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07. 9. 1. 15:40

그 동안 포스팅이 없었던 것은 결코 게을러서가 아니라 메인보드를 교체하느라 그랬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 AS 기간이라 교체비만 물었군요. 바이러스가 너무 많아서(....) 포맷까지 하는 바람에 기존 파일들이 죄다 날아가버리고 말입니다. 으어어 으허허허....2학기 정말 말그대로 제로부터 시작하는군요.
안좋은 의미로 하얗게 불태운 심정이지만 그래도 그 동안 본 영화 리뷰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리턴]...다행스럽게도 극장에서 볼 수 있었던 영화. 명민좌가 주연하시는 스릴러지요.
호러가 아닌 메디컬 스릴러이므로 사다코 클론이 안나와서인지, 디워 때문에 극장을 못 잡아서인지 인지도는 적지만, 보고 나서는 제법...수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수술을 위해 마취된 환자가 도중에 의식만 깨어서 고통을 느낀다는, 수술 중 각성 현상을 테마로 한 영화입니다.
25년 전 어떤 어린이가 수술 도중 각성한 끔찍한 경험을 당하지만 책임을 회피하려는 병원 측은 인정하지 않고, 이에 혼란을 느끼며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던 소년은 끝내는 다른 아이를 살해하고 맙니다. 세월이 흐르고 수술 관련자들은 연이어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외과의사인 주인공 류재우도 이에 얽혀 있는데...정도의 기본 시놉시스만 알고 봐야지 재미있는 영화. 덧붙여 포스터의 배우들 중 셋이 각자 외과, 마취과, 정신과 의사이며 이들이 다루는 전문분야가 주제와 스토리와 깊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상당히 탄탄한 구성과 긴장감을 유지하며 문자 그대로 산 채로 뼈와 살이 분리된다는(...) 섬뜩한 고통을 통감하게도 합니다. 엔딩도 깔끔하구요. 단순히 '정리'가 다 되서 그런 건지도....어쨌든 정리는 중요한 겁니다 우리나라, 아니 스릴러 영화 통틀어서 간만에 제대로 만들어진, 그것도 특이한 소재를 최대한 잘 살린 수작입니다. 곧 극장에서 내릴 것 같아서 안타깝지만 DVD라도 나오면 꼭 보실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물론 딱히 스릴러 취향이 아니라도 훈남들이 바글거리는 게 좋다는 분께도 추천.

원래 제목은 [천개의 혀]였다가 [리턴]으로 바뀌었다는데, 어떻게 보면 고통의 기억에 대한 무시, 억압의 결과로 피치 못하게 야기한 return of the repressed-억압당한 것의 귀환이 키워드인만큼 적절한 제목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수술 중 각성 현상은 지극히 확률이 낮고 의사 책임도 아니고 수술까지 해서 살려줬는데 복수하겠다니, 이 무슨 물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식인가!--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진정한 문제는 고통을 겪었다는 것 자체보다 그 고통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혼란과 분노였다고 생각합니다. 고통이나 괴로움은 타인과 나눔으로써 덜어지는 법인데 그러기는 커녕 아예 [부정]해버린 것이 문제였지요. 그렇다 쳐도 그 복수의 정도는 심히 과했습니다만...(덧붙여 그 이유에 대해 길이길이 남을 명대사를 남기는 살인마;;)

교훈은 최면 함부로 걸지 말자(...)랑 잔혹살인마라도 이쁜 애는 곱게 죽여준다....(...이게 왜 교훈이야...)
그리고, 미국에서 살면 누구나 액션스타가 되서 돌아온다...어사 박문수도 예외없음...
이건 스포일러: 그나저나 대체 걔는 직업이 뭐야?? 암행어사=사복 FBI 요원?!!! 어쩐지 그 깽판을 치고도 풀려나더니 미국의 입김인 건가!!
마지막으로...우리 모두 고르고13처럼 등 뒤를 조심합시다...어디서라도....

다음 리뷰는, [영광의 날들].


2차 대전 영화인데 특이한 점은 프랑스군, 그것도 프랑스의 오랜 식민지였던 알제리 출신 군인들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일제시대에 일본군에 자원입대한 조선청년 정도일까요? 물론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알제리는 19세기 초중반부터 식민지였으니 이런저런 차이점은 있습니다만....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지배국 프랑스를 [조국]이라고 주입받아 조국을 나치즘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자원한 청년, 실력이 있으면 아랍계라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입대한 청년, 동생의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원한 남자 등 다양한 이유로 프랑스군에 자원 입대한 주인공들은 프랑스 군 내에서의 차별대우와 프랑스 내지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들의 기대가 얼마만큼 현실적이었던 것인지 뼈져리게 느끼게 됩니다. 즉 전투보다는 드라마 쪽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화려한 전투씬은 아쉽게도 없지만(....그전에 영화 자체가 저예산이라 애당초 무리였던 것 같지만....) 전장이 아닌 군대 속 일상에서의 전쟁을 실감하게 하는 데는 충분합니다.

영화가 다소 지나치게 평이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묻혀져 있던 북아프리아계 식민지 출신 병사들의 삶을 비로소 재조명하게끔 끌어낸 취지와 의미는 충분합니다. 실제로 이 영화를 보고 난 프랑스 대통령이 아랍계 참전용사들의 연금지급을 허용했다고 하더군요. 프랑스의 상황은 잘 모르지만, 오래전부터 문제가 되었고 911 이후 좀더 표면으로 드러난 프랑스 내 아프리카계 차별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몇년 전에 어떤 방송기관에서 조사해본 결과 이력서 단계부터 아랍계 이름은 차별당한다는 점이 드러나기도 했지요.

차별은 진급은 꿈도 못 꾼다는 제도적인 측면에서부터 토마토 지급 차별이라는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평등의 이름은 토마토!--라고 세뇌될지도....) 일상적인 공간까지 퍼져 있습니다. 상황을 더 모순적이고 복잡하게 하는 것은, 그런 차별을 하는 조국을 위해 기꺼이 싸우고 죽으라는 군대라는 시스템 안이라는 점이죠. 그래서 공을 세우면 진급 시켜주냐?--하면 그건 절대로 아니고 말입니다. 게다가 군대는 커플파괴질까지 합니다. 정녕 군대는 솔로부대란 말인가??...정확히는 인터레이셜 커플 한정인 것 같지만....

결국 프랑스를 위해 죽을 고생을 하거나 죽기도 하고 목숨 다 바쳤건만 무엇이 돌아왔나? 무엇을 보상받았는가? 무엇을 이루었는가? 나라를 해방시켰다는 기쁨? 그런데 정말 그게 내 나라긴 한 건가? 이 마당에 동료들의 죽음은 희생이라기엔 거의 개죽음에 가깝지 않은가? 그런 적막하고 공허한 현실을 여과없이 보여주니 영화를 보고 나면 씁쓸함과 안타까움만이 남습니다. 그래서 찔린 프랑스 대통령이 행동하게끔 했을 수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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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