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2007. 9. 22. 23:54
미뤄두고 미뤄둔 데다가 바벨 2세 리뷰가 우선시된 나머지 지금까지 못 올리고 있던 구매 만화들.
몇달 전부터 몇일 전까지 다양한 기간에 걸쳐 산 나머지 정확한 구매시기가 모호한 관계로 가나다 순입니다.
정리해서 나열하면 극락 카페 2권, not simple,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 2권, 도깨비 신부 6권, 일본인과 천황, 잔혹한 신이 지배한다 애장판 1권, 캠퍼스 4권, 팔레스타인, 푸른 알약, 혐일류로 총 10권입니다.


극락카페 2

(극락카페 1권 리뷰는 이곳.)
사실 진짜로 한참 전에 샀는데(...)
라이트 BL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건전함의 극치를 달리는 점이 인상적.
정확히는...환경은 BL인데 노멀을 넘어서 건전무쌍하여 일과 꿈 외에는 머리에 안 든 주인공에 의한 결과.
보통 수위가 낮은 BL은 야하다는 메리트도 없으니 조금만 재미가 없어도 가차없이 던져 버리겠지만,
이건...아예 대놓고 건전하다보니 달관의 경지랄지...게다가 작가의 여러가지 의미로 건강한 사상이 마음에 든다.
조사해 보니 작가는 [삼천세계의 까마귀를 죽이고]에서 팬들에게 직싸리 욕을 먹었던 두번째 삽화가였음.
본인이야 그 소설도 안 봤고, 만화가로써 묘하게 건전하고 건강하면서 개념적인 센스를 좋게 보니 상관없지만...
2권으로 끝이라고 하는데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은...아저씨를 더 못 봐서 인가(...)
덧붙이면 어떤 의미로는 작가의 왜곡 예고대로 주인공과 아저씨가 되기는(?) 한다. 단지 건전하게...


not simple

이번에 일본 갔을 때 몇년 전 충사가 그랬듯이 히트 작가로 홍보되던 작가 오노 나츠메(혹은 basso)의 작품.
사실 본인은 오노 나츠메의 책은 이것이 처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X년 전에 교보에서 [리스토란테 파라디소]를 구입했던 것이다...광고문구에 낚여서...
하지만 그 때 들고 간 가방이 평소에 잘 안 사용하는 가방이어서 따라서 꺼낼 일이 없어서
지금까지 썩고 있었지만 [not simple]을 계기로 다시 꺼내 보게 된 것이다...
아무튼 not simple은 데뷔작이나, 초기작으로 보이는데 언더만화스러운 느낌이랄지...
감수성이나 그림체나, 일본 주류만화와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그러면서, 보기에 부담스럽지는 않다.
사람의 마음을 잔잔히 강타한다는 게 이런 느낌일지도.
...그래서 작가의 요즘 그림체나 작품은 좀 마음에 안 들게 되어버렸다. 너무...메이저해!(??)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 2
1권을 뒤집어지면서 읽어서 당장 구입한 2권...인데.
물론 이런 소재가 한계가 있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몇권은 더 신선한 채로 유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네기시와 클라우저 2세 간의 괴리감을 살려내지 못한 점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중.
....그래도 최소한 [풍림화돈]은 건졌다.
이제부터 다케다 기마대가 정상적으로 보일 일은 없을 것이다...


도깨비 신부 6

선비는 여전히 가출 중이다. 라고 책 뒤에 쓰여 있으니 스포일러는 아니겠지...
주인공이 가출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것을 통해 뭔가를 깨달아가게 된다.
개인적으로 [도깨비 신부]는 한국의 무속과 민화를 만화 속에서 살려낸 점에서 한국적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정서'의 흐름이 매우 한국적이기에 그만큼 설득력과 공감을 발휘하는 듯하다.
물론 '한국적'이라는 개념은 쉽게 설명할 수 없다. 게다가 한국적이라는 걸 강조하면 자칫하면 민족 본질주의 (예컨데 '한국인은 원래 정이 많다'던가, '일본인은 원래 잔인하다'던가 등, 특정 민족이 마치 유전적, 천성적으로 특정 속성을 타고 난다고 생각하는 것)로 가버리기 때문에 개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올바르지도 않다.
하지만 특정 공동체에서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이해하는 감성이나 정서라는 것은 명백히 존재한다.
그것을 '한국적인 감수성'이라고 한다면, [도깨비 신부] 속에는 살아 숨쉬는 것이 분명하다.


일본인과 천황
맛의 달인 스토리 작가인 카리야 테츠가 스토리를 담당...했는데 왜 가리야 테츠라는 거지...
물론 일본어 이름은 첫 글자는 묵음표기라고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테즈카보다 데즈카가 왠지 편하지만...
그리도 카리야가 가리야가 되거나, 토키가 도끼가 되는 것은 왠지 묘하다. 왜일까...
어쨌든 [맛의 달인]도 요리 뿐만이 아니라 음식에 얽히는 정치, 사회, 환경 전반을 상당히 편견 없으면서 강건한 어조로 다루는, 정치적 색채도 다분히 강한 만화인데 (너무 많이 나와서 90권인가 이후로는 못/안 읽고 있지만...) [일본인과 천황]은 아예 본격적으로 천황제를 파해치고 있는 작품. 사실 일본에 대해 알고 싶으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천황제인데, 역시 만화인만큼 읽기 편하니 상식 늘리는 차원에서 구입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
기미가요의 기원, 천황제의 시대별 변모 양상, 일본사회에 끼친 영향, 전쟁 책임 등 중요한 사안 전부 포함.
하나하나 철저한 팩트에 근거를 두고 있어서, 작자의 어조가 다소 강건해도 충분히 뒷받침이 된다.
그나저나 작가...이 책 내고서 천황빠나 우익한테 칼 안 맞은 게 신기함.
조금은 존경스러워졌다.
맛의 달인의 마지막 보루인 동성애자 캐릭터가 나오면 더 존경해주지..(내 존경따위 필요없겠지만...)
역시 군지가 나오는 수밖에 없는 건가....하지만 도련님이 음식에 감동 먹을 타입은 아닌데...


잔혹한 신이 지배한다 애장판 1
사실 본인은 너무 건전한 청소년이어서 이 전설적인 만화의 해적판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남동생은 검도를 땡땡이 치며 남자 만화 코너를 모조리 섭렵한 뒤 여자 만화 코너를 기웃거리며 별 해괴한 것들을 다 보다가, 하필 이 만화에 걸려 [새아버지가 무서워...]하고 덜덜 떨며 트라우마가 생기고 말았다.
(물론 지금은 회복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분량을 보면 2권어치를 한 권에 합친 듯. 애장판 치고는 아직 1권밖에 안 나오다니, 좀 느린 게 아닌가...
수위는 지금 시대에야 별 것 아니지만 그 리얼리티 때문이라도 가정호러물로써의 공포감은 충분.
섬세하면서도 치밀한 심리묘사와 지나치게 육중하지 않은 (분명히 무거운 스토리지만...) 전개가 최고.
실제로 강간이나 학대 피해자였던 독자들에게는 치유적 효과가 있다고도 하는데, 납득이 간다.
그나저나 이건, 새어버지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는 어머니가 더 문제가 아닌가...(양육권 뺏었어야-_-)
[타로 이야기] 어머니도 막장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까진 아니었던 걸로 기억함....
그 전에 이탈리아 남자라면 몰라도, 영국 남자같은 게 신사적으로 알콩달콩 대하면 경계를 했어야지...(편견)
어쨌든 아들 데리고 결혼할 때는 배우자가 변태 쇼타콘일 여부를 꼭 확인하라는 교훈.


캠퍼스 4
2, 3권이 한꺼번에 나오더니 4권으로 완결. 시원섭섭한 느낌.
여대는 아니지만 여중을 다녔고,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닌 적도 있으니 공감대가 많은 만화.
기똥차게 재밌다는 수준은 아니지만, 소소한 한국적 일상을 꽤 생동감 넘치게 개그의 소재로 쓴 점이 좋다.
부수적인 것이지만 동인 문화나, 매니아 문화(국내에는 거의 무명인 외국 배우에 대한 것 등), 싸이월드 등 한국의 인터넷 (서브)컬처를 솔직하면서 재미있게 묘사한 점으로 일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남자 작가가 남자 관점으로 그리는 동인녀/부녀자보다 훨씬 리얼리티가 있다고 생각 중. 한국이니까 100% 동인문화만으로는 잡지 연재물이 나올 수 없으니, 언제까지나 일반인의 이해 범위와 분량 안에서 다루기는 하지만...
매 연재분이 짧아서 책이 자주 나오지는 않지만 대신에 표지가 좋은 질의 종이로 예쁘게 뽑아지는 것도 장점.


팔레스타인
사야되긴 하는데...하고 미루기만 하다가 살 때가 되어서인지 사게 된 책.
너무 유명하니 길게 말할 필요는 없지만 작가가 직접 팔레스타인에 뛰어들어 겪은 체험을 바탕으로 그려진 만화.
알고 보니 대학은 본인과 전공이 같은 계열. 하지만 겁쟁이인 본인으로써는 이런 용기가 부럽기만 할 뿐.
연이어서 참담하고 끔찍한 현실에 옥죄인 작가의 불안함과 숨막힘이 느껴질 정도다. 그것이 목적이었겠지만.
확실히 [쥐]보다는 정돈된 느낌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스피겔만의 엄청난 준비기간을 감안하면 당연하지만...)
충실하면서 냉정한 현장 보고서로써 그린 것이고, 그 역할은 충분히 수행한다.
기사나 사진보다, 만화가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진 매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푸른 알약
이것도 [팔레스타인]과 같이, 아니 정확히는 그보다 더 자전적인 성격이 강한 만화.
우리나라 인터넷 만화 중에도 더러 있지만 정말 자전적...연애 만화를 그리는 작가들은 참 대단하다.
본인같은 부류의 배배 꼬인 인간으로부터 대대적인 비웃음과 쪽팔림을 감당해야 할텐데 말이다.
하지만 [푸른 알약]은 꼭 알려져야만 하는 커플의 이야기를 밝히고 있으니, 예외로 한다.
바로 에이즈와 함께 하는 커플의 이야기를 말이다.
작가이자 화자인 남자주인공이 사랑에 빠진 이웃집 여성은 사실 에이즈 환자였다. 그녀의 어린 아들도 그렇다.
그래도 그녀를 사랑하기에 같이 살고 함께 하고, 그러면서 감염에 대해서 장래에 대해서 불안해 하기도 하고, 그런 것들이 일상적이지만 전부 보듬으며 사랑하고, 살아간다. 위대하거나 거창하게 자기희생적인 사랑만이 꼭 감동적이라는 법은 없다. 누구라도 사랑하고, 행복해질 권리가 있을 뿐이다. 그것을 응원하고 싶다.
덧붙여 뽀뽀로 에이즈가 옮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 국내 영화/드라마 각본가들에게도 필독 도서.


혐일류
이것도 미루다가 최근에야 샀다. 정확히는 한동안은 서점에 보이지를 않았음...(절판?;)
야마노 샤린의 [혐한류]에 대한 김성모의 진지하고 근성 어린 반격.
확실히 김성모답지 않게 공부도 제법 한 것 같고 이목구비도 제대로 붙어있고 복사컷도 안 보인다.
게다가 뉴욕타임즈의 오니시 노리미츠의 [혐한류] 비판에도 나온 한국인에 대한 외모 묘사 차이에서 보여지는 (간단히 말해 만화 속 평균에 비해 지나치게 못 생겼다...-_-) 인종차별 지적이 있었지만, [혐일류]에서는 한국인과 일본인의 외모 수준 차가 없으니 이 점도 장점일지도. 물론 김작가의 한정된 인물 묘사 능력도 있겠지만.
(그런 이유로 작화 면에선 승리...라고 해도 단순히 [혐한류] 그림이 질이 떨어지는 것 뿐이지만...-_-)
하지만 [혐한류]의 유치하고 원색적이고 악의적인 논조에 제대로 반격하기 위해서는
1. 똑같이 내지는 그보다 더한 유치함, 원색성, 악의로 철저히 무장하여 동급 레벨에서 까 버리거나
2. 탄탄한 사실을 근거로 냉정하고 논리적이고 날카롭고 성숙한 논조로 뿌리부터 뽑아버리거나
라는 둘 중 하나의 방법을 택하는 것이 적절했을 것이다.
무슨 만화를 그려도 조폭 만화가 되어버리는 김작가에게 2번은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니까
(사실 일본에서는 혐일류에 대해 비교적 개념적으로 반발한 책이 있다는데, 만화의 형태가 아니라 아쉽다)
본인을 포함한 많은 독자들이 기대한 것은 역시 1번이었을 것이다.
모두들 노무현과 고이즈미가 사시미칼을 들고 스텝을 밟으며 뼈와 살을 분리하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혐일류]는 지나치게 점잖은 만화였고, 물론 작가의 상당량의 비교적 근거 있는 자료들의 나열은 인상적이지만 그것을 잘 활용하기에는 논조가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근본적으로 식민지 지배 역사가 있고 [혐한류]라는 만화가 출판 후 베스트셀러가 되는 일본에 대한 불신감, 경멸감, 혐오감은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1번에 적합한 태도를 가지고 2번의 표현방식을 사용하려고 했다는 점이 그 어정쩡함의 원인이다.
기대에 비해 화제가 되지 못하고 많이 읽히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물론 한국은 사실상 '일류'라는 것도 부곽되지 않았고, 일본문화에 내내 익숙해져 있어 일본같은 반한류적 감정이 나올 분위기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반일감정이 격렬하던 월드컵 때도 아니니 시기적 이유도 있지만...
[혐한류]도 벌써 3권까지 나왔다니까 김작가도 지지 않고 [혐일류] 속편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원수를 갚기 위해 일본 정치인들이나 우익 인사를 회 뜨고 다니는 조폭아가씨가 주인공인 [혐일류2]를 그려내길 기대한다.
...그나저나 [혐한류] 출판사 신유샤는 김작가의 [혐일류]를 일본어로 출간하는 관대함(...)을 보여주었는데
국내에서 [혐한류]를 출간할 용기있는 출판사는 정녕 없단 말인가?
본 사람이 많아야 제대로 비판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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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