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29. 23:57


나츠메 소세키. 일본의 대표적인 근대 소설가. 구 1000엔 화폐에 얼굴이 실려지기도 했음.
수많은 대표작이 있지만, 그 중에 읽어본 것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번역본 정도...
[코코로(마음)] 원본이 있어 읽어보려고 했지만, 친척이 저에겐 너무 어렵단 이유로 가져감.
...하지만 진작에 읽어 보았어야 한다고 조금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

도이 타케오. 일본의 저명한 정신분석학자.
지난 학기에 기말 페이퍼를 위한 자료 조사를 하다가 자료 옆에 꽂힌
[일본인의 의식구조-아마에의 구조]라는 책도 눈에 띄길래 같이 빌려서
딴짓...아니 참고할 겸 넘겨봤는데, 이 중에 도저히 안 읽고는 넘어갈 수 없는 챕터가...
[아마에의 병리-동성애적 감정]이라는 제목....
70년대이니까 아직 동성애적 감정을 병리로 분류하는 건 그렇다 쳐도
그 예시로써 제공되는 게 나츠메 소세키의 대표작 중 하나인 [코코로]라는 점.

(도이 선생의 글에 의하면) 주인공 총각은 해변을 거늘던 '선생'이라는 연상의 남자에게 끌리는데
'선생'은 이전 하숙집 총각을 짝사랑했다가 실연당한 이후 사랑불신증에 자살충동 증상을 보여

모 이○시키 노△무 선생을 대입시키고 싶은 분은 마음대로 하시오
주인공의 사랑을 제대로 받아주지 못하고...
어긋나는 마음과 고독의 끝에 존재하는 것은 정녕 무엇인가...


....적어도 도이 선생님의 글에 의하면 저런 내용이었던 겁니다.
제 기억력 필터로 조금 이상하게 조정되었을 수는 있지만
동성애적 해석으로 저 소설을 분석한 건 사실입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가 이런 초순정 비엘 소설을 썼다니.

게다가 그것이 일본 청소년 추천도서라니.

무...무서워!!!


...어쨌든 도이 선생님은 저걸 통해 '아마에'가 충족되지 못했을 경우를 예로 들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만...

그보다 제 뇌리 속에 남는 건...나츠메 소세키는 근대 비엘 소설을 썼다는 거랑....

70년대에 일본의 저명한 정신분석학자는 그걸 국제적으로 알려진 자기 책에다 소개했다는 점....
(얼마나 유명하냐면 일본 연구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는 책임...)

그러다 시간이 흘러 2학기.
일본 연구하는 인류학과 강의 시간에 다시 저 책이 나왔습니다.
아무튼 드디어 이번이 기회! 일본 연구 전문가인 교수님에게 확인받을 기회!

"교수님, [코코로]의 인간관계를 동성애적으로 해석해 '충족되지 못한 아마에'를 설명한 챕터 말인데요..."

"아, 그거 사실 저도 왜 [코코로]를 그렇게 읽었는지 알 수 없더군요. 나츠메 소세키가 알면 화낼 걸요."


!


뭐...뭣이라?!

그럼 원작은 멀쩡한 소설인데.....


/


이 분이 비엘로 해석한 것인???!!!!


이 분 동인남??@@$%@!!!!!!


오~~~~노~~~~~~~~~!!!!!!!!!!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있어어어어!!!@$%~!!!!!!!


.........이 혼란을 타개할 방법은 딱 하나....

직접 [코코로]를 읽는 것 뿐이군요.......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이번에야말로 원본에 도전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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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