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07. 7. 4. 18:35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하니 마코토~♪

...솔직히 한동안 개인적으로 극장용 2D 애니메이션 수난시대였습니다.

제 1타는 제 정신과 마음을 무참히 난도질한 나머지 악평을 쓸 기운도 상실시킨 게드전기...
제 2타는 최대한 관용심을 발휘했어도 아쉬운 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천년여우 여우비...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3번째는 구원투수였으니....

바로 어제 용산CGV에서 본 [시간을 달리는 소녀]...

성적도 외모도 성격도 그럭저럭 무난평범한, 단지 살짝(?) 왈가닥인 활달한 여고생 콘노 마코토.
방과 후에 단짝 친구인 코스케와 치아키와 함께 캐치볼을 하는 것이 일상인, 평탄한 매일매일.

그러던 어느 날, 마코토는 우연히 시간을 뛰어넘는 타임 리프 능력을 얻게 됩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초딩스러운 정의 의식을 가진 모범생이나 여자의 손에 흥분을 느끼는 싸이코패스 회사원이 아닌, 그냥 넉살좋고 단순한 성격의 고교생이었던 마코토는 이 능력을 자신의 일상을 조금 더 편리하고 재미있게 만드는 데에 쓰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면 늦잠을 자고서도 시간을 돌려 지각을 면한다던가, 동생이 뺏어먹은 간식을 과거로 돌아가서 미리 먹어 버린다던가...등의 극히 시시하면서도 소소하고 유쾌한 [일상의 개선책]으로 말입니다.

문제는,  [시간은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는다-Time waits for no one]는 진실은 시간을 뛰어넘는 마코토는 물론 그녀의 친구들에게도 성장통과 마찬가지로 예외없이 찾아온다는 점이었습니다. 코스케와도 치아키와도, 이성으로써가 아닌 현재의 친구 관계가 편하고-정확히는 다른 관계로 변하는 것, 좀더 구체적으로는 '성장'한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 마코토는 몇번이나 시간을 되돌려 [성장]과 [변화]를 피해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것이 진실을 덮어버리거나, 사람의 진심을 묻어버린다는 점, 시간을 되돌려 자신이 이익을 볼 수록 손해를 보는 사람도 생긴다는 진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진심에 점차 눈뜨게 되며, 마코토는 서서히 성장하게 됩니다.

즉 시간 도약이라는 SF적 요소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 작품의 중점은 성장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코토와 친구들. 느긋하고 껄렁하지만 깊이 있는 치아키와, 의사 집안의 어른스러운 우등생 코스케.

그만큼 주인공을 비롯한 현대 고등학생들의 묘사와, 학교의 묘사, 도쿄 변두리라는 설정의 배경인 소도시의 묘사가 굉장히 정밀하면서도 사실적이고, 그것을 넘어 무척 생생합니다. 특히 주인공인 마코토의 [연기]는 아주 뛰어납니다. 물론 성우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몸짓이나 눈빛, 움직임 하나하나에서 이렇게 완성된 [연기]를 보여주는 캐릭터는 대부분 도식화된 연출에 의한 [연기]에 머무르는 일반적인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그것을 뛰어넘어, 어느 틈에 관객으로 하여금 주인공에게 이입하여, 주인공의 감정과 기분을 공유할 수 있도록 이끄는 수준으로, 정말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빼어납니다.

아울러 관객의 이입을 성공적으로 유도하는 주인공 캐릭터의 연기는, 성장통의 애잔한 아픔과 그와 함께 아련하게 피어오르는 애잔함을 느끼게끔 하여, 특히 성장드라마로써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설명하자면 어렵지만, 명백히 가볍고 유쾌한 느낌으로 진행되고, 유머도 많은데도 불구하고, 동시에 기묘한 아픔이 저려오는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돌아오지 않는 것에 대한 회한인지,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에 대한 깨달음에 공감한 것 때문인지, 어떤 종류의 통증이 느껴오는 작품이었고, 그렇다고 불쾌한 종류가 아니라 달콤쌉싸름한 느낌이랄까요. 쓴 맛이 있기에 달콤하고, 그것이 양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어쩌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한 성장의, 인생의 맛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감성주의를 표방한 작품에는 쉽게 이입하지 않는 편인데,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오히려 그 적절한 담백함 때문에 어느 틈엔가 그 감성의 흐름에 이입해 감상할 수 있었던 드문 경우였다고 느껴집니다.

영화 속의 극히 일상적이지만 동시에 무척이나 아름다운 일본 소도시의 풍경처럼,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지만 그렇기 때문에 매 순간이 소중한 시간처럼,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진정한 가치는 [게드전기]처럼 과하게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단지 꾸밈없이 스스로를 드러내는 솔직함, 그렇기에 비범한 진솔함에 있었던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애니메이션 뿐이 아닌 극장 영화로써 간만에 진정으로 감동적인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용산, 상암, 강변CGV에서 상영중이니, 꼭 놓지지 말고 극장에서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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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