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4. 26. 21:45

이어서 또 책 포스팅. 간만에 소설을 이것저것 보고 있군요. 단지 전공서적 읽기 싫어서 도피하는 걸지도...
고사카 지로의 [바다의 가야금]은 임진왜란 때 조선에 투항한 왜장, 사야가 (후에 선조에게 김충선이라는 이름과 양반 직위를 받음)에 대한 소설로, 이름 발음의 유사성 및 철포부대가 있었다는 기록에 의지해 사야가=사이카 마고이치 설을 주장합니다. 정확히는 마고이치 본인은 역시 나이상 무리가 있었다고 느꼈는지 아들인 코겐타이-마고이치로라고 나오지만 아무튼 사이카슈의 대장인 것이죠.
개인적으로 무척 흥미는 많지만, 자료는 그다지 남아있지 않은 인물이라 (실제로 연구가 잘 안되어 있습니다!;) 진작에 이런 소설이 있다는 것을 듣고 도서관에서 빌려봤는데...

이....이건....

90%가 그냥 일본에서 사이카슈가 전쟁하는 이야기...-_-

조선은 뒷부분에 10% 혹은 그 이하...

경상도에서 한번 만난 과부 된 양반 부인이 별안간 청계천에서 의병대장을 하고 있지를 않나, 곽재우도 나오고, 별안간 그나마 존재하던 역사소설로써의 나름대로의 신빙성이 날아가는...

거의 그냥 후일담 식으로 처리....

물론 작가가 단순히 성의가 없었다기보단 조선측 자료 부족이 뼈져리게 느껴지는 결과이긴 합니다만...-_-

사실 소설작가가 아닌 연구자들의 문제고, 게다가 가뜩이나 잘 모르는 조선 얘기인데 자료도 없으니 막막해서 어쩔 수 없었겠지만...물론 일본/조선의 분량 배분이 너무 언밸런스한 나머지, [단순히 사이카슈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후일담이 께림찍하니까 그냥 조선에서 정착한 걸로 떼우려는 건가...]는 의혹도 들지만...

아니, 물론 일본 전국시대 이야기도 전국무장 일화 지식이 쏠쏠이 늘어난다는 데서 나쁠 건 없지만, 그래도 아마 한국 독자들은 그걸 기대하고 보는 건 아니었을 것 같아서......

아무튼 제가 가장 궁금했던 [주인공의 투항/일본 배신 원인].....

사실 이 원인은 아무도 뚜렷이 모릅니다. 참고로 특정 연령대의 분들이 도덕책에서 읽었을, 조선민중의 덕심에 감동해서 어쩌고...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개뿔이니 제외합니다. 물론 투항 편지에는 비슷한 말이 쓰여 있지만, 이것은 상대방을 치켜 세워줌으로써 자신에 대한 신용을 최대한 높여 보이려는 화법이고 (사실 충분히 이기고도 남을 적 대장이 별안간 투항하겠다고 편지 보내면 누가 믿겠습니까. 따라서 투항하는 측은 온갖 방법으로 설득해야죠.), 무엇보다 그런 이유만으로 자기 나라를 버리고 투항할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사야가는 본명이나 고향에 대해 자세히 말하지 않았기에 일제시대 때는 일본 사학자들이 조선이 날조한 가공의 인물이라고 몰아붙이기도 했습니다만, 사실 생각해보면 가문을 밝히지 않은 이유는 알기 쉽습니다. 예시: 건너 마을 박씨네 아홉째 아들이 세상에 월북해서 공산당에 들어갔대요!-뭐? 박씨네 아홉째 아들이? 그런 배신자 자식! 박씨네는 배신자! 박씨네는 집 빼라!-고향에 있는 가족들은 대략 박씨네와 같은 신세에 처하겠지요. 그리고 투항시 보낸 편지나, 평소에 유교에 관심이 많았다는 점이나 문집을 세권이나 남긴 것을 보면, 학문에 조예가 깊었던 듯하니, 다른 말로 그러한 교육을 받을만한 집안의 자제였다는 뜻이겠죠. 사이카가 사야가와 발음이 비슷하긴 하지만, 저런 점에선 캐릭터적으로 어긋난달지...그래서 일본 학자 중에는 규슈 하라다 가문의 하라다 노부타네라는 설을 내세우는 학자도 있습니다. 노부타네는 조선 출병 후 전사 혹은 행방불명으로 기록되었고, 하라다 가문은 히데요시에 대한 반란에 가담했다가 영지를 몰수당해 적대적인 관계였으니 출병 그 자체에 불만이 깊어 투항할 배경도 충분하고, 또한 50명의 철포대를 휘하에 거느리고 있었다는 점도 있습니다. 뭐 어느 쪽이든 추측이지만...

어쨌든 사야가=사이카인 소설 [바다의 가야금]에서의 투항 이유는...

애인(13~14세. 크억 로리콘!←그 시대니까)이 히데요시의 측실 스카웃맨에게 걸리는 바람에, 결국 자살해서...

게다가 주인공의 충실한 소꿉친구이자 부하는 그걸 알려주려고 무려 한양까지 찾아온다...얼씨구-_-;
(사실 마지막엔 둘다 싱글이 되버리므로 심심하면 주인공이랑 커플링 가능함.)

그래도 히데요시 본인은 인질 신분인 주인공을 대우 잘해줬는데, 부하가 뻘짓했다고 배신하는 주인공이라니...

작가 입으로 두번이나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사나이라고 묘사되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와는 천지 차이!

오다 노부나가의 하나뿐인 맹우라고 묘사되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어찌 비교할 수 있으리오!


................


뭐....뭐지?


이 알 수 없는....


위화감은....!


뭐어....딱히 노부나가와 이에야스의 맹렬한 우정(.............)을 그린 소설은 아니므로 넘어가도록 하죠.......
사실 작가는 이에야스X노부나가였다던가! 엄청난 마이너!

어쨌든 적어도 작가가 기록한 참고문헌에 대해서는 참고할만한 소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기슈 출신이라 사이카 빠돌이인 듯하니, 사이카슈 좋아하는 사람들도 볼만할지도...

그나저나 완벽했던 유리망치는 별로 쓸 말이 없었지만 꽤나 부실했던 책에 대해서는 말이 많아지다니...

뭔가 반비례적 상관관계가 있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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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바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