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2007. 4. 8. 22:41
여러분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연구실 자리 배정으로 같은 책상을 사용하게 된 대학원생 갑씨와 을씨...

그 중에서 갑씨는 강의노트의 낙서가 들킨 이후, 소위 말하는 만화인종으로 낙인 찍힌 상태.

그러던 어느 날, 연구실에 기어들어온 갑씨는 책상 위에서 예상 밖의 물건을 발견하는데...

바로 아즈망가 캐릭터 피규어 7종.

...대체 왜! 이런 것이?! 을씨가 놓은 것이군! 하지만 만화인종으로 찍힌 건 나! 젠장 하필 미소녀 피규어라니 덤으로 치요 아빠는 없고 나만 오덕후로 찍히게 생겼잖아! 차라리 씨앗 이외의 건담이라면 몰라도 아즈망가라니!
게다가 작은 것들이 드글드글 하니까 책을 잔뜩 흐드러지겨 널어놓을 수도 없잖아! 걸리적거려!

미소녀 오덕후로 찍히는 것만은 자기 취향 및 티끌만한 자존심 상, 죽어도 싫어 고민고민하는 갑씨...

여러분이 갑씨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 칸막이 벽에 해명글 [이건 을씨가 놓은 것입니다. 저는 미소녀 오덕후가 아닙니다.]을 붙인다.
단점: 미관상 추한데다가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자칫하면 더 오해받을 수도 있다.

2. 자기 소유의 피규어로 장식한다.
단점: 갑씨는 피규어 수집을 하지 않으므로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3. 철콘 근크리트 브로마이드를 붙임으로써 [아즈망가와 마츠모토 타이요를 동시에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즉 이 피규어를 놓은 사람과 나라는 사람은 별개의 인종이다!]라는 식으로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고히 한다.
사실 다른 작품의 브로마이드라도 갑씨가 좋아하는 것이면 상관없음.
단점: 어차피 일반인은 구별할 수 없다.

4. 회식 자리에서 과음한 뒤, 취객에게 너그러운 한국문화의 특징을 이용, 만취 상태로 을씨에게 본심을 말한다.
단점: 갑씨의 체력상 만취 상태가 되기 전에 의식을 잃을 확률이 더 높다.

5. 피규어들을 쓰러뜨린 다음, 사인펜으로 책상 위에 윤곽선을 그리고 출입금지 테입을 붙여 CSI 놀이를 한다.
단점: 을씨 및 다른 동기들과의 인간관계 파탄을 각오해야 한다.

6. 공부나 한다.

...사실 갑씨도 오덕후가 아닌가? 그런 주제에 오덕후 오해를 받는 것이 싫다니?--라고 할 분도 계시겠지만.
대략 비틀즈 팬의 책상에 동방신기 포스터가 붙어 있는 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비유가 좀 이상한가..)

아무튼 다소 미묘하면서 재미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지요. 만화 소재로나 쓸까...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대의 취향  (8) 2007.04.10
자다가 일어났더니...  (2) 2007.04.09
담배 첫경험  (3) 2007.04.07
오늘의 시  (0) 2007.03.30
오늘의 기사  (3) 2007.03.27
Posted by 시바우치