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2005. 11. 12. 10:02
요즘 라디오를 듣습니다.

정확히는 알바하는 곳에서 줄창 라디오를 틀어놓고 있어서 '듣게 되는' 것이지요.

뭐 간단히 말해, 음악 신청과 사연 읽기식의 프로그램이 연달되는 종류입니다. DJ들과 가끔 의견충돌(?)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런대로 운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캐나다에서도 특히 특정 시간대에는 (자동차에 있었으므로) 라디오를 들었습니다. 아직 핸드폰이 우리나라만큼 보편화되지는 않은 곳이라, 사연이나 신청곡은 주로 메일이나 엽서로 이루어지고 문자 발송은 좀처럼 없습니다. 게다가 사연...이라는 것도 나쁘게 말하면 우리나라 라디오의 사연처럼 구구절절 자세하거나 소설같지 않고, 꽤 짤막짤막하면서 간결한 편입니다. 사적인 감정적, 정서적 표현은 최대한 피하려는 편이죠. 메말랐다...라기 보단 굳이 그런 면을 강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간단히 말해 우리나라에서 [고3]이 디폴트로 굳이 수식어를 안 붙여도, [괴롭고 힘든 시절]로 자동적으로 이해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수험생 여러분! 파이팅!)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 사연들은 거의 아마추어 소설, 수필급입니다. 게다가 프로그램에 따라서는 DJ가 연기(...)까지 하며 해설을 해주니 더더욱 실감(...)이 나지요. 게다가 즉석 문자 메세지 보내는 것도, 워낙 인구도 많은 나라에다가 핸드폰도 웬만하면 다 가지고 있으므로(...) 무지막지한 분량의 문자가 보내지지요. 그래서인지 제 신청곡은 한번도 뽑힌 적이 없습니다. (곡 문제냐!! 영화에도 나온 건데 구하기 어렵지도 않잖아! 아니면 이유는 몰라도 핸드폰 번호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냐! 크악 치사해!....하고 이를 갈고 있으나...하긴 모 님 말씀대로 클래식만 줄창 틀어주는 프로그램에 클래식 리퀘스트를 보내면 높은 확률로 채택될지도...하지만 차이코프스키의 6번 교향곡같은 것을 그 곡에 대한 음악가의 뒷사정(...)까지 써서 보내면 안될수도 있음. 쿨럭;) 그런데 아무리 신청곡이라고 해도, 계속 나왔던 유행가만 틀어주는 건 좀 짜증이 나더군요. (니들은 그렇게까지 대학가 상점에서도 틀어놓는, 쉽게 들을 수 있는 노래를 굳이 라디오로 신청하냐!!! 지겨워 죽겠다!! 게다가 요즘은 왜 이렇게 배떼기 쳐부른 노래들이 많아! 여자 두명 있는데 하나만 도저히 못 고르겠다는 둥, 나는 돈 허벌나게 잘 벌고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초특급 슈퍼스타지만 아무도 나의 진정한 모습을 몰라서 외로워용 같은 지X이냐!! 맞고 싶어!)

뭐 그래서 배철수의 음악캠프 종류 쪽이 좋은 것은...평소에는 좀처럼 들을 수 없는 6, 7, 80년대의 명곡들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겠죠. 특히 80년대 것은 좀 촌스러운 느낌이 나면서도 묘하게 에너지 넘치지 않습니까? 가사가 좋은 것도 많구요. 사실 언젠가는 북두의 권 실사영화 오프닝곡을 신청하고 싶습니다만 트랙이 있을지 어쩔지....

게다가 라디오도 가끔 엄한게요.......

몇번만 들으면 쉽게 순서패턴을 파악할 수 있는 라디오 광고.......

......중에서 모 대기업의 대출 서비스에 대한 것.

배경 사운드는 축구시합.

그리고 나레이션.

[우리 태극전사들, 공수전환이 ○○○(제품명)처럼 자유자제에요!!]

...........................

아니, 물론 스포츠 용어라는 건 아는데..........

그래도 푸웊~끄윽끄윽끄윽; 하고 웃음이 튀어나오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과연, 태극전사들은 참 대단하구나.......(....)

하드코어해(.......)

그리고, 사연...정확히는 고민상담 중에 어떤 여성이, 어느 날 남편이 자정이 지나고 새벽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어슬렁어슬렁 기어들어오길래, 화를 냈더니 [부장님이 너무 취하셔서, 같이 호텔에 들어가서 잔 것 뿐이야.]라고 대답하길래 그려러니 했는데, 친구들이 사실은 룸살롱 간 거 아니냐고 의혹을 제시하여, 고민이 된다는 내용인데......

저기요......[부장님과 함께 호텔에서 잤다]는 말이 거짓말이라도 물론 문제가 있겠지만...진짜라도 문제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퍼걱!)

......................................

곤란하군요..........

라디오의 세계까지 오염시킬 여지가;;

뭐, 아무튼 가끔은 TV대신(사실 저같은 경우 집에 TV가 없으므로 못 보는 거지만;) 라디오를 듣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말입니다. 그 즉석적, 동시다발적인 면이 매력적이거든요. 특히 뭔가 일을 할 때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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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