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5. 1. 00:39
[유리망치]를 계기로 번역된 (그리고 학교 도서관에 있는) 기시 유스케 책을 찾아보던 도중 [푸른 불꽃]과 같이 발견. 오늘 마침 휴강이라 아슬아슬하게 마감인 공과금 처리 등의 은행 업무 및 핸드폰 AS로 기다릴 일이 많아서 [천사의 속삭임] 쪽을 먼저 독파했습니다.
아마존 탐험대에 참가한 사람들이 일본으로 귀국한 후 연이어 자살하는데, 기이한 것은 평소에 강박증이 있었거나, 공포증이 있던 방법으로 자살한 것입니다. 주인공은 호스피스에서 일하는 미인 정신과 의사인데, 죽음공포증이던 약혼자가 그 탐험대에 다녀오면서 갑자기 죽음에 과한 흥미를 보이고 탐닉하는 등의 이상증세를 보입니다. 한편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 오타쿠 청년은 ([덴시가오카 고등학교]라는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에 올인중이고, 가장 공략이 어려운 히로인 캐릭터인 '사오리'에 푹 빠져 있음...) 게임 캐릭터를 검색하다 들어간 사이트를 통해 [가이아의 자식들]이라는 모임에 대해 알게 됩니다.
보다시피 추리는 아니고, 호러/스릴러 장르입니다만, 작가가 작가이니만큼 풀어나가는 방법은 매우 과학적, 체계적입니다. 동시에 인물들도 인간적인 고민에 시달리니, 균형을 잡아줍니다. 사회파스러운 사회 비판(이번의 주 타겟은 후생성인 듯)도 있고, 신화, 공포, 생물학, 오타쿠(...)를 잇는 특유의 연쇄능력 덕분에 재미도 있고요.
기시 유스케의 최대의 강점은, 다양한 자료 조사 뿐만이 아니라 그 자료들을 적절하고 절묘하게 연결시키고 버무려 재미를 이끌어내는 데에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사실 연결시키는 것이야말로 진짜로 어려우니까요. 만화가로 비교하자면.....사사키 노리코 정도? 물론 센스와 경향은 전혀 다르지만....
본격 추리나 범죄물이 아닌 스릴러라서 기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스포일러는 피하고 싶어서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공포와 쾌락, 죽음과 삶을 잇는 테마는 상당히 흥미로우면서, 묘한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신빙성 있게 묘사가 치밀한 것도 있겠지만요. 수수께끼의 정체가 흔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 자체보다는 신화와 생물학의 만남과 현대인의 문제를 절묘하게 버무린 장점에 주목하고 싶네요. 여담이지만, 오덕후를 마냥 비난, 한심한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 객관성(?)도 좋습니다.
검색해보니, 두권을 한권으로 합친 판본도 판매중이더군요. 구입할지 고민중입니다.  
아무튼 스릴러나, 미스테리틱한 호러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덤으로 [유리망치]는 더 말할 것 없이 필수구매소설. 이상.
덤 2. 천사가 싫어질지도 모릅니다. 저야 원래 딱히 아주 좋아하지도 않았지만...천사 매니아라서 마음에 안 드는 친구가 있으면, 이 책을 쥐어주면 되는 겁니다. 빅토리아조 판타지병을 고치는 특효약이 [죠죠의 기묘한 모험 1부 팬텀 블러드]인 것처럼 말입니다. (덤으로 영국 엘리자베스 시대에 대한 판타지도 치료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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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