통로가 치열하고 애니메이션에게 불친절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미국 시장도 마찬가지라 일찍이 디즈니부터 그런 캐스팅을 했으니 미야자키 하야오만 비난할 것도 없죠.)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런 연예인 약발이 잘 먹히지는 않을 겁니다. (시도를 하고는 있지만) 기무타쿠나 오다기리 정도라면 모를까. 그리고 아무리 연예인 캐스팅을 해도 결국은 [연예인 팬]의 분모와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보는 데에 거부감이 적은 사람]의 분모가 겹치는 사람들이 보러 오게 되니 한계도 있구요. 국내에서는 전자 쪽의 분모는 거의 기대할 수 없으니 순전히 후자에 올인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일본의 제한된 홍보활동의 요인이기도 한, 제가 봤을 때 홍보를 어렵게 하는 작품의 내재적인 특성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몇주 전, 시사회 기사를 쓰며 어떻게 하면 보고 싶어지게 적을 수 있을지 번뇌하고 있을 때 작품 자체의 핵심을 동생이 딱 두 단어로 정리해 주었습니다.
액션과 남자.
...뭐 전국시대라는 요인도 있지만 결국은 저 두 테마를 최대한으로 살려내기 위한 가장 적합한 배경을 고른 것 같기도 하고...내지는 그냥 전국시대 검극에 집착하다보니 저렇게 되었을 수도 있고...닭이나 달걀이나(...)
어쨌든 첫번째 포인트인 [액션]. 이 경우 동서고금 메인 타겟은 남자들입니다. 액션을 즐기는 여성들도 물론 있지만 그래도 일반적으로는 남성적 장르로 인식되어 있고 실제로 액션영화 보러 가는 대다수가 남자들이긴 합니다. 여기다 (일본)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남자라는 변인을 더합니다. 여기서 끝나면 간단할 것 같지만 최근 애니계 트렌드라는 변인을 더하면 좀 복잡해집니다. 그러니까...근래 본격 검술액션 애니메이션이 몇개나 있었습니까?(...)
일반적으로 스트레인저가 비교되는 대상이 [쥬베이 인풍첩] [바람의 검심 추억편] [블리치](<<이건 양덕들...;)인데...(왠지 [무한의 주인]이나 [시구루이] 애니판은 언급되지 않음)...[블리치]를 제외하면 상당히 오래된 작품들이죠; 무엇보다 요즘 일본 애니계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모에계열의 코드는 전혀 찾아볼 수 없구요. 오오토모 가츠히로가 왜 이런 칭찬(...?)을 했는지도 납득될 정도입니다. 남자 애니메이션 팬들이 좋아할만한 액션 작화를 자랑하지만, 문제는 최근 애니메이션의 대중적 트렌드와 코드에서는 한참 떨어져 있다는 점이죠. 굳이 노린다면, 아직도 정통파 액션 애니를 그리워하고 굳이 모에코드 애니가 아니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90년대까지의 극장용이나 OVA 애니메이션 취향 즉 다소 올드...아니 고전적인 취향의 애니팬들을 노려야 할 것입니다. 애매하지요(...)
두번째 포인트인 [남자]. 사실 이건 남성향 장르인 액션으로써의 요소를 저해하는 요인이기도 한데...왜냐면 그런 액션이라도 아니 그런 액션일수록 감초나 눈요기용 여자 캐릭터를 끼워넣기 마련인데 아주 용감하게도 (내지는 무신경하게도?) 그런 이성애자남성관객친화적 서비스 정신은 완벽하게 배제되어 있습니다. 여자 캐릭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름이 안나오는 이타도리 부인까지 합치면 4명...토비마루가 사실 수컷처럼 방뇨하는 버릇이 있는 암컷이라고 친다면 +1마리...) 주인공들의 연애대상도 아니고 옷이 찢어지거나 목욕하는 그런 서비스씬도 없죠. 주요 캐릭터도 전부 남자(내지는 소년)고 핵심적인 구도 및 인간관계는 죄다 남성들간의 동성사회적homosocial 교류가 중심을 이룹니다. 그러고보면 연령대도 외모도 타입도 제각각. 이것은 소위 말하는 여성향적 요소...?
...그러나 여자들이라고 남자면 다 좋아합니까. 여성향에도 명백한 대중적 취향과 트렌드가 있습니다.
이런 광채나는 꽃미남들이야말로 주류 여성향인 겁니다.......(네? 뭔가 틀렸다고요?)
히○자는 나나시가 전형적인 미형 주인공 타입 얼굴이라고 벅벅 우기고 있지만 사실 나이도 있어서 선이 좀 굵은 편이고 (풋내나던 과거 시절이라면 미소년 주인공으로 먹혔겠지만...) 말끔히 면도하고 있는 것이 충격적일 정도로 행색이 구질구질한 건 사실이죠. 코타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남장한 로리로 착각할 정도로 귀엽기는 한데 쇼타만으로 보러 올 정도로 쇼타광인 여성향 팬은 좀 드물 것 같고. (언제까지나 주류는 청년과 10대 중후반 소년임!) 라로우는...벗지를 않고...(<<?!) 후우고와 쥬로타 정도가 만만한데 왠지 없어 보이고...(실제로 없고;)
요는 남자들이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역시 대중적인 여성향 코드에 잘 먹히기에는 좀 삭았거나 어리거나 구질구질하거나 빈궁해서 다소 어긋난다는 점입니다. 떡대 좋아하는 소수파에겐 좀 먹힐지도...역시 애매(...)
결론은 남성관객 내지는 여성관객을 낚을 수 있는 광고는:
1. 액션씬과 함께 여성캐릭터가 나오는 장면을 최대한 편집해서 집어넣는다. 부족하면 후우고 추가. (그렇다 해도 모에계 디자인이 아니긴 하지만...)
2. 후우고와 사망직전의쫌멋지게그려준쥬로타를 잔뜩 넣는다. (그다지 중요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은 넘어간다.)
......그리고 허위광고라고 욕먹...이전에 아예 다른 애니가 되잖아!!;
사실 스트레인저 자체가 본즈의 10주년 기념작으로 기획되었고 사장이 프로듀서였다는 점(...)에서도 추측 가능하지만, 감독과 각본가에게 상당한 자유도를 부여한 특이 케이스이긴 합니다. '잘 팔리는 것(=대중적 상업성)'보다 '제작자가 만들고/보여주고 싶은 것(창작자의 취향/미학/오락성)'을 더 우선한, 80-90년대 OVA 작품들과 비슷한 제작철학을 지닌 셈이죠. 그러다보니 결과적으로 팔기는 애매하지만 보기 드물게 퀄리티도 높고 재미도 있는 작품이 나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나중에 더 평가받을 종류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가능하면 많이 팔리고 보여졌으면 하는 것이 팬심.
일단 제 주변에서 보신 분들의 경우는
1. 액션이 좋다고 해서 보는 사람. (남자들은 대체로 이걸로 넘어옴) 2. 그림이 좋아보여서 보는 사람. 3. 어떤 연고로 장정 둘이 들러붙어서 헉헉대는지 너무 신경쓰여서 본 사람. 4. 하도 블로그에 떠들어대니까 질려서 보는 사람(...)
이런 동기들의 복합패턴이던데요. 적어도 보고 나서 재미없다거나 시간 물어내라고 멱살잡힌 적은 없습니다.
요는 어쨌든 지속적 포스팅...아니 미디어 노출이 계속되어야 애매한 소수층이라도 포섭할 수 있다는 결론.
그러니까...[액션]과 [남자]를 포인트로 팍팍! 홍보해요!
공식홈 자료 대땅 많은데 그거라도 번역하면 그럴듯한 공식블로그 만들 수 있는데...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